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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수상한 삼성가 홍라희 여사 인터뷰

‘사회활동 적극 권유한 남편 이건희 회장 & 손자 재롱 보는 재미로 사는 요즘 생활’

■ 글·이영래 기자 ■ 사진·김성남, 조영철 기자

입력 2003.10.31 10:34:00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부인이자 호암미술관 관장인 홍라희 여사가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선정됐다. “모교의 이름을 걸고 사회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힌 그는 수상 직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각오 등을 밝혔다.
홍라희 관장이 직접 밝히는 앞으로의 계획, 가족, 그리고 남편 이건희 회장 이야기.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수상한 삼성가 홍라희 여사 인터뷰

홍라희 호암미술관장(58)이 지난 10월14일 이길녀 경원대 총장과 함께 제13회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받았다. 서울대측은 홍라희 관장이 ‘국내외 각종 문화사업 발전과 한불문화교류에 크게 기여하였고, 국내 최초의 대학교 미술관인 서울대학교 미술관 건립에 크게 공헌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수상식장엔 홍라희 관장의 모친 김윤남 여사를 비롯, 막내 여동생 홍라영 삼성문화재단 상무, 막내딸 이윤형씨, 며느리 임세령씨,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 등이 참석, 홍관장의 수상을 축하했다.
홍라희 관장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모교의 이름을 걸고 사회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알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상 당일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홍관장은 이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활동 계획, 미술관 운영에 대한 철학, 그리고 요즘 생활과 가족 이야기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여성동문으로서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받게 된 소감은?
“21세기는 창의와 감성의 시대로 여성의 모성애와 감성, 꼼꼼함 등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벤처 기업, IT 기업에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여성 인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부족한 나를 뽑아준 게 아니겠는가?”
-미술관 운영에 나름의 철학이 있다면?
“시아버님인 이병철 선대 회장님께서 신념과 애정을 갖고 지켜왔던 호암미술관 운영을 맡아 부담이 컸다. 개인적인 문화애호가에서 문화예술 경영인으로의 역할 변화는 권한과 책임, 그리고 누군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난 95년 관장 취임 이후 호암미술관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미술관으로 성장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일해왔다. 특히 우리 청소년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 이런 이유에서 규모는 작지만 질 높은 전시를 개최하는 미술관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한남동 삼성미술관 개관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한국최대의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과 호암갤러리(중앙일보내), 로댕갤러리(삼성생명본관 1층) 등 미술관을 3개나 가지고 있는데, 2004년엔 한남동에 삼성미술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선대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내려온 미술 애호가 집안의 특색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언제부터 가지게 됐나?
“어릴 때부터 미술품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집안 환경에서 성장한 덕에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마인드가 형성됐다. 여기다 뭐든지 직접 만들어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성격도 한몫을 해 미대에 진학했다. 실은 불문과에 진학해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다. 대학에 진학할 당시, 가까운 선배의 권유로 생각을 바꿔 응용미술과를 택하게 되었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만드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전공 공부를 계속했더라면 지금쯤 대학 강단에 서 있거나 공예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수상한 삼성가 홍라희 여사 인터뷰

지난 1967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홍라희 여사는 이건희 회장과 결혼한 이후, 시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의 지도 아래 고미술품 수집 수업을 받기도 했다.


-일상 생활 중 여가시간은 어떻게 활용하나?
“시간 나는 대로 국내외 여러 미술관과 전시장을 찾기도 하고 콘서트나 공연들을 자주 본다. 업무 외적으로 국내외 문화계 인사들을 만나곤 하는데, 문화계 동향이나 조류를 읽을 수도 있고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평소 일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되도록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나 서울 근교에서 산책을 하기도 하고 주변 사찰을 찾아 참배를 하면서 재충전을 하기도 한다. 요즘은 무엇보다 커가는 손자들의 재롱을 보는 게 가장 즐겁다.”
그는 슬하에 큰아들 재용씨(삼성전자 상무), 큰딸 부진씨(신라호텔 기획실 부장), 둘째딸 서현씨(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 내년에 이화여대를 졸업하는 막내딸 윤형씨를 두었다.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맏딸 임세령씨와 지난 98년 결혼한 재용씨는 지난 2000년 아들을 낳았고,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보와 결혼한 둘째딸 서현씨도 지난 2001년 딸을 낳았다. 이건희 회장 내외는 요즘 손자들 재롱을 지켜보는 게 가장 큰 낙이라고 한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는 이건희 회장은 어떤 분인가? 평소 이회장과 함께 자녀 교육에 있어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결혼초에는 사업가의 아내로서 여느 부인들과 마찬가지로 남편의 건강을 챙기고 자식들의 교육에 힘을 쏟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나에게 관심있는 분야에서 책임있게 일을 해보라고 권유한 사람이 이건희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요즘도 내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고 있지 않다. 남편이지만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남편이 훌륭한 경영인이자 사회인으로 더욱 건강하고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늘 기도한다.
자녀 교육에 있어 가장 강조했던 것은 가족간의 화목이었고, 나가서는 사람들과의 인화였다. 사람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랬다. 혜택받은 가정 환경인지라 자칫 그릇된 방향으로 나가기 쉬웠음에도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오는 2004년에 개관예정인 한남동 삼성미술관 건립의 마무리를 잘해서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고, 생활 속에서 예술을 이해하고 즐기게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그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는 덧붙여 “나이가 들수록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으로 ‘우리의 정신이 담긴 문화유산’을 꼽았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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