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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떠오르는 별

‘바람난 가족’으로 확실하게‘뜬’ 개성파 배우 봉태규

“유부녀와 불륜에 빠지는 역할, 꽃미남만 하란 법 있나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09.04 18:30:00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김래원을 ‘매형’이라고 능청스럽게 불러대던 봉태규가 옆집 아줌마와 바람이 났다.
영화 ‘눈물’ ‘품행제로’ 등에서 ‘불량 청소년’ 역할을 도맡았던 그가 ‘바람난 가족’에서 문소리와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인 것.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 봉태규를 만났다.
‘바람난 가족’으로 확실하게‘뜬’ 개성파 배우 봉태규

“저좀 잘했거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수학 시험을 잘 봤다’가 아니라 수업을 열심히 듣고 난 뒤에 오는 만족감 같은 거. 꼭 그런 기분이에요. 연기를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열심히 만들었고, 그래서 아주 만족한다는 거죠. 기대했던 것보다 영화의 완성도도 뛰어난 것 같고요.”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여주인공 정다빈의 천방지축 철없는 남동생으로 출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봉태규(22). 그가 이번엔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옆집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르는 고등학생으로 변신했다.
8월 중순 개봉한 영화 ‘바람난 가족’은 전직 무용가인 아내와 변호사인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까지 온 가족이 불륜에 빠지는 파격적인 내용과 여주인공 문소리의 과감한 노출 연기로 화제가 됐다. 또한 개봉을 앞두고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분 진출이 확정되는 경사도 있었다.
봉태규가 연기하는 지운은 암고양이처럼 망원경을 들고 창가를 어슬렁거리며 옆집 아줌마 호정(문소리)을 염탐하는 열일곱살 고교생. 마침 남편과의 섹스에 만족할 수 없는 호정이 그의 유혹을 받아들이자 지운은 뭔가를 보여줄 듯 달려든다. 그러나 지운은 옆집 아줌마와의 관계가 첫경험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만다.
“사실 말로만 떠벌렸지 지운은 여자랑 하는 게 처음이거든요. 시작이랄 것도 없이 사정해버렸으니 얼마나 창피해요. 다시 세워주겠다는 아줌마의 이야기에 ‘정말요?’ 하고 좋아하는 것도 우습고요. 대개의 남자들이 첫경험에 대해 마치 무용담 얘기하듯 해도 사실 영화 속 제 모습처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거든요.”
그는 첫 베드신 촬영을 위해 ‘교육적으로’ 섹스신을 담은 여러 편의 영화를 봤지만 격정적인 섹스신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사실적이고 솔직한 베드신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한다.
“남자들이 ‘아니 저걸 어떻게 알았지?’ 하며 좀 뜨끔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남자들만의 비밀을 드러내고 싶기도 했고요.”


“남자들이 보고 깜짝 놀랄 만큼 솔직한 베드신 찍고 싶었어요”
영화 촬영을 마친 지금 이토록 만족스럽고, 나름대로 쾌감도 느끼고 있지만 사실 ‘바람난 가족’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그를 연예계로 이어준 영화 ‘눈물’을 연출한 임상수 감독이 ‘바람난 가족’을 찍는다는 걸 알았지만 그에게 출연 제의를 하지 않았던것.
“사실 감독님이 제게 시나리오를 안 주셨어요. 조감독 누나가 시나리오를 한번 보라며 건네줬는데 읽어보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유부녀가 바람이 날 정도면 상대가 꽃미남은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영화사 쪽에서 저를 캐스팅하는 걸 반대했어요.”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그가 아니었다. 감독에게 ‘지운’역을 맡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며 매달렸다.
“‘200%’ 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더니 감독님께서는 ‘까는 소리’ 말고, 준비나 많이 해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바람난 가족’으로 확실하게‘뜬’ 개성파 배우 봉태규

열정과 패기로 배역을 따낸 그는 결국 영화 개봉에 앞서 든든한 효자 노릇을 해냈다. 첫 출연한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면서 그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영화 홍보에 절로 도움이 된 것. 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해 ‘정글쥬스’ ‘품행제로’ 등에 출연하면서도 그는 한달 용돈 6만원으로 생활하며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이 없었다. 그런데 TV 드라마에 출연한 후 모든 게 변했다.
“소위 뜬 거죠. ‘옥탑방…’ 전에는 영화 관계자들과 일부 영화인들만이 저의 존재를 알았는데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시니까요. TV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요즘은 버스나 지하철 타기가 무섭다니까요. 한두 사람이 알아보기 시작하면…(웃음). 동대문엘 자주 가는데 이제는 옷 갈아입을 때도 창피하고 좀 그래요.”
드라마와 영화에서처럼 그는 꽤 밝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러 사람 앞에 나서고, 주목을 받는 일이 익숙지 않고 쑥스러운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의 원인이 된 ‘옥탑방…’에 출연한 일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한다.
“제게는 참 고마운 작품이에요. 드라마가 종영되기 일주일 전에 마지막 촬영이 있었는데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방학 때 시골에서 놀다가 서울에 올라오려면 아쉬운 것처럼 마음이 꼭 그랬어요. 그래서 집에 오는 길에도 차 속에서 내내 ‘옥탑방…’ OST를 들었어요.”
‘바람난 가족’으로 확실하게‘뜬’ 개성파 배우 봉태규

문소리와의 베드신으로 화제가 됐던 ‘바람난 가족’ 포스터.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명지대 연극영상학부 03학번인 그는 사실 영화 ‘눈물’을 찍기 전까지 한번도 연기자의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연예계와 인연을 맺은 것도 2000년, 미대 입시를 앞두고 오른쪽 팔이 부러져 재수를 하던 중 길거리에서 캐스팅되면서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영화관계자의 눈썰미가 놀라울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화가가 되려는 것조차 못마땅해하던 집안 어른들은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더욱 반대했다고 한다.

“사실 부모님께서 반대를 하신 건 아니에요. 친척어른들께서 ‘화가’ 하면 ‘폐병’을 떠올리고 반대하시다가 제가 연기하겠다니 ‘헛바람’ 들었다고 걱정이 대단하셨어요. 부모님은 반대하시기보다 제가 영화 찍는다는 사실 자체를 못 믿으셨죠. 계약한 다음에야 겨우 믿으시더라고요.”
그러나 ‘옥탑방…’에 출연한 이후 가족들이 그를 인정하는 눈치라며 좋아한다. 얼마 전 처음으로 아이스크림 CF도 찍은 그는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는 두렵다고 한다. “어떤 일이든 자신을 선택한 사람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적어도 기본은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

‘바람난 가족’으로 확실하게‘뜬’ 개성파 배우 봉태규

그러나 새로운 분야에 대한 그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월부터는 송승헌 정다빈 양동근 조한선 등의 신세대 스타를 배출한 MBC 시트콤 ‘논스톱’의 새 멤버로 출연한다. 가수 윤종신 등과 함께 대학의 음악동아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려갈 예정이라고. 또한 지난해부터는 막연하게나마 연출에 관심이 생겨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써놓은 시나리오도 5편이나 된다고 한다.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기 만족이에요. 아마 영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출에 대한 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또 워낙 공상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뒤늦게 연기의 맛을 알아 대학도 연극영화과를 선택했지만 그가 그림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그림을 자신의 업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의 ‘파슨스’처럼 인정받는 디자인 아카데미를 만드는 게 이상이고, 전원주택에서 마누라랑 아이들이랑 그림을 그리며 사는 게 꿈”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배우로 ‘품행제로’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류승범과 할리우드 배우 리버 피닉스, 에드워드 노튼, 브래드 피트를 꼽는 봉태규. 그들의 터질 듯한 에너지와 넘치는 파워는 그가 닮고 싶은 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그의 개성 있는 외모, 약간 불량스러운 영화 속 캐릭터 등이 류승범의 그것과 닮은 듯도 하다. 그러나 그는 크게 웃으며 전혀 아니라고 부정한다.
‘바람난 가족’으로 확실하게‘뜬’ 개성파 배우 봉태규

봉태규는 ‘옥탑방 고양이’에 능글맞은 ‘찐득이 처남’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닮았다고 하면 서로 싫어해요(웃음). ‘바람난 가족’을 보고 나면 아마 둘이 닮았다는 얘기가 더는 안 나올 거예요.”
그에게 최근 찾아든 유일한 고민은 낯설기만 한 유명세에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배우라면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좀 필요한데 요즘 계속 혼자 있는 시간이 부족해요. 부산에 너무 가고 싶어요. 바닷가에서 낚시하면서 술 한잔 들이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러나 이제 막 스타덤에 오른 그에게 당분간은 ‘자유’를 만끽할만한 여유가 없을 듯 보인다. 그의 감춰진 끼와 재능을 탐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스크린 속에서 비뚤어진 고교생 역할을 유감없이 소화해내는 봉태규. 그러나 실제 그는 ‘예의 없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속 깊은 청년이었다.

여성동아 2003년 9월 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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