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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기다림 끝에 찾아온 행복

인기 드라마 ‘인어아가씨’로 주목받는 늦깎이 연기자 최재호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김미선 ■ 사진·지재만 기자 ■ 메이크업·오영철 ■ 의상협찬·카루소 쏘베이직

입력 2003.03.06 10:47:00

최근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에서 이재은의 상대역인 안형선 PD 역을 맡아 주목받고 있는 탤런트 최재호.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악역 전문배우의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운 남자로 거듭나는 중이다.
10년 동안의 기다림 끝에 연기자로서 최고의 기회를 잡은 그의 어제 그리고 오늘.
인기 드라마 ‘인어아가씨’로 주목받는 늦깎이 연기자 최재호

최근 MBC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에서 안형선 PD 역을 맡은 탤런트 최재호(37)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극 초반에는 그리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극중에서 중요 인물인 마마린(이재은)의 상대역으로 떠오르면서 스토리의 한 축을 맡게 된 것.
“요즘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 임성한 작가님이 쓰신 ‘온달왕자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저를 눈여겨보신 것 같아요. 너무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한번도 뵌 적이 없어서 아직 고맙다는 말씀도 못 드렸죠. 또 노력하는 자가 마지막에 웃는다고 하잖아요. 저 그동안 정말 노력 많이 했거든요. 남들이 대본 열번 볼 때 전 백번씩 읽었어요. 많이 읽은 표 나지 않게 점으로 찍어가면서 말이에요(웃음).”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본 것은 데뷔 이후 처음. 지금의 역할이 잘 어울려서인지 실제 PD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주로 악역 전문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난생 처음 멜로 연기를 하면서 큰 심리적 부담을 느껴 잠시 방황하기도 했다고.
“악역을 많이 하다보니까 특히 시선 처리가 부족해요. 제가 봐도 제 눈이 너무 무섭더라고요. 다행히 상대역인 재은이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어요. 연기 경력만 따지면 대선배인 재은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죠.”
성우 뺨치는 멋진 목소리를 지닌 그는 ‘인어아가씨’를 통해 뒤늦게 주목받고 있지만 알고 보면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과감히 학교를 자퇴한 뒤 어머니 친구분의 도움으로 영화사에 들어가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극단 ‘대하’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그는 검정고시를 통해 86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같은 해 MBC 공채 17기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최고의 배우를 꿈꾸던 그는 조연생활에 머물러야 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자 한국생활을 접고 미국 이민을 떠난 가족들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부모의 충고를 듣고 일주일 만에 집을 나와 아는 이 하나 없는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주신 돈 2만달러(약 2천4백만원)를 도박으로 한달 만에 날려버리고 힘든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의 소개로 한 카지노에 입사해 2년6개월 동안 딜러로 일했죠. 그때 손이 빠르기로 소문나서 ‘기관총’이라는 닉네임이 붙기도 했어요.”

인기 드라마 ‘인어아가씨’로 주목받는 늦깎이 연기자 최재호

악역 전문연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아직은 멜로 연기가 어색하다고.


그후 2년 동안 프로 도박사로 활동한 그는 한달에 5천달러(6백만원), 1년에 6만달러(7천2백만원)의 수입을 올리며 이름을 날렸다. 그러던 어느날 일본의 한 야쿠자가 하룻동안 4억∼5억원을 땄다가 그날로 모두 잃었다는 얘기를 듣고 허무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 일이 계기가 돼 프로 도박사 생활을 청산한 그는 잠시 여행차 한국에 들렀다가 ‘모래시계’의 출연제의를 받았다고. 그는 송지나 작가에게 카지노에 관한 상식을 알려주었고 극중에서는 여주인공 고현정을 카지노 딜러로 키우는 인물로 출연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영주권 문제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결국 영주권을 포기했는데 그때가 바로 IMF가 터지기 직전이었죠. 처음에는 후회도 많이 했어요. 졸지에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써야 하는 처지가 됐고 좀처럼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남들이 꺼리는 악역이나 바보 같은 역할도 많이 했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다른 일을 할까 고민도 했는데 한 선배가 연기자는 끝까지 기다려야 기회가 온다고 하더군요.”
그는 성실함과 노력 하나로 무명의 서러움을 버텨왔다.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이든 악역 중의 악역이든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 것. 그 결과 한 회 출연이었다가 고정출연으로 바뀌기도 했고 없던 대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MBC PD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은 ‘깡패 액션배우’. 그는 액션장면을 찍을 때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직접 촬영을 하는데 언젠가 한번은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신을 찍다 크게 부상을 당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은 ‘모래시계’를 비롯해 ‘국희’ ‘선희 진희’ ‘그 여자네 집’ ‘홍국영’ ‘위기의 남자’ ‘미망’ 등 다수. 그 가운데 ‘홍국영’은 정말 재미있게 찍었다고 한다. 시청률이 부진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긴 하지만 지금도 그 팀들과 1년에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2001년에는 국립극장에서 열린 악극 ‘울지 마라 두 남매’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연기는 100% 완벽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근사치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배우라도 언제라도 바닥에 떨어질 수 있고요. 대본을 한번 더 본 사람이 연기를 더 잘할 수밖에 없듯이, 밑천이 떨어져서 하향세를 걷지 않으려면 항상 노력해야죠.”
그는 승마 수영 축구 스키 스노보드 스쿼시 등 각종 운동을 즐기는 운동광. 요즘에는 연기자와 연출가로 이루어진 ‘구마회’의 멤버로 매주 목요일 한강 둔치에서 15∼20km 달리기를 하거나 등산을 하고 있다. 또 연예인 축구단 ‘코리아 축구단’의 멤버이기도 하다.
아직 미혼인 그는 열살 연하의 여자친구와 2년째 교제중이다. 그녀가 OK 하면 언제든지 결혼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2년 전 악극 ‘울지 마라 두 남매’에 출연할 때 후배의 소개로 만났어요. 나이차를 못 느낄 정도로 배려심도 깊고 내면이 성숙한 친구예요. 결혼은 본인이 원한다면 내년 정도 하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어요.”
언젠가 ‘나쁜 남자’의 조재현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올인’을 비롯한 몇몇 드라마의 출연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6월까지는 ‘인어아가씨’에만 충실할 생각이라고 한다. 기다림을 아는 연기자 최재호. 그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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