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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도전하는 인생

콩으로 만든 속옷으로 화제 일으킨 ‘좋은사람들’ 주병학 사장

■ 글·구미화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3.11.10 14:51:00

콩으로 만든 음식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콩으로 만든 속옷이 나와 화제다.
(주)좋은사람들이 콩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속옷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
개그맨 출신 사업가 형 주병진과 함께 좋은사람들을 이끌며 끊임없는 도전을 시도하는 주병학 사장을 만났다.
콩으로 만든 속옷으로 화제 일으킨  ‘좋은사람들’ 주병학 사장

요즘처럼 콩으로 만든 제품들이 붐을 일으킨 적이 또 있을까. ‘제임스딘’ ‘보디가드’ ‘돈앤돈스’ 등의 브랜드를 히트시킨 패션내의업체 (주)좋은사람들이 지난 9월부터 콩에서 추출한 실로 만든 속옷 ‘콩의 기적’을 선보였다. (주)좋은사람들 주병학 사장(41)은 지난해 ‘중국에서는 콩으로 실을 만든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를 보고 ‘뭔가 되겠다’는 생각에 중국의 기술을 들여와 5개월 이상 준비한 끝에 ‘콩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콩으로 만든 속옷에 대한 반응도 좋아 그의 얼굴에 희색이 돌고 있다. 그는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 회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주병진의 동생으로 외모도 닮았지만 목소리는 깜짝 놀랄 만큼 똑같다.
“전화 통화할 때는 목소리가 정말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가수 배철수씨가 집으로 전화한 적이 있는데 대뜸 ‘병진이냐?’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닌데요, 형 없는데요’ 그랬더니 못 믿는 거예요(웃음).”
전화를 거는 사람이 착각할 정도로 목소리는 똑 닮았지만 두 형제의 성격은 완전 딴판이라고 한다. 형 주병진이 감각적이고 카리스마가 강해 일을 벌이고, 밀어붙이기를 잘한다면 주사장은 놓치는 것 없이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라고.
그래서 두 사람은 새 브랜드 출시 등 굵직굵직한 사업계획은 회장 주병진이 결정하고, 결정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주사장의 몫으로 업무를 분담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89년, 속옷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는데 어떻게 속옷과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했다.
“회사를 세우기 전에 형님이 카페를 했어요. 카페 이름도 제임스딘이었는데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방형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그런 카페가 드물었죠. 형님이 그만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어느 날 의류사업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 싸워야 할 상대가 너무 많은 거예요. 그런데 속옷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당시 우리가 아는 건 쌍방울 태창 BYC가 다였으니까요. 셋만 물리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했죠.”
그는 그야말로 섬유의 ‘섬’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일을 벌인 것이라며 웃는다. 처음 사무실을 열었을 땐 두 형제와 주사장의 친구까지 세명이 직원의 전부였다. 그때는 이익을 남기기보다 쓰는 돈이 많아 주병진이 밤업소에 출연해 얻은 수입으로 회사를 꾸려갔다고 한다. 그러나 개그맨과 MC로 활약해온 주병진이 속옷을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의 사업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사장은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드러내보이고 싶은 속옷’으로 소비자 호응 얻어
“처음엔 ‘주병진이 하는 회사’라고 해서 돈 안 들이고도 광고가 절로 됐죠. 그런데 그것만으로 회사 규모가 매출 1천억원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렵죠. 형님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독특한 디자인의 패션 내의를 수집해 들어왔어요. 그리고 늘 ‘이런 패션 내의를 갈망하는 소비자들은 많은 데 그걸 풀어줄 기업이 없다’고 얘기했죠. ‘드러내보이고 싶은 속옷’ 이라는 발상이 소비자 욕구와 잘 맞아떨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성문화 개방이라는 분위기도 한몫했고요.”

콩으로 만든 속옷으로 화제 일으킨  ‘좋은사람들’ 주병학 사장

주사장은 제품을 시중에 내놓기 전에 꼭 입어보고 평가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감춰야 할 것으로만 여겨지던 속옷을 ‘패션’의 한 부분으로 끌어내고, 선물하기 좋은 것 중의 하나로 부각시키는 등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구를 간파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기업을 업계 수위로 올려놓은 뒤에도 거품 없는 적당한 가격, 편안한 착용감,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왔다고 그는 자부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주병진 한 사람의 인지도 덕에 회사가 지금껏 버텨온 것이라면 지난 몇년 사이 연이어 터진 불미스러운 사건에도 불구하고 2백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속옷 시장에서 빅5 중 하나로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주병진의 근황이 궁금했다.
“형님은 참 바쁘게 사는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껏 혼자 지내는 것도 결혼에 생각이 없다기보다는 연예활동을 할 때도 그렇고, 사업에 뛰어든 뒤에도 늘 바쁘게 지내서인 것 같아요. 때론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형님은 혼자인데 저는 큰아들이 벌써 중학교 2학년이거든요.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형님 댁에 갈 때면 아이를 주머니 속에 감추고 싶을 때가 있어요.”
여전히 미혼으로 홀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주병진은 그러나 주사장의 미안한 마음과 달리 조카들이 찾아올 때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주병진은 현재 속옷과 외식업 등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는데 주사장은 “형님이 뭐라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남에게 손 벌리거나 피해주는 걸 무엇보다 싫어하는 사람이라 사건이 터졌을 때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그와 가족이 상처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주사장이 가장 고민하고 신경을 쓰는 부분은 주병진 주병학 두 형제가 물러나 있어도 저절로 굴러갈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 정말 형님의 카리스마나 감각적인 아이디어만으로 매출 1천억원 이상의 조직을 다스리기는 벅차요. 이건 제 꿈이자 형님의 꿈이기도 한데 브랜드나 시스템 면에서 모두 뛰어난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저나 형님이 없더라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는 과학적인 조직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이렇게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나면 전직원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또한 내년 2월, 프랑스 파리의 유명 백화점인 ‘갤러리아 라파예트 백화점’ 입점을 시작으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좋은사람들은 올해초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2003 란제리 쇼’에 국내 내의업체로서는 최초로 참가해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회사가 커지면서 개인적인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주사장은 가족들의 생일과 기념일만큼은 잊지 않고 꼭 챙긴다고 한다. 마침 그를 만나던 날이 그의 아내 생일이었다. 아내를 위한 특별한 계획이 있냐고 물었더니 전날 저녁에 아내가 좋아하는 장미를 나이수만큼 사서, 케이크와 함께 선물했다고 한다. 퇴근 후에 제과점에 가면 예쁜 건 이미 다 빠져나가고 없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미리 ‘찜’ 해놓은 뒤 저녁에 찾아서 집으로 향했다는 그의 마음이 화려한 보석 선물보다 훨씬 값지게 느껴졌다.
주병진의 감각과 추진력에 동생 주병학의 섬세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해져 (주)좋은사람들이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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