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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실태

초등학생들의 왜곡된 성문화 부추기는 주범 음란채팅과 사이버 음란물 실태 & 예방법 밀착 취재

“너무나 야한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이 더 민망해 슬그머니 나가는 꼴…”

■ 글·최미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 DB파트

2003. 06. 10

집집마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최근 들어 초등학생들의 음란채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알면 자의든 타의든 음란물에 노출되기 쉬운 요즘 초등학생들의 왜곡된 성문화를 부추기는 주범이 바로 인터넷을 통한 음란채팅과 사이버 음란물이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음란채팅 실태와 그 대책을 알아본다.

초등학생들의 왜곡된 성문화 부추기는 주범 음란채팅과 사이버 음란물 실태 & 예방법 밀착 취재

“요즘은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이 음란채팅을 가장 많이 합니다.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어른들 흉내를 그대로 내면서 낯 뜨거운 말을 하고 화상채팅을 통해 자신의 성기를 내보이기까지 하는데 이런 게 아이들 사이에선 생소한 게 아닙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이 아니에요.”
‘여성동아’ 4월호에 게재된 초등학생 원조교제 실태와 관련된 내용을 기자가 취재하던 중 만난 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장은 “초등학생 음란채팅 문제가 참으로 심각하다”며 후속취재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정말이지 초등학생들의 음란채팅과 음란 사이트 이용 실태는 현재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여성문제 전문 사이트인 위민넷(women-net.net)의 ‘사이버지킴이’가 초등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B 메신저의 초등학생 채널을 두차례에 걸쳐 조사한 바에 의하면 1백91개의 채팅방 가운데 41.9%인 80개가 남녀의 성기를 지칭하거나 ‘자위’ ‘섹스’ 등 음란한 단어를 포함한 제목으로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38.8%인 31개 채팅방에서는 PC용 카메라를 이용해 ‘알몸 보여주기’ 식의 화상채팅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인 한국사이버감시단이 국내 6개 화상채팅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최근 음란 화상채팅은 위험수위를 넘어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뜨거운 몸부림’ ‘화끈한 밤을 원하는 여성와여’ ‘자갸(자기야) 안에다 xxx’ 등 채팅방 제목도 아주 노골적인 표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더한 문제는 이런 음란 화상채팅 이용자의 66%가 10대 청소년이고 그 중 초등학생도 적지 않다는 것.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에서 조사한 채팅 실태에 의하면 B 메신저의 경우 채팅방 제목도 초등학생방에서 노골적인 표현이 가장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자 거기 보여주는 사이트 알려줌 여자꺼 실제로 보여주셈’ ‘자위컴섹 성교육해줄 여자분… 보여주면 좋지…’ ‘컴섹 좋아하는 초딩여동생구해욤~’ ‘오빠가 신체검사 해줄게’ ‘화끈새끈‘캠녀’ 자위녀 받음’ ‘켐있는 여자만~ 빤츄(팬티) 보여주면 야동(야한 동영상) 야사(야한 사진)줌’ ‘컴섹 폰섹 다해줄게’ ‘니가 먹고 싶다’ 등등 실로 낯 뜨거운 표현이 많다.
이에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중고생이나 어른들은 성에 대한 표현을 우회적으로 하지만 초등학생들은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고 사고가 단편적이라 직설적인 표현이 많다. 때문에 통계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지만 대화방에 수시로 들어가 보면 초등학생 대화방에 야한 제목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초등학생들의 음란채팅 가운데 특히 지난해 말부터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형태가 바로 역할놀이다. 이를테면 ‘고딩(고등학생)놀이’와 ‘야시시(야한) 과외놀이’ ‘변태가족놀이’ ‘야시시 회사놀이’ ‘야시시 병원놀이’ 등 상황을 설정해놓고 음란채팅을 하고 있는 것. 그에 따른 채팅방 제목도 아주 구체적이다.
‘고딩놀이 하잣(기숙사-사랑-커플-기습키쑤(키스)-여행)’ ‘고딩놀이-남자선배말 복종하는 여자급구’ ‘고딩놀-변즐만(변태로 즐기기)’, ‘변태가족놀이 아빠 엄마 남동생 구함’ ‘섹시과외놀이 여선생 구함’ ‘속보여주기 병원놀이’ 등은 비교적 ‘점잖은’ 표현이다.
아이들이 실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한 초등학생의 아이디를 빌려 직접 고딩놀이 채팅방에 들어가보았다. 세명의 남학생과 2명의 여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고등학생이라고 가정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듯 일상적인 얘기들이었다. 그러다 한 남학생이 여학생 방에 들어가 성폭행하는 것으로 상황을 설정하자 대화의 표현 자체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애무 방법에서부터 구체적인 성행위까지 묘사하는 것을 보고 정말 초등학생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오히려 당황한 기자가 한참 머뭇거리자 아이들은 뭔가 눈치를 챘는지 기자를 ‘강퇴(강제퇴장)’시켰다.
또 다른 방에서는 신혼놀이를 가장한 대화가 오갔고 어떤 방에서는 채팅 중에 성인사이트 동영상 파일을 주고 받기도 했다.

초등학생들의 왜곡된 성문화 부추기는 주범 음란채팅과 사이버 음란물 실태 & 예방법 밀착 취재

요즘 이메일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음란성 스팸메일은 제목만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워 무심코 열어보다 음란물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역할놀이를 설정한 대화방이 아닌 다른 채팅방에 들어갔을 때도 아이들의 대화 수준이 놀랍기는 마찬가지.
“(초등남)너 그거 할 줄 알아?”
“(기자) 그거 뭐…”
“(초등남)에이~알면서…”
“(기자)으응 그거?”
“(초등남) 나 그거 크고 잘해줄 수 있는데 나랑 할래?”
비록 음란채팅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들어간 것이었지만 아이를 상대로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누기가 곤란해 어른임을 밝히고 타이르는 말을 하자 좀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아이는 “재수없어” 하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문제는 초등학생 음란채팅이 일부 학생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컴퓨터만 다룰 줄 알면 자의든 타의든 컴퓨터 음란물에 노출되기 쉬운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굳이 채팅방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얼떨결에 음란채팅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순히 게임을 하는 와중에도 채팅기능을 하는 ‘쪽지’가 날아들기 때문. 말하자면 컴퓨터를 켜는 것 자체가 이미 채팅방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원하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음란채팅 쪽지 날아드는 것이 문제

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음란성 스팸메일도 심각한 문제다. 2~3년 전만 해도 음란성 메일은 ‘포르노 있어요’ ‘야한 시디 사세요’ 하는 식의 제목으로 보내져 금세 식별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동안 잘 있었냐’ ‘오랜만이다’ 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들어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무심코 메일을 열어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음란물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기준 소장은 “초등학생이라도 컴퓨터를 사주었다면 3~4개월 후에는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다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검색능력도 웬만한 어른들을 능가한다는 것.
“예를 들어 지난 번에 가수 B양 비디오 사건이 났을 때 우리가 그 자료를 입수하는 데 걸린 기간이 5일 정도였는데 길을 지나다 한 초등학생에게 B양 비디오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안다는 거예요. 한 4, 5학년 됐나? 자기는 비디오 얘기가 나온 후 인터넷 서핑을 통해 이틀 만에 봤다는 거예요. 그걸 친구들에게 전파시켜 1주일 만에 자기 반 아이들 중 60% 정도가 봤다고 하더라고요.”
컴퓨터 보급이 급격하게 확산된 요즘은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4학년 전후를 기점으로 하여 사이버 음란물을 최초로 접하게 된다고.
“어른에 비해 아이들이 음란물을 보게 되면 그 충격으로 인해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처음 접한 음란물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게 되죠. 그리고 음란물을 처음 접한 나이가 어릴수록 개인의 성의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음란물이라는 게 얼마나 왜곡된 게 많습니까? 결국 올바른 성문화를 이루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죠.”
한국성과학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음란물을 접한 청소년 중 9.6%가 음란물을 매일 보다시피 하는 음란물 중독증에 걸렸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음란 채팅도 예외는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성을 알게 되고 음란채팅을 한번 하게 되면 색다른 호기심에 쉽게 손을 놓지 못하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처음엔 문자로 나누던 채팅에서 좀더 자극적인 화상채팅으로 강도를 높여간다고 한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의 자위행위를 화상으로 공개한 초등학생들도 있다.
이에 대해 어기준 소장은 “일반적으로 낯선 사람을 실제로 만났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방어를 하면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채팅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가면 속에 숨어서 하는 것이기에 원초적인 본능이 나타나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음란채팅을 방지하기 위해 채팅전문 사이트마다 금칙단어를 정해놓아 해당 단어를 쓰게 되면 방이 개설되지 않게끔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허울 좋은 규제일 뿐,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많다. 예를 들어 ‘섹스’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면 ‘섹’이라든지 아니면 아예 다른 말로 바꾸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운영자라 할지라도 채팅방이 비밀방일 경우에는 패스워드를 알아야 들어갈 수 있는데다 사적인 대화에 낄 수 없어 물리적인 제재가 쉽지 않다. 때문에 무엇보다 평소 부모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컴퓨터를 잘 모르는 부모들은 자녀가 컴퓨터를 건전하게 사용하는지, 음란물을 보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어기준 소장은 다음과 같은 징후를 보이면 일단 음란물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방문을 자주 잠그거나 문을 열라고 했을 때 금세 열지 않는 경우,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낮에 조는 일이 많은 경우, 밤늦게까지 컴퓨터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황금색이나 청색을 띠고 있는 CD가 발견될 경우 대부분 음란물일 가능성이 높다. 뮤직 CD나 정품 프로그램 CD-ROM은 최소 제작 물량을 1천장 이상 대량 생산하나 음란 CD는 한두장씩 소량으로 복제하는데 이때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특수한 화학물질에 의해 황금색이나 청색을 띠게 된다는 것.
신용카드 내역에 이상한 항목이 들어 있을 경우에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인터넷 음란 사이트는 ‘일주일 무료’라는 말로 현혹한 후 성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신용카드 번호를 기입하라고 한다. 그러나 별도의 계약조건에는 일주일 무료기간이 끝나기 3일 전에 취소 이메일을 보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조건을 모른 채 무료라는 말에 안심하고 부모형제의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성인사이트 회비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비용이 계속 청구되기 때문에 신용카드 청구내역에 영문으로 된 이상한 항목이 있을 때는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음란채팅이나 사이버 음란물 접촉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컴퓨터를 아이의 방에 놓지 않고 거실 등 가족 공용의 공간에 옮겨놓는 것이다. 이 방법은 부모가 컴퓨터를 몰라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음란채팅을 하거나 음란물을 보는 아이들은 거의 없기 때문. 그리고 가급적이면 부모가 컴퓨터를 배워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음란물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가끔씩 컴퓨터를 검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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