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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기획특집|은행 건강·미용·요리법 올가이드

탤런트 이연경 가족과 함께 떠난 은행농장 체험여행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 열매 따며 즐거운 자연 공부해요”

■ 사진·정경택 기자 ■ 의상협찬·월튼 소다 ■ 코디네이터·이연수 이은하

2003. 11. 05

두 아이를 둔 엄마 같지 않게 아직도 소녀 같은 상큼한 미소를 간직한 탤런트 이연경.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챙긴다는 그가 식구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에 있는 은행농장을 찾았다. 숲속에서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몸에 좋은 은행도 한아름 따고…. 이연경 가족의 신나는 은행 따기 체험 현장을 따라가 보았다.

탤런트 이연경 가족과 함께 떠난 은행농장 체험여행

주말마다 틈나는 대로 숲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이연경 가족. 자연을 찾는 발걸음은 늘 가볍기만 하다.


“저희 가족은 나무를 참 좋아해요. 저희 집에 처음 와본 분들은 베란다에 화분이 꽉 차 있는 걸 보고 다들 놀라세요. 어쩜 하나같이 잘 키웠냐면서요. 우리 부부도 정성을 많이 들이지만 아이들도 서로 물을 주겠다고 난리예요. 워낙 나무를 좋아해서 저희 가족은 여행갈 때도 주로 숲이나 농장을 찾는답니다.”
전국 어느 곳 할 것 없이 나무 보러 떠나는 여행이라면 가리질 않는다는 이연경(35) 가족. 방송일 때문에 자주 시간을 낼 수는 없지만, 어쩌다 스케줄이 없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여행길에 나선다. 평소 손발이 척척 맞아 붕어빵 부부로 소문난 이연경·현재원(39) 부부와 준영(9), 우영(6), 이렇게 네 식구는 늘 흥겹고 시끌벅적하게 주말여행을 떠난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주말 나들이 한번 다녀오자는 남편의 제안에 가족들이 합의를 본 곳은 바로 은행농장이다. 마침 이연경도 얼마전 촬영을 마치고 새벽에 귀가하다가 동네사람들이 은행나무 터는 것을 보고 ‘늦기 전에 햇은행을 좀 사다두어야 할 텐데…’ 하고 생각하던 터였다. “우리 은행 따러 갈까?”엄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준영이, 우영이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남편과 함께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가 살고 있는 분당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농장이 딱 한 군데 있었다. 경기도 양평 용문면에 있는 백운농장이라는 곳인데, 남편은 이름부터 맘에 든다며 아이들처럼 기대에 부풀었다.
주말이라 길이 막힐 것을 염려해서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생각보다 훨씬 늦어졌다. 같은 경기도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은 족히 걸렸다. 용문면에서 연수리 방향으로 비포장도로를 10여분 달린 끝에 겨우 도착하고 보니 아이들은 모두 탈진상태. 어느덧 점심때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늦가을 햇살 받아 반짝이는 황금빛 은행나무 숲
탤런트 이연경 가족과 함께 떠난 은행농장 체험여행

가로수 은행나무만 보다 농장에 와보니 희한하게 생긴 은행나무들이 참 많다. 액자처럼 생긴 나무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기념사진 한장 찰칵!



농장 앞 길목까지 마중을 나온 박찬석 사장(70)은 일단 점심식사부터 하고 구경하는 것이 좋겠다며 근처 음식점으로 안내를 했다. 상원골식당(031-773-4080)이라는 손두부 전문 음식점인데, 야들야들한 두부 맛이 일품이었다. 배도 부르고 따끈따끈한 방바닥에 앉아 있으니 여독이 스르르 풀리는 듯하다. 무엇보다 박찬석 사장의 입담이 어찌나 좋은지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지경.
“아이구, 요놈들 참 똘똘하게 생겼다. 은행을 먹였나? 은행이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얼마 전에는 은행이 노인성치매랑 건망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발표가 나왔잖아요. 그뿐인가? 은행은 ‘자연산 비아그라’예요. 은행이 원래 대표적인 강정식품 중 하나거든요. 연경씨도 남편한테 많이 먹이세요.”
“사장님은 은행에 대해 모르시는 게 없네요. 은행박사 같아요.”
민망한지 이연경이 슬쩍 말을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잇는 박찬석 사장.
“웃기는 얘기 하나 해줄까요? 내가 원래는 은행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노후대책으로 은행농장을 시작했잖우. 이래저래 은행박사지. 은행에 대해 연구를 하다가 나도 매일 5알씩 은행을 먹기 시작했는데, 내 피부 좀 봐요. 어디 일흔살 노인 같은가.”

탤런트 이연경 가족과 함께 떠난 은행농장 체험여행

갓 딴 은행을 모닥불에 구워 먹었더니 쫄깃쫄깃 고소한 맛이 아주 그만이다. 자연에서 즐기는 맛은 역시 특별하다.



자연을 벗삼아 지내서 그런지 은행 덕분인지,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박사장의 혈색은 건강하고 밝아 보였다.
어서 은행 따러 가자는 아이들 성화에 음식점을 나와 농장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늦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노란 은행잎들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은행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숲으로 한발 한발 들어설 때마다 공기가 사뭇 달라진다. 은행나무는 특히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한데,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다른 나무에 비해 3배나 더 많다고 한다.
이연경이 두 팔을 쭉 뻗으며 아이들에게도 한껏 기지개를 펴보라고 하자, 따라 하던 둘째 우영이가 갑자기 코를 잡아 쥐며 얼굴을 찡그린다.
“엄마, 이상한 냄새가 나요!”
“맞아요. 코린내가 나요!”
“응. 은행에서 나는 냄새야. 맛있는 열매가 달려 있어서 다른 짐승들이 못 먹게 하려고 독한 냄새를 내는 거야.”
이연경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니까 아이들이 고개를 끄떡끄떡한다. 오랫동안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덕인지 그는 자연스럽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고 놀아준다.
“준영야, 우영야. 저기 봐봐. 은행이 꼭 포도송이같이 열렸다. 그치?”
우영이는 아빠 무동을 타고, 준영이는 막대기를 하나 주워 들고 은행을 따겠다며 아주 신이 났다. 아빠가 슬쩍 나무를 흔들어주니까 밤송이 떨어지듯 후두둑 은행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린다. 아이들이 황급히 주워담으려고 하자 박찬석 사장이 손을 내젓는다.
“맨손으로 만지면 옻 오른다. 장갑 끼고 만져야 해.”
박찬석 사장이 시범삼아 발로 열매를 밟아 으깬 뒤 손으로 껍질을 벗겨내고 속 알맹이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뽀얗고 말끔하게 생긴 속씨를 보자 아이들은 서로 만져보겠다고 난리다.
“할아버지. 이거 딱딱해서 어떻게 먹어요?”
“이렇게 돌로 깨서 껍질을 벗겨내면 속에 알맹이가 있거든.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아주 맛있단다. 내가 이따가 구워줄게. 오줌싸개 아이들한테 은행을 먹이면 효과가 좋지.”
“저 이제 오줌 안 싸요!!”
우영이가 질색을 하며 두 손을 설레설레 휘젓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병충해가 적어 초보자가 키우기에도 안성맞춤
26년간 은행 가꾸기에 정성을 기울였다는 박찬석 사장은 서울에 사는 손자들 생각이 났는지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연경 부부에게 말을 건넨다.
“아이들한테 맑은 공기랑 좋은 숲을 물려주는 게 부모 된 도리 중 가장 큰 게 아닌가 싶어요.”
이연경 부부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노후도 준비하고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잘 가꾼 숲을 물려주고 싶어 은행 영농을 시작했다는 박찬석 사장. 지금 우리나라 농촌이 수입 개방과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매실이나 은행처럼 고부가가치 영농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 농민도 살고 우리나라 자연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로수는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벚나무, 느티나무 등을 비롯해 60여종이 있다고 한다. 이중 은행나무가 전체의 39%를 차지하고 특히 서울에는 은행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외관상 아름답기도 하지만 공해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강해서 아황산가스, 납 성분을 정화하는 효과가 플라타너스보다 두배는 높다고. 그러니 은행나무로 숲을 이루게 하고 실내에서도 관상용으로 은행나무를 키운다면 우리가 숨쉬는 공기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다.
나무 키우기에 관심이 많은 이연경이 집에서도 키울 수 있냐고 물으니, 분재도 가능하고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병충해가 적어서 초보자가 키우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열매는 열매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장점만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심지어 이전에는 프랑스, 캐나다 등지로 싼 값에 팔려나간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첨단 생명과학기술로 은행잎 추출 성분의 약제를 개발해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은행잎이 황금잎으로 바뀌어 톡톡히 대접을 받고 있다.

탤런트 이연경 가족과 함께 떠난 은행농장 체험여행

‘자연식품을 많이 먹이고, 자연구경을 많이 시켜주자’는 게 이 부부의 육아철학.


현재 동맥경화와 같은 순환계질환 예방, 노화방지, 악취제거, 해독, 빈혈치료 등에 은행잎을 재료로 하는 국제 특허가 무려 90종에 달하고, 은행나무를 이용한 의약품이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이렇게 효자 노릇을 하는 은행잎을 그동안 외국인들이 헐값에 사다가 막대한 수익을 올렸을 걸 생각하면 박찬석 사장은 자다가도 배가 아프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이들은 은행 따기에 싫증이 났는지 숲속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고, 이연경 부부는 박찬석 사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부지런히 은행을 주워 모았다. 한 바구니 가득 찬 은행을 보며 뿌듯해하는 이연경.
“알고 먹어야 약이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은행이 좋은 줄은 몰랐네요. 은행나무도 한 그루 얻어다 심고, 은행도 잔뜩 사다가 두고두고 먹어야겠어요.”
견과류를 먹이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해서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은행이며 호두를 자주 먹이는데, 사실은 이연경의 태교음식 중에도 은행이 끼어 있었다고 한다.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바라는 것은 모든 엄마의 바람이겠지만, 워낙 부지런해 태교에도 뒤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 정성이 대단했다. 처녀 적에는 라면이며 떡볶이 등 주전부리를 즐겨하던 그였지만, 임신중에는 일체 입에도 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음식에 조미료도 쓰지 않고 뱃속 아기에게 좋은 것만 골라 먹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입맛이 순하게 길들어 있어 우리 음식이라면 뭐든지 잘 먹고 몸도 튼튼하다. 성격도 유순해서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침착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은행으로 약밥 만들어주겠다는 아빠 말에 신난 아이들

“영양제다, 보약이다, 이런 거 먹인 적 없어요. 대신 꼬박꼬박 챙겨 먹이는 게 바로 은행 , 호도 같은 견과류예요. 또 된장이랑 두부, 나물을 날마다 먹이고요. ‘자연식품을 많이 먹이고, 자연 구경을 많이 시켜주자.’ 이게 우리 부부의 육아 철칙이랍니다.”
일도 살림도 야무지게 하기로 소문난 그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것은 그만큼 노력한 덕이리라.
뛰어노느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는 아이들을 불러 갓 딴 은행을 구워 먹이는 이연경 부부.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흐뭇하다. 이렇게 은행을 많이 사다가 뭘 할 거냐고 물으니 남편 현재원씨가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구워도 먹고 밥에도 넣어 먹죠. 참, 약밥에 넣어도 아주 맛있어요. 할 줄 아냐고요? 제가 원래는 우리 집사람보다 요리솜씨가 더 나아요. 웬만한 손님접대는 제가 다 한다니까요. 그렇지, 준영아. 아빠 솜씨가 더 낫지?”
요즘 들어 키가 부쩍 자란 준영이. 대답하기가 난감한지 딴소리를 한다.
“나 약밥 좋아하는데! 아빠 꼭 만들어주세요!”
우영이는 덩달아 자기도 좋아한다며 집에 가서 꼭 만들어줘야 한다고 응석이다.
이연경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 입맛이 엄마 입맛보다 더 어른이고 토종이라는데 정말 그런가 보다. 신토불이 토종으로 키워서 단단한 아이들, 이런 아이들에게 자연을 벗삼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이연경 부부.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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