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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 펴낸 정신과 의사 김병후

“두 번이나 이혼 직전까지 갔던 우리 부부도 대화 통해 위기 극복했어요”

■ 글·최호열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3.09.04 17:55:00

10년째 ‘아침마당’에서 위기에 놓인 부부들을 상담하고 있는 정신과의사 김병후씨가 그동안 방송과 병원에서 상담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부부갈등 해소를 위한 방법을 담은 책을 펴냈다.
그가 말하는 부부갈등 해소법 & 우리 부부의 체험담.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 펴낸 정신과 의사 김병후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현재 세계 2위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라면 8년 후쯤이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가히 ‘이혼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과거엔 이혼 사유가 배우자의 외도나 고부간의 갈등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최근엔 ‘성격차이’가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성의 기대치가 높아진 데 비해 남성들은 그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런저런 ‘성격차이’를 이유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행복한 부부생활의 비결을 일깨워주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10년째 KBS 아침 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부부문제를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는 정신과의사 김병후 박사(48)가 펴낸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가 그것이다. 그의 책에는 이혼을 하게 되는 원인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이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다.
그에게 부부갈등을 해소하는 비결을 듣기 위해 홍대 전철역 근처에 있는 김병후정신과의원을 찾았다. 그는 이곳 외에도 지난해 4월부터 강남구 청담동에 부부문제를 전문으로 상담하는 부부클리닉 후(www.clinicwho. com)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93년 처음 ‘아침마당’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부부문제를 아내, 남편 어느 한쪽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관계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관심을 갖고 집중하기 시작한 거죠. 더구나 당시 이혼율이 급격히 높아지던 시점이었고….”
그는 지난 10년 동안 갈등 관계에 있는 1천5백여쌍의 부부들을 상담하면서 이혼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이혼하는 사례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부부들은 갈등이 생기면 스스로 풀기가 힘들어요. 그럴 때 조언자가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이혼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제가 다 상담하는 건 불가능하고…(웃음). 그래서 갈등하는 부부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한 거예요.”
그는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하며 그 이유를 성격차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만약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한다면 이혼하지 않을 부부가 없다는 것. 신혼 때부터 치약을 끝에서부터 짜느냐 중간에서부터 짜느냐, 혹은 볼일을 본 후 변기뚜껑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사소한 이유로 빚어지는 갈등은 어느 부부나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어요. 자기와 다른 점 때문에 ‘끌려서’ 사랑하고 결혼한 거죠. 그리고 바로 그 ‘다른 점’ 때문에 갈등할 수밖에 없어요. 갈등이 없는 부부는 죽은 부부나 다름없어요. 갈등이 생기면 서로 노력해서 풀고, 그로 인해 또다른 갈등이 튀어나오고, 그 갈등을 또 함께 풀고….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부부생활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부부들은 그걸 못해요. 문제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아니라 서로 ‘차이’를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거예요.”
물론 ‘차이’를 조절할 능력이 없는 게 부부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 사회와 문화가 갖고 있는 풍토에서는 조절능력을 키우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것.
“우리나라 부부들은 너무 불쌍해요. 아내는 남편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데 그러지를 못해요. 반면 남편들은 산업사회 틀에 그대로 묶여 있어요. 회사에서는 늦게까지 일하기를 요구해요. 일을 열심히 안하면 무능한 사람이 되니까 열심히 해야 하고, 동료들과 술도 한잔 해야 하고…. 이처럼 아내는 아내대로 욕구가 많고 회사는 회사대로 바라는 게 많은데, 가운데 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남편들이에요. 그렇다고 남자들에게 슈퍼맨이 되라고 할 수도 없고, 아내들에게 욕구를 줄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 펴낸 정신과 의사 김병후

결혼 21년 동안 서로에 대한 이해와 대화를 통해 좋은 부부금실을 유지하는 김병후·서민선 부부


또한 바람직한 부부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지 못한 것도 부부갈등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지금 젊은 부부들은 어렸을 때 놀이문화를 박탈당한 채 공부에 매진한 세대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툴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인 부부관계도 서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 사고도 ‘차이’를 조정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가 넘는 사회의 남자치고는 가부장적이에요. 그래서 여성에 대해 잘 이해를 못해요. 예를 들어 섹스를 할 때 남자들은 여자가 피스톤 운동을 좋아하는 것으로 아는데 실제는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걸 좋아해요. 섹스뿐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남자들과의 정서적 교류를 나누기를 원해요. 전화를 자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그래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거든요.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아내는 밤만 되면 전화를 하는데, 왜냐면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남편이 빨리 와서 지켜주길 바라는 거죠. 그런데 남자들은 그걸 이해 못해요.”
그는 부부간의 ‘차이’와 이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대방에게 불만이나 요구할 것이 있으면 말을 해야 해요. 배우자는 그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하고요. 갈등이 있어도 이야기를 안하면 머릿속으로 추측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오해가 쌓이는 거예요. 그러다 어느날 폭발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거죠.”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최근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느날 아내의 친척이 오셨어요. 그래서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호텔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제 어머니가 오셨을 때에도 한번도 호텔 가서 먹자고 한 적이 없는데…. 화가 나더라고요. 친정에 잘하는 것은 좋지만 시집에는 기본적인 것만 하는 것 같아서 불만이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어머니를 모시고 간 데나 호텔이나 가격은 비슷했어요. 제가 그 부분에 대해 말을 안하고 속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혼자 예측을 하고 오해했던 거죠.”
그는 대화를 할 때는 비난이나 공격을 해서는 안되고 감정을 실은 말을 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에도 감정으로 대응하지 말고 상대가 말하려는 본질을 파악하라고 충고했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가 투덜거리며 ‘아이를 갔다버리고 싶다’고 말을 했다고 쳐요. 그때 남편이 ‘넌 네 자식을 갖다버릴 수 있냐’고 비난을 하면 싸움으로 이어져요. 아내가 그렇게 말한 의도는 ‘온종일 아이 보느라 힘들었다’고 하소연을 하는 거예요. 따라서 남편이 ‘당신 오늘 힘들었구나’ 하고 다독여주면 아내는 피곤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부부간의 정이 쌓이죠.”

부부싸움 후 각방 쓰자 아내 우울증 앓기도
문득 ‘그의 부부생활은 어떨까’ 궁금했다. ‘아침마당’에 출연해 아내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남편의 입장을 솔직하게 대변하는 것처럼 결혼 21년째인 그는 아내 서민선씨와 ‘모범답안’처럼 살아갈까. 이런 질문을 던지자 웃으면서 “우리도 부부싸움을 한다”고 했다. 의외였다.
“우리 부부도 싸우는 이유가 다양하고, 싸우는 방법도 다양해요. 예를 들면, 제가 사람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걸 좋아해서 전화 없이 밤늦게 친구들을 집까지 끌고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러고서 전 그냥 자버리면 아내가 뒤치다꺼리를 하죠. 다음날 화가 난 아내에게 잘못했다고 하지만 그 버릇이 잘 안 고쳐져요. 그런 부부들 많을 걸요(웃음).”
그는 21년에 이르는 결혼생활 동안 이혼 직전까지 갈 만큼 심각하게 갈등을 겪었던 적도 두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결혼초 딸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당시 그는 병원에서 밤 12시까지 일하고 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하고 집에 들어갔다가 새벽에 일어나 병원에 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런데 아내는 그걸 견디지 못해 매일 잔소리를 해댔다. 결국 김씨는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먹는데, 그걸 가지고 왜 그러냐”고 화를 내며 한달 동안 집에 들어가질 않았다고 한다.
“결국 아내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어거지 사과였어요. 정말 잘못한 것은 저였으니까요. 아내로선 당연한 불만을 이야기한 것인데, 당시 제가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죠.”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 펴낸 정신과 의사 김병후

김병후 박사는 부부갈등은 성격차이 때문이 아니라 차이를 조정할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또 한번은 2년 전의 일이다. 그는 북한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길에 실족해 어깨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그는 과거와 다르게 살기로 결심했다. 전에는 아내를 먼저 생각해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아내가 잔소리를 하면 안했는데 이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등산화 하나를 제 손으로 사면 구박을 받았어요. 비싸게 샀다며 여러 곳을 둘러본 후 가장 싼 곳에서 산 것이냐고 물어요. 제 나이가 오십이 가까운데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던 거죠.”
그러던 어느날 팔에 깁스를 한 상태로 집에 있는데 아내가 어머니에게 “저 사람은 설거지도 안하고 저러고 있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화가 나더라고요. ‘안되겠다. 내가 너무 놓아주었더니 나를 힘들게 하고 우리 어머니에게도 함부로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강을 잡으려고 몇달 동안 각방을 썼어요. 그런데 아내가 심하게 우울증을 앓을 정도로 저의 변화된 모습에 적응을 못하더라고요. 이러다 사람 잡겠다 싶어 제가 싹싹 빌고 화해를 했어요(웃음).”
하지만 이 일을 통해 김씨 부부는 서로 마음이 어떤지를 알게 되었고, 서로 더욱 챙겨주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부부도 상담하러 오는 위기의 부부들과 똑같은 과정 거쳤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이혼까지 가기 전에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위기를 극복해 갔다는 거죠. 이런 경험을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겁니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친 그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는 일주일에 하루는 아내와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여성동아 2003년 9월 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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