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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인연

‘사제의 연’ 맺은 재즈가수 윤희정· ‘핑클’의 옥주현

“전혀 다른 음악 하던 우리가 30년 나이차 뛰어넘어 한 무대에 서는 사연”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06.03 10:34:00

카리스마 넘치는 재즈가수 윤희정과 ‘핑클’의 멤버 옥주현이 사제의 연을 맺었다.
최근 솔로 앨범을 낸 옥주현이 몇달 전부터 윤희정에게 재즈를 배우고 있는 것.
7년째 재즈 콘서트를 열어 1백여명의 유명인을 재즈가수로 변신시킨 윤희정과 이제 막 재즈의 바다에 발을 담근 옥주현, 재즈의 매력에 흠뻑 취한 두 여자를 만났다.
‘사제의 연’ 맺은 재즈가수 윤희정· ‘핑클’의 옥주현

올해로 7년째 ‘윤희정 & 프렌즈’란 이름의 재즈 콘서트를 열고 있는 재즈가수 윤희정(51)과 여성그룹 ‘핑클’의 멤버 옥주현(23)이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몇 개월 전부터 옥주현이 일주일에 한번씩 윤희정의 연구실로 찾아와 재즈를 배우면서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된 것.
평소 팝과 R&B, 보사노바 등을 즐겨 듣는다는 옥주현은 자신이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분야인 재즈를 배우기 위해 3개월 동안 수소문한 끝에 윤희정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윤희정은 옥주현이 어린 나이(?)에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꾸준히 공부하려는 발상이 기특해 그를 기꺼이 제자로 받아들였다.

옥주현(이하 옥) 그동안 제가 접해왔던 것과 다른 세계의 노래를 구체적으로 배워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제 미래를 준비하는 거죠.
윤희정(이하 윤) 그래, 참 잘한 생각이야. 재즈는 정년퇴직이 없는 음악이거든. 빌리 할러데이는 일흔이 넘어서까지 공연을 했잖아. 나이를 먹으면 나이를 먹은 대로 재즈는 또 분위기가 달라지거든.
재즈의 그 무한한 세계가 정말 신비로운 것 같아요.
맞아. 도레미파솔라시도 이 8음계에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소리가 만들어지는지 정말 놀라워. 그 아지랑이 같고, 몽롱한 블러 사운드(blur sound)가 재즈의 매력이야. 왜 “니들이 게맛을 알어?” 하는 말 있잖아. 재즈를 50년이나 해오신 재즈이론가 이판근 선생께서는 나보고 “네가 재즈 그 바다를 아냐?”고 하시는데 난 이제 겨우 재즈를 손톱만큼 아는 정도지.
그럼 전 ‘먼지만큼’ 아는 거겠네요(웃음).
‘사제의 연’ 맺은 재즈가수 윤희정· ‘핑클’의 옥주현

옥주현은 오는 6월25일 열리는 ‘윤희정 & 프렌즈’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해 그동안 갈고 닦은 재즈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짝수달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일보홀에서 열리는 ‘윤희정 & 프렌즈’ 콘서트는 윤희정이 97년부터 이어온 대장정. 공연마다 두명의 유명인사가 ‘I am a Jazz Singer’ 코너에 출연해 재즈가수에 도전한다. 이미 건축가 양진석, 개그우먼 김미화, 연극배우 박정자, 탤런트 김미숙, 가수 김건모, 모델 오미란 등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사람들 외에도 투자 전문기업 로커스의 김형순 대표, 국회의원 홍사덕, 전 국회의원 김민석, 변호사 최정환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유명인사 1백여명이 출연했다.
이 공연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옥주현은 레슨 외에도 틈나는 대로 녹음 테이프를 들으며 공연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하고, 자동차 핸들에 가사를 붙여놓고, 신호 대기하는 동안 가사를 외운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은 곡이라 무대 위에서 가사를 잊어먹진 않을까 걱정하는 그에게 윤희정이 한마디 던졌다.
“지금까지 네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의 기대가 클 거야. 침착하게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면 돼. 다른 뮤지션들하고 호흡을 잘 맞추고 연습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지 뭐.”

‘사제의 연’ 맺은 재즈가수 윤희정· ‘핑클’의 옥주현

옥주현은 윤희정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레슨을 받고 있다.


윤희정은 옥주현에게 “무대에 서면 왠지 재즈적인 분위기가 나올 것 같다”며 낯선 무대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는 제자를 격려했다. 옥주현이 걱정하는 바를 윤희정이 모르지 않기 때문. 그 역시 가사를 외우는 게 힘들어 재즈를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카리스마 넘치는 재즈가수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지만 뒤늦게 재즈를 안 탓에 그의 재즈 공부는 아직도 진행중인 것.
그가 재즈를 시작한 건 91년. 가스펠 선교공연을 하고 있던 그에게 한 음반 제작자가 찾아와 “재즈를 하면 한국을 뒤흔들 여성”이라며 재즈를 권유한 것. 이후 그는 재즈이론가 이판근 선생으로부터 재즈의 역사에서부터 편곡까지 배워 94년 마침내 재즈 음반을 내고 지역 순회 공연에 나서며 재즈가수로 거듭났다.
그는 사실 포크송 가수로 노래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연구실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는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기타를 들고 있는 아리따운 여인의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깔려 있다. 그가 포크가수로 활동하던 스물두살 때 찍은 사진이다.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진 뒤 여동생과 함께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했다가 최고상을 수상했어요. 하지만 같은해에 서울대 법대 3학년에 다니던 큰오빠가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 아버지는 ‘판사가 나올 집안에 웬 깽깽이 가수냐’며 기타를 두번이나 때려부쉈죠.”
그러나 그가 연말결선에까지 나가 TV에 모습을 드러내고, 최우수상과 각종 전자제품을 부상으로 받아오자 식구들도 두손을 들었다. 큰오빠는 ‘김명희’라는 본명 대신 ‘윤희정’이라는 예명을 직접 지어주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72년에 데뷔해 3집 음반까지 냈던 그는 결혼과 함께 대중가수 생활을 접었다. 그러던 중 연예인 교회에 나갔다가 성가곡에 매료돼 82년부터 가스펠 선교 활동을 시작한 것. 그는 가스펠이 재즈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됐다며 “자신을 재즈로 인도하려는 신의 뜻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제의 연’ 맺은 재즈가수 윤희정· ‘핑클’의 옥주현

그러나 신의 목소리를 가졌다 해도 불혹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장르의 음악에 도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 더욱이 편곡된 악보와 영어로 된 가사를 보는 건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전 식구들 중에 유일하게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더욱이 그 나이에 재즈를 배우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악보 그리며 공부하는 걸 싫어해서 선생님이 무슨 얘기를 하시면 못 알아들어도 아는 척 건성으로 ‘네’하고 대답하면서 다녔어요. 그러다 가사를 외우는 게 벅차 재즈를 포기할까 하는 심각한 고민을 선생님께 털어놨을 때 선생님께서는 ‘음악에서 중요한 건 필링(feeling)’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선생님의 격려에 다시 힘을 얻은 그는 설거지할 때나 아이들을 돌볼 때나 쉬지 않고 재즈 테이프를 들으며 노래를 연습했다. 녹음 테이프가 늘어지는 건 부지기수였다. 그의 마음과 달리 아이들에게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흑인 분장을 하고 무대에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여성 4인조그룹 ‘버블시스터즈’의 메인 보컬로 활약중인 그의 딸 김소연은 “너무 바빠서 학창시절 소풍 때 한번도 김밥을 싸주지 못하는 엄마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때 이후로는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소홀해가며 재즈에 빠져든 그이기에 제자가 듣고 따라 불렀을 녹음 테이프를 듣고, 노래를 시켜보면 단번에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옥주현도 솔로앨범 녹음작업 때문에 시간이 나질 않아 연습을 소홀히 하고 레슨을 받으러 올 때면 스승이 단번에 알아차렸음을 인정했다.

‘사제의 연’ 맺은 재즈가수 윤희정· ‘핑클’의 옥주현

6월 공연에는 뮤지컬 제작자 설도윤씨가 옥주현과 함께 무대에 선다. 마침 고등학교 때까지 성악을 공부해 오페라나 뮤지컬을 볼 기회가 잦았던 옥주현이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로 ‘뮤지컬’을 꼽자 윤희정이 반가워했다.

방송에서 노래하는 건 3∼4분이면 끝나잖아요. 그래서 몇 시간씩 노래해야 하는 뮤지컬 무대에 올라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래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정말 공부가 많이 될 것 같아요.
그럼, 공부 많이 되지. 나는 뮤지컬 ‘시카고’와 ‘넌센스’에 출연하면서 인생이 달라진 것 같아. 60여명의 스태프하고 6개월을 같이 지내며 연습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많이 배웠지. 대사는 또 좀 많은가. 그 많은 대사 외우느라 죽는 줄 알았어.
그래도 꼭 해보고 싶어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뮤지컬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윤 ‘미스 사이공’은 어떠니? 너한테는 그런 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노래도 예술이고.



윤희정이 6월 공연을 마치면, 그 무대를 거쳐간 게스트들의 모임인 ‘윤사회(윤희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통해 설도윤과 ‘한식구’가 될 수 있다며 좋은 인연을 맺어보라고 귀띔하자 옥주현이 환하게 웃는다.
옥주현은 오랫동안 공을 들인 끝에 마침내 5월 중순 솔로앨범을 발매했다. 그룹 핑클이 아닌 가수 옥주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꼼꼼하게 마무리하다 보니 앨범 발매가 당초 예정보다 늦어졌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음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어 기대가 된다고.
“핑클 앨범을 낼 때는 네명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제 음색을 1백 퍼센트 발휘할 수 없었어요. 핑클 앨범 작업할 때 (성)유리 목소리가 들어가면 10년은 어려 보이는 반면 제 목소리가 부각되면 10년 더 나이 들어 보인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 걸요. 어쩌면 그래서 일부러 더 어리고 예쁜 목소리를 내려고 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번 앨범을 들어본 사람들 중엔 옥주현이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이에 대해 윤희정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여러 명이 함께 노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렇지만 난 우리 딸이 멤버들과 어우러져 노래하면서 절제하고 양보하는 것을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 그러다 보면 그 아이의 재능이 양파껍질 벗기듯 새로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옥주현은 새 앨범에서 ‘에코’ ‘주얼리’ 등의 앨범을 성공시킨 프로듀서 박근태와 함께 자신의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전체 12곡 중 7곡의 가사를 썼다. 옥주현은 이미 가수 제이, 안재모 등이 부른 노래의 가사를 쓴 적이 있다. 이런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윤희정은 제자의 숨은 재주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너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어? 대단하네. 노래의 70%는 가사로 승부가 나지. 난 가사가 중요하다는 걸 나이 삼십이 돼서야 알았는데 넌 참 빠르구나.”
옥주현은 이번 솔로앨범에는 재즈의 색깔을 전혀 반영시키지 못했지만 앞으로 재즈로 덧입혀질 자신의 음악 색깔이 기대된다고 했다.
“전 재즈라는 세상에 막 태어난 아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직 재즈를 흉내내는 것조차 무리죠. 하지만 앞으로 애드리브나 코드 등에서 재즈의 색깔을 조금씩 넣고 싶어요.”
“너무 많이 알면 괴로운데…(웃음).”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이 노래해온 장르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끝까지 배워보고 싶다고 욕심을 내비치는 옥주현에게 윤희정이 한마디한다.
“사실 재즈를 제대로 배우려면 포기해야 할 게 너무 많아. 하지만 네가 지구력을 갖고 진짜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면 내가 가진 수백곡의 편곡들을 다 내줄 수도 있어.”
자신이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던 탓에 윤희정은 옥주현의 관심과 열정을 기특해하면서도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을 각인시켰다. 한편으로 자신이 늘 ‘재즈를 10년만 먼저 알았더라면’ 하고 아쉬워하는 만큼 제자가 진심으로 재즈를 해볼 생각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 멀리서, 가보지 않은 길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제자에게 손을 흔들어 길을 안내하는 스승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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