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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프라이버시 인터뷰

영화 ‘황산벌’의 ‘계백장군’ 박중훈이 밝힌 ‘나의 가족, 사랑, 영화촬영 뒷얘기…’

“처자식 죽이고 전쟁 나가는 연기하며 눈물 나 혼났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3.10.31 11:04:00

할리우드 영화 ‘찰리의 진실’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영화배우 박중훈이 코믹역사극 ‘황산벌’의 ‘계백장군’으로 돌아와 ‘비장한’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처자식까지 죽이고 전쟁에 임하는 무거운 역할이지만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웃음과 재미를 더하는 ‘뚝심 승부사’ 박중훈의 영화촬영 뒷얘기 & 세 아이와 아내가 있는 가장으로서의 일상.
영화 ‘황산벌’의 ‘계백장군’ 박중훈이 밝힌 ‘나의 가족, 사랑, 영화촬영 뒷얘기…’

지난 85년 이황림 감독의 ‘깜보’로 데뷔한 후 ‘투캅스’ 시리즈, ‘마누라 죽이기’ ‘할렐루야’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계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한 영화배우 박중훈(37). 최근 그가 한 편의 코미디 영화로 관심을 끌고 있다. ‘백제 멸망 직전에 벌어진 황산벌 전투에서 계백과 김유신이 사투리로 맞장을 떴다면’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코믹 역사극 ‘황산벌’.
극중에서 그는 김유신이 이끄는 5만명의 신라대군에 5천명의 백제군으로 맞서 팽팽한 접전을 벌이다 장렬하게 전사한 역사상 최고의 뚝심 승부사 계백장군 역할을 맡아 김유신 역의 정진영과 전라도 대 경상도 사투리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전라도 사투리로 연기하기는 데뷔 18년 만에 처음인데, 사투리를 살리려다 NG를 많이 냈어요. 어미 처리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어요.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알건는가’를 ‘알겠는가’라고 하게 되더라고요. 고향이 서울인데다 경상도 집안에서 자라 호남사람들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징하게’ 전라도말을 배우고 연구하면서 느낀 게 많아요. 보통 호남말이 억세다는 그릇된 편견을 갖고 있는데 알고 보니 참 구수하고 정겨운 말이더라고요. 이번 영화 덕분에 호남 정서와 문화를 알게 돼 좋아요.”
배우들의 걸쭉한 사투리는 기본. 삐리리 수준의 욕설을 따발총처럼 내뱉는 병사들의 입심 대결, 애드리브의 귀재인 ‘의자왕’ 오지명과 ‘거시기’ 이문식의 감초 연기, 엉덩이까지 까보이는 단역배우들의 과감한 연기 등 ‘황산벌’에는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백제병사로 카메오 출연한 김승우와 신현준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어설픈 코믹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 ‘황산벌’의 ‘계백장군’ 박중훈이 밝힌 ‘나의 가족, 사랑, 영화촬영 뒷얘기…’

‘황산벌’에서 각각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로 연기 대결을 펼치는 ‘김유신’ 정진영과 ‘계백’ 박중훈.


“김승우씨와 신현준씨가 정말 고마워요. 배우가 자기 영화에서 빛을 발하고 싶지 남의 영화에 잠깐 나와 눈에 띄는 게 뭐 그리 좋겠어요. 그런데도 두 사람이 출연한 건 다 저 때문이에요. 두 사람과 장동건씨와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우연히 영화 얘기가 나왔는데 두 사람이 재미있겠다며 저를 위해 한번 출연하겠노라 한 거예요. 영화사에서도 고마워하며 기꺼이 출연시켰고요. 저도 고마워서 두 사람이 촬영할 때 제 신이 없는데도 동이 틀 때까지 같이 밤을 새웠어요. 정진영씨도 함께요.”
역사적인 비극을 희화화한 ‘황산벌’에서 박중훈은 기존의 코믹 연기가 아니라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연기를 보여준다. 감독이 그에게 못 말리는 ‘무대뽀’ 정신과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계백’다운 연기를 보여줄 것을 특별 주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미디 영화에 출연할 때마다 ‘박중훈’표 오버연기로 관객의 기대치에 부응해온 그는 감독과 생각이 달랐다. 크랭크인 직후 계백장군과 의자왕이 만나는 첫 촬영에서 ‘계백’의 캐릭터를 놓고 감독과 박중훈이 마찰을 빚어 영화촬영이 중단될 뻔한 위기를 맞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 영화는 요절복통 코미디가 아니라 황산벌에서 5천명이 넘는 사람이 피를 흘리고 죽는 비극적인 내용에 웃음을 조미료로 뿌린 아주 독특한 코미디예요. 감독님은 진지한 연기를 원하셨고, 저는 코미디 영화이니 재미있게 가자고 우겼죠. 결국 감독님의 뜻에 따랐는데 영화촬영을 끝내고 보니 그렇게 하기를 잘한 것 같아요.”

영화 ‘황산벌’의 ‘계백장군’ 박중훈이 밝힌 ‘나의 가족, 사랑, 영화촬영 뒷얘기…’

그런 박중훈의 연기에 대해 상대 배우 정진영은 “재미있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도 눈물을 글썽이는 눈빛 연기에서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강하고 우직한 힘이 느껴졌다”고 호평했다. 박중훈도 정진영의 연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정진영씨가 촬영중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비열하게 연기해야겠다고. 그런데 배우의 매력은 연기에 몰입해도 묻어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극중의 김유신이 전혀 비열하게 느껴지지 않잖아요. 정진영씨와 함께 출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렇게 호흡이 잘 맞았던 적은 없어요. 기회가 닿으면 다음에 또 같이 하고 싶어요.”
지난 4월 크랭크인해 9월말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그는 알게 모르게 고충이 많았다고 한다. 촬영이 있을 때마다 완전무장을 해야 했던 것. 때문에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사우나에서 삼계탕을 먹는 기분이 들 정도’로 힘겨웠다고 한다.
“살인적으로 더운 여름날 두꺼운 갑옷 차림에 투구를 쓰고, 손발을 꽁꽁 묶고 몇 시간 동안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공기와 접촉하는 부위가 얼굴밖에 없어요. 피부가 숨을 쉬지 못하는데다 땡볕이 계속 몸을 달구니까 실신할 지경에 이르더라고요. 실제로 실신한 사람도 몇명 있었고요. 거기다 덥수룩한 수염을 뗄 때는 얼마나 아프던지, 벌겋게 부어오른 게 일주일이나 가더라고요. 그래서 ‘인간 장기’를 두는 장면을 찍을 때 정진영씨가 무척 부러웠어요. 갑옷이 아니라 나풀거리는 비단옷을 입고 있었거든요(웃음).”
박중훈과 정진영이 첫 대면을 하는 ‘인간 장기’ 신은 장군이 장기알을 옮길 때마다 병사들이 사선을 넘나드는 섬뜩하고 잔인한 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박중훈에게 그보다 더 끔찍했던 장면은 ‘황산벌 사수’의 마지막 보루로 의자왕에게 선택된 계백장군이 황산벌로 향하기 전날 처자식을 죽이는 신. 이 장면은 황산벌 전투와 함께 전하는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저 역시 계백처럼 세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지아비라 그 장면을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분명 연기임에도 그 순간에는 너무나 괴로웠어요. 연기자는 순간을 산다고 하는데 극중 상황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더라고요. 촬영 초반부에 그 장면을 찍었는데 너무 괴로워 찍는 데만 한달이 걸렸어요.”
박중훈은 결국 그 장면을 통해 계백의 인간적인 고뇌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천하를 호령하는 장군이지만 그 내면에 인간미를 담아내지 못하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일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 상황은 관객들에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계백은 분명 명장이지만 처자식까지 죽이고 전쟁을 치른 것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전쟁의 패배와 자신의 죽음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더라도 저라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다만 분명히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연기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고요. 특히 ‘계백부인’ 김선아씨가 처자식을 베려는 저를 노려보며 ‘호랑이는 가죽 땜세 디지고, 사람은 이름 땜세 디지는 거여’라고 말할 땐 가슴이 미어져 손이 다 떨리더라고요.”

10년 동안 소리없이 내조해온 아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워
지난 92년 뉴욕대 교육연극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돌아와 재일교포 윤순씨(36)와 결혼한 그는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큰아들 배승(8)과 큰딸 소휘(6), 두 아이를 키우다 지난해 늦둥이 막내딸 미휘를 낳은 것. 이제 막 돌이 지난 미휘는 예쁜 짓을 잘해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아내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서 늦둥이를 낳았어요. 저도 아이들을 좋아하고요. 하지만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가족을 살갑게 챙기는 자상한 남편이나 아빠는 못돼요. 그래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워요. 그런 가족이 있기에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니까요.”
타고난 유머감각과 서글서글하고 사람 좋은 웃음으로 어떤 자리에서든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연예계의 재담꾼 박중훈. 그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그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회탈 미소와 시대 감각에 뒤지지 않는 재치로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것. 혈기왕성한 20대 때의 건장하고 탄탄한 체격 또한 그대로다.

영화 ‘황산벌’의 ‘계백장군’ 박중훈이 밝힌 ‘나의 가족, 사랑, 영화촬영 뒷얘기…’

‘황산벌’의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 정진영, 이문식과 함께.


“평소 꾸준히 운동해온 덕분이에요. 체질적으로도 건강한 편이지만 조깅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면서 체력관리를 해왔어요. 영화는 장시간 뛰어야 하는 마라톤 경주 같은 작업이기 때문에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견뎌낼 수가 없거든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노력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연기든, 내면 세계든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성숙해지는 배우 박중훈의 주변에는 지금도 열성 팬들이 많다. 지난 9월22일 ‘황산벌’의 쇼케이스 현장에 예고없이 들이닥친 미모의 여성도 그중 한명. 빨간 장미꽃 한다발을 들고 꽃무늬 원피스에 선글라스를 낀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난 그 여성은 행사 관계자들에게 “박중훈씨에게 연락을 받고 왔다”고 말하고 행사장에 들어섰다고 한다. 또한 화장실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행사에 열중하고 있던 박중훈의 옆자리에 불쑥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고. 하지만 박중훈은 그녀를 초대한 일이 없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런데 박중훈의 스토커로 알려진 그녀가 바로 지난해 9월초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기습 키스’를 해 화제를 뿌렸던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저도 그 사실을 이번에 알았어요. 하지만 그분을 굳이 스토커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5년 전쯤 한 영화제에서 그분을 처음 봤어요. 이후에 느닷없이 나타나곤 해서 깜짝 놀라긴 했는데 고맙게 생각합니다. 팬으로서 저에게 관심이 많고, 남들보다 표현력이 왕성한 분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지난 10월17일 영화 ‘황산벌’이 개봉됐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 바쁠 것 같다. 내년 3월 촬영에 들어가는 할리우드 영화 ‘비빔밥’의 주연을 맡은 것. 그가 조연으로 출연한 할리우드 데뷔작 ‘찰리의 진실’을 작업했던 피터 셰라프가 프로듀서를 맡은 ‘비빔밥’은 식당 웨이터인 동양 남성과 신문에 음식 비평을 쓰는 백인 여성의 사랑 이야기라고 한다. 상대 배우로 기네스 팰트로, 드류 베리모어, 카메론 디아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영화계의 일대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지금껏 소리없이 그를 내조해온 아내 윤순씨.
“아내와 결혼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는데, 사랑은 그냥 마음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의 입장에서 볼 때 사랑은 약속이고 책임인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과 아내에게 좋은 가장이 되도록 앞으로도 더 노력할 거예요.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의 바람은 꾸준히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예요.”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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