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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떠오르는 별

‘진달래꽃’바람 몰고 온 신세대 여성 로커 마야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조영철 기자

2003. 08. 08

모처럼 노래 잘하는 가수가 나왔다. 한여름 장대비처럼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의 주인공 마야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때아닌 ‘진달래꽃’ 열풍을 몰고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킥복싱과 격투기를 즐기는 당차고 쿨한 여성 로커 마야를 만났다.

‘진달래꽃’바람 몰고 온 신세대 여성 로커 마야

요즘 대학가 섭외 0순위 가수는 단연 로커 마야(24·본명 김영채)다. 올 2월 데뷔한 마야는 데뷔 3개월 만에 10만장의 음반 판매 기록을 세운 무서운 신인. 요즘은 KBS 새 주말드라마 ‘보디가드’에 차승원 동생역으로 출연, 연기에도 도전하고 있다.
“데뷔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대학축제와 지방 공연을 다니고 얼마전에는 3일간 열린 콘서트도 마쳤거든요. 원래 ‘진달래꽃’은 공연할 때 부르려고 양념처럼 넣은 곡인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마야의 ‘진달래꽃’은 김소월의 시를 록으로 재해석한 곡. 대학가에서는 구전가요처럼 술자리 뒷풀이 곡으로 자주 불리는 노래이기도 하다. 본래 마야의 1집 타이틀 곡은 따로 있다. 그룹 ‘부활’의 김태원이 작곡한 ‘Goodday & Goodbye’가 그것. 하지만 뜻밖에 ‘진달래꽃’이 먼저 히트를 친 것이다.
마야의 첫 방송 데뷔 무대는 MBC ‘수요예술무대’. 하지만 라이브 콘서트 무대에서는 마야가 이미 ‘인기 가수’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4년 전 현 기획사에 발탁된 마야는 앨범을 준비하기 전부터 같은 소속사에서 활동하던 이현우, JK 김동욱 등을 비롯해 수많은 선배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에서 게스트 가수로 활약해왔다. 게스트 가수가 부를 수 있는 곡은 고작 1∼2곡 정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관객을 압도하는 파워풀한 가창력 때문에 마야는 게스트 가수로는 드물게 골수팬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했다. 마야가 데뷔하고 바로 개인 콘서트를 열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무대에서 갈고 닦은 탄탄한 실력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제 팬들은 연령층이 정말 다양해요. 콘서트 기간에 기념 티셔츠를 선물하려고 관객 중에 모녀나 부녀지간이 함께 오신 분이 있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많은 분들이 손을 드시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부부끼리 온 사람들도 많고 마흔이 넘은 분들도 꽤 많았어요. 멀리 지방에서 오셨다는 한 40대 아주머니는 방송에서 자주 봤으면 좋겠다며 울기까지 하셨어요.”
마야는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주연으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박건형과는 같은 연극과 동기생이다. 본래 마야는 학창시절부터 줄곧 연극반에서 활동한 배우 지망생이었다. 고교시절 청소년 연극제인 ‘동랑예술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을 정도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그런 마야가 배우가 아닌 가수로 데뷔하게 된 것은 우연히 드라마 주제곡을 부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아는 선배 소개로 이경영씨가 주연한 KBS 드라마의 주제곡을 부르게 됐어요. 드라마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때 제 노래를 들으신 분들이 배우 말고 가수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데뷔 후 짧은 시간 안에 ‘마야’라는 이름이 알려졌지만 마야의 1집 음반은 4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일찌감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마야와 같은 신인가수가 음반 내기란 쉽지 않은 일. 중간에 몇차례 좌절도 있었지만 덕분에 좋은 음악 선배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특히 선배가수 임재범은 녹음실에서 우연히 만난 마야에게 자청해서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기도 했다고.

‘진달래꽃’바람 몰고 온 신세대 여성 로커 마야

1남4녀 중 넷째인 마야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막내딸이다. 하지만 집안에서는 끼와 재능이 넘치는 마야의 연예활동에 대해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는 마야가 학창시절 연극을 하는 것도 반대했다고.
“예전에 아빠가 충무로에서 조명을 담당하는 일을 하셨거든요. 연예계에 대해서 너무 잘 아시니까 반대를 심하게 하셨죠. 고등학교 때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할 때도 연극하지 말라고 제 책을 찢어버리실 정도였어요. 하지만 저도 아빠만큼 고집이 세거든요(웃음). 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으니까 지금은 그저 건강하라고만 하세요.”
까무잡잡한 피부와 양쪽에 살짝 팬 보조개가 매력인 마야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서글서글하고 화통한 성격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체구가 작은)1번부터 8번까지의 남학생들은 다 이겼다”고 할만큼 왈가닥이었다. 게다가 킥복싱, 태극권, 쿵푸 등 취미도 독특하다. 특히 5년간 꾸준히 익혀온 킥복싱은 수준급이라고 한다.
“학창시절 하는 짓이 하도 유별나서 별명이 ‘작은 악마’였어요. 나중에 대학교 선배가 ‘마야’라는 말에 ‘작은 악마’라는 뜻이 있다고 알려주면서 그때부터 마야로 불리게 됐고 그게 아예 예명이 되었죠.”
무대에서 좀처럼 떠는 법이 없는 마야에게도 말하기 껄끄러운 무대 징크스가 하나 있다. 무대에 서기 1시간 전에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반드시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는 것. 시원하게 ‘볼일’을 해결해야 그날 노래가 잘된다고 한다.
“무대에 딱 올라섰을 때 관객들이 일제히 저를 바라보잖아요. 그때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흥분되고 짜릿해요. 록은 지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이고 제 성격하고도 잘 맞아요. 제 성격처럼 록은 옳고 그른 것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음악이거든요.”
스스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라고 말하는 마야는 욕심이 참 많다. 앞으로 록만 고집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노래만 고집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신세대 로커 마야. 그는 가수로서 “혀끝에서만 불리는 노래가 아닌 가슴속에서 울리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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