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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황주리의 그림 에세이

초콜릿과 사랑 그리고 삶

2003. 10. 08

초콜릿과 사랑 그리고 삶

그녀에게…, 2001, 캔버스에 아크릴, 46×53cm


질좋은 초콜릿을 하루에 한개씩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어릴 적, 예쁜 상자 속에 보석처럼 박힌 스위스산 초콜릿을 하나씩 빼먹는 일은 정말 유쾌했다. 크리스마스 때면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천사 같은 친척 아주머니께서 화려한 초콜릿 상자를 선물로 주곤 하셨다. 아마도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을 그 환상적인 초콜릿들은 어느 하나 맛이 같은 게 없었다.
6·25 전쟁 당시 미군들이 던져주던 미제 헬씨 초콜릿의 기억을 지닌 세대들은 지금의 발렌타인데이용 초콜릿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발렌타인데이라는 낭만적인 기념일의 속사정 안에는 초콜릿 판촉을 위한 상술이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할까?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이 써보낸 초콜릿의 정의를 읽어 보면 정말 재미있는 게 많다.
사랑을 닮은 초콜릿, 너무 좋아해서 꽉 잡으면 견디지 못하고 녹아버리는 것. 갑자기 너무 많이 먹으면 질려버리는 쓰면서도 달콤한 사랑 같은 것. 쓰디 쓴 인생에서 잠시라도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게 해주는 마법 같은 것. 달콤하지만 너무 쉽게 녹아버리는 것. 먹고 나면 후회하는 것.
사랑이란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 해도 없던 것보다는 훨씬 나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지속될 수 없는 감정일 뿐 지나고 나면 후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디 초콜릿이나 사랑만 그러할까? 우리의 삶도 생각하기에 따라 한낱 부질없는 꿈일 수도, 혹은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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