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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기획특집|콩에 대한 꼼꼼한 정보

개그맨 하상훈 가족의 베지밀 공장 체험

“콩이 두유로 변하는 과정도 보고 두유로 아들 변비도 고쳤어요”

■ 사진·지재만 기자 ■ 촬영협조·정·식품 청주공장(www.vegemil.co.kr)

2003. 09. 02

KBS ‘쇼 비디오자키’의 ‘네로 25시’에서 ‘얼떨리우스’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하상훈. 청주에 있는 정·식품 베지밀 공장을 찾은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나눠주던 베지밀을 추억하며 두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족과 함께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개그맨 하상훈 가족의 베지밀 공장 체험

정밀한 과정을 거쳐 두유가 만들어지는 걸 보고 놀라워하는 하상훈 가족.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자식인 것 같아요. 혼자라면 막 살아도 되겠지만, 규빈이가 자라면서 부모로서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껴요. 규빈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이 세상의 선한 것에 대한 비전, 건전한 상식에 대한 비전 등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은 개그를 안하느냐?”는 질문에 개그맨 하상훈(36)은 만 세살이 채 안된 아들 얘기부터 꺼냈다. 개그맨들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서 익살스럽거나 바보스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TV를 통해 이런 아빠의 모습이 각인되면 아이 교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털어놓는다.
“요즘은 TV 활동 대신 매니지먼트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지만, 매니지먼트 사업은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일과가 들쭉날쭉해서 며칠 동안 식구들과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없기도 하고요.”
올여름, 각종 행사 때문에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적었다는 그는 휴가를 대신해 규빈이와 함께 두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한 후 속리산에서 하루를 묵고 가는 일정을 잡았다.
공장에 도착하자 가장 신바람난 것은 규빈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빠, 엄마와 나들이를 나왔으니 후텁지근한 날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마냥 즐거워했다. 깡충깡충 서너 발자국 앞서 걸으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아빠도 바쁘지만, 규빈이도 바빠요. 돌 전에 길거리를 가다가 우연히 모델로 뽑혀 유아잡지 모델로 데뷔를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모델 일을 안 시키다가 30개월이 지난 뒤부터 유아잡지의 패션화보나 홈쇼핑의 아역 모델을 하고 있어요.”
엄마 윤성은씨(35)는 남편이 규빈이의 모델활동을 반대하지만, 성격개조 차원에서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라는 단서를 달고 아역모델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평소에는 무척 얌전하고 소극적인 아이가 촬영장에 가면 아주 활달해지고 적극적이 된다는 것. 아빠, 엄마 마음 같아서는 연예인은 시키고 싶지 않지만, 규빈이가 꼭 하겠다면 18세 이후에 고려할 생각이라고 한다.

개그맨 하상훈 가족의 베지밀 공장 체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캔 포장 공정과정에서 베지밀을 집어들고 맛있게 마시는 하상훈 가족. 평소 음식을 잘 안 먹던 규빈이가 이날따라 꿀꺽꿀꺽 베지밀을 잘 먹어 엄마, 아빠를 흐뭇하게 했다.


베지밀 공장에서 하상훈 가족이 맨 먼저 들른 곳은 품질 규격 검사를 하는 안전성센터. GMO 분석장치라고 쓰인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콩이 몸에 좋은 건 상식. 그런데 요즘은 안전성이 가려지지 않은 유전자변형 식품이 식탁에 오르는 일이 많아, 정부에서는 유전자변형 농산품에 대해 허용치를 3%로 설정하고 있다. GMO 분석장치는 말 그대로 수입된 콩에 유전자 조작 콩이 얼마나 섞여 있나를 검사하는 기계. 아직 GMO라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규빈이는 샘플을 넣고 분석장치를 가동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과학자가 된 듯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다음 안전성이 확보된 콩이 이동하는 곳은 대두 저장고. 이곳에서는 수분 함량 12%의 상태에서 일정한 냉각온도를 유지하고 습기의 이동을 억제시켜 1년간 곰팡이나 곤충의 활동을 억제한다.
이곳에서는 두유를 생산하기 위한 첫 단계로 대두의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한다. 콩에 포함된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정선과정을 거치고 콩을 두쪽으로 쪼갠다. 탈피기 앞에서 탈탈탈 콩이 털리며 이물질이 제거되는 과정을 보며 규빈이는 “콩이 미끄럼을 탄다”며 신나 했다.
콩의 껍질을 벗기면 콩 특유의 비린내와 쓴맛이 제거되어 맛과 소화 흡수율이 좋아진다.
공장에서는 각 공정이 자동화되어 있다. 원료 대두가 정선콩눈(두유액을 만들기에 적당하도록 잘게 쪼개어진 콩)으로 바뀌기까지의 공정은 기계 안에서 이루어져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하상훈 가족은 탈피실 앞의 용기에 담긴 정선대두-탈피두-두피-정선콩눈의 4단계 샘플 콩을 만져보며 콩의 변화과정을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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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장치를 가동하는 과정을 보는 세살배기 규빈이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껍질이 벗겨진 콩이 자동화시스템을 타고 옮겨가는 곳은 제조실. 이곳에서는 콩 속의 식물성 단백질과 영양분의 추출을 쉽게 하기 위해 4차례의 정수과정을 거친 끓는 물에 콩을 불린다. 이어서 불린 콩을 기계로 갈아 대두 단백질을 추출한다.
“마쇄 및 추출과정을 거친 콩은 두유액을 만드는 분리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두유액에 좀더 소화가 쉽고 영양이 뛰어난 성분만이 함유될 수 있도록 고속 원심분리기를 이용하여 두유액과 비지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즉 소화가 잘 안되는 섬유소는 비지로 제거되고 소화되기 쉬운 수용성 성분만 함유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직원의 설명을 듣자 아하, 고개를 끄덕이는 하상훈. “그럼 비지는 어떻게 되나요?”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비지는 따로 모았다가 동물의 사료로 사용하도록 방출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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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액이 거치는 다음 과정은 ‘영양소 강화 및 혼합’ 과정으로 여기서는 영양소를 첨가하고 유액이 서로 잘 섞여 균일해지도록 혼합시켜주는 일들이 이뤄진다. 이 과정이 끝나면 진공 상태에서 두유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한 탈취과정에 들어가고 이어 균일한 액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높은 압력을 가하게 된다. 그런 후에 포장을 하기 직전 초고온 멸균기로 미생물을 완전히 멸균 처리한다.
팩 포장 공정과정에 들어서니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타고 줄줄이 팩들이 이동하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역동적인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진 규빈이가 팩을 잡으려 손을 내밀자, 아빠가 주의를 주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준다.

“규빈아, 저기 종이 보이지. 저 종이가 처음엔 펼쳐져 있는데 저쪽 기계 안으로 들어가서 말려지면 네모난 모양으로 변해. 그러고 나면 아까 본 콩이 갈아져서 그 물이 네모난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돼. 상자 안에 두유액이 들어가면 또 저쪽에 있는 기계가 나쁜 병균을 죽이고 무찔러서 규빈이가 먹기 좋게 만들어준대.”
아빠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고 있는 규빈이를 보며 엄마 윤씨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캔 포장 공정에서 베지밀을 집어들고 맛있게 마시는 하상훈 가족. 평소 음식을 잘 안 먹어 엄마를 힘들게 하는 규빈이가 이날 따라 꿀꺽꿀꺽 아주 잘 먹어 이 부부를 흐뭇하게 했다. 패키지로 묶인 두유는 창고로 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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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핑되어 개별단위로 포장된 두유가 패키지로 묶이는 과정을 보고 하상훈 가족이 감탄을 연발하며 신기해 하고 있다.


이날 공장 안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음에도 각종 기계장치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후끈했다. 여러 시설을 돌아보는 동안 하상훈 가족의 이마에서는 연신 땀방울이 솟아오르고 러닝머신에서 한 차례 달리기를 한 듯 옷이 푹 젖었다. 공장 안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힘들지 톡톡히 체험한 하루였다.
밖으로 나오니 지게차가 각 영업소로 배달될 베지밀을 운반하고 있다. 하상훈이 장난스럽게 지게차에 오르자, 규빈이가 “아빠, 빠이빠이” 하며 손을 흔든다. 그러다 갑자기 배를 감싸쥐는 규빈. 엄마가 황급히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변비가 심해서 며칠째 변을 못 봤어요. 오늘까지도 변이 안 나오면 관장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베지밀 먹고 변을 봤어요. 정말 두유가 몸에 좋은가 봐요.”
공장견학하고 규빈이의 변비까지 고치고 속리산으로 향하는 하상훈 가족의 발걸음은 가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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