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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화제의 인물

미국에서 ‘올해 주목할 작가’에 선정된 수키 킴

“사춘기 때 미국 와서 느낀 고독감 이제야 풀어버리게 됐어요”

■ 기획·최미선 기자(tiger@dogna.com) ■ 글&사진·홍권희

입력 2003.03.04 15:05:00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 100주년에 맞춰 한인 이민 1.5세인 소설가 수키 킴이 올해 초에 펴낸 데뷔작 ‘통역사’가 미국 문단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12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법정에서 한국어 통역사로 활동하며 한인 이민사의 밝고 어두운 면을 섬세하게 표현, 극찬을 받고 있는 수키 킴의 미국 출판계 평정기.
미국에서 ‘올해 주목할 작가’에 선정된 수키 킴

반스앤드노블 서점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책을 읽어주는 수키 킴


반스앤드노블 서점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책을 읽어주는 수키 킴(왼쪽). 행사장에서 수키를 지켜보는 가족들. 오른쪽부터 동생, 어머니, 어머니 친구, 아버지.
지난 1월29일 저녁 뉴욕 맨해튼의 뉴욕대학 앞 반스 앤드 노블 서점 2층. 쌀쌀한 날씨인데도 대학생부터 장년층까지 1백20여명이 서가 한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리가 부족한 탓에 서있는 사람도 30명 가까이 됐다. 연단에서 소설가 수키 킴(32)이 상기된 얼굴로 새로 나온 자신의 영문소설 ‘통역사(The Interpreter)’의 첫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이렇게 비 내리는 11월 아침, 6호선 지하철 사우스브롱크스 역의 붐비는 맥도날드가 아니라면 그녀에게 이런 일은 흔치 않은 것이다.…”
‘작가와의 대화’ 참석자들은 책의 한 장(章)을 읽고 난 김씨와 문답을 나눴다. 독자들은 소설 속의 주인공 수지와 작가 수키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 했다. 김씨는 “사춘기 때 미국에 와서 이민생활의 고독감이 특히 심했다”면서 “소설의 주인공 수지도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을 겪는다”고 말해 자신의 경험의 상당부분이 소설로 그려졌음을 감추지 않았다.
소설 ‘통역사’는 시중에 선보이기 전부터 이미 미국 문단의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최고의 출판사에서 최고의 편집자가 책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거리였다.
이 소설을 펴낸 ‘파라 스트라우스 지루(www. fsgbooks.com)’ 출판사는 미국에서 문예작품을 다루는 최고의 출판사다.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등 순수문학 분야의 저명한 책은 모두 이 출판사를 통해 독자 손에 들어간다. 게다가 이 출판사의 백전노장인 존 글루스만 편집주간이 직접 김씨의 첫 소설의 편집을 맡았다. 신인작가의 책은 펴내지 않는 출판사의 거장이 신인작가의 첫 작품 원고를 다듬으며 책으로 만들어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극적이다. 김씨는 “글루스만 주간과 함께 표현 하나하나를 갈고 닦던 때가 아주 행복했다”고 한다.
김씨는 “소설에서 한국과 미국, 또는 이민 1세와 2세를 연결해주는 이민 1.5세 통역사 수지는 부모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면서 현재와 과거를 알게 된다”고 소개했다. 소설의 흐름은 미스터리 소설처럼 박진감이 넘친다. 누구든 한번 책을 쥐면 결코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김씨는 “미국에서 한인들은 돈을 잘 벌고 자녀교육에 열심인 사람으로 인식되는데 실상은 한인사회에서도 온갖 일들이 다 벌어진다는 점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모범생 아시아 이민’의 뒷면에 있는 이들의 인생을 그린 것이다. 김씨는 소설을 쓰기 위해 주인공처럼 뉴욕 법정의 한국어 통역사로 일하면서 한인 이민생활의 밝고 어두운 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렇게 나온 소설 ‘통역사’는 금세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출판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의 ‘주간 출판’지는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의 경험을 다룬 작가가 드물고 김씨처럼 재능있는 작가는 더욱 드물다”면서 “김씨의 정밀 묘사와 산문 문체가 뛰어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최대 서점인 반스 앤드 노블은 독자들에게 보내는 월간지(2003년 1,2월 합본호)에서 김씨를 ‘올해 주목할 작가 10명’ 중 한 사람으로 꼽았으며, 서점 벽에도 그의 책 사진을 붙여놓았다. 또한 여성잡지 ‘마리끌레르’는 ‘올해 읽어야 할 책 3권’ 중 하나로 그의 책을 꼽았고 잡지 ‘샤우트’는 올해의 유망작가 5명 중 한명으로 선정했다.

미국에서 ‘올해 주목할 작가’에 선정된 수키 킴

행사장에서 수키를 지켜보는 가족들. 오른쪽부터 동생, 어머니, 어머니 친구, 아버지.


출판사측은 1월중 반스 앤드 노블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서명해주는 사인회를 개최한 데 이어 2월중 5차례, 3월 1차례, 4월 2차례 등 모두 9차례의 행사를 기획했다. 2월의 사인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자리가 부족해 많은 참석자들이 서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고 작가 김씨는 전했다.
신인작가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를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최고의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고 주요 신문에 서평이 모두 실려 세간의 관심을 끈데다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재미 한인 작가라는 점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소설이 출간된 직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뉴욕 타임스, 보스턴 글로브 등 유명 언론사들이 에세이를 써달라고 원고청탁을 해오기 때문. 뉴욕 타임스에는 1월, 2월 연속적으로 그의 글이 게재되었다. 뉴욕에서 발간되는 데일리 뉴스 신문에서는 2월11일자 문화섹션의 표지로 김씨 사진을 크게 다루고 소설 ‘통역사’와 김씨를 소개하는 장문의 기사를 썼다. 이쯤 되면 뉴욕사회에서 김씨가 얼마나 주목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소설 ‘통역사’는 한국에도 3월경에 번역본이 나올 예정이다. 김씨는 “네덜란드와 일본에서도 번역본이 곧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김씨의 말에 의하면 네덜란드는 세계의 순수문학작품이 가장 활발히 출판되는 곳이다. 네덜란드인들은 작품성 높은 문학작품을 네덜란드어로 번역 출판하는 데 열성이며 그만큼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김씨의 첫 소설이 네덜란드에서 출판되는 것도 그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김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예술가 에이전트인 윌리엄 모리스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세계 일류 영화배우 등을 거느리고 있다. 김씨는 “아무런 연줄도 없이 소설 앞부분 40쪽을 우편으로 보내주었는데 그쪽에서 ‘당장 계약하자’고 연락이 와 무척 놀랐다”고 했다. 젊은 예술가들에겐 문이 좁기만 한 이 회사에서 김씨의 자질과 상품성을 인정한 셈이다.
뉴욕에서 과일 도매업을 하는 부모 김건중(59) 윤진중씨(56) 등 가족을 따라 12세 때 미국에 온 김씨는 컬럼비아대학 바나드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대학에서 동양문학을 공부했다. 뉴욕에서 연극잡지 ‘아메리칸 시어터 매거진’과 ‘링컨센터 뉴 시어터 리뷰’에서 일했고 뉴욕의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1년간 문학 강사를 지냈다.
2월 중순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두번째 작품을 시작했는데 ‘통역사’ 출판 이후 미국 신문사에서 원고청탁이 몰려 시간이 모자란다”면서도 “바쁘긴 하지만 3월14일 코넬대학에서 미국의 한국학생회 주관으로 열리는 ‘한인 미국이민 100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는 것은 사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올해 주목할 작가’에 선정된 수키 킴

소설이 출간된 후 각 언론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낸다는 수키 킴씨.


김씨의 가족들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부친 김건중씨는 국내에서 한때 관광호텔을 경영했을 정도로 사업수완이 좋았으나 정치적 재정적 이유로 사업이 부진해져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누나의 권유로 무작정 이민길에 올랐다. 1981년의 일이었다.
김씨는 트럭으로 소매점에 과일 배달을 시작했고 부인 윤씨는 처음으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튀김가게 종업원으로 일했다. 낯선 타국땅에서 밤낮없이 뛴 끝에 김씨는 몇달 만에 맨해튼에서 싼 값에 나온 과일가게를 대부분 신용으로 인수했다. 김씨 부부는 10년간 모은 돈으로 맨해튼 북쪽 헌츠포인트의 과일 도매가게를 열었고 질 좋은 열대과일을 다양하게 갖춰놓고 단골을 늘려가고 있다. 요즘 연간 매출은 5백만 달러(약 60억원) 이상.
20년간 새벽에 출근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했는데도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마워
김씨 부부는 요즘도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4시에 출근해 정오까지 일한다. 과일 소매점의 상인들이 물건을 사러 나오는 새벽시간에 도매점을 지켜야 하기 때문. 이들 부부는 “20년간 새벽에 출근하느라 아이들을 돌볼 여유도 없었는데 아이들이 건실하게 자라주어 고맙기만 하다”고 했다.
장녀 선정씨(미국명 서니·34)는 고교시절 일본에서 열린 국제미술대회에 미국대표로 출전해 우승하자 고교교사가 부모 대신 대학에 데리고 다니면서 미술공부를 시켰다. 선정씨는 하버드대학보다 입학이 어렵다는 쿠퍼 유니언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아가며 공부했고 역시 이 학교 출신인 김재정씨(현재 김&장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와 결혼해 현재 한국에서 미술가로 활약하고 있다. 소설 ‘통역사’의 표지에 있는 하얀 교복의 여학생 그림이 선정씨의 작품이다.
막내인 아들 선익씨(29)는 고교시절 주니어부 골프대회에서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요즘은 한국계 어린 골프선수가 주니어부에서 우승하는 일도 많지만 당시 한국계로서는 최고 성적이었다. 선익씨는 미니투어 우승경력도 있지만 PGA 프로 입문이 더뎌지자 최근 진로를 수정해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했다. 골프선수로 활약한 경력을 살려 프로 골프선수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변호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둘째딸인 수키씨는 뉴저지주 에지워터에 사는 부모와 떨어져서 맨해튼에서 산다. 소설 출간 이후 어머니에게 들려줄 소식이 많아지자 평소보다 자주 부모 집을 찾는다. 수키씨는 한국에서 번역본을 펴내겠다는 교섭을 받은 직후 ‘한글 책이 나오면 어머니가 직접 소설을 읽을 수 있으니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효녀다. ‘통역사’ 사인회에 참석해 맨 앞자리에서 딸의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 윤씨는 “이제 더는 소원이 없다”며 감격해했다. 작가 수키 킴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www.sukikim.com이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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