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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스크린 복귀한 매력남 김상경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최문갑 기자

입력 2003.05.07 17:31:00

6개월 동안 범인을 추적한 때문일까.
'살인의 추억' 시사회장에서 만난 김상경은 예전보다 많이 야위어 있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송강호와 함께 연쇄 살인범을 쫓는 엘리트 형사.
사건 수사에 몰두하는 형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감행했다는 그를 만났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스크린 복귀한 매력남 김상경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시사회가 열린 지난 4월15일. 기자 간담회를 끝내고 마주 앉은 영화배우 김상경(31)은 여전히 세련되고 도회적인 모습이었지만 전보다 훨씬 야위어 있었다.
“지난해 ‘생활의 발견‘에 출연하면서 7∼8kg이 빠졌고 ‘살인의 추억‘을 하면서 5kg이 더 빠졌으니까 12~13kg 정도가 빠진 셈이네요. 극중 역할이 형사라 사건 수사에 따른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연출하기 위해 체중을 줄였어요.”
영화 ‘살인의 추억‘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토대로 한 연극 ‘날 보러와 요‘를 영화화한 작품. 지난 86년 경기도 화성군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부녀자들을 상대로 한 한국 최초의 연쇄 살인사건이다. 6년 동안 10차례에 걸쳐 부녀자들이 희생된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는 중학생이었어요. 아쉽게도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때 저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더 관심이 많았고 대학교 주변으로 데모 구경하러 다녔던 기억밖에 없거든요.”
영화 속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서울시경 출신의 엘리트 형사 서태윤. 육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시골 형사 송강호와 달리 서류를 중심으로 논리와 분석적인 수사를 펼치는 예민한 캐릭터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충무로 캐스팅 0순위로 꼽히는 연기파 배우 송강호와 공동 주연을 맡았다. 극중에서 그는 시골 형사 송강호와 대결구도를 보이며 2시간 내내 살인범을 추적한다. 함께 출연한 송강호는 그를 두고 “기본기가 탄탄해 대성할 배우”라고 평가했다. 그에게도 송강호와의 작업이 값진 경험이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송강호 선배님은 현장 분위기를 리드하면서 재미있게 해주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셨어요. 물론 직접적으로 연기에 도움도 주셨지만 박두만을 연기하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죠. 아마 그 역할을 할 사람은 송선배님밖에 없을 거예요.”
실제로 술을 먹고 촬영에 임했다고 알려진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도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이번 작품 역시 녹록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다이어트와 전라도 유람은 원 없이 해봤다고 한다.
특히 그는 “체중조절을 위해 수시로 촬영장 주변을 뛰거나 전라도의 진수성찬을 외면하는 강한 의지력을 보여주었다”고 봉준호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만큼 스스로에게 혹독했다. 또 촬영팀은 ‘유랑극단’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2∼3일에 한번꼴로 장소를 이동해야 했다.
“집 밖은 경상도 사천에서, 집 안은 충청도 홍성에서 촬영하는 식이었어요. 덕분에 이번 촬영을 하면서 지금껏 안 가본 곳을 다 가본 것 같아요. 비 맞는 장면을 촬영할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올해 1월에 꼬박 열흘동안 비를 맞아야 했거든요.”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스크린 복귀한 매력남 김상경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지난 98년 MBC 미니시리즈 ‘애드버킷‘으로 데뷔했다. 183cm의 훤칠한 키와 선 굵은 외모, 탄탄한 연기력으로 MBC 드라마 ‘왕초‘‘마지막 전쟁‘‘홍국영‘, SBS ‘경찰특공대‘‘메디컬 센터‘, KBS ‘초대‘ 등에 출연하며 지적이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굳혔다.
2002년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으로 스크린과 인연을 맺은 그는 춘사영화제에서 신인 남우상을 수상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그의 두번째 영화 출연 작품. 특히 이번 영화는 ‘플란다스의 개‘로 충무로 다크호스로 떠오른 봉준호 감독과 최고의 배우 송강호의 결합이라는 사실만으로 제작 전부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재미있으면 출연한다”는 것이 작품선택의 원칙. 영화계에 진출한 연기자들이 드라마 출연을 꺼리는 것과 달리 그는 스크린으로 진출한 후에도 MBC ‘베스트극장‘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라 ‘하고 싶은 작품인가 아닌가’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시나리오를 아주 천천히 읽거든요. 이 시나리오를 받은 뒤 두번 읽고 나니까 새벽 3~4시쯤 됐더라고요. 아직도 이런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게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죠. 당장 하겠다고 감독님한테 전화하고 싶었지만 새벽이라 아침까지 꼬박 날이 새기를 기다렸어요.”
2남3녀 중 막내로 자란 그는 밝고 서글서글하고 성격을 가졌다. 시사회 이후 제작진과 가진 간단한 인터뷰 때도 감독과 배우들에게 집중적인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직접 마이크를 들고 제작자인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에게 “이번 영화를 마친 감회가 어떠신가요?” 하고 질문을 던져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그의 취미는 고전 다시 읽기. 말랑한 소설책보다 딱딱한 고전 속에 감춰진 진실 찾기가 훨씬 재미있다는 그는 요즘 루소와 에밀 졸라의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고 한다. “원리원칙을 지키며 살고 싶다”는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 때문에 그는 멋있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연기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영화 촬영을 하는 내내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마치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게 내 잘못인 것처럼 느껴졌다”는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모두 화성 연쇄 살인사건 같은 끔찍한 사건들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땀과 노력, 고통이 담겨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은 4월25일 개봉했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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