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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벙어리 영어는 가라!

영어강좌에 신바람 일으키는 EBS ‘잉글리시 카페’의 문단열

“제 엽기적인 표정으로 영어가 재미있을 수 있다면 망가지는 것쯤은 두렵지 않죠”

■ 기획·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 글·장옥경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2.28 16:19:00

춤과 노래,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치로 신바람 나게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EBS <잉글리시 카페>의 진행자 문단열씨.
전위 퍼포먼스를 하듯 눈으로, 표정으로, 몸짓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그에겐 ‘엽기 강사’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EBS 영어강사로는 처음으로 비전공, 비유학, 비석사의 한계를 깨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영어강좌에 신바람 일으키는 EBS ‘잉글리시 카페’의 문단열

영어공부를 하며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친다. 어떤 때는 주전자와 냄비를 두드리며 마치 난타 퍼포먼스를 하듯 연기를 펼치고 영어문장을 외우기도 한다. 랩, 춤 등을 곁들여 한바탕 웃으며 영어를 배우는 EBS ‘잉글리시 카페’(월~금 밤 9시30분 방영)는 이렇게 파격적인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간다.
원어민과 국내 강사가 나와 조용조용 이끌어가던 기존 영어교육 방송의 틀을 과감하게 깬 이 프로그램의 주역 문단열씨(39)에게는 ‘튀는 강사’ ‘엽기강사’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튀기 위한 아이디어 개발요?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영어를 배웠던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영어는 언어입니다.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표현에 묻어있는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면 배우지 않은 것과 같죠.”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영어공부에 매달리고도 입을 떼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너무도 ‘근엄한’ 영어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잘났어, 정말’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아무 감정 없이 말하지 않는다. 화가 나서 비꼬는 듯 큰소리로 하는 말이 ‘잘났어, 정말’인 만큼 그 말을 배울 때는 여기에 맞는 감정까지 알아야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잊어버리지 않는다. 영어공부할 때도 마찬가지. 문장과 감정을 함께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감정은 표정을 통해서 드러나는 만큼 그는 영어를 가르칠 때 다양한 표정 연기도 함께 선보인다. 하지만 ‘엄숙한’ 방송에서 ‘엽기적’인 표정 연기를 보여주는 건 쉽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첫 방송을 할 때 제작진들의 주문이 ‘엽기스러운 표정을 짓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조연들이 망가지면 되니까, 선생님은 망가지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일단 ‘알았어요’ 대답한 후 제 식대로 갔죠.”
‘교사가 망가지면 프로가 망가진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그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교사가 망가지더라도 목적을 가지고 망가지면 된다는 것. 그리고 ‘망가진’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재미(엔터테인먼트)’와 ‘교육(에듀케이션)’을 결합한 ‘에듀테인먼트’를 표방하는 그의 는 중학교 1학년 수준의 영어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노는 듯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시청률도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현재 EBS의 최고 인기 강사지만 그가 방송국에 들어가기까지 세번이나 미역국을 먹어야 했다. 이유는 영어전공자도, 해외 유학파도, 석·박사도 아니었기 때문.
비전공, 비유학, 비석사 한계로 세번의 탈락 끝에 EBS 입성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마흔인 그는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했다. 신학과 출신이 무슨 영어를? 이런 편견 때문에 ‘영어를 열심히 배웠고 정말 잘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였지만 EBS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세번이나 도전했지만 실패의 눈물을 맛봐야 했다. 인터넷 방송, KBS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등에서 영어강좌를 진행하면서 큰 인기를 끈 후에야 EBS 영어교육 방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대전 출신인 그는 어릴 적에는 성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음대에 가려고 레슨도 받고 콩쿠르에도 출전했다. 촉망 받는 성악 꿈나무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고2 때 축농증에 걸리면서 목소리가 상하고 말았다. 성악가의 꿈을 접고 그동안 모았던 LP판 2백여장을 꺾어버린 후 그가 매달린 것이 영어였다. 원래 영어를 잘하기도 했지만 중3 때 우연한 기회에 집 근처에 있는 미국인 선교사 마을에 간 후 그의 영어 실력은 날개를 달게 됐다.
“미국인 선교사 마을에 가서 심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흑백 TV를 보는데 그들은 컬러 TV를 보고 있었어요. 어린 제 눈에 그들이 사는 모습이 너무 놀랍고 부러웠어요. ‘선진국으로 가는 창이 바로 영어구나’ ‘영어를 잘하면 나도 이렇게 잘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영어강좌에 신바람 일으키는 EBS ‘잉글리시 카페’의 문단열

기존 영어교육 방송의 틀을 과감하게 깬 EBS <잉글리시 카페>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문법책을 보고 공부했던 영어 실력으로 서툴게나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는 일종의 희열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후 그는 1주일에 2~3번 선교사촌을 방문해 악착같이 그들을 쫓아다니며 영어를 익혔다.
“제게는 거기가 미국이었어요. 그들을 만나는 건 불과 1주일에 두세번뿐이었어만, 나머지 날들도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려고 노력했고, 아침부터 잠자기 전까지 AFKN을 끼고 살았어요. 성악에 대한 꿈을 접은 후로는 정말 영어에만 매달렸죠.”
그가 음악 대신 택한 영어에 얼마나 집중해서 매달렸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대학 때 미팅을 나갔는데 파트너가 ‘대전고등학교 나왔지요’ 하며 저를 안다는 거예요. ‘아침마다 땅 밑을 보고 중얼중얼거리고 다녀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멀쩡하네요’ 하는 것이었어요(웃음).”
영어를 잘하고 좋아했지만 그가 신학과에 간 것은 아버지와 타협한 결과였다. 목사였던 아버지가 장남인 아들도 자신을 따라 목사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 그가 싫다고 하자 제시한 방법이 그럼 “신학과에 다녀보고 그러고도 목사가 되기 싫으면 그때는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였지만 그는 무늬만 신학과 학생이었을 뿐 수업의 태반을 영문과에서 들었다. 또 학기중은 물론 방학 때 단 한번도 놀아본 적이 없다. 방학 두달간은 한달에 15권씩 30권의 영어 책을 외웠다. 하루 15시간씩 영어 책을 외우고 또 외웠다. 그렇게 8번의 방학을 보내며 쌓았던 실력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한다.
방학 때면 영어로 된 책을 한달에 15권씩 달달 외워
대학 졸업반 시절 그는 무작정 한 사설 어학원에 찾아갔다. 그냥 토익 점수를 보여주며 “가르치는 것만큼은 정말 잘한다. 기회를 달라”고 했더니 채용 담당자는 어이가 없는 듯 웃기만 했다고. 하지만 여러 번의 테스트 끝에 문씨의 당돌함이 실력에서 나오는 것임을 안 채용 담당자는 바로 그를 채용했다. 87년의 일이다. 그렇게 영어강사로 출발한 그는 여러 학원에 출강하면서 인기 강사로 자리잡았고 10년이 지난 후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작은 영어학원을 차렸다. 97년 수강생수 1천명을 돌파하자 학원 규모를 배로 늘리며 대대적인 투자를 했는데, 그때 마침 IMF가 터져 수강생수가 반으로 줄고 매월 2천여만원의 적자가 났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 총액이 5억6천만원이나 되고 말았다.
“감당하기에 어려울 만큼 엄청난 빚이었죠. 죽으려고 서너번도 넘게 한강에 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은연중에 제 가슴속에 남아있었던 신앙이 저를 살린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하느님을 믿어왔지만 그때처럼 하느님이 절실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는 문단열씨.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조건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옳은 일을 제대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또 그동안 등한시했던 가족과 주위사람을 둘러보게 됐고 일을 할 때 머리뿐 아니라 가슴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죽을 생각이 아닌 살 생각을 하니까 삶의 길이 열렸다. 처음 학원강사의 길에 들어섰을 때의 각오로 다시 여러 학원에서 영어 강의를 시작했고, 더욱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빚을 갚아나갔더니 어느날부터 통장 잔고가 플러스가 됐다. 또 긍정적으로 마음먹은 후로는 그토록 원했던 EBS에 영어강사로 입성,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영어 공부 노하우를 전수하게 됐다.

영어강좌에 신바람 일으키는 EBS ‘잉글리시 카페’의 문단열

어릴 적 꿈이 성악가였을 만큼 음악을 좋아한다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기타 연주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문씨의 결혼 이야기도 꽤 드라마틱하다. 부인은 연세대 영문과 출신의 동갑내기 김애리씨. 그가 신학과 학생임에도 영어가 좋아 영문과 과목을 수강했던 반면 김애리씨는 영문과 학생임에도 신학이 좋아 신학과 과목을 주로 수강했다. 서로 상대방 과의 과목을 수강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다가 3학년 2학기 때 우연히 ‘한국교회사’라는 과목을 함께 들으며 처음 만났다. 두 사람 모두 서로 호감은 있었으나 ‘애인이 있겠지’ 생각하며 주변에서만 맴돌았다. 하지만 서로 애인이 없음을 확인한 후로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부인 김씨는 문씨가 운영하는 영어교육 인터넷 방송국 ‘펀글리시(www.funglish.co.kr)’의 인기 토익 강사로 활약중이다.
“EBS에서 세번이나 탈락하자 오기가 생겼어요. 방송국에서 안 받아주면 내가 방송국을 차린다 싶었죠. 그래서 만든 것이 ‘재미있는 영어’라는 뜻의 펀글리시예요.”
자신만큼 영어를 ‘체험’으로 배운 사람은 드물 거라는 문씨는 50대에 외국어 대학을 세우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한다. “앞으로 생초보도 영어를 능숙하게 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칠 생각”이라며 그는 파이팅을 외쳤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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