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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여자의 변신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에서 악역 맡아 눈길 끄는 이아현

“악녀 연기는 변신의 시작, 언젠가는 대학 강단에도 설 거예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5.14 15:11:00

‘착한 역할 전문’이라 불릴 만큼 캐릭터가 고정됐던 탤런트 이아현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에서 한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 인륜을 거스르는 여인으로 등장하는 것.
올해로 데뷔 10년째를 맞는 그가 털어놓은 ‘나의 일과 사랑, 그리고 꿈.’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에서 악역 맡아 눈길 끄는 이아현

“이아현인데요. 저 밥 좀 먹으면 안될까요? 지금 쓰러질 것 같아요.” 4월14일, SBS 탄현제작소. 약속 시간인 12시30분 정각에 탤런트 이아현(31)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 리허설이 끝나고, 다시 녹화에 들어가기 전에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점심부터 먹자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만나서 해도 될 이야기를 굳이 전화를 걸어 말한 건 약속 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쓰러질 듯 배를 움켜쥐고 나타난 그는 구내식당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매주 월요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세트 촬영은 밤 10시가 넘도록 계속되고, 본격적인 녹화에 들어가면 화장실 가는 것조차 PD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점심을 거를 수 없는 상황인 것.
“시청자들은 아침드라마를 편하게 볼지 모르지만, 연기자들은 정말 힘들어요. 대사도 얼마나 많다고요. 아침드라마를 여러 편 해본 터라 사실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안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지금까지 제가 해온 역할과 전혀 캐릭터가 다른 ‘악역’이고, 아이와 함께 나오는 장면이 없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가 출연을 결정하면서 특별히 ‘아이’와 ‘캐릭터’를 고려한 건 최근 몇년간 그가 맡은 역할이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주부에 순하고 착하기만 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3월부터 방영이 시작된 ‘당신 곁으로‘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약혼자(김유석 분)가 결혼 전 다른 여자(송채환 분)와 동거를 하고, 아이까지 낳은 사실을 알고도 결혼을 강행해 아슬아슬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주부 박연숙. 겉으로만 보면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과거를 덮어주고, 시부모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점에서 그가 지금껏 맡아온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당초 PD의 약속과 달리 유치원생 딸도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약혼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이를 유괴하고, 결혼생활 내내 이를 감추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거짓된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르다.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에서 악역 맡아 눈길 끄는 이아현

'당신 곁으로'에 등장하는 이아현 김유석 커플과 손현주 송채환 커플.


그런데 정작 해보고 싶었던 악역을 맡고 보니 쉽지 않은 모양이다.
“친구가 드라마를 보고는 제가 불쌍해 보였대요. 못되게 보여야 하는데 불쌍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제가 연기를 제대로 못했다는 거겠죠? 이혼한 뒤로 착한 역할만 해서인지 말투나 눈빛을 어떻게 해야 악랄해 보이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는 요즘 드라마를 볼 때면 악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눈빛과 말투,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데뷔 이후 악역이 처음이라며 자신의 연기력에 근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올해는 그가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지 10년째가 되는 해. 그가 94년 SBS 어린이 프로그램 ‘세계로 싱싱싱‘의 MC로 처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건 아주 특별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그는 국내에서 발간되는 ‘신부‘라는 잡지에서 독자 사진을 응모할 때 사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때 그 코너를 담당했던 기자가 나중에 방송국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에게 방송 데뷔의 기회가 주어진 것.
“요즘처럼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있는 때가 아니었어요.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어릴 적 호기심으로 사진을 보냈는데 제가 뽑힌 거예요. 그래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찍은 제 사진이 잡지에 실리기도 했어요. 나중에 그 코너를 담당했던 기자가 SBS 방송국 작가가 됐고,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영어로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자 미국에서 성악을 공부한 저를 떠올린 거죠.”
그렇게 해서 ‘세계로 싱싱싱‘의 진행을 맡게 됐다. 그때가 94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세대 성악과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그때 그를 연예계로 이끌어준 잡지사 기자는 방송국 작가를 거쳐 유명 라이센스 잡지 편집장을 지내고, 최근엔 새로운 스포츠 잡지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에서 악역 맡아 눈길 끄는 이아현

우연하게 연예계에 들어섰지만 그해 MBC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함으로써 연기자로서 그의 재능은 어느 정도 입증됐다. 안재욱 최지우 이민영 등이 그의 동기. 더욱이 그는 드라마 데뷔작인 KBS ‘딸 부잣집‘의 노래 잘하는 막내 딸 ‘소령’역으로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해왔던 음악에서 돌아서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그에게 음악에 대한 미련이 더는 없는 걸까. 그는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뮤지컬은 너무 좋아하지만 오페라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어요..”
가족 전체가 이민을 간 적이 있고, 아직도 남동생은 미국에 남아있어 미국 여행길에 자주 오르는 그는 지난해말, KBS 일일드라마 ‘결혼합시다‘가 끝나자 무려 한달 반 동안 미국에서 뮤지컬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한다. 공연 내내 그룹 ‘아바’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뮤지컬 ‘맘마미아 Mamma Mia‘ 이야기가 나오자 아직도 여운이 남았는지 얼굴에 환하게 생기가 돌았다.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에서 악역 맡아 눈길 끄는 이아현

드라마 녹화로 지쳐있던 그는 카메라 앞에 서자 다시 환하게 웃었다.


요즘 그는 드라마 촬영 이외의 시간을 운동과 친구, 그리고 영화에 투자한다. 일주일에 두번씩 꼬박꼬박 재즈댄스를 배우고, 새로 개봉하는 영화는 놓치지 않고 본다. 생각해보니 한때 그가 분당에 위치한 한 고급 극장을 애용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탁자도 있고, 넓은 소파를 뒤로 젖힐 수도 있어서 아예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거든요. 남자친구 있을 때는 자주 갔죠.”
알고 보니 2백석이 들어설 공간에 30석의 넓고 푹신한 소파가 놓여있어 연인들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꾸민 이색 장소였다. 그는 한동안 그곳을 즐겨 찾았지만 요즘에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만 혼자서 굳이 그런 곳에 가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언제부터인가 그는 줄곧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아내’로 등장해왔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2000년, 이혼한 뒤로 특히 배역이 그쪽으로 집중됐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는 아직 혼자다. 개그맨 홍기훈과 한때 연인 사이로 지냈지만 지난해 ‘구타사건’이 불거지고, 원치 않은 방향으로 사건이 확대되면서 서로 상처를 주게 됐다. 그는 그때 이후로 홍기훈을 만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남자친구도 많고, 특별히 만나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꾸준히 연락하고 고정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블루’가 유일해요.”
‘블루’는 탤런트 유혜정 이승신 김나운 임경옥 변소정 등 그가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들의 모임. 한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 수다를 떨며 친목을 다지는 데 최근엔 아나운서 이숙영과 현재 ‘당신 곁으로‘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서혜린이 합류했다고 한다. 멤버 가운데 이승신은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살았던 인연으로 우정이 각별하다고.
그는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연기의 폭을 넓혀 ‘프로’가 될 생각이다. 일단 악역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그는 앞으로 아이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커리어 우먼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원대한 꿈도 하나 갖게 됐다. 올해 2월, 세종대 공연예술대학원을 졸업했는데 무대연출 공부를 계속해 강단에 서는 게 그의 꿈. 그런데 무대연출로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유학을 떠나야 한다고.
“한국에는 무대연출 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는 학교가 없어요. 제가 알기로는 UCLA와 뉴욕대에 그 과정이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까 당장 유학을 떠나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강단에 서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바람대로 음악적 재능과 연기 경험이 더해져 멋진 교수가 되길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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