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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눈물의 고백

“사이버 테러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나선 백지영 비디오 파문 그후

처음 밝힌 힘들었던 삶과 심경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주영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5.14 15:03:00

3년 전 비디오 파문으로 연예계에서 사라졌던 가수 백지영.
그가 최근 한 시사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생의 낙오자로 남기 싫어 다시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비디오 사건 이후 힘들었던 삶과 앞으로의 계획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이버 테러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나선  백지영 비디오 파문 그후

가수 백지영(25)이 최근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다시 한번 세간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0년 12월 눈물의 기자회견 이후 새 앨범 발매, 대만 활동과 관련한 근황이 간간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비디오 파문에 대한 심경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즘 강아지 네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저를 무조건 좋아하고 따르죠. 솔직히 사람보다 교감도 잘되고…. 가장 좋은 건 얘들이 말을 못한다는 거예요.”
비교적 씩씩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지만 3년 전 그 사건의 충격에서 아직까지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듯했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날마다 신에게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기도했던 시간들. 그 상처가 그렇게 쉽게 아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디오 사건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0년 말이다. 갑자기 백지영이 연예계에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자신을 연예계로 이끈 관계자와 섹스 비디오를 촬영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백지영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고, 이 소문은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의외의 사건이 벌어졌다. 상대 남자인 김모씨가 SBS 연예정보프로 ‘한밤의 TV연예‘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비디오에 등장하는 남자가 자신이 맞다’고 주장한 것.
일파만파로 사건이 확대되자 백지영은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공인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은퇴 아닌 은퇴를 해야만 했다.
포르노 사이트 스팸메일에서 자신의 이름 보면 두려움에 떨어
그리고 1년. 무대를 그리워한 백지영은 이듬해인 2001년 여름 가요계 복귀를 시도했다. 비디오 파문 이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 살다시피 했던 그가 무대 위에 오를 결심을 하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힘겨운 시도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너무 빨리 다시 나왔다’는 냉소적인 비난과 함께 변변한 방송활동 한번 못한 채 좌절되고 말았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백지영이다. 2001년 1월, 검찰은 문제의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정모씨를 구속했다. 수사 결과 문제의 동영상을 유포한 사람은 상대 남자였던 음반 제작자 김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4명의 일당과 공모하여, 미국에 포르노 사이트를 개설하고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렸던 것. 돈을 벌기 위해(1회 다운로드시 2만원 상당) 혈안이 돼있던 그들은 국내 홍보를 위해 비디오 장본인이 백지영이라고 언론에 폭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모든 비난은 백지영에게 쏟아졌다. 네티즌은 문제의 동영상을 돌려보기에 급급했고, 한편으로 공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백지영을 비난하기에 바빴다. 거기에다 몇몇 스포츠신문과 방송의 선정적인 보도로 백지영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로부터 ‘집단 테러’를 당해야만 했다.
“그 사건 이후 제가 가장 많이 모은 게 선글라스예요. 아직도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어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민망할 때가 많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비디오를 봤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쳐질 만큼 무서워요.”
거의 두문불출 지내다가 때를 밀고 싶어서 어느 날 찾아간 목욕탕에서 그녀는 참담한 일을 겪기도 했다.

“사이버 테러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나선  백지영 비디오 파문 그후

지난 2000년 기자 회견 당시, 오열을 참지 못했던 백지영의 모습.


“목욕탕 속에 들어갔는데, 제 얼굴을 본 아주머니 세분이 그냥 나가시더라고요. 옷을 입고 있는 상태면 덜할 텐데, 그 상황에서 어디로 숨을 수도 없고. 마치 제가 병균인 듯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이 너무 비참했어요.”
지금도 인터넷이 가장 무섭다는 백지영은 자신의 메일 주소로 ‘백지영 풀버전 동영상’이란 제목의 스팸메일이 날아올 때마다 두려움에 떤다고 했다. 열어보면 외국 포르노 사이트로 연결된 스팸메일. 이렇게 포르노 사이트의 미끼로 자신의 이름이 등장하는 걸 볼 때마다 그의 심정은 찢어질 지경이다.
하지만 그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이외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켜봐준 아버지, 한달 동안 문밖 출입을 못할 정도로 마음 아파했던 어머니와 오빠. 그런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그는 한없는 고마움을 표했다.
방송활동을 하지 못하는 요즘, 백지영은 지방업소에 나가 노래를 부르며 가수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를 사랑하는 팬들 앞에서 노래를 할 때와 술을 마시며 스캔들 주인공인 저를 흥밋거리로 쳐다보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그 상황에 적응이 안됐지만 요즘은 오히려 팬 앞에서 노래하던 제 모습이 생각나지 않아요.”
업소 포스터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인기 있는 가수보다 그의 얼굴이 더 크게 나와 있다. 물의를 일으켰다며 방송국에서는 퇴출당했건만, 그 스캔들 때문에 업소에서는 그를 최고의 스타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 그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기로 했다. 아직도 대인기피증에 시달리지만 조심스레 가요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그가 다시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 가족들은 걱정부터 하고 있지만, 그는 결코 이렇게 주저앉고 싶지 않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화려한 옛날을 못 잊어서 다시 시작하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그냥 포기해버리면 평생 인생의 실패자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어요. 또 마음 아프게 해드린 부모님에게도 명예회복을 시켜드리고 싶고요.”
그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노래 부르고, 더 많은 땀을 흘리며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컴백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크지만, 이렇게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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