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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통역의전비서관 이여진씨와 결혼한 효성그룹 3세 조현문 전무

“러브 스토리·신혼생활·대학시절 그룹 활동한 사연까지 솔직 공개”

■ 글·이영래 기자

입력 2003.10.31 10:26:00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무가 지난 9월6일 청와대 통역의전비서관 이여진씨와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의 결혼은 조현문 전무가 대학시절 가수 신해철과 ‘무한궤도’ 멤버로 활동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신부 이여진씨가 재벌가 며느릿감으로선 흔치 않은 커리어우먼이라는 점 때문에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연, 신혼생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와대 통역의전비서관 이여진씨와 결혼한 효성그룹 3세 조현문 전무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무(34)의 프로필을 간략히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대 인류학과와 경영대학원을 거쳐 미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 98년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 미국 로펌 Cravath, Swaine&Moore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99년 효성에 경영전략팀 팀장으로 입사, 현재 (주)효성 전략본부 전무로 재직중.
그리고 또 하나의 특이한 이력이 하나 있다. 바로 대학시절 ‘무한궤도’ 멤버로 활동했다는 것. 조현문 전무에 대해 무한궤도의 리더였던 가수 신해철은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조현문, 그는 누구인가? 이 자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일학년 때 우리 옆에 옆에 반 반장이었다. 보충수업이 끝나면 도서관 베란다에 친구들이 몰래 모여서 담배를 피울 때 나와는 달리 착실했던 현문은 담배는 피우지 않고 나랑 그냥 음악 얘기만 했는데 프로그래시브 음악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희귀판을 몇장 빌려주기도 했다. 아직도 안 돌려줬다) 신시사이저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바야바’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덩치와 짙은 눈썹, 총명해 보이는 눈초리 등이 이 자의 외모의 특징인데 훗날에는 여자들에게 인기도 꽤 좋았다. 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입시가 끝나면 너네 밴드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곤 했는데 결국 흔쾌히 합류했으며 냉철한 성격으로 해산할 때까지 팀의 조정자 역할을 맡았다.
밴드 이름은 조현문이 제의한 ‘무한대’를 내가 ‘무한궤도’로 수정하여 지었다는 게 나의 생각이고, 지 혼자 다 지었다는 게 조현문의 생각이다.’
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데뷔, 89년 첫 앨범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무한궤도는 앨범 발매 직후 해체를 맞았다.
“제가 그 시절에 여러 하이틴 잡지하고 인터뷰를 했던 게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이 인터뷰가 14년 만에 처음 하는 인터뷰인 셈인데, 그래서 그런지 더 떨리네요(웃음). 사실 저희가 원래 지향했던 바는 아마추어 밴드였는데 해철이(신해철)가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를 쌓고 싶어했기 때문에 진로 문제로 멤버들간에 논란이 생겼어요. 그러다 전문 뮤지션의 길을 갈지, 아니면 아마추어로 남을지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일단 대학가요제에 나가 보고 그 결과에 따르자는 식이 된 거죠.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대상을 받게 된 거에요.”

효성가(家)의 가정교육은 각각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 되길 바라는 자유방임형
신해철과는 고등학교 동기로 고교 1학년 때 반 대항 응원전에서 음악 경연을 할 때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그는 키보드를 쳤고 신해철은 기타를 쳤는데, 서로 음악실력이 좋다는 점을 발견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밴드를 같이 하자고 약속했던 것. 대학진학 후 그 약속은 지켜져 무한궤도를 결성하게 됐다. 그는 작곡에도 조예가 있어 직접 작곡한 ‘끝을 향하여’라는 곡을 무한궤도 1집 앨범에 싣기도 했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 가수가 소방차였는데,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후 앨범을 내려고 하니까 매니저들이 저희에게 물어보던 게 그런 거였어요. ‘너희 춤은 되냐? 소방차처럼 할 수 있냐?(웃음)’ 우리 색깔대로 가느냐, 아니면 어느 정도 대중성을 가지고 가느냐 하는 문제로 멤버끼리 서로 논쟁을 벌였는데 결국 1집 앨범을 만들고 나서 각자의 길로 흩어졌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무한궤도가 대단한 밴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체 이후 신해철은 신해철대로, 정석원은 정석원대로 공일오비라는 색깔 있는 뮤지션이 됐잖아요.”

청와대 통역의전비서관 이여진씨와 결혼한 효성그룹 3세 조현문 전무

조현문 전무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이고 이여진 비서관은 과학기술처 차관과 해운항만청장 등을 지낸 이부식 교통개발연구원장의 장녀다. 양가는 두 사람의 결혼 이전부터 교분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대학시절 잠시라고 하지만 재벌 3세로서 밴드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이색적인데, 사실 효성가는 자유방임적인 교육을 중시해왔기 때문에 집안의 반대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학업에 문제가 없다면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 자유롭게 허용됐던 터라 형인 조현준 부사장은 미술에 각별한 조예를 가지고 있으며 소믈리에(와인감별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고 한다. 또 동생 조현상 상무는 학창시절 운동선수로 활동하며 스케이트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고, 아카펠라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아버님이 60년대 미국 유학을 하셨던 분이라 사고 방식이 자유로우신 편이에요. 아무래도 그 시절 미국에 계시면서 히피문화도 접하셨을 거고…. 또 아버님도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으시거든요. 한번 아버님이 가지고 계신 LP를 구경한 적이 있는데 소장앨범들 수준이 상당하더라고요.”
효성가는 현재 3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중인데 그의 형 현준씨가 부사장, 그가 전무, 동생 현상씨가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부친인 조석래 회장은 “각자 혼자서도 살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기르라”고 강조해왔다고 한다. 때문에 이들 삼형제는 모두 다른 회사에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준씨는 미츠비시 상사와 모건스탠리에 근무하다 97년 효성에 입사했고, 그는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고, 막내 현상씨는 세계적 전략컨설팅 회사인 BAIN&CO와 세계 최대의 통신업체인 일본 NTT 본사에 근무하다 98년 귀국, 효성에 합류했다.
효성의 창업주는 조홍제 회장으로 삼성그룹을 이병철 회장과 함께 창업했다가 동업을 청산한 후 지난 62년 효성물산과 동양나이론을 기초로 효성그룹을 창업했다. 70년대 효성은 재계 서열 5위의 대기업이었는데 조홍제 회장 타계 직전, 장남 조석래 회장에게 그룹을, 차남 조양래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막내인 조욱래 회장에게 대전피혁을 물려주어 각각 분리됐다. 현재 (주)효성은 재계 서열 20위권 안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타이어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 및 나일론이 대표적 생산물이다. 타이어코드 부분에서는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한동안 공부하느라 바빠서 결혼을 못했고, 또 최근엔 일이 너무 바빠 결혼을 못했죠. 학창시절에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았냐고요? 안 그랬어요. 그냥 팬레터 몇통 받은 정도였죠(웃음).”
앞서 인용한 신해철의 회고 중 “‘바야바’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덩치와 짙은 눈썹, 총명해 보이는 눈초리 등이 이 자 외모의 특징인데 훗날에는 여자들에게 인기도 꽤 좋았다”는 증언이 있지만 그는 끝내 이 부분을 부정했다.

신부 이여진씨는 외무고시 거쳐 뉴욕 변호사 자격 취득한 커리어우먼
그의 형제들은 결혼이 상당히 늦은 편인데 그의 형 조현준 부사장 또한 지난 2001년에야 한국제분 회장의 셋째딸 이미경씨와 결혼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그가 서른네살이 되어 신부 이여진씨(29)와 화촉을 밝힌 것. 과학기술처 차관과 해운항만청장 등을 지낸 이부식 교통개발연구원장의 장녀인 여진씨는 재벌가 며느릿감으로는 그리 흔치 않은 커리어우먼으로 현재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영어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 불문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거쳐 97년 외무고시 31기로 외교통상부에 입부한 그는 9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미국연수를 통해 미 콜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학박사 학위 및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재원이다.
미국에서 연수를 받던 도중 한미재계회의 등에 로펌의 인턴자격으로 참가했던 이여진씨는 그 자리에서 시부모가 될 조석래 회장 내외와 두번에 걸쳐 마주하게 됐다. 양가 부모 사이에 이미 교분이 있던 터라 조회장 내외는 여진씨를 눈여겨봤고, 아들 조현문 전무를 소개해주게 된 것.

청와대 통역의전비서관 이여진씨와 결혼한 효성그룹 3세 조현문 전무

지난 2002년 봄, 소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여진씨가 국비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교제, 올 가을 결혼에 골인했다.


“지난 2002년 봄 대학로 카페에서 처음 만났는데 여진씨 첫인상이 매우 좋았어요. 적극적이고 열심히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예의도 바르고 여성적인 면도 많아서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2시간 정도 시간을 예상했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져 6시간 동안 저녁도 먹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어색함을 없애려고 제가 농담도 많이 했는데 그 농담에 조용히 고개 숙이고 웃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서로 호감을 갖게 됐지만 각자 바쁜 일정 때문에 교제엔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는 효성의 전략본부 임원으로 당시 미국의 미쉐린사와 3억5천만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 및 미국공장 인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고, 신부는 외교통상부 소속으로 미국에 국비 유학중이었기 때문이다. 미쉐린 건으로 미국 출장이 잦던 그는 공식일정이 끝나고 저녁 쉬는 시간에 틈틈이 여진씨를 만났는데, 본격적인 열애가 시작된 것은 여진씨가 귀국한 이후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9월6일 드디어 화촉을 밝혔다.



신부가 자신의 일 계속하는 것 적극 권장할 계획

“신혼여행은 아프리카로 갔어요. 둘 다 아프리카에 가본 적이 없었고, 생명력 넘치는 원시의 대자연 속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자는 생각에 제가 제안했어요. 10여일 정도 케냐에서 사파리 여행을 했는데, 동물들의 대이동도 보고 정말 인상깊은 여행을 했습니다. 케냐의 한 술집에서 제가 피아노를 연주했는데 신부보다 다른 여행객들이 더 좋아하더군요(웃음).”
신혼살림은 본가가 있는 성북동 인근 빌라에 꾸몄다. 아무래도 신혼 초엔 집안 가풍도 익힐 겸 시집 가까이에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더욱이 부모인 조석래 회장 내외는 예전부터 아들들이 결혼하면 매주 주말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뜻을 자주 비쳐왔다고 한다. 한주는 큰아들 가족과, 다음주는 차남 가족과, 그리고 그 다음주는 막내 가족과 마지막 한주는 온 가족이 다 함께 지내는 생활.
청와대 통역의전비서관 이여진씨와 결혼한 효성그룹 3세 조현문 전무

조현문 전무는 고교 동창인 가수 신해철 등과 그룹 ‘무한궤도’를 결성, 88년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는 송인상 전 재무장관의 셋째딸인 송광자 여사로 커리어우먼인 며느리 이여진씨를 각별히 아껴준다고 한다. 신혼여행을 갔다온 직후 밀린 업무 때문에 저녁 9시가 넘어 퇴근한 며느리를 위해 밤늦게 직접 국수를 말아주기도 했다고.
“결혼했다고 여진씨가 일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 저희 집에서도 그런 생각을 해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은 며느리들과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대화하는 걸 즐기시는 편이라 더 그래요. 얼마 전에도 아버님께서 여진씨하고 대미 관계에 대해 길게 토론하시더라고요.”
그 또한 여진씨와 연애시절부터 토론을 자주 했다. 여진씨는 정통 관료 집안에서 자라나 국가 발전이나 사회에 대한 봉사 등 공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는 기업가 집안 출신답게 시장경제, 자유로운 기업활동 등에 관심이 많아 사회적인 이슈를 놓고 곧잘 토론을 해왔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상대가 가진 시각들을 배울 수 있었고, 서로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일을 언제까지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한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주어진 환경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능력이 되는 한 노력을 아끼지 말자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고. 또한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고, 일을 하는 한 최선을 다해 베스트가 되고 싶다고 덧붙인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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