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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안타까운 사연

남편의 폭행으로 파경 맞은 이경실 심경고백

”잉꼬부부로 불리던 우리가 남모르게 겪은 갈등, 파경 내막”

■ 글·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일간스포츠 제공

입력 2003.02.28 15:41:00

지난 2월9일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발생했다.
<체험 삶의 현장> <진실 게임> 등을 진행하며 인기를 누리던 개그우먼 이경실이 남편 손광기씨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아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소동이 벌어진 것.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이들 부부가 ‘폭행 파경’으로 치닫게 된 내막과 끝내 이혼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취재했다.
남편의 폭행으로 파경 맞은 이경실 심경고백

남편 손광기씨가 한때 운영하던 일식집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


“예쁘게 사는 모습 끝까지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난 2월9일 밤 10시경 남편 손광기씨(37)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아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소동을 빚었던 개그우먼 이경실(37)이 사건 발생 5일만인 2월14일 언론을 향해 털어놓은 첫마디는 이랬다. 또한 그는 자신이 가정 폭력의 희생자로, 남편 손광기씨가 가정 폭력범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92년 3월 결혼한 이경실 손광기 부부는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잉꼬커플. 1남1녀를 둔 두 사람은 90년대 초반 이경실이 MBC 코미디 프로그램 의 ‘도루묵 여사’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남편 손광기씨도 간간이 TV에 출연,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 부부가 어떻게 ‘폭행 파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을까. 사실 파경의 그림자는 지난해 12월초부터 서서히 드리워졌다. 여의도 방송가를 중심으로 이경실의 이혼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 당시 이경실은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도 안된다”며 소문을 일축했지만 소문은 일파만파 커져 갔다.
소문은 그가 을 함께 진행하는 조영남에게 “오빠 속상해 죽겠다. 더는 못살겠다”고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시작됐다. 또한 그는 그 무렵 역시 자신이 진행하던 에서 “결혼은 안 하는 게 좋다” “혼자 사는 게 좋아. 살아 보니 별 거 아니더라”라는 등 발언을 잇달아 해 ‘혹시’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지난해 12월초부터 불화설, 파경설 나돌아
본격적인 파경의 서막은 지난 2월9일 밤 10시경에 시작됐다. 이경실의 대리인인 김삼화 변호사에 따르면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남편 손광기씨는 이날 5박6일 동안의 필리핀 여행에서 돌아와 방에 누워있던 이경실을 야구 방망이로 때렸다고 한다. 느닷없이 폭행을 당한 이경실은 함께 사는 친정 어머니의 도움으로 경비실로 피신했고 119 구급차를 타고 영동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검사결과 그는 우측 늑골 6,7번과 골반이 골절된 것으로 나타났고 최소한 6~8주 정도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약 한 달 전. 남편 손씨는 평소 사랑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이경실에게 관심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일 때문에 만난 한 남자가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손씨가 불륜 대상으로 지목한 사람은 이경실이 3,4개월 전 일 관계로 알게 된 인테리어 사업가 L씨. 하지만 이씨의 측근은 이경실에게 남자문제는 전혀 없었으며 한 달 가까이 대화가 단절된 상태로 지내 오해를 풀지 못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경실이 김 변호사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손광기씨에게 폭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신혼 때인 92년 12월 구타를 당해 고막이 터져 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며 96년에도 역시 폭행을 당해 지금까지도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자가 있다’고 손씨가 폭탄 선언하자 이혼하기로 마음 굳혀
유명 연예인이 구타를 당해 병원까지 실려가는 소동이 발생하자 연예가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했다. 이경실이 입원하고 있던 영동 세브란스 병원 본관 7층은 취재를 위해 모여든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의 피해자인 이경실은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침묵을 지켰다.
당초 폭행 사건을 접수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도 “남편을 고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일단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했다는 이경실은 김변호사를 통해 남편 손씨를 고소하거나 이혼을 고려중이라는 입장만 밝힐 뿐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사태가 다시 긴박해진 것은 사건 발생 이튿날부터 이경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사죄의 뜻을 밝혔던 손씨가 2월11일 오후 6시경 경찰에 긴급 체포되면서다. 이경실이 자신을 고소해 체포된 것으로 판단한 손씨가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경실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고 폭탄 선언을 한 것.
손씨는 “지난해 말부터 집사람이 이상해졌다. 항상 전화를 끼고 살았고 계속해서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며 그 상대로 이경실이 지난해부터 방송 관련 일로 앍게 된 인테리어 사업가 L씨를 지목했고 “L씨의 부인이 나에게 집사람이 L씨의 핸드폰에 남긴 메시지를 보여줬다. ‘우리 사이를 남편이 의심하는 것 같으니 남편을 만나게 되면 그렇지 않다고 설명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날이 추우니 옷을 따뜻하게 입으라’는 등 지극히 개인적인 메시지도 있었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남편의 폭행으로 파경 맞은 이경실 심경고백

손광기씨는 구속되는 순간에도 이경실을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또한 “이로 인해 석 달 전에 크게 싸웠고 한달간 대화가 없었다. 일이 터지던 2월9일 밤에는 내가 이 문제로 신경을 쓰는 걸 알면서도 상의 없이 혼자 필리핀 여행을 떠나 버린 것에 격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씨의 이 폭탄 발언은 이경실이 이혼을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남편에게 야구 방망이로 맞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가족과 측근들에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아이들 아빠를 전과자로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이경실이 손씨가 구속된 이튿날인 2월12일 김삼화 변호사와 셋째 언니 이경옥씨를 통해 정식으로 이혼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손씨가 체포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던 이경실이 많이 울었다고 소식을 전한 김 변호사는 “하지만 남편이 L씨를 만난 뒤 사과의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놓고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또 김변호사는 “손씨가 이경실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오해가 풀렸다. 미안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놓고 왜 뒤늦게 그 문제를 거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체포되면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저히 용서를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경실이 이혼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도 바로 이날. 김 변호사는 “이경실씨가 소송보다는 합의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아이들은 자신이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김변호사도 밝혔지만 손씨가 체포된 것은 이경실과 무관했다. 폭행 사건은 경찰이 사건을 인지만 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 이번 사건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를 했고 자동으로 경찰에 접수되었다는 이야기다.
언론을 향해 이경실에게 남자가 있어 홧김에 일을 저질렀다고 했던 손씨가 태도를 바꾼 것은 구속 영장이 발부된 2월13일. 손씨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을 뿐 외도를 의심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죽고 싶다. 사태가 이렇게 발전할 줄 몰랐으며 너무나 부끄러운 아빠의 모습이 미안하다. 집사람이 가장 보고 싶다. 다시 한번 아내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 아내를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손씨가 구속되고 이경실이 이혼의사를 밝혔지만 취재 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사건의 당사자인 이경실이 자신의 입을 통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불화 원인을 놓고 구구한 억측이 나돈 것은 당연지사. 손씨의 말처럼 이경실에게 남자 문제가 있었다는 추측부터 손씨가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해 경제 문제가 심각했다는 추측까지 실로 다양했다.
이 모든 소동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은 이경실이다. 그는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2월14일 KBS 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인터뷰를 끝으로 더 이상 자신의 가족들을 괴롭게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경실은 다소 부은 얼굴로 침대에 누운 채 인터뷰에 응했으며 간간히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내비쳤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몸은 어떤가요.
“갈비뼈 4주, 골반 6주 진단이 나와 누워 있어야만 하는 상황이에요. 숨 쉴 때나 기침을 할 때마다 갈비뼈가 움직여 괴로워요.”
-지금 심정은요.
“자존심이 너무 상하죠. 나름대로 잘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돼서 가슴이 아파요. 예쁘게 사는 모습 끝까지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팬들과 양가 어른들에게 죄송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저를 다시 보고 싶으시다면 저희 가족들을 그만 괴롭혀 주세요.”
-이번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연예인이니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흥미 위주의 관심인 것 같아요. 애들 아빠가 가정 폭력범의 선두주자로 비쳐져 가슴이 아프고요. 그건 아니거든요. 언론에서 의처증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어요. 본인이 나를 사랑해서 그렇다는데 저는 그 사랑이 부담스러웠던 것 뿐이에요. 대학교 2학년 때 만났는데 37세가 된 이경실을 아직도 20세의 이경실로 보니 답답했어요.”

남편의 폭행으로 파경 맞은 이경실 심경고백

이경실은 몸이 회복되는 대로 방송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남편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면요.
“의처증은 의사들이 쓰는 말이잖아요.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아이들 아빠니까 가슴이 아파요. 본인이 깊이 반성할 거고 앞으로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 살 것을 의심하지 않아요. 그 사람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 그 시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같이 살지 않더라도 각자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헤어져도 친구처럼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시집 식구들이 병원에 왔었다고 들었어요.
“가장 가슴 아픈 건 애들 아빠와 정리하는 것도 그렇지만 시댁 식구들과 정리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잘 따랐던 어른들인데…. “
-앞으로의 계획은요.
“지금까지 팬들에게 부끄러운 이경실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몸이 회복되면) 방송으로 돌아갈 것이고 시청자들에게 다시 웃음을 주겠지만 비난하지 말아주세요. 직업이 웃음을 주는 직업이잖아요. 웃고 있더라도 깊은 슬픔을 삼키고 일하는 거라는 걸 알아주세요.”(그는 순간 북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언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요.
“애들 아빠가 덩치가 커서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기본 마음은 순수한 사람이니까 나쁘게 다루지 말아주세요. 사는 방식이 잘못된 거지 그 사람이 나쁜 건 아니에요. 그 사람도 (나쁜 의도로) 그랬던 건 아닐 겁니다. 아이들 아빠가 나쁜 사람으로 몰리는 거 바라지 않아요.”
그의 인터뷰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사회적으로는 그들 부부의 폭행 사건을 가정 폭력으로 부각시키며 남편 손씨를 비난했지만 그는 끝까지 손씨를 감싸는 사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측근에 따르면 사실 두 사람의 관계에서도 늘 양보하고 이해하는 쪽은 이경실이었다고 한다. 이경실이 밖에서는 대차고 걸걸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휘어잡았지만 집에서는 남편에게 맞서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엔 남편의 말을 무조건 따라주었다고.
두 사람은 동국대에 재학중이던 85년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사랑. 7년 동안 연애를 한 두 사람은 92년 결혼에 골인했다. 워낙 오랫동안 연애를 한 탓에 두 사람은 특별한 프러포즈 없이 결혼에 이르렀다. 언젠가 이경실은 “왜 손광기씨와 결혼을 했냐”는 측근의 질문을 받고는 “나를 웃겨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손광기씨의 유머 감각은 방송가에서도 유명할 정도. 아내 이경실 못지 않게 끼도 많아 지난해에는 영화 의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이경실의 말처럼 아내에 대한 애정이 유별났다. 그들 부부와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는 한 PD는 손광기씨가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스킨십을 하곤 했다고 기억했다.
행복했던 순간은 잠깐. 이들 부부는 이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남편 손광기씨는 자신의 생일인 2월19일을 영등포 구치소에서, 2월20일이 생일인 아내 이경실은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현행법에 의하면 흉기로 상해를 가한 자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데 손씨의 경우 이경실이 처벌을 강력히 원하지 않으면 선처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무려 17년동안 사랑을 가꿔왔던 이경실 손광기 부부. 지난해 8월 KBS 에 출연했던 이경실이 TV를 지켜볼 남편을 향해 “건강한 엄마 아빠가 됩시다. 영원히 그렇게 삽시다”라고 외쳤던 말들이 공허한 메아리가 된 게 가슴 아플 뿐이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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