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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

새 주말극 ‘완전한 사랑’에서 불치병 아내로 변신하는 김희애

■ 글·김지영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3. 10. 02

탤런트 김희애가 7년 만의 복귀작 ‘아내’에 이어 SBS 새 주말극 ‘완전한 사랑’에서 또다시 눈물 연기를 펼친다. 극중 남편 차인표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다 갑작스럽게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맞는 주부 역할을 맡은 것. 행복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남다른 부부금실을 자랑해온 그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완전한 사랑’은 어떤 것일까?

새 주말극 ‘완전한 사랑’에서 불치병 아내로 변신하는 김희애

지난 96년 사업가 이찬진씨(현 드림위즈 대표)와 결혼한 후 한동안 가정생활에만 충실했던 주부 탤런트 김희애(36). 요즘 그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7년 만의 복귀작인 KBS 드라마 ‘아내’에 출연한 후 주부 CF모델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데다 드라마 출연 섭외가 줄을 잇는 것.
그가 고심 끝에 선택한 작품은 SBS 새 주말극 ‘완전한 사랑’으로, 행복하고 단란하게 살아가던 부부가 갑작스럽게 불치병에 걸린 아내의 죽음을 앞두고 펼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극중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어려운 가정에서 꿋꿋하고 밝게 자란 아내 영애. 상대역인 네살 연하의 남편 시우는 차인표가 맡았다.
“영애는 본래 시우의 고교시절 과외선생님이었어요. 첫눈에 영애에게 끌린 시우는 사업가인 아버지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애와 결혼을 하죠. 대신 재산상속권 포기각서까지 쓰면서요. 결혼 후에도 가족들은 영애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영애와 시우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요. 그런데 영애가 결혼 8년째 되던 해 불치병에 걸려 6개월밖에 살 수 없는 운명에 처해요.”
84년 영화 ‘내사랑 짱구’로 데뷔한 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죽음을 앞둔 시한부 인생을 연기하기는 이번이 처음. 극중에서 그는 ‘특발성 폐 섬유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는 100m 달리기를 마친 사람처럼 숨이 가빠져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해야 한다. 더욱이 대본에 충실한 연기를 강조하는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라 연기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연기자는 드라마 스토리처럼 산다는데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죽는 역할이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어요. 오히려 곽영범 선생님, 김수현 선생님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는 거라 굉장히 떨리고 긴장돼요. 밤잠을 설칠 정도로요. 아시겠지만 김수현 선생님은 단어 하나, 토씨 하나까지 틀리지 않는 걸 원하시는 분이고, 또 그게 맞는 거고요. 그전에는 제 맘대로 풀어나갔지만 이번에는 선생님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그래서 요즘 극중인물에 푹 빠져 있는데, 대본대로 열심히 연기하는 게 저한테는 최선인 것 같아요.”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자라 마음 편하게 연기활동 해요”
10월4일 첫 방송을 앞둔 그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기자이기 전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사업가의 아내로서도 빈틈이 없는 주부이기 때문.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빡빡한 촬영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집에 전화해 큰아들 기현과 작은아들 기훈의 안부를 묻고, 남편 이찬진씨의 잠자리를 걱정하는 ‘현모양처’라고 한다. 인기절정의 시기에 과감히 결혼을 선택한 그가 이후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서도 활동을 중단했던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라고.

새 주말극 ‘완전한 사랑’에서 불치병 아내로 변신하는 김희애

김희애는 상대역 차인표에 대해 “직접 호흡을 맞춰보니 칭찬받는 이유를 알겠다”며 흡족함을 표시했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며 자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연기생활을 접었던 거예요. 그렇다고 별스럽게 아이들을 키우지는 않아요. 여느 엄마들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주었으면 할 뿐이에요. 이제는 아이들이 늘 지켜보지 않아도 될 만큼 자라서 편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남편도 제가 연기생활하는 걸 반대하지 않고요. 남편은 제 연기에 간섭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얼마전 차인표씨와 키스신을 촬영했을 때도 별말 없었어요. 어느 정도의 선은 저 스스로 지킨다는 걸 아니까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해보라고 할 뿐이에요. 이번 작품에 캐스팅됐다고 전했을 때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저보다 더 좋아하던 걸요.”
김희애가 차인표와 연기 호흡을 맞추기는 이번이 처음. 친한 후배인 신애라의 남편이기도 한 상대역 차인표와 연기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그는 “지금까지의 상대역 중 가장 젊은데 좋지 않을 리가 있겠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옆에 두고 얘기하기 좀 그렇지만 저야 좋죠(웃음). 어릴 때 데뷔해서 그동안 나이 많은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왔어요. 아마 차인표씨가 가장 젊은 상대역이 아닐까 싶어요. 전에 봤을 때부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일해보니까 이래서 칭찬하는구나, 누구는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완전한 사랑’의 영애와 같은 결혼 8년차 주부의 입장에서 그가 바라본 ‘완전한 사랑’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완전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완벽한 사람끼리 만난다고 해서 완전한 사랑이 되는 것 같진 않아요. 결혼한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는 10 더하기 10이 꼭 20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하나가 되는 게 완전한 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5 더하기 5가 10이 되는 것처럼요. 하지만 결혼생활 하면서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완벽한 조건, 완전한 사랑도 사람들의 바람일 뿐 실제 존재하기는 힘들다고 봐요. 다만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 서로 나누고 채우면서 살다 보면 완벽한 조건, 완전한 사랑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아내’의 이미지를 훌훌 벗어던지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김희애가 앞으로 전개해나갈 ‘완전한 사랑’이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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