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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소년’ 발언으로 화제 모은 김민석 김자영 부부

“정치 철새 비난·돈문제 ·여자문제·별거설… 그동안 떠돈 악성루머로 우리 부부가 겪은 마음고생”

■ 글·최호열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06.03 14:34:00

지난 대통령선거 때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후보 캠프인 국민통합21로 옮겨 ‘정치 철새’라는 비난을 받았던 김민석 전의원.
대선 후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깊은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를 5개월 만에 만나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그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 직접 들었다.
‘가출소년’ 발언으로 화제 모은 김민석 김자영 부부

96년 32세 때 국회의원 당선, 2002년 38세 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등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차세대 정치 리더로 손꼽혀온 김민석 전의원(39)에게 지난 대선은 최대의 정치시련을 안겨주었다.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며 ‘정치 철새’ 비난을 무릅쓰고 민주당을 탈당, 정몽준 캠프에 합류했던 그는 한때 자신의 주장대로 노무현과 정몽준의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며 ‘역사를 바꾼 주역’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투표 전날 밤,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 선언을 하는 바람에 정치적 미아(?)가 되어버렸다.
대선 후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지내던 그에게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그를 둘러싼 소문의 진상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난 5월16일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김 전의원은 마침 부인 김자영 아나운서(39)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48평형 아파트는 거실과 부엌이 넓어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전셋집이어서 손을 보지 않아 보여줄 게 없네요. 지난 2월 이사한 후 계속 바빠 정리도 못하고….”
김자영씨가 수줍게 웃었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엿본 안방엔 부부의 옷가지들이 주섬주섬 걸려 있고, 마루엔 다기능 헬스 기구가 놓여 있는 것이 여느 집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특이한 게 있다면 서재. 딸 남연이(11) 책상과 김 전의원 책상이 앞뒤로 있어 아이가 공부하는 걸 아빠가 뒤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것.
“전에 살던 집에선 아내 책상까지 일렬로 있었는데 여긴 방이 작아 두개만 놓았어요.”
맨 앞에선 아이가, 그 뒤에선 엄마가, 맨 뒤에선 아빠가 나란히 앉아 공부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여전히 다정해 보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자 “어울리는 옷 좀 찾아달라” “직접 고르는 게 좋지 않냐”며 티격태격하는가 하면 사진촬영을 하는 내내 웃음과 수다가 떠나지 않았다. 그들의 밝은 모습에서 대선으로 인한 마음고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공부를 했어요. 박사과정을 밟고 있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제 지역구 사무실에 나가고 있어요.”
- 지난 대선 때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을 텐데, 표정이 밝아 보이네요.
“처음엔 무척 힘들었어요. 그런데 아는 분이 마음을 비울 겸 인도에 가자고 해서 보름 동안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은 것 같아요. 컨디션도 좋아지고…. 돌아오니까 사람들이 얼굴이 더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국내 여행도 많이 했어요. 주말마다 산에 간다든지, 지방에 다닌다든지 하며 마음을 정리했죠.”
- 그동안 언론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요?
“대선 후 저 스스로 정치활동을 중단했어요. 제 입장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많은 기자들이 그냥 어떻게 지내는지만이라도 인터뷰하자고 했지만 사양을 했어요. 그러다 얼마전 처음으로 YTN과 인터뷰를 했는데, 때아닌 ‘가출소년’ 논란이 터졌더군요(웃음).”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많았던 대선의 시련
‘가출소년’ 발언으로 화제 모은 김민석 김자영 부부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신혼처럼 즐겁게 사는 김민석·김자영 부부.


그는 YTN ‘백지연의 정보특종’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에게는 국민이 부모와 같은 존재다. (민주당 탈당이) 어쨌든 잘해보려고 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 속을 썩인 것이 되어 질타도 많이 받았다. 부모 속을 썩이는 집 나간 자식이 된 기분이다. 가출 청소년이 이런 심정이 아닐까 싶다. 집에는 들어가야겠는데 들어가도 되는지, 부모님은 허락을 하실 지, ‘다시 맘잡고 해봐라. 용서해줄게’ 그러실지…” 하고 심경을 토로했는데, 이로 인해 ‘가출소년’이란 단어가 화제가 되었다.
- 단일화를 주장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게 본인으로서는 깊이 생각하고 내린 결정일 텐데, 일방적으로 비난을 받을 때 억울한 마음은 없었나요?
“저도 엄청난 파문이 있으리란 걸 알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한 일이었죠. 전 결과를 가지고 평가받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제 생각대로 단일화가 되었고요. 단일화 협상을 위해 민주당 사람들과 만났을 때 제가 ‘거봐, 내가 다시 만날 거라고 했잖아’ 하는 말까지 했었어요. 문제는 마지막날 지지철회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한 거예요. 황당했죠. 그때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고, 정치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절망스러웠어요.”

‘가출소년’ 발언으로 화제 모은 김민석 김자영 부부

부인 김자영씨는 대선 후 김민석보다 속앓이가 더 심했다고 한다.


- 가장 가슴 아팠던 비판은 어떤 것이었나요?
“탈당한 직후 386 선후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서 ‘잠시 헤어지지만 곧 더 크게 하나가 되자는 뜻이니까 비판을 하더라도 애정을 담아서 비판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 판단이 틀렸다 치더라도 저 나름대로 얼마나 고민해서 내린 결단인지 헤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이 저를 비난할 땐 서운했죠.”
- 탈당하기 전 아내와 상의를 했었나요?
“탈당 사실은 성명을 발표하기 전날 밤에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제가 단일화 문제를 놓고 몇달 동안 고민하면서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했었죠.”
김자영씨는 “서너 달 동안 ‘단일화 안하면 진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고 했다.
“어느날 둘이 여행을 가는데, 출발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계속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더라고요. ‘단일화가 안되면 진다, 어떻게든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그런 경험 있으세요? 하도 같은 말을 많이 들어서 멀미가 난 경험이요. 그날 정말 그랬어요. 나중엔 귀가 멍하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죠. 남편은 그 정도로 그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 결과적으로 지금이 정치 인생 중 최대의 시련기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권투선수가 링에서 정신없이 얻어맞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도 얻어맞으니까 나중엔 제가 생각했던 것까지도 흔들려 갈피를 못 잡을 정도였어요. 한편으로는 그냥 맞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왜 내 생각을 몰라줄까’ 서운한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경험을 했다고 느껴요.”
- 좋은 경험이란 말이 뜻밖이네요.
“이번 일을 통해 새로운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저 자신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시간도 많이 가졌고요. 이젠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게 훨씬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전체적으로 이번 일로 잃은 것과 얻은 것을 비교해봤을 때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우리 부부는 돈 때문에 별거할 정도는 아니에요”
- 앞에서 이젠 대선의 충격에서 벗어났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가요?
“완전히 극복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인도여행을 하며 과거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사람을 만나는 게 편해졌어요. 그래서 완전히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백지연의 정보특종’에서 인터뷰 요청이 와서 자신 있게 응했는데 막상 인터뷰 때 대선 이야기가 나오니까 마음이 경직되더라고요. 인터뷰 후에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했어요.”
김자영씨는 그동안 남편이 너무 밝아 보여 오히려 걱정을 했다고 한다. 차라리 울거나 화를 내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 마음이 정화될 텐데 밝은 모습만 보이니까 ‘저러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것. 그래서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에 출연하는 의사에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김 전의원만큼 김자영씨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김자영씨는 대선이 끝난 후 두달 가까이 신경성 배탈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힘든 남편이 신경을 쓸까봐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아 김 전의원도 최근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 이제 ‘백수’가 된 셈인데, 집안일은 도와주는 편인가요?
“근데 백수가 과로사한다고(웃음), 여전히 집에 오는 시간은 늦어요. 그래도 전보다는 주말 같은 때 시간이 나서 아이와 함께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한창 바쁠 때도 아내와는 짬짬이 얘기를 하는 편이지만 아이에게는 아빠가 늘 없는 존재였어요. 그런데 대선 후 아이가 ‘아빠 맛’을 보더니 요즘은 아빠만 찾아요. 빨리 와서 놀아달라고 하고.”
- 집안일을 도와주는 편은 아닌가요?
“집에서 밥 먹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집안에 일이 별로 없어요(웃음). 빨래는 몰아서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가끔씩 시키면 하는 정도죠. 그래도 아내가 시키면 다 해요.”
- 내년 4월이 총선입니다. ‘정치를 다시 하고 싶다’고 하셨으니까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민주당에 다시 들어갈 건가요? 정균환 총무가 방송에서 ‘가출소년은 돌아오라’고 하던데…(웃음).
“복당 문제보다는 다시 정치를 시작한다면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당장 조급하게 무엇을 할 생각은 없어요.”
김 전의원을 둘러싸고 사생활에 대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본인의 귀에까지 들어간 소문도 있을 것이다. 먼저 지난 서울시장 선거 후 빚더미에 올랐고, 그로 인해 별거중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자 김자영씨가 “빚 때문에 별거를 했대요? 소문이 정말 가지가지네요. 제가 들은 이야기는 다른 이유라고 하던데…” 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김 전의원도 “저도 별별 이야기를 다 들었어요. 어느 모임엘 갔더니 저에게 미국에 안 갔어요? 캐나다에 안 갔어요? 하고 묻더라고요. 빚 때문에 도망갔다는 말이겠죠. 저 이렇게 아주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고 알려주세요” 하며 웃었다.

‘가출소년’ 발언으로 화제 모은 김민석 김자영 부부

온갖 뜬 소문에 신경쓰지 않고 웃음으로 넘긴다는 김민석 부부.


- 빚더미에 올랐다는 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인가요?
“빚을 질 일이 없어요. 선거는 항상 후원금이나 당의 지원금으로 치렀으니까요. 만약 제가 정말 그런 하자가 있었다면 지난 대선 때 절대 정몽준 후보에게 못 갔을 겁니다. 쉽게 말해 제가 빚더미에 오른 상태에서 정후보에게 갔다면 제가 돈 받고 팔려갔다는 것인데,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결단을 할 리가 없죠. 거리낄 게 없이 떳떳하기 때문에 후보단일화를 위해 갈 수 있었던 거죠.”
- 빚이 없다면 현재 총 재산이 얼마인가요?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국회의원 사퇴하고 서울시장 출마할 무렵 등록한 제 재산이 부모님 재산까지 합쳐 약 6억원 정도였어요. 그런데 선거를 치르면서 한 1억원 정도 줄었어요. 그리고 지난 해 8월 장인이 돌아가시면서 아내가 유산을 한 3억원 정도 받았어요. 그래서 현재 재산이 8억원 정도 될 겁니다.”
그때 옆에서 김자영씨가 “남편에게 빚이 있다면 저에게 선거 때 꿔간 1억원일 텐데, 그 돈 때문에 별거까지 할 우리가 아니다” 하며 웃었다.
- 과거 술자리 파문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데, 요즘도 룸살롱에 가나요?
“전 도덕군자도 아니고 술을 전혀 안 먹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가기도 하는데, 보통 남자들이 가는 것보다는 훨씬 적게 가는 편이에요. 더구나 지난 1년 동안은 바빠서 거의 가질 않았어요. 가더라도 많이 마시는 편도 아니고요. 전 제가 술 때문에 문제가 될 만큼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룸살롱 이야기를 꺼낸 게 그냥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옆에 여자가 앉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룸살롱에 여자 없는 곳도 있나요? 전 제 행동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문 신경 안 써요.”
- 그냥 룸살롱이 아니라 탤런트들이 접대부로 나오는 강남의 유명한 모 룸살롱에 출입한다는 소문도 있던데요.
“그곳에 한두 번 가본 기억이 있긴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전혀 간 적이 없는데, 왜 그런 말이 나도는지 모르겠네요. 저도 비슷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요. 탤런트 누구랑 가깝다고 얘기를 하던데, 그 탤런트 이름을 들었는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나네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에구, 정말 그런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 김자영씨도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 않나요?
“예전에 어떤 여성잡지에서 인터뷰할 때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들어봤다고 했죠. 또 어떤 기자분은 지금 별거중이냐고 물어서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고 했어요. 그런 소문은 저 혼자 알고 있어야 할 문제가 아니니까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도 이야기를 해요. ‘당신이 요즘 이렇대’ 하고. 그러면서 서로 웃죠.”
- 그래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한번쯤 남편을 의심하게 되지 않나요?
“전 안 그런데요. 제 미모를 따라올 사람이 있나요(웃음)? 많은 부부들이 그렇게 속고 속이고 산다고 하는데, 가장 잘 아는 건 당사자들 아닐까요? 예를 들어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고 할 때 그 냄새를 가장 먼저 맡는 것은 아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전 그런 느낌조차 받은 적이 없어요.”
김 전의원은 “지금까지 이런저런 별 얘기를 다 들어봤지만 맞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길게 말할 필요도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했다.
“저는 불과 1년 전에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 사람이에요. 그 전에도 국회의원 선거를 세번이나 치렀고요. 계속 검증을 받은 거죠.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게 있었다면 상대측 후보에 의해 다 밝혀졌을 거예요. 하지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냥 쓸데없는 유명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더는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다”는 김 전의원의 말에 김자영씨는 “재미있잖아요” 하며 웃는다.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질문에도 이들 부부가 이렇듯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거리낄 게 없다는 반증처럼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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