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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복직되어 대학 강단에 다시 선 마광수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려… 이젠 섹스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스포츠서울 제공

입력 2003.10.10 16:05:00

지난 2000년 6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학교를 떠났던 마광수 교수가 3년 만에 연세대 국문학과 부교수로 복직했다. 세상에 대한 속상함과 서운함 탓에 그동안 우울증과 위염으로 투병하며 자택에서 칩거해온 그. 다시 오랜만에 세상에 나온 그를 만났다.
3년만에 복직되어 대학 강단에 다시 선 마광수

지난 9월1일 첫 강의 모습. 그는 3년만에 강단에 복귀, 활동재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9월1일 오후 2시 연세대학교 위당관 210호에 나타난 마광수 교수(52)는 반백이 되어버린 머리와 마른 얼굴, 구부정한 걸음걸이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였다. 강의실에 들어서기 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오랜만이라 떨리고 정신이 없어요” 하고는 곧장 교단에 올랐는데 감회가 새로운지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가 맡은 강의는 국문과 3학년 전공과목인 ‘문예사조사’로 매주 월·목요일 2시간씩 진행되는데, 이날 강의실에는 50여명의 수강생들이 돌아온 스승의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그는 강의 도중 그동안 칩거생활을 하며 속병을 앓았던 자신의 울분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의 중간에 자신의 입장을 대변이라도 하듯 “우리 사회는 문학 신성주의가 팽배해 야한 소설은 안되고 만화나 영화는 야해도 괜찮다고 여기는데 이는 불공평한 처사”라며 문학에도 아량을 베풀어야함을 강조했다. 그는 또 소설 ‘즐거운 사라’에서 성을 너무 리얼하게 묘사해 고초를 겪었다며 “섹스 장면을 묘사한 일부 영화는 검열을 피하려고 보여줄 것도 못 보여주고 숨소리만 크다”면서 문화계 일면의 비뚤어진 모습을 비판했다.
강의 이후 그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지금이 저에겐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학교에 적응도 되지 않은데다, 저를 지켜보는 눈도 많아요. 또 복직시켜준 학교 당국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91년 발표된 그의 소설 ‘즐거운 사라’는 당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주인공 ‘사라’가 낯선 남자와 만나 곧바로 섹스를 하고, 여자 친구와 동성애적 사랑을 나누며, 스승과 섹스를 하고, 자위행위까지 하는 적나라한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80년대의 억눌리고 어두웠던 시대를 지나온 대중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던 것.
당시 검찰은 소설에서 부도덕하고 음란한 성행위 등 문제시되는 부분이 전혀 여과되지 않고 장황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조차 성적 수치심을 자극한다고 주장했다.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를 유죄라고 보기 곤란하다는 당시 변호인과 문화계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강단을 떠나야 했다.

3년만에 복직되어 대학 강단에 다시 선 마광수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가 다시 한번 자유로운 문학세계를 보여주기를 팬들은 바라고 있다.


그는 이날 강의중에 “문학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데 저로서는 한이 맺힌 부분입니다. 이젠 ‘섹스’라는 말만 들어도 알레르기가 일어나요. ‘즐거운 사라’가 일본에서도 많이 팔렸지만 거기에선 별문제 없었어요.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쓴 작가 장정일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영화는 그냥 넘어갔잖아요. 이게 무슨 조화입니까?” 하며 지난 사건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92년 ‘즐거운 사라’ 이후 6년 동안 강단을 떠났다가 98년 복권됐지만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사표를 제출한 상태에서 3년 넘게 우울증과 신경성 위염에 시달려왔다.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10년 동안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었다. 내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92년 법정 선고를 받았을 때와 2000년 동료교수들에게 재임용 불가 통보를 받았을 때다. 세상에서 버려졌다는 소외감과 인간에 대한 배신감으로 죽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던 그는 아직도 2주일에 한번씩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
“건강이 안 좋아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의사는 ‘외상성 우울증’이라고 하더군요. 충격을 많이 받아 우울해졌다는 뜻이래요. 그러니 글도 못 쓰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집안에만 있었죠.”
건강을 걱정하는 기자에게 그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복직 자체가 너무 갑작스레 이루어진 일이라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 또 건강상의 이유도 있어 이번 학기는 한 과목만 강의를 한다고 말했다.
휴직 기간 동안 한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도 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후 아직 책으로 출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우선 그 소설을 다듬어야겠지만, 앞으로는 다른 방향의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황폐해져 새 글을 쓰지 못했어요. 예전 일간지에 연재했던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이’를 책으로 내려고 정리하고 있는데,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인지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돼요. 이게 제가 받은 가장 큰 상처입니다.”
이번 복직은 98년 제출했던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주변 동료 교수들의 잇따른 권유에 의해 이루어진 것. 그는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오랜만의 강의라 그런지 마음먹은 만큼 잘되지 않는다. 앞으로 많이 나아지겠지…” 하고 속내를 드러냈다.
강단에 서지 못하는 동안 이혼까지 해 외로운 날을 보낸 그는 그 때문인지 강의중에 “난 오락도 모르고 책만 들고 살았는데…. 이젠 늙으니까 연애도 못하고 홀아비 신세가 서럽다. 사랑을 다룬 드라마를 보면 짜증이 난다”고 말해 학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다시 소설을 쓴다면 사변적이고 무거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그는, 한동안 강의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회에 배신당하고 칩거해야 했던 그에겐 현재 강단만이 유일한 활동무대이기 때문이다.

여성동아 2003년 10월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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