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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연예가 재주꾼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조폭으로 눈길 끈 개그맨 정준하의 별난인생

“집안에서는 귀한 4대 독자지만 다채로운 이력으로 ‘연예계 마당발’로 통해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7.02 13:39:00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조폭 넘버2로 열연한 개그맨 정준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4대 독자로 곱게 자란 그가 ‘경찰청 사람들’의 FD, 이휘재와 쿨의 매니저, 연기자를 거쳐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연예계 마당발이 되기까지의 변신 스토리 공개.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조폭으로 눈길 끈 개그맨 정준하의 별난인생

그는 강남의 안주 맛있는 집을 줄줄이 꿰고 있지만 요즘 건강을 생각해 술을 줄였다고 한다.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여주인공 성유리를 뒤쫓는 조폭 넘버2로 눈길 끈 개그맨 정준하(32). 그는 자신이 처음 출연한 드라마가 인기리에 막을 내리자 “얻어터지며 고생한 보람이 있다”며 좋아했다.
현재 드라마 ‘천년지애’를 마치고, MBC ‘코미디하우스’와 SBS ‘진기록 팡팡팡’에 출연하고 있는 그의 별명은 ‘개그계의 개업 떡’ ‘독한 맛에 6주.’ 방송 스태프와 호흡이 잘 맞고, 뭘 시켜도 독하게 잘 해내는 탓에 붙여진 별명이다. 여기에는 그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했다.
정준하는 이휘재와 쿨의 매니저, 강남에서 ‘한’과 ‘몽’이라는 가라오케를 운영하는 사업가, ‘바보연기’가 특기인 개그맨 등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로 연예계 마당발로 통한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개그맨 이휘재 유재석 김한석 등이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연예인 야구팀 ‘한’을 이끌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술장사를 하는 탓에 술을 자주 먹게 된다는 그는 한때 소주 7병을 거뜬히 마시기도 했지만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 소주 3병으로 줄였다고 한다. 하지만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그는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다고.
“상상이 안된다고 하시겠지만 제가 저희집 4대 독자예요. 그래서 군대도 면제를 받았는 걸요. 어릴 때부터 귀여움만 받고 자랐어요. 밥상에서 누나가 먼저 고기에 젓가락을 대면 할머니 불호령이 떨어졌어요.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도 물컵을 돌려 마시는 일은 절대 없었어요. 찌개 하나 놓고 여러 사람이 숟가락 담그며 먹는 것도 정말 싫어했어요. 남들이 결벽증이라고 할 정도였죠.”
그랬던 그가 변하기 시작한 건 재수시절, ‘술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강서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던 그는 대학입시에 실패한 뒤 재수, 삼수, 사수를 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고 한다.
“한마디로 ‘질풍노도의 시기’였죠. 재수학원에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면서 저도 모르게 강남의 유흥문화를 동경하게 됐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계의 화신’이라고 불릴 만큼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제 힘으로 돈을 벌어 강남의 밤문화를 즐기고 싶었던 거죠.”

재수시절, 강남 유흥문화 즐기기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 없어
출장뷔페 업체에서 일을 한 적도 있고, 영하 28도의 냉동창고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박스를 쌓기도 했다. 칼 맞아 죽는 엑스트라도 그의 단골 아르바이트였다. 4대 독자인 탓에 군을 면제받은 그는 남들이 군대에서 보낼 3년의 세월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낸 셈이다.
방송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이때다. 91년, 방송국에서 소품과 의상을 챙기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 그러다 성실성을 인정받아 MBC ‘경찰청 사람들’ FD가 됐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재연 프로그램의 효시가 ‘경찰청 사람들’이잖아요. 첫회부터 참여해 고생하며 만든 프로라 아직까지 자부심이 강해요.”
그러나 8개월이 지났을 무렵 동료 FD들은 새로 개국한 케이블 방송국의 PD로 자리를 옮겼고, 그는 그때 방송국을 나와 방황하기 시작했다. 사수까지 하고도 대학 진학에 실패한 그의 학력이 이직하는 데 걸림돌이 된 것.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부를 잘했던 그로서는 인생에서 학력이 장애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조폭으로 눈길 끈 개그맨 정준하의 별난인생

그가 조폭 넘버2로 출연한 드라마 ‘천년지애’.


“합격해 놓고도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등록하지 않은 게 처음으로 후회가 됐어요.”
그때 사회에서 만난 선배 한 사람이 “넌 대인관계가 좋으니 매니저를 해보면 어떻겠냐”며 레게음악을 하는 신인가수들을 소개해줬다.
“처음 만나기로 한 날 1백만원을 들였다며 멤버들이 전부 레게파마를 하고 나타났어요. 정말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영 안되겠다 싶어 전 빠지고 친구를 소개해줬는데 그렇게 한심해 보인 그들이 바로 ‘룰라’였어요.”
매니저로서의 첫 안타감을 어이없게 놓친 뒤 그는 아예 ‘ID프로덕션’이라는 연예기획사를 만들었는데 그곳으로 처음 찾아온 이가 개그맨 이휘재다. 회사를 같이 운영하던 그의 선배와 절친한 사이인 강호동이 매니저와 갈등이 있어 고민하던 이휘재를 소개한 것.
그렇게 해서 그는 이휘재의 매니저가 됐고, 두달쯤 지나서부터 강남에서 둘이 함께 자취를 시작했다. 이휘재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개그맨과 가수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을 때 정준하가 곁에 있었다. 그 무렵 그는 혼성그룹 ‘쿨’의 매니저도 병행했다.
인기 연예인들의 매니저로 활약하던 그가 개그맨이 된 건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그의 데뷔작은 MBC ‘테마극장’. 94년, 이휘재가 군에 입대하기 전 마지막으로 출연한 작품인데 평소 그의 재치와 유머를 잘 아는 작가들의 권유로 엑스트라로 출연한 것.
“그때 대사를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주인공인 휘재가 연인과 함께 찾아간 레스토랑의 웨이터역이었는데 ‘손님, 여기는 금연구역입니다. 담배는 밖에 나가서 피우시죠’였어요.”
그는 마치 그때로 되돌아간 듯 어색한 표정에 목소리를 낮게 깔고 대사를 했다. 그 뒤로 그는 그 프로그램이 ‘테마게임’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 ‘개장수’ ‘폭주족’ ‘깡패’ 등의 역할을 맡아 6개월간 장기 출연하며 매니저가 아닌 개그맨으로의 삶을 시작했다.
현재 청담동에서 가라오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탁월한 사업수완은 97년, 실내포장마차를 시작하면서 처음 빛을 발했다. 97년, 이휘재의 군 제대를 계기로 활력을 얻어 방송활동에 박차를 가하던 그는 문득 ‘술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포장마차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명석한 두뇌’와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 ‘몸소 체험한 유흥문화’가 어우러진다면 술장사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 물론 술값을 줄이자는 막연한 생각이 단초가 되긴 했지만 가게를 열기까지는 몇 개월간의 철저한 사전조사가 밑바탕이 됐다.
“술을 좋아해 강남의 안주 맛있는 집을 줄줄이 꿰고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맛있는 메뉴를 골라 먹어보고, 집에 싸와서 연구했죠. 개업하던 날 찾아온 방송국 사람들이 위치가 이래서 돈 벌겠냐며 한심스러워했지만 전 자신 있었어요.”
자본금 3천7백만원으로 논현동 주택가에 자신의 별명을 따 문을 연 실내포장마차 ‘오리궁뎅이’는 하루 2백만원씩 매출을 올리면서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연예인 포장마차 랭킹 1위였는 걸요. ‘전설의 오리궁뎅이’가 됐죠. 그때의 ‘오리궁뎅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제게 다시 한번 포장마차를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해요.”

드라마 ‘천년지애’에서 조폭으로 눈길 끈 개그맨 정준하의 별난인생

자신이 운영하는 가라오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준하.


그가 직접 장을 보고 요리하며 운영한 ‘오리궁뎅이’는 한때 ‘방송국 대기실’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그가 99년에 가라오케를 열 수 있었던 것도 ‘오리궁데이’를 2년간 운영해 벌어들인 수입이 밑천이 됐다.
그는 사실 자신의 사업 얘기하기를 꺼려한다. “너 방송이 취미지?” “사업을 위한 수단 아냐?” 하며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내 본업은 개그맨이고, 높은 인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개그맨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후배들과 아이디어회의를 하고, 개그를 할 때. 그는 여러 직업을 거쳤고, 또 현재 여러 일을 병행하고 있지만 ‘천직’이라고 느낀 건 코미디가 처음이고,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제 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출연작을 줄줄이 꿰고 있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렇게 제 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그로 성공하고 싶어요. 그렇지 않다면 이 나이에 새까만 후배들과 밤새 아이디어를 짜면서도 즐거워할 수 있겠어요?”
그는 이제 개그맨으로서 힘든 고비는 넘긴 것 같다며 앞으로는 가족들에게 더욱 애정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겨울,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떠났던 여름 휴가 이후 처음으로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그와 절친한 개그맨 이휘재, 유재석, 김한석 등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좋더라고요. 휘재나 재석이, 한석이를 만나도 요즘은 ‘어디서 놀까?’가 아니라 ‘가족들과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 하고 서로 얘기해요. 휘재는 얼마전에 가족들과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그렇게 좋았대요.”
한때 슈퍼모델 출신으로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패널과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조향기와 열애설이 나기도 했던 그에게 빨리 가정을 꾸리는 것도 효도가 아니겠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그 친구하고는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었는데 열애설이 나는 바람에 괜히 어색해졌어요. 저는 욕심이 많아요. 그래서 지금은 결혼을 생각할 수가 없어요. 1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어머니의 건강도 챙겨드리고 싶고, 아직 시집 안 간 누나도 있고요. 아마 2005년이나 2006년쯤 돼야 결혼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욕심 많은 정준하, 따뜻한 아들이자 후배들을 챙기며 영원히 기억될 선배로 남고 싶다는 그가 어떤 새로운 경력을 추가할지 내심 기대가 된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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