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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남자의 요즘

6집 발표 후 인기 치솟는 가운데 ‘공개구혼’으로 눈길 끄는 김정민

“내년 아버님 칠순 잔치는 ‘며느리’와 같이 치러드리고 싶어요”

■ 글·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사진·박해윤 기자 ■ INI Entertainment 제공

입력 2003.03.31 17:02:00

올초 새롭게 발표한 6집 앨범 타이틀 곡 ‘원’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또다시 인기몰이에 나선 가수 김정민.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된 그는 얼마전 어머님의 칠순잔치를 썰렁하게 치른것에 죄책감을 느껴 내년 아버님의 칠순잔치만큼은 며느리와 함께 제대로 치러드리고 싶은 마음에 공개구혼까지 하며 결혼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올해 안에 ‘기쁜 언약식’을 다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6집 발표 후 인기 치솟는 가운데 ‘공개구혼’으로 눈길 끄는 김정민

모방송국의 음악 프로그램 리허설 현장. 생방송을 앞둔 최종 점검 무대는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출연할 가수들이 순서대로 나와 무대를 누비고 그런 와중에 조명과 음향을 체크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리허설 무대를 지켜보니 요즘은 가수들이 대체로 두세명, 혹은 서너명씩 그룹을 짓는 게 유행인 것으로 느껴졌다. 이어지는 무대가 하나같이 여러명의 가수에 백댄서들까지 합세해 똑같은 몸놀림을 하며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니 순간 노래를 듣는 건지 춤을 보는 건지 좀처럼 분간하기가 힘들다.
그런 와중에 벙거지 모자를 꾹 눌러 쓴 채 혼자 나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가슴이 시리도록 애절한 음색으로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보니 확실히 튀어보인다. 올 1월 6집 앨범 타이틀곡 ‘원’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김정민(35)이 그 주인공.
리허설을 마치고 분장실에서 마주한 김정민은 잠시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벙거지 모자에 눌린 머리를 감고 온 그는 거울 앞에 앉아 머리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머리만큼은 직접 손본다는 그. ‘드라이발’을 세우며 뒷머리에 열심히 바람을 넣고 헤어젤로 한올한올 정성들여 머리를 손질하고 나니 어느새 삐죽삐죽한 ‘배용준식 바람머리’가 나오면서 특유의 터프한 이미지가 살아났다.
머리 손질을 마친 후 기자의 명함을 받아쥐던 그는 대뜸 “어? 이메일 아이디가 타이거네요. 난 별명이 성산동 호랑인데… 그 별명 10년 됐어요. 고향이 성산동인데다 호랑이는 창법 때문에 붙여진 거예요. 노래하는 제 모습이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 같지 않아요?” 라며 씨익 웃어보인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도 ‘2003 Reborn of Tiger’. 말하자면 부활하는 호랑이라는 것. 데뷔 당시 짧은 까치머리에 검정색 가죽 코트를 입고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건만 그의 가수 경력도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이번 앨범은 그 10년 동안 노래하면서 담아내고 싶었던 노랫말이 주를 이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쯤 꿈꿔온 사랑을 담고 싶었다는 것. 아울러 오랫동안 같이 일해왔던 소속사에서 독립해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를 한 첫번째 앨범이라 그에겐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앨범이라고 한다.
“전 소속사와는 서로 트러블 없이 잘 헤어졌어요. 원래 가수와 제작사가 헤어지는 마당에서는 백이면 백 안 좋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 틀을 김정민이 깼다고 볼 수 있죠. 서로 최선을 다해 할 만큼 하고 나면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는 거죠.”
그동안 전 소속사와의 관계에 있어 백지 계약서를 내밀 만큼 신의를 보여 ‘의리의 사나이’로 통하기도 했던 김정민. 그러나 그는 “내 것을 얍삽하게 잘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그렇지 의리는 무슨 의리…” 라며 멋쩍은 표정을 내보인다.

6집 발표 후 인기 치솟는 가운데 ‘공개구혼’으로 눈길 끄는 김정민

모 방송국 음악프로그램 리허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김정민.


가수든 연기자든 인기가 치솟을 땐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며 더없이 행복한 사람으로 보일 터. 하지만 빛이 화려할수록 그 뒤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고 했던가?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정민에게도 ‘화려한 조명발’ 뒤에 감춰진 애로사항이 많은 듯하다.
김정민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오픈 다이어리’라는 코너가 있다. 말하자면 공개된 일기장이다. 그 안에는 김정민이 생각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총각들만 모여 사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아침밥을 굶을 때의 고통(그의 일기를 보면 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처럼 보인다), 잠 좀 실컷 자봤으면 좋겠다는 얘기, 가수가 왜 텔레비전에 나와서 씨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방송은 할 게 못 된다는 얘기 등등이 미주알고주알 솔직하게 쓰여있다.
“오픈 다이어리 쓴 지 햇수로 4년 됐어요. 오늘 아침에도 쓰고 나왔는 걸요. (방송출연에 대한 불만 얘기가 마음에 걸렸는지)방송 얘기요? 그건 제가 바보 같은 게… 하고 나서 뒤에서 푸념하는 거죠. 전 돈 받고 계약했으니까 돈 준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 하고 동생들도 생각해야 하니까 제 맘대로 할 수 없고 협조를 해줘야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뭔가 공허한 마음이 들긴 하죠. 어떻게 보면 자기 얼굴에 침뱉기 식이지만 오픈 다이어리니까 내 맘을 그대로 쏟아부을 수 있는 거죠.”
가수로서 자신이 직접 기획한 6집 앨범도 애착이 많이 가긴 하지만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앨범은 따로 있다. 지난해에 소리 없이 발표한 가스펠 앨범이 바로 그것.
“슬픈 언약식이 히트 치면서 돈도 좀 벌어서 식구들과 같이 살 수 있는 집도 마련했지만 이후 4년 동안의 공백기가 있었죠. 일을 안하는 상태니 매일 집에서 부모님이랑 부딪힐 거 아니에요. 그러면서 큰아들이 허구한 날 술 마시고 들어오고 다음날 낮 1시까지 자는데다 방에 들어오면 술 냄새 팍팍 나고 그러니까 부모님이 보시기에 안쓰러웠겠죠. 그러던 어느날인가, 속이 쓰려서 새벽에 물 마시러 나왔는데 어머님이 한 귀퉁이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연로하신 분 입장에서 ‘큰아들이 뭐하고 있는 건가’ 한심스럽기도 했겠죠. 두분 다 칠순이세요. 어머님은 얼마전에 지났고 아버님은 내년이 칠순이거든요. 근데 큰아들이 서른도 한참 넘겼는데 장가도 안 가고… 물론 누나가 결혼해서 손자가 있긴 하지만 옛날 분들 생각하시기에 장남하곤 다르잖아요.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결혼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뭔가 하다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고 배경음악이라도 만들어드려야겠다 싶어서 만든 게 가스펠 앨범이에요.”
가족들끼리 모여 조촐하게 식사하는 것으로 어머니 칠순잔치를 대신한 게 마음에 걸리고 죄송스러웠다는 그. ‘김정민의 공개구혼’ 얘기가 나왔던 것도 바로 그 즈음이다.
“사실 공개구혼은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앨범 홍보차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와 인터뷰를 하는데 나이도 있고 하니까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이 나오잖아요. ‘물어보지 말고 시켜주든가’ 하는 식으로 농담을 했는데 라디오 진행자가 ‘아 그럼 우리가 김장추(김정민 장가보내기 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공개구혼을 실시하니 주변에 언니나 누나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하면서 말이 나온 거죠.”

공개구혼 이후 소속사로 찾아오는 여성들도 많아
하지만 그 이후의 반응은 뜨거웠다. 어떨결에 나온 공개구혼 이후 그의 소속 사무실엔 전화가 빗발쳤고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는 적극파 여성도 많았다. 심지어 미국 유학중인 20대 중반의 여성까지 찾아오는 바람에 소속사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는 것.
여성들의 ‘이력서’도 꽤 많이 들어왔다. “거의 20대 후반인데 서른이 넘은 분도 있더라고요” 라는 김정민의 말에 기자가 “당신 나이도 만만치 않은데 30대 여자가 어때서…”라고 하자 대뜸 출산 문제를 거론한다.
“서른이 넘어서 초산을 하면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요. 젊고 건강할 때 낳아야 좋죠. 2세를 생각해서 나이는 좀 따지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전 10년이 넘는 나이 차는 좀 그래요.”
본인의 나이는 점점 더 먹어가면서 20대 여자만 고집하면 나중에 흔히 하는 말로 도둑놈 소리 들을 것 아니냐는 말에 “뭐 지금도 도둑놈이죠”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유야 어떻든 공개구혼 발언 이후 여자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보내오면 아무래도 호기심 때문에 면면을 들춰본다는 그. 하지만 아직까지 ‘필이꽂’히는 여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고.
“서면으로만 봐서 그 여자를 알겠어요? 그렇다고 면접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제가 정말 원하는 만남이 어떤 건지 아세요? 그냥 길 가다가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좋은 여자를 만나는 거죠.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연애결혼하고 싶어요. 중매결혼이라… 에이, 능력 없어 보이잖아요. 전 소개팅도 별로 안 좋아해요. 소개팅 받아서 잘된 적도 없고… 지나가다 정말 맘에 드는 여자 발견하면 쫓아갈 거예요. 제가 워낙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것도 쉽지 않겠지만 이젠 좀 나다녀야죠.”
가수활동을 하다보면 주변에 애정공세를 펼치는 팬들도 많지만 팬은 그냥 팬일 뿐이라는 그. 또한 방송국에 드나들다 보면 동료 가수를 비롯해 여자 연예인들도 많이 만나게 되지만 나이 차도 많이 나는데다 연예인은 싫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나이트클럽에 가서 부킹을 할 수도 없고… 차라리 술 마시러 룸살롱에 가는 게 낫죠. 제 나이가 그 나이잖아요. 이건 우스개로 하는 얘긴데 돈텔마마(30대 전후의 남녀부킹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나이트클럽)라는 곳이 있거든요. 한번쯤 정말, 정말(이 단어를 강조하며 여러번 반복한다) 가보고 싶어서 얼마전에 갔었죠. 비가 막 오던 날 일행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다가 내친 김에 갔는데 한 30분 앉아 있다 나왔나? 누가 알아볼까봐 벙거지 모자 쓰고 계단 올라가다 모자 때문에 ‘머리조심’이란 문구를 못 봐 심하게 부딪쳤죠. 주먹만한 혹이 난데다 머리가 얼얼해서 그냥 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래도 호기심 때문에 꾹 참고 앉아 있었는데 여자 한분이 들어왔는데 완전히 아줌마더라고요. 그래서 금세 나왔죠. 예전엔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많지 않았는데…. 이젠 정말 여자를 만날 때가 되긴 됐나 봐요.”

6집 발표 후 인기 치솟는 가운데 ‘공개구혼’으로 눈길 끄는 김정민

자기 일을 가진 여자,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여자가 좋다는 김정민.


그냥 느낌이 좋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그가 내거는 조건을 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은 듯하다.
“제 키가 180cm인데 170cm 넘는 여자들은 싫어요. 165cm 정도? 힐을 신는다 해도 내 밑에 있어야죠. 저는 여자가 결혼해서 집에만 있는 것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그만 가게라도 차려서 자기 일을 하는 여성이면 좋겠어요. 성격이 좋으면 좋겠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면 좋겠고, 게다가 예쁘면 더 좋겠고(웃음)… 하지만 예쁜 걸 찾진 않아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젊은 남자가 “정민이형은 예쁘지 않으면 안 만나요”라고 하자 “형 장가 가는 데 불만 있냐”며 슬쩍 눈을 흘긴다.
“며느리감을 두고 부모님이 따지는 건 없어요. 그저 너 좋아하는 여자 데려오기만 하라는 식이죠. 당신들도 나이가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며느리를 빨리 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그렇다고 부모님 때문에 아무 여자나 만나서 내 인생을 걸 순 없잖아요. 한번 만나면 잘 살아야 하는데…. 요즘 이혼하는 사람들이 참 많잖아요. 자식까지 낳고 헤어진다는 건 어른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신중하게 생각해야죠.”
10월에 결혼하는 남자 김정민.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10월에 할 것”이라고 대답해 붙여진 타이틀이다. 그 소리를 벌써 10년째 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10월이라고 대답하는 그.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예사롭게 넘길 일은 아닌 듯싶다.
“사실 올해는 약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에요. 내년에 아버님 칠순이거든요. 손자까지는 힘들겠지만 아버님 칠순 때는 버젓하게 여자친구를 데리고 가 인사시켜드리고 싶거든요.”
결혼하면 두 사람이 쓸 만큼의 돈은 있으니 그냥 몸만 와주면 된다는 그. 지금은 잘 나가는 가수라 경제적으로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인기가 식으면 불안하지 않겠냐는 말에 “지금도 그리 잘 나가는 건 아니에요. 방송만 많이 나가는 거지 실속은 없어요. 전 가수라기보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에 곡도 쓰고 뮤지션으로 활동하면 되니까요. 예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해서 그런지 그런 거에 별로 신경 안 써요.”
한동안 가수 활동을 하다 요즘은 후배 양성에 힘을 쏟는 몇몇사람을 거론하며 그에게 후배를 키울 생각이냐고 하자 “아유 아니에요. 전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아요. 나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누가 누굴 키워요. 나나 잘 해야지. 그저 나중에 후배 가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의 주인이 되고 싶어요. 작은 소극장이라도 마련해 싸게 대여해주고 마음껏 노래를 부르게 할 거예요. 그러다 ‘매표구 아저씨가 게스트로 출연합니다’ 하면 간간이 나가서 노래 부를 거고요. 그게 제 꿈이에요.”
음악인다운 그의 소박한 꿈과 함께 부모님께 효도하려는 아들로서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해본다.

여성동아 2003년 4월 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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