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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어린이 전문 치료기관 문 연 구성애

“어린시절 당한 성폭행 후유증으로 자궁까지 드러낸 제 고통을 아이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아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박윤희 ■ 사진·김형우 기자 ■ 의상협찬·막스 앤 스펜서

입력 2003.06.03 14:27:00

‘아우성’으로 유명한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가 오랜만에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그가 유년시절 당한 성폭행의 상처와 그 후유증으로 겪어야 했던 몸과 마음고생, 이를 극복하고 성폭행을 당한 유아·청소년 전문 치유센터를 개원하기까지의 과정 솔직 토로.
성폭행 피해 어린이 전문 치료기관 문 연 구성애

지난 98년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을 위하여’를 줄인 말)’ 강의로 큰 인기를 모으며 ‘음지’에 있던 성(性)을 ‘양지’로 끌어올려 성교육 대중화 시대를 열었던 구성애씨(47). 그동안 중·고등학교, 대학, 어머니회 등에서 성교육 강의에만 주력해오던 그가 최근 성교육 에세이 ‘니 잘못이 아니야’를 펴낸 데 이어 MBC ‘아주 특별한 아침’ 등에서 성교육 강의를 진행하는 등 다시 대중 앞에 섰다. 그의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더 생기가 넘치고 세련되게 변했다.
그의 책 첫머리에는 15년 전 한 소년원을 찾은 구성애씨가 어린아이를 성폭행해서 소년원에 들어온 16세 소년을 붙들고 눈물을 흘리며 생애 처음 고백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성폭행을 당했어. 성폭행 후유증으로 사춘기 때 6개월 동안 하혈이 그치질 않아 병원에 입원해 피 10병을 수혈했고, 생리통도 아주 심했지…. 미처 성숙하지 못한 어린 자궁이 성폭행으로 상처를 입어서 그런 건데, 결국 스물아홉에 자궁을 드러내야 할 정도로 몸이 망가졌단다. 너에게 성폭행을 당한 어린 소녀도 나처럼 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평생 마음고생에 시달릴 걸 상상이나 해봤니?”
그를 만나자마자 “책의 첫 부분부터 독자들을 너무 울리고 시작하는 것 아닌가?” 하고 묻자 서글서글하게 웃던 얼굴에 살짝 먹구름이 스친다.
“그냥 다 고백하기로 했어요. 글쓰기가 힘들었지만 제가 성폭행당한 사실을 다 털어놓아야 아이들한테 하는 성교육이 훨씬 더 설득력 있을 것 같아서요.”
‘성’이란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특유의 달변으로 핵심만 콕콕 짚어내는 그의 강의를 듣고 있으면 왠지 속이 확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그의 낙천적인 태도와 유머러스한 제스처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흡인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그에게도 일생을 지배해온 상처가 있었다니, 더구나 여성의 정체성에 끊임없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성폭행의 피해자였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열살 되던 어느 늦가을, 부모님이 교회 예배를 보러 간 사이 함께 놀아주겠다며 집에 찾아온 이웃집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어린 구성애는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울었지만 이웃집 오빠는 그의 입을 틀어막으며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심각한 생리불순이 나타났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근 5년간 거의 피를 흘리며 산 느낌이에요. 1년에 한두 번밖에 생리를 안하는데 한번 시작하면 3개월 넘게 하혈을 하니까 빈혈은 기본이고 수시로 병원에 입원해서 수혈을 해야 했어요.”
결혼 후에도 고통은 이어졌다. 무엇보다 아기를 갖기를 소망한 그였지만 결혼 후 4년 동안 불임과 유산이 이어졌고, 그의 몸과 마음은 상상임신 등으로 점점 피폐해져만 갔다.
“그때 제 직업이 아이를 받는 일을 하는 조산사였는데, 아주 예쁜 아기가 나오면 훔쳐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을 정도였어요. 아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낳을 수 없는 여성의 경우 누구나 그런 심리가 있거든요.”
그가 의사로부터 불임 가능성이 80%에 이른다는 판정을 받고 입양을 결심하던 어느 날, 기적처럼 한 생명이 그의 몸에 깃들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남편과 서로 부둥켜안고 1시간이 넘게 실컷 울었어요. 귀여운 아들을 얻긴 했지만 출산 후 첫 생리가 시작됐는데 두달 넘게 그치질 않는 거예요. 강력한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자궁수축도 해보고, 자궁벽을 긁어내는 수술도 하는 등 별 방법을 다 써도 하혈이 그치질 않아서 결국 몸에서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죠.”

성폭행 피해 어린이 전문 치료기관 문 연 구성애

구성애씨는 성이 사랑과 같은 아름다운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때 그의 나이 29세. 자궁을 떼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나이였다. 그는 수술 후 몸의 중심인 자궁이 없어지자 ‘상실감’ 때문에 고통받았고 몸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데도 6개월 남짓 걸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어린 시절 성폭행당한 기억과 자궁에 생긴 문제를 별개로 생각했다. 그런데 수술 후 몸이 서서히 회복될 무렵 ‘머리에 번개를 맞는 듯’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옆에서 빨래를 개던 어머니가 ‘결국 이렇게 끝을 맺는구나’ 하시면서 한숨을 푹 쉬시는 거예요. 제가 어려서 당한 성폭행이 끝내 자궁 제거수술로 이어졌다고….”
그의 어머니가 뒤늦게 밝힌 사연은 이렇다. 그가 중학생 시절 과도한 하혈로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의사들마다 “얘 어릴 때 무슨 일 있었어요?” 하고 물었고, 그를 오랫동안 치료한 여의사는 “어려서 (성폭행)당할 때 아주 나쁜 균이 옮았는데 그때 빨리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해서 자궁이 상한 거예요. 아이의 상처가 심했을 텐데 왜 빨리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어요?” 하더란다.

자신을 성폭행한 사람 살해하는 상상 속에서 살기도
딸이 아픈 원인을 뒤늦게 안 어머니는 죄책감에 혼자 우는 날이 많았고, 구성애가 “내가 아픈 원인이 뭐래요?” 하고 물어보면 “그냥 호르몬이 이상해서 그렇대” 하고 둘러댔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그는 산부인과에 다녀온 다음날이면 학교 친구들을 모아놓고 무슨 무용담을 펼쳐놓듯 진찰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개그콘서트처럼 쏟아냈다.
“성폭행 때문에 생긴 고통에 비해 맑고 명랑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몸의 상처가 크긴 했지만 정신적으로 충격을 덜 받고 빨리 회복한 것은 순전히 어머니 덕분이죠. 제가 성폭행을 당한 직후 어머니가 저를 끌어안고 한참 우셨어요. 저는 제가 뭘 잘못한 것인가 싶어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데도 상당히 마음이 불안했어요. 혼날까봐 겁도 났고요. 그런데 어머니가 ‘성애야! 니 잘못이 아니야. 그 오빠가 잘못한 거야’ 딱 이 한마디 하실 때 너무나 고마웠어요.”
어머니의 이 말 한마디에 그는 엉엉 울어버렸다.
“내 평생 이렇게 고마운 말이 또 있을까요. ‘니 잘못이 아니야’ 하는 말은 저한테는 엄청난 의미가 있어요. 만일 그때 어머니가 ‘왜 가만히 있었어? 응? 막 대들지 그랬어?’ 이렇게 혼을 냈다면 아마 제 가슴에 평생 못이 박여 있었을 겁니다.”
그는 ‘성폭행’ 따로 ‘자궁의 고통’ 따로였던 기억의 조각들을 한데 뭉쳐 새로운 도약의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자궁이라는 소우주를 잃고 나서 도달한 결론은 ‘교육’이었다. 성폭행 피해자에게는 ‘니 잘못이 아니야’ 하고 어머니처럼 말해주는, 그리고 가해자에겐 아버지처럼 제대로 된 매질을 할 수 있는 그런 성교육 전문가가 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강연장이나 방송에서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 말들은 흥미에 치중한 ‘말장난’이 아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말 속에 ‘절실함’이 실려 있다. 그야말로 고통을 이겨낸 그의 몸 세포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아우성’이었다. 그만큼 그가 통과한 고통과 분노의 터널은 길었다.
“한동안 상상 속에서 테러범으로 살았어요. 자궁의 생명성을 잃어버려서 그랬는지 몰라도 생각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가 많았지요. 내 자궁을 가져간 그 놈을 죽여버리고 싶었죠. 매일 밤 눈에 핏발을 세우고 어떤 방법으로 그 놈을 죽이면 잘 죽일 수 있나 궁리했어요. 몸 세포 하나하나가 원한 덩어리였죠.”
그는 성폭행 가해자를 죽이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짐승’을 죽이는 것이라고 정당화시켜보기도 했지만, 결국 성폭행 가해자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또 한명의 피해자란 생각이 들면서 상상 속의 테러를 중단했다. 여자도 살리고 남자도 살리는 성교육. 생명, 사랑, 쾌락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그의 독특한 성교육은 그런 고통 속에서 탄생하게 됐다.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아픔은 다 겪어봤잖아요. 예전 ‘아우성’ 활동이 성폭행 범죄를 막기 위한 ‘교육’에 치중했다면 지금부터 펼쳐나갈 ‘새 아우성 운동’은 교육과 더불어 여성의 몸에 대한 관리와 치유예요. 성폭행당한 청소년들이 상담을 해오면 ‘병원에 가라’는 말밖에 못했는데 사실 무책임한 말이거든요. 청소년들이 병원 갈 돈이 어디 있어요? 더구나 성폭행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까봐 산부인과에 못 찾아가요. 그러는 사이 아이들의 몸은 완전히 망가져버리는 거죠.”
그래서 그는 오랜 준비 끝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6월에 마포구 연희동에 ‘몸사랑센터’를 열기로 한 것. 몸사랑센터는 대지 70평 규모의 단독주택으로 방 3개가 마련되어 있는데 앞으로 성폭행당한 청소년들의 관리와 치유장소가 된다.

성폭행 피해 어린이 전문 치료기관 문 연 구성애

구성애는 남편도 아내의 성적 욕망을 인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성폭행 예방교육은 물론이고 양방, 한방, 정신과상담이 결합된 관리를 몸사랑센터에서 진행할 생각이에요. 명상, 기체조, 쑥찜질, 겨자요법, 된장찜질 등 자연요법 프로그램도 도입해서 성폭행으로 상처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몸을 치유해주려고요. 어린아이의 경우 성숙되지 않은 자궁의 상처는 정말 치명적이거든요. 저도 어렸을 때 된장찜질이나 쑥찜질하면서 많은 효과를 봤는데 그 경험을 십분 살리려고 해요. 앞으로 새 아우성 운동은 생명·사랑·쾌락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펼쳐나갈 생각인데 몸사랑센터는 바로 ‘생명’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여의도공원을 걷는데 그를 알아보는 청소년들이 수줍은 미소로 아는 체를 하고, 30∼40대 주부들은 “구성애 선생님이시죠?” 하면서 박수를 쳐준다. 그의 대중적인 인기는 기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었다.
마침 삼삼오오 모여 있던 주부들이 그에게 ‘스팸메일’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으며 아이들의 성교육을 가정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다.
“성은 ‘느낌(feel)’이에요. 때가 되면 다 알게 되는 거니까 지나치게 ‘지식’을 주입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단, 성이 ‘짐승’ ‘엽기’ ‘변태’가 아닌, 사랑과 같은 아름다운 정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요즘 청소년들도 이상한 스팸메일을 많이 받을 텐데 ‘항의메일’로 자신을 보호하도록 유도해주세요.”
그가 말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권장할 만한 스팸메일 대처법은 이렇다.
우선 ‘성관계는 장난이 아니다. 몸 가지고 장난치면 서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만일 내가 장난치는 과정에서 네가 태어났다고 하면 네 기분이 어떻겠냐? 스팸메일은 몸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이니까 나쁜 것이다’ 하고 말해준다.
그 다음 단계는 ‘어른들 정신 차리세요. 스팸메일 보내면 법에 저촉된다는 것 몰라요? 앞으로는 이런 메일 보내지 마세요. 고발할 거예요’ 하는 내용으로 항의 메일을 작성하게 한다. 단순한 행위인 것 같지만 의외로 거두는 효과는 크다고 한다.
“그런 행위 자체가 ‘나 스스로 나를 지켰다’는 생각에 떳떳함을 느끼고, 더 변태적인 성인오락물에 노출이 되어도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방어능력과 자존심을 갖게 합니다.”

부모의 성교육 잘되어 있어야 아이들을 성폭행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
그는 또 부모의 성교육이 잘되어야 아이들을 성폭행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고 아름다운 성을 가꿔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2001년부터 운영해온 성상담 인터넷 홈페이지 ‘아우성상담실(www.9sungae. com)’에 접속하면 청소년뿐만 아니라 주부들도 건강한 성, 행복한 성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상담사례와 만날 수 있다.
“온라인 회원이 12만명이 넘어요. 주로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이 많은데 하루 4백∼5백명이 접속해 성상담을 요청해요. 그러면 저보다 앞서서 또래 친구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중심으로 상담 답글을 달아주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3백개가 넘는 동호회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전국민이 구성애화 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아요.”
이렇듯 그의 활동에 대한 청소년, 주부들의 반응은 폭발적인 반면 일부 중년 남성들은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를 노골적으로 싫어한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중년 남성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일까.
“남성들은 성적 쾌락을 원하면서도 자기 부인은 성에 대해 무지하길 원해요. 부인이 성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적극적으로 나오면 왠지 모를 위기감을 느끼기도 하죠. 최근 그 위기감이 상당히 커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제가 여성들에게 너무 많은 성적 정보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저를 싫어하죠.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지금 이 시대를 ‘욕망의 여성화 시대’라고 규정하는데, 앞으로 남편들이 부인을 ‘성적 욕망을 지닌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정숙한 요조숙녀로만 봤다가는 부부간의 성적 마찰이 절대 해소되지 않아요. 서로 부부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지금이라도 각자의 욕망을 인정하는 솔직한 대화가 필요해요.”
성에 대한 부부간의 대화만 시도해도 성적갈등은 절반 이상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는 중년 남성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생명·사랑·쾌락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강연회와 방송에서 펼쳐 보일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 그는 앞으로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처럼 당당하고 자유로운 구성애표 토크쇼를 꿈꾸고 있다. ‘아름다운 성’과 ‘여성의 욕망’을 주제로 한 그의 유쾌한 반란이 또 어떤 회오리를 몰고 올지 자못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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