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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만에 청계천 복원사업 시작하는 서울시장 이명박·김윤옥 부부

“큰 일에는 이해 당사자가 있는 법, 반대에 부딪힌다고 못하면 세상에 뭘 하겠어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3.07.09 15:26:00

7월2일은 샐러리맨들에게 신화적인 존재나 다름없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행정 CEO’와 ‘청계천 복원사업’를 내세우며 취임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취임 1년 만에 청계천 복원사업을 마침내 시작한 이명박 시장과 부인 김윤옥씨를 만나 지난 1년 동안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어봤다.
취임 1년만에 청계천 복원사업 시작하는 서울시장 이명박·김윤옥 부부

7월2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이명박 서울시장(62). 그를 만나기로 한 지난 6월16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자 여러 대의 전경차량과 전경들이 시청 건물 정면을 에워싸고 있었다. 7월1일로 예정된 청계천 복원공사 착공일이 다가오자 청계천 상인들의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명박 서울시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라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
“단군 이래 가장 큰 공사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큰 일은 이해 당사자가 있게 마련인데 반대에 부딪힌다고 해서 계획한 일을 못하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청계천 상인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막상 공사가 끝나고 나면 꽉 막혀 마주 볼 수 없었던 상권까지 훤히 트여 오히려 상인들에게 유리해질 것입니다. 도심에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낡은 상점들이 정비되면 반대하던 사람들도 다 만족할 거예요.”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서울 시내 교통 체증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시장은 “월드컵이 새로운 시민문화를 창조했듯이 이번 청계천 복원 사업이 승용차 위주의 교통문화를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날마다 만보계 기록 세우는 재미 쏠쏠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그 역시 승용차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20년 이상 거주한 논현동 자택에서 혜화동 서울시장 공관으로 옮겨온 뒤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만보계를 차고 다니며 스스로 하루에 걷는 양을 체크하는 재미도 생겼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최소 3천보에서 많게는 8천보까지 걷는데 지난 5월에 열린 ‘하이 서울’ 축제 때는 무려 2만4천보를 걸어 “만보계를 찬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며 흐뭇해했다.
부인 김윤옥씨(56)에 따르면 이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계획한 건 2000년 아·태 환경 NGO 한국본부 총재를 맡으면서다.
“어느날, ‘진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냐’고 물었더니 환경단체 총재를 맡을 때부터 청계천 복원 사업을 마음에 두고 있었대요. ‘만들 당시에는 돈을 많이 들였을 텐데 왜 다시 뜯어내느냐’고 물으니 ‘그 당시엔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 없이 당장 필요하니까 청계천을 복개하고 고가도로를 건설했지만 해외에 나가 보면 대부분의 도로가 땅 밑으로 옮겨지고, 땅 위는 물이 흐르고 숲이 조성되는 등 친환경적인 도시를 가꾸는 게 대세’라면서 ‘친환경적인 일이니까 기대하고 참아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서울시장 선거를 할 때부터 ‘쓴소리를 전하는 통로 역할’을 자처한 아내의 물음에 간단히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사실 이 시장은 현대에 근무할 때부터 집에서는 일 이야기를 통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지금도 시청에 나와 있는 동안은 시장이지만 가정에서는 시장이 아니라 남편이자 아버지, 자연인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현재 머물고 있는 혜화동 시장 공관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도 원치 않아 시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한동안 논현동 집에서 출퇴근했던 그다. 그러다 ‘강북을 개발하겠다는 사람이 강남에 살면 되겠냐’는 주변의 지적에 지난해 가을, 혜화동 공관으로 옮겨왔다.

취임 1년만에 청계천 복원사업 시작하는 서울시장 이명박·김윤옥 부부

미국에 머물고 있는 큰딸과 손녀의 사진을 보고 있는 이명박·김윤옥 부부.


“집에 돌아가면 자연인이어야 하는데 공관에 살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공관을 비워뒀어요. 그런데 어느날 시내에서 만난 할머니 한분이 제 손을 잡더니, ‘내가 이명박 시장 참 좋아하는데 강북을 개발하겠다는 사람이 강남에 산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뒤 사흘 만에 이사했어요.”
서울시청에서 이시장을 만난 다음날 아침에 찾아간 서울시장 공관은 4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건물이라 집안 구조가 복잡했지만 돌계단과 쭉쭉 뻗은 나무, 아담하게 가꿔진 잔디밭이 인상적이었다. 현재 공관에는 이시장 부부 단둘이 지내고 있다. 큰딸은 연수중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머물고 있고, 둘째와 셋째 딸은 지난해 시장 선거 출마를 앞두고 결혼을 해 집을 떠났다. 막내아들은 미국 유학중이다.
강북으로 이사한 뒤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강남에 살고 있는 딸들과 왕래하는 횟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딸들이 일요일이면 ‘아빠, 우리 강남에서 만나자’고 하거나 ‘중간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남편은 꼭 ‘나는 강북 개발한다고 한 사람이기 때문에 강남에 얼굴 비추면 안된다’며 강북으로 오라고 해요. 그러면 애들은 또 ‘그렇다고 강남도 서울인데 얼굴도 안 비추면 되냐’고 그러죠(웃음).”
이에 대해 이시장은 “딸들이 오지 말라케도 온다”며 각별한 부녀 사이를 드러냈다. 그는 65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로 ‘일을 즐긴다’고 할 정도로 평생을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살아왔지만 자녀들에게 무척 자상한 아버지다. 이시장은 “딸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니 거침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이 점은 부인 김씨도 인정했다. 한번은 딸들이 “아빠는 못생겼다”고 대놓고 타박을 하니까 이시장이 “이래봬도 홍콩 출장 갔을 때 현지 여인이 내 눈에 반했다고 고백했다”고 말해 한참을 웃었다고.
“어릴 때부터 아이들하고 대화를 많이 했어요. 해외 출장이 잦고, 아이들 유치원이나 학교의 학부모 행사 때 한번도 참석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했어요.”

취임 초기 구설수에 올랐을 때 배운 게 많아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김씨가 이화여대를 갓 졸업했을 때다. 그래서 김씨는 “솔직히 ‘꼭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절실함 같은 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친정오빠의 적극적인 권유로 결혼하게 됐다고.
“남편이 다닌 야간 고등학교의 영어 선생님과 저희 친정오빠가 고등학교 동창이었어요. 그런데 그 선생님이 오빠한테 제자 자랑을 그렇게 하셨던 모양이에요. ‘아무런 배경도 없는 사람이 서른살 나이에 현대 이사까지 올라갈 정도면 내 동생을 맡겨도 될 만한 인물’이라면서 오빠가 적극적으로 밀었어요.”
김씨는 “이날 이때까지 반찬 투정 한번 한 적 없고, 잔소리도 일절 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이시장의 매력으로 은근한 유머와 세심함을 꼽았다.
“아들을 낳으려다 보니 1남3녀를 둔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 시장은 “3녀1남이죠” 하며 “원래 셋만 낳으려고 했는데 아들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아들이라고 더 귀하게 여기는 것도 없지만 딸들이 그걸 용납하지도 않아서 자녀들에게 굳이 서열이 있다면 ‘태어난 순서대로’라고 말한다. 부인 김씨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 탓에 오히려 억울해하는 쪽은 아들이라고.
얼마전 한 여성단체는 이시장을 여성 권익 신장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선정했다. 서울시 ‘여성정책관’을 없애고, ‘여성·복지정책보좌관’으로 대신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이시장은 “여성 관련 업무를 축소하거나 폐지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걸림돌로 선정된 것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 여성이 고위직에 있어야 부정부패가 줄어든다고 생각해온 그로서는 지난 1년 동안 우수한 여성 공무원을 발탁하고, 인사과장에 여성을 임명하는 등 결코 여성 권익 신장에 걸림돌이 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시장은 지난해 선거 당시 재산이 1백75억원인 것으로 신고했다. 1년에 납부하는 재산세만 1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는 재테크란 걸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현대에 근무하는 동안 직장인으로서는 국내 최고의 대우를 받았던 만큼 수입을 차곡차곡 저축했을 뿐이라고.

취임 1년만에 청계천 복원사업 시작하는 서울시장 이명박·김윤옥 부부

부인 김윤옥씨는 은근한 유머와 세심함이 이시장의 매력이라고 한다.


“재테크라면 누구보다 잘할 능력이 있지만 안했어요. 이제껏 부동산을 사고팔아 본 적도 없죠. 그래서 고 정주영 회장이 마련해준 논현동 집과 서초동 땅도 20년 넘게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부인 김씨에 따르면 이시장은 평소 “돈과 명예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이권이 개입된다 싶으면 거리를 두는 칼 같은 성격이라고.
이시장은 지난 1년을 돌아봐도 생활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다만 매사에 회사의 이익이나 유권자의 표심이 아니라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게 시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중요한 차이라고 한다. 취임 초기, 이시장은 아들과 사위가 히딩크 감독과 사진을 찍도록 해 구설수에 오르는 등 공직자로서 서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시장 아들이라서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에요. 공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거죠. 시장으로서의 책임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되었고, 더 큰 실수를 막는 좋은 계기로 삼았어요.”
부인 김씨는 당시 해프닝으로 아들이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나는 아버지와 300m 이상 떨어져 다녀야 한다”고 농담할 정도로 아들이 의연하게 받아들여 다행스럽다고 한다. 그리고 “기업에도 있고, 국회의원도 했지만 남편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정치가 맞지 않는 것 같았는데 시장이 되고 나니 더 즐겁게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으로서 그의 포부는 임기가 끝날 때쯤 공무원 문화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7∼8차례 시청 공무원들과 부부동반으로 각종 공연을 관람하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 본 공연은 과장급 공무원 부부와 함께 관람한 뮤지컬 .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들려고 하는데 공무원들이 문화와 거리가 멀더라는 게 그가 나선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현대건설을 비롯한 6개 기업의 회장을 지낸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공직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어주겠다는 것. 그의 공약과 바람대로 ‘CEO시장’과 경영 마인드를 가진 공무원들이 이끌어 가는 서울시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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