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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앗, 이런 모습도?

다양한 섹스 노골적으로 그린 ‘바람난 가족’ 히로인 문소리

“‘박하사탕’의 순임으로 남아달라는 팬도 있지만 작품이 요구한다면 섹시하고 터프한 역도 해야죠”

■ 글·조득진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3.08.01 11:13:00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을 통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 문소리가 이웃집 고등학생과 바람난 유부녀로 변신했다.
홍보용 포스터에서도 예전에 보지 못했던 파격적인 누드를 선보이고 있다.
‘배우는 연기로 이야기한다’는 그를 만나 영화 이야기와 배우로서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다양한 섹스 노골적으로 그린 ‘바람난 가족’ 히로인 문소리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그가 기자를 맞았다. 그의 첫인상은 ‘영화에서보다 예쁘다’와 ‘영화배우 같지 않다’는 것.
“그럴 만도 하죠.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가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단 두편인데, 맡은 배역이 모두 일반적인 개념의 미인과는 거리가 있었잖아요. 제 외모가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비주얼’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단 두편의 영화지만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받는 등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배우 문소리(29). 대학시절 연극무대에 서면서 배우들의 땀냄새, 조명에 비친 뿌연 먼지, 관객들의 숨소리가 좋아 연기의 길을 선택했다는 그는 이미 배우로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 ‘박하사탕’에선 우리가 서서히 잃어가는 순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오아시스’에선 뇌성마비 장애인 역할을 놀랄 만큼 리얼하게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한 감독과 연이어 촬영을 하면 ‘말’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장애인 역할 또한 신인 연기자에겐 이미지를 고정시킬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죠. 그러나 그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영화에 대해, 연기에 대해 정말 제대로 배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겪은 이창동 감독은 심사숙고형. 촬영 현장에서 그 떡진 머리를 누르며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 오히려 배우들이 “괜찮아요. 한번 더 가죠” 하며 달랠 정도라고. 설경구에 대한 느낌은 ‘경계’에서 편안함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박하사탕’에선 그 광기 어린 눈매 때문에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는데, ‘오아시스’에선 친근하기 그지없었다고. 촬영장에선 이감독, 설경구, 문소리 모두 서로 광기에 놀라 ‘똘아이’라고 놀려 대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 ‘바람난 가족’은 제겐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배역에, 새로운 감독과 스태프들과 함께 일했으니까요.”
그는 오는 8월 중순 영화 ‘바람난 가족’의 개봉을 앞두고 약간의 긴장감을 즐기고 있다. 영화 ‘바람난 가족’은 결혼생활에 최대 위기를 맞은 전직 무용가 호정(문소리)을 비롯해 변호사 집안의 모든 가족들이 불륜에 빠진다는 독특한 설정의 섹스 부조리극. 바람난 유부녀를 열연한 문소리의 노출이 파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이미 화제가 되고 있다.

시나리오 받고 고민, ‘벗는 것도 연기’ 생각에 선택
다양한 섹스 노골적으로 그린 ‘바람난 가족’ 히로인 문소리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가 된 영화 ‘바람난 가족’의 포스터.


“겉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유부녀예요. 남편이 바람 피운 것을 알고도 ‘그래 넌 그렇게 살아라’ 할 정도로 용기(?) 있는 여자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자신도 옆집 고등학생과 즐기죠. 남들이 보기엔 뻔뻔하지만 자신은 마음속에 강한 줏대를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촬영 초기엔 ‘너무 막 나가는 여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서서히 받아들여지더군요.”
영화에서 그는 남편인 황정민과 벌이는 베드신 외에도 극중 17세 고등학교 중퇴생으로 등장하는 봉태규와 섹스를 펼친다. 황정민은 사진작가이자 전형적인 ‘색녀’인 여성과 대담한 정사를 벌인다. 영화는 ‘부부간의 건조한 섹스’ ‘유부남과 처녀, 유부녀와 고등학생의 섹스’ ‘60대 장년층의 섹스’ 등 삶 속의 다양한 섹스를 노골적이면서도 대담하게 다루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영화 포스터는 그의 파격적인 노출로 화제가 됐다. 이 포스터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가 한쪽 발을 의자 위에 올리고 다른 한쪽 다리는 벌린 채 묘한 포즈로 앉아 있다. 중요 부위는 전혀 노출되지 않았지만 네모난 종이로 몸의 일부가 가려진 듯한 포스터의 구성은 더욱 강렬한 상상을 일으킬 만큼 파격적이고 도발적이다. 지난 5월 칸영화제 마켓에서 해외용으로 포스터를 선보였을 당시 영화 관계자들이 “이 배우가 ‘오아시스’에서 장애인 역할을 소화해낸 그 여배우가 맞냐?”고 재차 물어왔을 정도.

다양한 섹스 노골적으로 그린 ‘바람난 가족’ 히로인 문소리

배우 문소리에게는 여느 배우들과 다른 독특함이 있다. 정성들여 화장한 모습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가슴 저리는 안타까움과 감동이 배어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그렇고, 노출이 심한 포스터를 찍을 때도 그렇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나 ‘벗는 영화도 있고, 아닌 영화도 있다. 이번엔 벗는 영화를 찍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죠. 포스터의 경우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이만큼 강렬한 효과를 주는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 촬영했어요.”
사진에서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얇은 상의와 팬티를 입은 뒤 네모난 널빤지로 몸을 가린 것이라고.
“온 가족이 바람난 이야기다 보니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어느 가정이나 다 하나씩의 문제는 갖고 살아가잖아요. 그것을 극대화시킨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부부, 가족간의 집착과 소유욕, 구속 등을 우울하거나 복잡하지 않게, 아주 뻔뻔하면서 시원하게 그렸어요.”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자신 지킬 것
내용 자체가 파격적이다 보니 촬영장에선 곧잘 즉석 토론이 벌어졌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만든 임상수 감독과 출연 배우, 스태프들이 격론을 펼치다 보면 자신들이 만드는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좀더 명확해진다고.
영화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평소 그가 연기를 통해 보여준 순박함과 진지함을 좋아하는 한 팬이 “그 배역 맡지 마라. ‘박하사탕’의 ‘순임’으로 남아달라”며 간청을 해온 것. 그의 대답은 “전 ‘순임’이 아닙니다. 그렇게 남을 수도 없습니다”였다.
지난 겨울 내내 진행됐던 영화 촬영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순탄했다고 한다. ‘오아시스’ 촬영 당시 영화의 주무대인 서민 아파트에서 연탄을 때던 것에 비하면, ‘바람난 가족’은 시세 17억원하는 평창동 저택에서 하루 70만원의 난방비를 쓰며 촬영하는 호사를 누렸다고.
“‘오아시스’ 촬영 때 처음엔 온몸이 뒤틀리고 언어소통이 불가능한 뇌성마비 장애인 역할을 위해 병원과 수용시설에 가서 그들을 관찰했죠. 그러나 제 안의 어떤 ‘거부감’이 그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더군요. 무작정 그들의 행동을 흉내내려고 하는데 한 선배가 제게 말했어요. ‘너 장애인 흉내내기 대회라도 나가니?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어.’ 뭔가 머릿속에서 번쩍 하더군요.”
다양한 섹스 노골적으로 그린 ‘바람난 가족’ 히로인 문소리

하지만 영화 ‘오아시스’는 베니스영화제의 감독상과 신인배우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일부 평론가들에 의해 ‘불가항력의 사람에게 가한 강간’ ‘영화로 포장된 강간미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그 영화가 그만큼 파급력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촬영 전에 감독과 배우, 스태프 그리고 많은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때론 토론이 가열돼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고, 울면서 싸우는 일도 있었죠.”
또한 이창동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공격받을 것이 뻔한 이야기였지만 제작진들이 표현할 수 있는 만큼, 자신들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만들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촬영 중간에도 몇 차례 시나리오가 조정되고, 많은 장면들이 잘려나갔다고 한다.
“어쩜 영화를 대하는 저의 자세인지도 몰라요.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배역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것. 앞으로도 작품이 요구한다면 섹시하고 터프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저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면에선 ‘박하사탕’의 ‘순임’과 ‘오아시스’의 ‘공주’에서 빨리 벗어나야겠죠.”
그는 ‘끼’를 부리지 않는 여배우로 유명하다. 캐스팅을 위한 어느 만남에서 한 여자 PD는 그에게 “당신처럼 끼를 부리지 않는 여배우는 처음 본다. 캐스팅 되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이냐”고 말했을 정도. 여느 여배우처럼 상대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자신만의 ‘끼’를 드러내 보이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그는 EBS ‘시네마천국’ 진행과 더불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호주제 폐지’ 등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일들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끝까지 지키고 가야 할 나만의 것’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여성동아 2003년 8월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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