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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 불러 화제 모은 17세 팝페라 테너 임형주

■ 글·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3.03.31 17:51:00

지난 2월25일에 있었던 대통령 취임식은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애국가를 선창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17세의 팝페라 테너 임형주군이 바로 그 주인공. 최근 국내 첫 팝페라 음반인 '샐리 가든'을 내고 가수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 불러 화제 모은 17세 팝페라 테너 임형주

팝페라 테너 임형주군(17). 다소 낯설게 들리지만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를 불렀던 미소년’이라고 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늘 중견 성악가들이 애국가를 제창하면서 행사의 중후함을 더했던 것과 달리 이번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는 앳된 외모의 그가 등장해 청아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월 국내 최초의 팝페라 음반 ‘샐리 가든‘을 낸 그는 KBS ‘열린 음악회‘ ‘윤도현의 러브레터‘, MBC ‘생방송 화제집중‘, SBS ‘세븐데이즈‘ 등에 출연하며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 그는 다소 파리해 보였다. 위염 때문에 한끼도 먹지 못하고 병원에 다녀왔다고 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인터뷰를 미루지 그랬느냐”고 묻자 그는 “약속은 지켜야죠”라고 대답하며 언제 아팠냐는 듯 환하게 웃었다.
“공연을 앞두고 떨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긴장되더라고요. 설레는 마음에 취임식 전날 잠을 못잘 정도였죠. 그런데 막상 단상에 올라가니까 하나도 떨리지 않았던 거 있죠. 타고난 ‘무대체질’인가 봐요(웃음). 평생 잊지 못할 영광스럽고 감격적인 무대였어요.”
그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부터 애국가 선창을 제의받은 것은 취임식 2주 전이었다. 젊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살리자는 취지에 따라 애국가 선창도 참신하고 젊은 이미지의 인물을 세우기 위해 그를 발탁했다는 것이 인수위 측의 이야기. 그는 바로 OK 사인을 보냈다. 이런 무대는 평생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국가를 부른 후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어요. 온라인 팬클럽 회원수도 한꺼번에 3천명이나 늘었고 박카스 지면 광고도 찍었고요(웃음). 무엇보다도 제가 부른 애국가를 듣고 ‘애국가가 참 아름다운 노래구나’ 새삼 느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뻐요.”
임형주군은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 성악과에 재학중인 엘리트 성악도다. 어렸을 적부터 목소리가 예쁘고 노래를 잘했던 그는 5년전 자신의 고운 목소리를 남기고 싶어 기념 음반 ‘Whispers of hope - 난 믿어요‘를 냈고,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를 불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저 막연히 가수를 꿈꿔왔던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들은 후 성악에 빠져들었다.
“두달여 실기 공부를 한 후 예원학교 성악과에 입학했어요. 당시는 정말 성악이 미칠 듯이 좋았어요. 대학생들도 어려워 읽지 않는 발성법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밤새도록 읽었을 정도였죠. 그런데 실기 시험은 물론 전국 콩쿠르에서도 계속 1등을 차지하자 점차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어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미국 유학을 결심했죠.”
2001년 예원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방학에 그는 혼자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만 해도 영어에 능숙하지 않았던 그는 인터넷에 접속해 사전을 뒤적이며 적당한 레슨 선생님을 찾아보았다. 메조 소프라노로 활동중인 웬디 호프만이 그가 머물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산다는 걸 안 그는 바로 ‘제자가 되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내고 그녀의 집에 찾아갔는데, 그녀 대신 어떤 남자 한명이 있었다. 그 남자는 ‘노래 한번 해보라’고 말했고 얼떨결에 그는 이탈리아 가곡 한곡을 불렀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그 남자는 박수를 치며 “깨끗하고 아름다운 천상의 목소리”라고 찬사를 보내고는 “나는 웬디 호프만의 남편이자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반주자인 얼바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노래를 들은 웬디 호프만의 반응 역시 똑같았다. 그후 이들 부부는 그의 열렬한 후원자를 자처했다. 한번은 뉴욕의 문화인들 모임에 그를 데리고 가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대형 팝가수 보브 딜런이 그의 노래에 감동을 받아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그 사람이 보브 딜런인지도 모르고 사인을 해줬다고.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 불러 화제 모은 17세 팝페라 테너 임형주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


지난해 그는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에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합격했다. 성악가로서는 탄탄대로의 길에 들어선 셈. 하지만 그는 팝페라 음반 ‘샐리 가든‘을 발표하며 정통 성악이 아닌 팝페라의 길을 선택했다. 팝페라는 팝과 오페라의 합성어로 쉽게 말해 클래식한 발성법으로 팝을 부르는 크로스오버 장르다.
“제 음반은 클래식 분야의 판매 1위를 지키고 있어요. 2위는 바로 첼리스트 장한나씨의 음반이에요. 재미있는 사실은 제 음반은 팝페라고 장한나씨의 경우는 정통 클래식이라는 거죠. 저는 팝페라와 클래식 간의 싸움에서 팝페라가 이긴 거라고 생각해요. 전세계는 이미 팝페라 열풍이에요. 사라 브라이트만, 안드레아 보챌리 등 팝페라 가수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하죠.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젠 표현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팝페라를 원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샐리 가든‘에는 타이틀곡 ‘샐리 가든’을 비롯해 ‘아베마리아’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투나잇’ ‘오버 더 레인보’ 등 우리 귀에 친숙한 발라드 12곡이 그의 청아한 목소리로 담겨있다. 그의 생물학적인 변성기는 이미 끝난 상태. 특이한 성대를 타고 났기 때문에 변성기가 지났음에도 맑고 깨끗한 음색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의 실력과 인기를 반영하는 일화 두가지. 하나는 그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그가 노래를 마치자 윤도현이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정말 노래 하나는 끝내주네”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또 하나는 지난 3월1일에 있었던 팬미팅에 1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몰려와 “오빠, 사랑해”와 “형주야, 사랑해”를 동시에 외쳐댔던 것. 그 역시 생각보다 훨씬 많은 팬들의 호응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 불러 화제 모은 17세 팝페라 테너 임형주

얼바이, 웬디 호프만 부부와 함께. 조끼를 입은 사람이 얼바이, 임형주군 오른쪽의 소녀가 여동생 형인양이다.


임형주군은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1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대해 묻자 곧바로 어린 소년으로 돌아왔다.
“취미는 영화나 드라마 보기예요. 보고 있으면 마치 제가 주인공이 된 것 같거든요. 재미있게 본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고요. 전지현 누나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좋았어요(웃음). 그런데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서 참 안타까워요. 키도 좀더 컸으면 좋겠고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17세가 되는 올해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이 있다. ‘17세의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이름지은 이 다짐은 평생 동안 1004명의 아이들에게 개안(開眼)수술을 해주는 것. 광고나 음반 판매, 공연 수익 등으로 그가 번 돈을 모아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지금까지 네 명의 아이들에게 수술을 해줬다고 한다.
오는 7월 미국에서 첫 독집 음반을 내며 정식 데뷔 콘서트를 열 거라는 임형주군. 실력 못지않은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그가 안드레아 보챌리와 같은 대형 팝페라 가수가 되길 기대해본다.

여성동아 2003년 4월 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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