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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풍경화

아름다운 풍경 속에 뭐가 숨어 있을까

2003. 10. 31

아름다운 풍경 속에 뭐가 숨어 있을까

남네덜란드화파 화가, 의인화된 풍경-숙녀의 초상, 16세기 후반, 나무에 유채, 50.5x65.5cm, 브뤼셀, 벨기에 왕립미술관


먼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노라면 가끔 구름이 강아지나 새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풍경 속의 사물들 역시 때때로 그 본래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사물을 떠올리게 할 때가 있지요.
자연의 이런 특징을 잘 아는 화가들은 풍경을 그리되 관객이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형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독창적인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16세기 후반 남네덜란드화파의 한 화가가 그린 풍경화는 그런 그림들 중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언뜻 보기에 이 그림은 하늘과 언덕, 나무, 건물, 그리고 강과 배를 그린 일반적인 풍경화 같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오른쪽으로 90도 돌려보세요.
풍경은 어느새 우리를 곁눈으로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로 변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그림은 풍경으로 그린 사람의 얼굴입니다.
왼편의 둥그스름한 언덕이 여인의 머리이고, 나무와 사람, 건물 따위가 눈과 코, 입을 이루고 있지요. 양떼가 줄지어 가는 모습은 목걸이 같네요.
옛날 사람들은 풍경 속에 자연과 인간을 창조한 신비로운 힘이 스며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그림은 그런 힘의 일단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가지 더∼
서양에서 독립적인 풍경화는 16∼17세기 네덜란드 지방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했습니다. 네덜란드는 이 무렵 풍경화뿐 아니라 정물화, 실내화, 풍속화 등 중요한 회화 장르를 주도적으로 발달시켜 서양미술사에서는 작은 거인이라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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