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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수술 받은 남편 헌신적으로 간병해 회복시킨 개그우먼 이경애

“부모님 돌아가시고 남편마저 쓰러져 절망하기도 했지만 이젠 시련 끝 행복 시작이에요”

■ 기획·이영래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6.03 10:06:00

개그우먼 이경애 얼굴에 요즘 웃음꽃이 활짝 폈다. 한동안 그의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을 차례로 병으로 잃고 뒤늦게 재혼한 남편마저 간경화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다행히 남편은 간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건강을 되찾은 상태.
시련을 딛고 다시 늦깎이 대학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의 요즘 생활.
간이식 수술 받은 남편 헌신적으로 간병해 회복시킨 개그우먼 이경애

“요즘 너무 바빠요. 얼마 전에 중간고사가 끝났고 이번 주에는 리포트 제출할 것도 쌓였어요. 사업도 신경 써야 하고 틈틈이 방송출연에 남편까지 챙겨야 하니까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죠.”
개그우먼 이경애(39)가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그는 재혼한 남편 김용선씨(53)가 간경화로 투병생활을 하자 간병에 매달리느라 대학도 휴학하고 방송활동도 일체 하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 김씨는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이 많이 회복된 상태. 올봄 그는 교통방송 ‘2시의 운전석’에서 ‘이경애의 속풀이 찜질방’ 코너를 진행하며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3학년에 복학, 늦깎이 대학생 생활도 다시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두번이나 휴학을 했어요. 1학년 다니고 부모님 아프셔서 1년 휴학하고, 2학년 마치고 남편 수술 때문에 또 1년을 휴학했거든요. 공부를 좋아해서 다시 학교 다니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어린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는 재미를 모르실 거예요. 친구들은 저랑 20년 차이가 나는데도 세대차이를 전혀 못 느낀다네요.”
지난 99년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뒤늦게 입학한 그는 학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본인 표현대로라면 “나이 먹은 값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강의시간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맨 앞자리에 앉아 강의를 듣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게다가 2학년 휴학 전에는 과에서 4등을 했을 만큼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1, 2학년 때 부지런히 학점을 이수해놓은 터라 이번 학기에 16학점을 신청했다는 그는 현재 1등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학교에 다시 복학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2001년 간이식 수술을 받은 남편 김씨의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그도 대학에 복학할 수 있었던 것. 복학 후 사업이다, 방송이다 바빠진 그가 안됐는지 남편 김씨는 “종종거리며 다니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한다.
“집사람은 집안일, 학생, 사업까지 1인 다역을 하는 사람이에요. 아침 7시에 학교에 갔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저와 점심을 먹기 위해 집까지 차를 몰고 오거든요. 그리고 오후 수업 들으러 나갈 때 저와 함께 나갔다가 밖에서 저녁을 먹고 함께 들어와요. 그렇게 사업하랴 방송하랴 쉴 틈 없이 움직이니까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현재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덕소. 서울에 있는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이른 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점차 건강을 회복하면서 김씨는 아내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침은 간단히 빵으로 해결하고 저녁식사도 스스로 해결하는 것.

재혼한 14세 차이 남편 간경화 투병으로 지난해 뒤늦게 결혼식 올려
그와 남편 김씨는 어느덧 결혼생활이 5년째에 접어든다. 2000년에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결혼식은 지난해 10월에야 올렸다. 연애기간까지 포함하면 6년 만에 결혼식을 치른 셈.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서두른 것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인데, 갑작스레 남편의 간경화가 악화되면서 결혼식이 뒤로 밀리고 말았다. 지난해 10월에야 치른 결혼식에는 박미선, 이성미, 이휘재 등 그가 속해 있는 ‘늘푸른모임’ 회원들을 비롯, 많은 하객들이 참석해 축하해주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97년 초. 당시 선배 언니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았던 이경애는 우연히 남편 김씨와 합석하면서 친해졌다고 한다. 당시 그가 받은 남편의 첫인상은 “솔직하고 순수해 아기 같다”는 느낌이었을 뿐 나이 차이가 많은 남편과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 김씨는 그와 세번째 만난 날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조그만 여자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왔다갔다 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유명한 개그우먼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다 들어와서 연예인에 대해서는 잘 몰랐거든요. 그때 집사람도 방송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였고 저 역시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서로 의지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집사람을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이미 한차례 이혼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혼에 대해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김씨로부터 “나하고 살아줄 수 있어?” 하고 프러포즈를 받던 날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간이식 수술 받은 남편 헌신적으로 간병해 회복시킨 개그우먼 이경애

“나이 차이가 많아서 집안 반대가 심했고 솔직히 남편이 아프다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 언제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을 또 만나겠나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가 힘들 때 의지가 되었던 사람이니까 저 사람한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게 기쁘기도 했고요. 내가 당장 돌보지 않으면 이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남편은 결혼할 무렵 이미 간경화 투병중이었다. 사실 이경애는 간경화와 악연이 깊다. 그는 지난 2000년 어머니를 간경화로 잃은 것. 2남3녀 중 셋째딸로 평소 부모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던 그는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설상가상, 어머니를 간호하던 아버지마저 열흘 뒤 위암으로 어머니의 뒤를 따라 가자 그는 세상에 홀로 내버려진 듯한 비애를 맛봐야 했다.
“엄마는 너무 힘들게 우리들을 키우셨고 자식들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신 분이죠. 그런데 엄마랑 똑같은 병을 남편이 앓고 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그래도 엄마를 간호할 때 쌓인 노하우가 남편을 돌볼 때 도움이 됐어요.”
다행히 큰아들의 간을 이식받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남편 김씨는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

“2세 갖고 싶어 계획 세우기도 했는데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어요”
간이식 수술 받은 남편 헌신적으로 간병해 회복시킨 개그우먼 이경애

여행은 이 부부의 유일한 취미생활. 시간이 나면 항상 여행길에 오른다고 한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그의 성격 덕분에 남편 김씨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평소 과묵한 편이던 남편은 그와 살면서 말수도 늘고 웃음도 많아졌다고. 특히 그가 학교에 복학하면서 그에게 전화 거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하루 종일 같이 있다가 떨어져 지내니까 집사람이 뭐하나 궁금하더라고요. 전화를 걸면 집사람이 개미만 한 목소리로 ‘수업중이야’라고 말하죠. 그러면 알았다고 얼른 끊곤 해요. 그래도 궁금하면 또 전화를 걸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결혼생활에서 부부싸움은 피해갈 수 없는 일. 두 사람 모두 고집이 세고 다혈질이라 소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다행히 둘다 뒤끝이 없는 성격이라 부부싸움이 길게 가지는 않는다고.
“저나 집사람이나 고집 한번 부리면 아무도 못 말리죠. 그래도 집사람이 많이 참아주는 편이에요. 나이는 어리지만 절 많이 이해해주거든요. 그래도 수술하고 나서는 제가 많이 참아요. 간이식 환자들이 흥분하면 좋지 않다고 해서 마음을 많이 비웠어요.”
남편도 건강해졌고 결혼식도 치렀으니 이제 남은 것은 두 사람의 2세 계획일 터. 하지만 아직 계획이 없다고 한다.
“처음엔 집사람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다 얼마 전 큰아들이 딸을 낳아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니 얘기가 쏙 들어갔어요”.
두 사람은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이 즐기는 유일한 취미는 여행이다. 밤 12시에도 마음이 맞으면 차를 몰고 바다 구경을 다녀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덕분에 전국 곳곳에 좋다는 여행지는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방송 토크쇼를 통해 남편 김씨의 투병이 알려진 탓에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 가면 남편이 더 인기가 좋아요. 사람들이 남편한테 맛있는 것 가져다주고 얘기하느라 저는 뒷전이에요. 남편이 아프다는 것을 알고 많은 분들이 경과를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특히 남편과 같은 병으로 아픈 분들이 건강해진 남편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갖는 것 같아요.”
현재 대학에서 연출공부를 하고 있는 그는 졸업 후 PD시험을 치를 생각이다. 그리고 이제는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드라마 연기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친다.
“오래 전부터 나이 마흔쯤 되면 드라마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왔어요. 학교 다니면서 아동극도 하고 ‘얼쑤’라는 2인극도 했거든요. 연출공부도 열심히 해서 PD시험도 보고, 대학 강단에도 서는 게 꿈이에요. 욕심이 많다고요? 지금도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요, 뭐.”
기능성 음료 제조업체 ‘그린원’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최근 새롭게 다이어트 사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아직 시험단계이긴 하지만 자신이 시판할 다이어트 식품으로 몸무게를 10kg이나 줄였다고.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낸 그는 요즘 달콤한 일상에 감사하며 지낸다고 한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절망적인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그는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저도 부모님을 간호할 때 힘들어서 불평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니까 후회가 되더라고요. 나중에 미안해하지 마시고 지금 기운내세요” 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여성동아 2003년 6월 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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