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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눈낄 끄는 이 남자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강렬한 카리스마 발산하는 배우 장세진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김미선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3.06 10:37:00

한번 본 사람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외모의 소유자 장세진.
오랫동안 악역전문 배우로 지냈던 그가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의리의 사나이 문영철로 열연중이다. 연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어 뭇매를 맞은 덕분에 사람들로부터 ‘측은하다’는 말을 들어봤다는 그가 솔직히 털어놓은 ‘나의 연기 인생 13년’.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강렬한 카리스마 발산하는 배우 장세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던가. 배우 장세진(38)을 표현하기에 이만큼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겸손하고 깍듯한, 거기다 약간의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그는 한마디로 젠틀맨. 악역전문 배우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의 그는 난시 때문에 쓴 안경 너머로 깊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오뚝한 콧날과 날카로운 턱선, 예의 바른 언행으로 지적인 매력을 풍겼다.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의 중간보스 문영철 역으로 인기를 피부로 실감하고 있는 요즘, 그의 일기 상태는 맑고 푸름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마음만은 수확을 앞둔 가을 들판처럼 풍성하다.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가슴 한켠을 무겁게 짓누른다지만 고뇌하지 않는 연기자가 어디 있으랴.
“‘야인시대’에 출연한 후 놀랄 때가 많아요. 기존에 저를 알아보시는 분이 열명 정도였다면 이제는 천명, 만명 정도라고 할까요. 얼마 전에 인적이 드문 제주도 바닷가를 찾은 적이 있는데 민박하시는 아주머니들도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초등학생들도 ‘문영철이다!’하면서 제가 나왔던 장면을 전부 기억하더군요. 팬클럽 카페까지 만들어졌다니 고맙고 놀라울 따름이죠.”
‘조폭 마누라’를 보고 반한 장형일 PD의 제의로 TV 출연
그가 ‘야인시대’에 캐스팅된 배경에는 영화 ‘조폭 마누라’가 있다. 장형일 PD가 ‘조폭 마누라’에서 조직 보스 백상어로 열연한 그의 모습을 보고 문영철 역으로 낙점한 것.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극중 문영철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188cm 장신의 외모뿐 아니라 의리 깊고 정 많은 그의 성품 때문이다. 김두한의 평생지기였던 김동회옹 역시 그가 문영철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을 정도. 심지어 사진 촬영을 싫어하는 것까지도 닮았다고 한다.
물론 그의 연기도 한몫을 했다. 박영록, 이혁재와 3인방으로 불리며 1부에 이어 2부에도 출연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카리스마를 빛내며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는 처음인데도 저를 믿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야인시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사실 전 제가 방송에 출연하게 될 줄 몰랐어요. 장형일 감독님으로부터 출연제의를 받고 촬영이 시작되기 1년 전부터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희 작은아버지와 같은 연배이신데 진짜 작은아버지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결국 감독님에 대한 믿음 때문에 출연하게 됐죠.”
‘야인시대’에 출연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루오카와 싸우는 장면. 지금까지 악역만 맡았던 그는 난생 처음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 놓여 드라마가 방영된 후 ‘측은하다’ ‘안쓰러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비록 부상까지 입어가며 이틀에 걸쳐 힘들게 촬영했지만 주위의 반응도 좋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한다.
사실 그는 자신이 배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84학번인 그는 89년 영화 ‘굿모닝 대통령’의 연출부로 충무로에 입성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잠시 광고모델을 하면서 흥미를 느껴 영화연출을 전공한 그의 꿈은 원래 감독이나 제작자가 되는 것. 그런 그를 배우로 이끈 사람은 90년 처음 출연한 영화 ‘꼭지딴’의 김영남 감독이다.
“저는 특별히 배우가 될 생각도 없었고 끼도 없었어요. 감독님의 제의로 ‘꼭지딴’에 출연하고 나서 너무 당혹스럽고 창피해서 한번도 끝까지 본 적이 없었죠. 역할 자체는 멋있고 좋아서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그럴수록 더 자신이 없어졌고 다시는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다 학연이나 지연 때문에 조금씩 출연하게 되었는데 94년 ‘게임의 법칙’에 출연하면서부터 조금씩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런어웨이’부터는 떠날 때 떠나더라도 기왕 하는 거라면 진짜 배우로 각인시켜주자는 생각을 했죠.”
그러나 열심히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자신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대학로를 찾아 음습하고 칙칙한 지하에서 1년 동안 연기 공부를 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연기가 매력적이고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그는 결국 ‘조폭 마누라’에서 ‘야인시대’까지 왔다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아직도 제 연기가 너무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죽을 때까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100%까지는 안되더라도 1%든 10%든 근접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다음 작품을 준비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카메라에 어떻게 그려질지는 미지수지만 상상력을 발휘하고 캐릭터를 연구하는 그 시점이 가장 좋더라고요. 이젠 제가 맡은 역할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강렬한 카리스마 발산하는 배우 장세진

그는 90년에 영화 ‘꼭지딴’에 출연하면서 악역전문 배우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굳세어라 금순아’에 특별 출연한 그는 연기자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들에 많은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 가운데 ‘런어웨이’와 ‘남자의 향기’는 정말 멋진 역할이었지만 충분히 소화를 못했다는 점에서, ‘자귀모’는 이혼으로 인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있을 때라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98년 유명 방송인인 아내와 이혼했다.
어려서 ‘장군감’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그는 태어날 때 몸무게가 무려 5kg에 육박하는 우량아였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상상이 안되지만 그때 어머니가 하도 고생을 해서 지금도 무거운 것을 못 드실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다.
2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외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외모에 어려서부터 키도 크고 덩치가 컸다. 공부만 빼고 다 해보고 싶었다는 꿈 많던 개구쟁이 시절,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생활했던 그는 동생을 보호해야 된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유난히 지는 것을 싫어해 격투기, 킥복싱 등 다소 과격한 운동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킥복싱은 시합에 나갈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덕분에 군대에서도 정기적으로 권투시합에 나가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의 후유증으로 다리에 상처가 많은 그는 무릎에 굳은살이 박여 지금도 반바지를 입지 못한다고 한다.
“등에 업히는 순간부터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고 해요. 나가면 사고치고 들어오고…. 부모님 속 많이 썩여 드렸죠. 그래도 공부 대신 운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액션영화에서 폼이라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킥복싱은 오기로 배웠는데 그때 다친 상처때문에 권할만한 운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죽하면 친구들이 제 몸을 흉기라고 하겠어요. 저와 살짝만 부딪쳐도 아파서 뒹굴거든요.”
누구나 한번쯤 겪는 통과의례처럼 그 역시 고교시절 고향인 광주에서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일찌감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주먹세계에 발을 디딘 것. 그러나 졸업 무렵에는 간에 이상이 생겨 2년 동안 고생을 해야 했다. 술과 담배를 일찍 배운 탓에, 그것도 ‘짱’이 되기 위해서 남보다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를 해서 생긴 병이었다. 그후 다시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변했지만 이전에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몸을 가진 적도 있었다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제 인생을 후회해본 적은 없어요. 지금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때 친구들을 만나면 더 애틋하고 그래요. 실제 일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고요. 액션 장면을 연기할 때 상의도 많이 해요. 또 제 경험을 토대로 살을 붙이면 비슷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가 방황을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의 가장 열렬한 팬이면서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줄 아시는 분이다. 그의 어머니는 부모 때문에 못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자식들에게 모든 걸 다해주셨는데 특히 장남인 그에게 쏟아부은 사랑은 각별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렇지만 저희 부모님도 정말 대단하세요. 어머니는 내 아들이 소중한 만큼 남의 아들도 소중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명한 분이시죠. 제가 나쁜 길로 빠질 수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된 것도 모두 주변 사람들 덕이라고 말씀하세요. 이젠 부모님께 갚는 것만 남았는데 아직 하나도 못 갚았어요. 사실 저는 효자도 못돼요. 집이 장충동인데도 자주 찾아뵙기는커녕 전화도 자주 못하거든요.”
요즘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극장을 찾는다. 일주일의 4~5일을 ‘야인시대’에 투자하기 때문에 영화 볼 기회가 많지 않아 늦은 시간에라도 꼭 본다고 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잠자는 데 투자한다고. 가끔 시간이 많을 때는 골프연습장을 찾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고 한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강렬한 카리스마 발산하는 배우 장세진

그는 죽는 날까지 영화일을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한다.


그는 여자친구나 결혼에 대해서 신중하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혼자 사는 게 지겹고 결혼도 하고 싶죠.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굳이 숨기는 게 아니라 나이를 먹어가니까 조심스러워져요. 저도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자인데 이 나이에 이성친구 하나 없겠어요. 하지만 책임감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결혼을 하게 되면 그때 모든 걸 말할 생각이에요.”
그는 오늘이 있기까지 모든 공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돌렸다. 스스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며 인터뷰 내내 자랑을 늘어놓았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이라면서. 특히 ‘조폭 마누라’의 제작자인 이순열 대표는 그에게 친형 같은 존재로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대표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때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묵묵히 힘이 되어준 은인.
“제 인생에 지인이 여럿 있지만 아마 형이 없었으면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작품을 떠나서 저희는 친형제 같은 사이고 형이 먼저 친동생 이상으로 대해주셨죠. 언젠가 큰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달려와 모든 것을 조용히 수습해 주셨어요. 형도 힘들 때였는데…. 그래서 형한테는 못하더라도 조카들에게는 잘하겠다고 했어요.”
13년의 연기생활. 깡패, 킬러 등의 악역전문 배우로 오직 한길을 고수해온 남자. 하지만 그는 지난 시절을 무명의 세월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든 삶 자체는 드라마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이전에 뼈저리게 힘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때가 더 좋은 적도 있어요. 마음 놓고 술도 먹고 사우나도 가고 망가질 수도 있잖아요. 한번은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적이 있어요. 머리를 감고 눈을 떠보니까 한 스무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저를 빙 둘러싸고 쳐다보고 있는 거예요. 그후론 행동을 더욱 조심하게 됐죠. 솔직히 저는 배우로서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라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키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 그의 꿈은 죽는 날까지 영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 어떤 역할을 맡아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앞으로 바보처럼 어눌한 역할이나 멜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이제는 바쁘게 살고 싶어요. 제가 잘돼서 다같이 어우러져 평생 함께 사는 게 제 꿈이에요. 그리고 팬 한분 한분의 관심은 많은 시간과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성의에 보답하고 싶어요. 아직 ‘컴맹’이라 팬클럽 관리를 못하고 있는데 조만간 사이버상에서 찾아뵐 계획입니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는 추석에 개봉되는 영화 ‘조폭 마누라 2’에도 백상어로 캐스팅되어 3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이번 속편에서는 전편에 비해 비중이 훨씬 커졌다고 한다. ‘야인시대’와 ‘조폭마누라 2’로 올 상반기를 분주하게 보낼 장세진. 연기생활 13년 만에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게 된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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