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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놀면서 배우는 영어

EBS '딩동댕 유치원' 메뚜기 아저씨 매튜 리드먼의 영어교육법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3. 05. 07

하이 에브리원! 과장된 몸짓, 익살스런 얼굴 표정, 다양한 목소리로 아침마다 어린이들을 사로잡는 EBS '딩동댕 유치원' ‘하이! 에브리원’ 코너의 진행자 매튜 리드먼. 영국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한국에 상륙해 ‘놀면서 배우는 영어’를 강조하는 그를 만났다.

EBS '딩동댕 유치원' 메뚜기 아저씨 매튜 리드먼의 영어교육법

“매튜, 뭐해요?”
“응, 지금 회의중이에요. 있다가 전화하세요.”
전화기 너머로 ‘까르르’ 남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인터뷰 도중 걸려온 전화에 어쩔 줄 몰라하는 이쪽 사정을 알 리 없는 어린 팬은 방송에서 들을 수 없었던 외국인 선생님의 한국말이 마냥 신기한 모양이다.
EBS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하이! 에브리원’이라는 영어 코너를 진행중인 영국인 매튜 리드먼(28). 아이들에게는 ‘메뚜기 선생님’으로 더 익숙한 그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다. 지난해 상반기에 EBS와의 계약이 만료된 매튜가 출연을 중단하자 그의 복귀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극성에 다시 ‘딩동댕 유치원‘으로 돌아와야 했을 정도. 이에 힘입어 그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딩동댕 유치원‘에 3년째 출연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어느새 그의 팬 카페가 생겨났고, 지난 3월, ‘딩동댕 유치원‘의 ‘뚝딱이 아저씨’ 김종석과 함께 만든 영어교육 비디오 ‘매튜와 뚝딱이의 톡톡 잉글리시 1탄‘은 한달만에 2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과장된 몸짓과 익살맞은 표정. 제작진은 늘 그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주문하지만 재미있고 강한 인상을 남김으로써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사이에 자신의 표현을 저절로 기억할 수 있게 하자는 게 그의 전략이다. 뜻을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감정을 함께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오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해피(happy)’를 말하는 데 굳은 표정으로 할 수는 없잖아요. ‘해피, 해피’(목소리 톤을 높이고 눈을 크게 뜨고 웃어보이면서)라고 해야지요.”
매튜가 표현력이 뛰어난 것은 그가 영국 헐 대학(Hull University)에서 ‘희곡(Drama)’을 전공했기 때문. 뿐만 아니라 현재 홍콩에서 외국인 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아버지로부터 일찍이 팬터마임 등 교육에 필요한 연기를 배웠고, 무대에 설 기회도 자주 있었다.
그가 한국에 처음 온 건 96년, 전주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던 누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때 두달 동안 한국에 머물며 전국 각지를 여행하다 한국에 매료 되어 이듬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일해보고 싶었던 그에게 한국이 떠오른 것.

EBS '딩동댕 유치원' 메뚜기 아저씨 매튜 리드먼의 영어교육법

과장된 몸짓과 표정은 아이들을 사로잡는 매튜의 트레이드마크.


그렇게 해서 한국, 그것도 서울이 아닌 전주에 학원강사로 둥지를 튼 그는 특유의 표정연기와 갖가지 놀이로 이끌어가는 수업 방식으로 금세 인기 강사가 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에 IMF가 닥치면서 원화가치가 크게 떨어져 한국에서 받은 월급을 모아 영국에 돌아가서 살 생각을 하니 암담했다. 그는 결국 1년 정도로 생각했던 한국 체류 일정을 수정하고, 99년 오디션을 거쳐 EBS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그는 ‘리스닝 스페셜‘ ‘서바이벌 잉글리시‘ ‘이브닝 스페셜‘ 등 EBS의 각종 영어교육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영어 이렇게 하세요‘ ‘초등학생 영어‘ 등에 작가와 자문요원으로 참여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도 어느새 7년째 접어들고 있는 그는 한국의 사정, 특히 어린이 영어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열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 엄마들, 정말 많이 알아요. 그래서 영어 동화책, 영어교재도 많이 사요. 그런데 중요한 건 엄마랑 아이가 함께해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학원강사를 하는 동안 아이들에게는 인기 만점이었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습지 몇장 풀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그를 탐탁지 않아 하기도 했다. 노래와 게임으로 이끌어가는 그의 수업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그는 한국의 엄마들은 교육기관이나 교재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 사용되지 않는 영어 표현들로 가득한 오래 전 영어교재를 지금까지 쓰고 있고, 상당수의 교육기관에서 이를 검증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그대로 가르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원 리틀, 투 리틀, 쓰리 리틀 인디언’하며 인디언 노래를 신나게 배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노래 속에는 인디언을 멸시하는 인종편견의 내용이 담겨있어 이미 오래 전부터 실제 영어권 국가에서는 의식적으로 부르지 않거든요.”
EBS '딩동댕 유치원' 메뚜기 아저씨 매튜 리드먼의 영어교육법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아이들에게 영어노래를 가르칠 때는 반드시 그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배울 필요없는, 심지어 배워서는 안되는 영어노래를 걸러내기 위해서다.
그는 ‘놀이로 배우는 영어, 엄마랑 함께하는 영어’가 어린이 영어교육법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영어 동화책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한국어 동화책을 읽으면서 단어나 문장을 골라 영어로 표현해보고, 같이 따라하면서 익히면 돼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를 때도 영어로 바꿔 말하면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더 재미있게 영어를 익힐 수 있어요.”
깔끔한 외모와 능숙한 한국어 실력, 게다가 개그맨 뺨치는 다양한 표정연기가 특기인 메튜를 방송 관계자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 리 없다.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가 많이 들어오지만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코미디언이 아니에요. 그냥 ‘마음 맞는’ 사람, ‘인정 있는’ 사람과 ‘버릇 있게’ 일하고 싶어요.”
매튜는 어떻게 알았는지 ‘버릇 있게’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그 의미도 정확히 꿰고 있는 눈치다. 내년이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교육 연기’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틈틈이 한국에 들어와 영어 교육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계획인 그는 “한국과 계속해서 인연을 맺으며 시험 점수를 따기 위한 영어가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외국인과 ‘버릇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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