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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세 아이 키우며 유학중인 개그우먼 이성미&기러기 아빠 조대원 부부 인터뷰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요”

입력 2003.10.31 10:43:00

지난해 가을 두딸과 함께 유학 겸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캐나다로 떠났던 개그우먼 이성미가 최근 잠시 귀국했다. KBS ‘해피투게더’ 1백회 특집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1년만에 돌아온 것. 음반사업 때문에 한국에서 지내는 ‘기러기 아빠’ 조대원씨와 그런 남편이 캐나다로 오기를 고대하는 ‘야무진 엄마’ 이성미가 그간의 생활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캐나다에서 세 아이 키우며 유학중인 개그우먼 이성미&기러기 아빠 조대원 부부 인터뷰

지난 10월15일 서울 압구정동의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아이들 뒷바라지 겸 유학을 위해 캐나다로 건너간 개그우먼 이성미(44).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며 기약 없이 떠났던 그가 1년여 만에 귀국한 이유는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KBS ‘해피투게더’ 1백회 특집 쟁반노래방 코너에 가수 양희은, 조영남과 함께 앙코르 출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방송 녹화 시점이 임박해 한국에 들어오겠다던 그가 10월4일 절친한 선배 전유성의 초대로 극비리에 귀국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음반사업가인 남편 조대원씨와 함께 취재진을 맞은 그는 오보부터 바로잡았다.
“그때 전 캐나다에 있었는데 ‘극비’ 귀국했다니까 황당했어요. 저는 10월11일 토요일 오후 6시에 들어왔어요. 덕분에 카메라 세례 좀 받았죠. 그날 취재진만 없었으면 (박)미선이와 (송)은이가 깜짝쇼를 하려고 했대요. ‘축 귀국 환영’ 하고 플래카드를 흔들면서요.”
환한 미소와 경쾌한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그는 전보다 다소 야윈 모습이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 은기(15)와 큰딸 은비(7), 늦둥이 막내딸 은별(3), 세 아이를 키우며 영어공부를 하기가 만만치는 않았을 터. 그래도 그는 캐나다 생활에 흡족해했다.
“살아보니까 가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 아이들이 문을 열며 ‘엄마’ 하고 부를 때, 제가 만들어준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정말 별것 아닌 일로 행복감을 많이 느껴요. 남들은 힘들겠다고 하는데 전 평범한 엄마로 사는 게 잘 맞더라고요. 이 기회를 놓쳤으면 후회했을 거예요. 이제 막 자리를 잡았는데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유학을 간절히 원했던 큰아들 은기를 먼저 캐나다로 보내고 은비, 은별이와 함께 뒤따라간 그가 캐나다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한국에서 같은 교회에 다녔던 한 교포다. 먼저 도움을 자청한 그 교포는 아이들의 학교문제는 물론 지리 파악, 서류 준비까지 척척 해결해주었다. 그는 그 교포가 가져다준 종이에 서명만 하면 되는 식이었다.
“처음에 갈 때는 힘들 테니 각오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갔는데 그분 덕분에 특별히 힘든 게 없었어요. 내가 이렇게 복 받고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그분을 비롯해서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 몇명 있어요. 그분들과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고, 인생 상담도 하면서 사는 재미를 느껴요.”

기차 통학하며 영어 배우는 늦깎이 학생으로 의욕 불태워
처음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집을 렌트해 살던 그는 집주인과의 마찰로 거기서 40분 정도 더 들어가는 코키트럼 마을에 월세 1백50만원짜리 집을 얻어 옮겼다고 한다. 조용한 외곽지역인데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에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과 자신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이사한 것. 하지만 격주로 그의 캐나다 생활을 방송중인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서 들어오는 출연료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그로서는 의식주 해결이 큰 부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꼭 필요하지 않은 데는 돈을 쓰지 않는 ‘짠순이’ 엄마가 됐다.
“학교에 갈 때는 통학 기차, 올 때는 버스를 이용해요. 한달짜리 패스를 끊으면 어디든 갈 수 있거든요. 그외에는 크게 돈 들 일이 없어요. 옷은 입던 대로 입고, 밥도 먹던 대로 먹으면 되니까요. 쇠고기가 워낙 싸서 고기는 실컷 먹어요. 처음에는 갈비를 해주니까 좋아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고기말고 다른 것 해달라고 할 정도로요.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한국식품점에서 재료를 사도 매운맛이 덜한 게 좀 아쉬워요.”

캐나다에서 세 아이 키우며 유학중인 개그우먼 이성미&기러기 아빠 조대원 부부 인터뷰

지인들이 갖다주는 음식들도 그의 가계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박미선이 갖다준 묵은 김치를 비롯해 조혜련의 언니가 보낸 김, 김영철의 어머니가 보낸 멸치 미역 다시마, 양희은이 그가 좋아한다고 멸치젓에 고추를 넣어 특별히 만든 반찬 등 품목도 다양하다.
“영철이는 제가 손님 접대를 위해 식탁을 장만하려고 하니까 밥상까지 갖다주더라고요. 정말 받을 때마다 이렇게 받을 자격이 있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그런 마음이 너무 고마워요.”
그동안 그의 집에는 박미선, 양희은, 김영철, 이경실, 김수용 등 많은 사람이 다녀가 ‘야매여행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음식 장만은 물론 여행 장소와 스케줄까지 미리 뽑아 풀코스로 대접하기 때문.
“저를 보고 싶어서 먼 길을 와준 게 고맙잖아요. 한번씩 다녀가면 가슴이 허전하지만 그렇게 찾아주는 덕분에 우리 가족도 유명한 관광지는 거의 다 가봤어요. 은비가 가장 좋아하더라고요. 가끔 한국 하늘 쪽을 바라보면서 ‘하늘아 잘 있니. 난 여기서 잘 지내는데 네가 너무 보고 싶구나’ 해요.”
아이들은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9월 초등학교에 들어간 은비는 선생님이 현지에서 태어났냐고 물을 정도로 영어를 잘하고, 키도 많이 자랐다고 한다. 친구들과 유창하게 영어를 주고받는 은비가 내심 부럽고, 대견하다는 그는 스스로 ‘문제아’라고 밝혔다.
“영어실력이 가장 뒤처지거든요. 은별이야 워낙 어리니까 못하는 게 당연하고, 은기는 벌써 캐나다에서 산 지 2년 가까이 돼니까 영어를 참 잘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엄마가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허당이니까 종종 자신을 따르라며 저를 놀리기도 해요. 어떤 문제든 아이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는데 은기가 참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어서 의지가 많이 돼요.”
머나먼 타국에서도 그는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그의 삶에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생활패턴이 규칙적으로 바뀐 것이다. 방송활동으로 바빴던 한국에서는 늦잠 자기 일쑤였는데 캐나다에서는 아침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 것. 8시6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놓치면 수업시간을 맞출 수 없다고 한다.
“비몽사몽으로 기차를 타는데 신기하게도 학교에 도착할 즈음 정신이 번쩍 들어요. 졸면서도 못 내릴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거죠. 공부를 하다 보니 별의별 스트레스를 다 받아요.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재미있어요. 등하교에 지쳐서 집에 오자마자 뻗어서 낮잠을 자긴 하지만 뭔가를 배운다는 게 저를 의욕적으로 만들어요.”
캐나다에서 세 아이 키우며 유학중인 개그우먼 이성미&기러기 아빠 조대원 부부 인터뷰

김영철 조혜련 이경실 양희은 등이 그간 그를 만나기 위해 캐나다를 다녀갔다.


현재 그는 VIC 아카데미에서 랭귀지 코스를 밟고 있다. 이란, 일본, 멕시코 등 국적은 물론 1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이 모인 학급에서 그는 최연장자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0대들의 영어실력을 따라가지 못해 내심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는 그에게 가장 곤혹스런 순간은 선생님이 질문을 던질 때.
“나이도 많은데다 연예인이었다는 게 알려져 더 주목을 받다보니 곧잘 물어보세요.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면 주말에 뭘 했냐고 물어볼까봐 조마조마해요. 한국말을 잘하니까 영어도 잘할 거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던 사람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요. 가기만 하면 영어가 금방 늘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으니까 스트레스를 좀 받았죠.”

영어공부가 힘겨울 때 이홍렬이 그의 집에 남기고 간 편지는 큰 위로가 됐다. 공항에서 누군가가 영어로 질문을 할까봐 잔뜩 긴장하는 그의 남모르는 고충을 헤아린 편지의 구절구절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부담 갖지 말고 공부하라는 내용인데, 이 사람은 내 마음을 아는구나 싶어 눈물나도록 고마웠어요. 희은 언니도 제가 힘들어하면 자신을 볶아대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공부하라고 조언을 해줘요. 한국 방송말고 캐나다 방송 보라고도 하고요. 그래서 가급적 한국 방송은 안 봐요. 아침 7시반에 하는 뉴스만 빼고요.”

캐나다에서 세 아이 키우며 유학중인 개그우먼 이성미&기러기 아빠 조대원 부부 인터뷰

지인에 관한 좋지 않은 얘기를 들으면 캐나다에서 혼자 발을 동동 구르는 그에게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은 절친한 후배 이경실의 파경이었다. 신문에 보도되기 전에 사정을 알고 있었던 그는 한때 귀국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 캐나다에 남아 이경실을 위해 기도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경실의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것이 늘 미안했는데 그는 지난 9월 이경실이 캐나다로 찾아와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었다.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어 설치는 게 좋아 보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자칫 경실이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차라리 조용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경실이에게 미안했는데 제 마음을 다 알고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남편의 빈자리 커 하루 빨리 캐나다로 건너 왔으면…”



어느덧 캐나다에서 생활한 지도 13개월째. 그가 아이들과 함께 캐나다에서 지내는 동안 남편 조대원씨는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홀로 지내왔다. 캐나다로 함께 가자는 그의 청을 뿌리치고 음반 사업을 위해 ‘기러기 아빠’를 자처한 것. 그런 남편을 향한 그의 마음은 미안함보다 섭섭함이 더 큰 듯했다.
“아무래도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매일 전화통화를 하는데도 남편이 유난히 보고 싶은 날이 있어요. 캐나다의 겨울 밤은 무척 길어 저도 모르게 우울해지곤 하는데 그땐 더더욱 그래요. 아이들도 아빠를 많이 그리워해요. 특히 은비는 밥을 먹다가도 아빠가 보고 싶다며 전화를 하고, 얼마전 무용발표회 때는 아빠 대신 은기가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아빠가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럴 땐 마음이 짠해요. 더 있다가 들어오겠다는 남편이 얄밉게 느껴지고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진정 가족을 생각한다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으면 해요. 캐나다에서는 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하는데 찾아보면 왜 없겠어요.”
그간 남편은 두 차례 캐나다를 다녀갔다고 한다. 올 때마다 가방을 들고 손님처럼 왔다 가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했던 그는 이제 남편이 오더라도 늘 그 자리에 있던 사람처럼 지내는 연습을 해두었으면 하고 바랐다. 남편이 비워둔 시간이 긴 만큼 한번 다녀갈 때마다 생활의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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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초등학교에 들어간 큰딸 은비.


“기러기 엄마들의 공통된 얘기가 남편이 왔다가면 후유증이 크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남편이 와도 내 공부를 방해하지 말라고 하는데, 남편이 빨리 빈자리를 채워주었으면 해요. 그냥 비워두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아이들이 찾으면 빨리 오기를 바라고, 그래서 자꾸 오라고 하는데 고집을 피우니까 화가 나기도 하고, 기러기 아빠들이 얼마나 외로울까 하면서도 내 남편만은 이해를 못하겠고. 정말 하루에도 몇번씩 제 위주로 생각하며 사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남편과 나누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안타까워요. 그래서 여전히 남편이 결심을 굳히기를 고대하며 캐나다로 들어올 것을 종용하고 있어요.”
이성미는 한국에서 예정된 방송 스케줄을 마치고 박미선과 단둘이 2박3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10월 말 캐나다로 돌아갈 예정인데, 그의 캐나다행은 언제 돌아올 거라는 기약이 없다.
“이왕 시작한 공부이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니만큼 지금은 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 생활에만 충실하고 싶어요. 언제 다시 올 거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돌아오더라도 아이들과 같이 올 거예요. 남편과는 떨어져 살아도 아이들과 떨어져서 살 자신이 없거든요.”
화려한 방송생활을 뒤로하고 캐나다에서 세 아이를 뒷바라지하는 엄마, 불혹을 넘긴 나이에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이성미. 그의 환한 미소는 밝은 내일을 기약하고 있는 듯하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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