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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남자의 파격 변신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적나라한 베드신 선보인 배용준

■ 글·이영래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3. 10. 31

지난 10월초 개봉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개봉 첫주말 국내 최단기간 1백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순항중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백미는 배용준의 파격적인 변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투를 틀고 나타나 베드신까지 선보인 화제의 남자, 배용준을 만나보았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적나라한 베드신 선보인 배용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개봉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미숙, 전도연, 배용준 등 톱스타 3인의 공연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 배용준(31)이 전도연과 더불어 농염한 베드신을 소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객들의 묘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 세 사람의 동반 나체사진 포스터와 함께 ‘찜질방 수다거리 1호’로 급부상했다.
지난 9월말 기자시사회는 이런 주변의 관심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시사회엔 너무 많은 기자들이 몰려 홍보사측에서 돌아가라고 권유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까지 했는데, 이날 예상을 넘어선 많은 인원은 바로 외신기자들 때문이었다. 대만, 일본 등의 외신기자들은 배용준을 두고 치열한 취재열기를 보였다. 배용준이 주연을 맡았던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대만, 일본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결과로, 한류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풍경이었다.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고 기분이 멍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런저런 평가를 내리곤 했는데, 제 영화여서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진지한 멜로 영화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도중 순간순간 폭소를 터뜨렸다. 제작진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했냐”며 주변에 물어보기 바빴다. 하지만 이런 당혹스러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10월2일 개봉한 이 영화는 3일 만에 1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기록을 다시 썼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1782년에 출간된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쓴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한 작품. 원작은 프랑스 혁명 전의 문란하고 퇴폐적인 상류사회를 날카롭게 파헤쳐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그동안 할리우드와 유럽에서 여러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로제 바딤의 ‘위험한 관계’(1959), 스티븐 프리어즈의 ‘위험한 관계’(1988), 밀로스 포먼의 ‘발몽’(1989), 로저 컴블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8)까지.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적나라한 베드신 선보인 배용준

시대와 배경을 18세기 정조시대, 조선사회로 옮겨오면서 많은 부분이 각색됐다. 과거에 급제했지만 관직을 마다한 채, 뭇 여인에 탐닉하고 시서화를 즐기는 양반사회의 이단아 조원(배용준)은 겉으로는 세도가의 정실부인으로 살아가며 남자들을 유혹하는 이중생활을 영위하는 조씨부인(이미숙)과 은밀한 거래를 한다. 이른바 러브 게임. 조씨부인은 남편의 소실 자리인 어린 소옥을 범해주면 자신을 허락하겠다는 미끼를 던진다. 하지만 조원은 9년간 수절하여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숙부인 정씨(전도연)를 자신의 목표로 정한다.
“그 여자를 무너뜨리면 원하는 걸 상으로 주리다!”
“쉬운 상대는 내 명성에 걸맞지 않은 법, 누이는 상이나 준비하시오.”
갈고 닦은 실력과 술수를 총동원하여 숙부인 유혹 작업에 나선 조원. 하지만 나라에서 금한 천주학을 접하고 서민을 돕는 등 강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숙부인의 저항은 예상 외로 완강하고, 그럴수록 조원의 전의는 더욱 불타오르고….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적나라한 베드신 선보인 배용준

배용준은 영화 촬영 전엔 이미숙, 전도연과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공연한다는 사실에 많은 부담을 느꼈지만 지금은 “가족같이 느껴진다”며 돈독한 애정을 과시했다.


“두 분(이미숙, 전도연) 모두 제겐 까마득한 영화계 대선배들이라 찍기 전엔 솔직히 긴장이 많이 됐어요. 과연 이런 대선배들하고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하고. 그런데 막상 같이 했더니 정말 편안하게 잘 대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은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에요. 이 영화는 제 첫영화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사극이라는 점 때문에 고민도 많고, 부담도 컸어요.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죠. 무엇보다 상투 틀고 수염 기른 제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어요. 출연제의를 받고 야밤에 감독님과 분장을 같이 해봤을 정도였으니까요(웃음).”
배용준이 사극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인 안경이 없어도 과연 그가 자신의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도회적 세련미가 거세된 배용준의 모습이 과연 관객에게 어떻게 비칠까 등 의문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런 부담은 그에게나 이재용 감독에게나 마찬가지로 컸다. 결국 두 사람은 사극 분장까지 미리 해보고 나서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요부와 정절녀 중에 어느 쪽이 좋으냐? 자주 물으시는데 뭐 정절녀는 정절녀대로, 요부는 요부대로 좋아요(웃음). 영화 속 조원의 대사를 인용해보면 내 마음속 방은 오직 하나뿐인데, 그 안에 들어앉는 이가 하루에도 열두번씩 바뀐다고 할까요(웃음).”
31세. 이제 그도 결혼에 대해 생각할 때지만 역시 그는 사생활에 대한 속내는 털어놓지 않았다. 현재 교제중인 여성은 없을까, 과연 그의 이상형은 어떤 스타일일까, 의문은 많지만 그는 모든 의문을 웃음으로 넘겨버리고 말았다.
“처음 해보는 베드신이라 저도 긴장을 많이 했죠. 공사(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것)하느라 테이프 붙이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이라 무조건 열심히 했는데 영화를 보니 많이 잘려나갔네요. 이제 베드신이나 노출에 부담을 느낄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솔직히 베드신은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조원이 마침내 숙부인을 무너뜨린 밤. 가슴을 풀어헤치는 첫 장면에서부터 전도연은 몸을 아끼지 않았고 배용준 또한 능숙한 연기를 펼쳤다. 스크린에 처음으로 도전하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배용준의 연기 변신은 어찌됐건 합격점을 받아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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