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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다양한 떡의 세계&유명 떡집 올가이드

“설날에 만들어서 남편 깜짝 놀라게 해줄래요”

새내기 주부 김혜영의 단호박주스떡 만들기

■ 진행·이성희 ■ 사진·박해윤 기자 ■ 헤어&메이크업·최가을 헤어드레서(02-3443-4202) ■ 한복협찬·박술녀 한복(02-511-0617)

입력 2003.02.10 16:04:00

지난해 10월 공중보건의 이철용씨와 결혼, 달콤한 신혼기를 보내고 있는 김혜영. 그는 결혼한 지 이제 겨우 3개월 된 초보 주부지만 서서히 요리하고 살림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그가 결혼 후 처음 맞는 큰 명절 설날을 앞두고 떡 만들기에 도전해 보았다.
“설날에 만들어서 남편 깜짝 놀라게 해줄래요”

신혼 3개월째. ‘깨 좀 그만 볶으라’는 주위의 핀잔조차 달콤하게 느껴질 김혜영(28)은 결혼 후 처음 맞는 설날을 앞두고 마음이 들떠있었다.
“결혼해서 제사를 지낸 적은 있지만 설날은 처음 맞는 명절이라 조금 특별해요. 오빠(남편)네가 4형제인데 외국에 살거나 아직 미혼인 경우가 있어서 다 모이더라도 식구가 많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오빠가 큰아들이라 저도 큰며느리 노릇을 해야죠. 음식이요? 아직 잘 못해요. 어머님께 배워야죠.”
남편인 이철용씨(33)가 현재 강원도 홍천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고 있어 주말부부로 지내는 김혜영은 일주일에 한번 남편과 만나는 날에는 이것저것 특별한 음식으로 남편의 입을 즐겁게 하느라 하루가 짧다고 한다. 최근 그의 야심작은 오징어순대. 처음에는 순대 속의 양을 맞추지 못해 터지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제법 맛과 모양을 잘 살린다고.
“요리를 하면 맛이 있건 없건 간에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처음에는 욕심 없이 재미삼아 만들었는데 하면 할수록 점점 음식 맛을 내는 데 욕심이 생겨요. 이왕이면 맛있는 음식이 좋잖아요.”
설날을 맞아 식구들에게 보기에 예쁘면서도 영양 만점인 떡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김혜영은 큰맘 먹고 단호박주스떡 만들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단호박주스떡은 준비할 재료가 많지 않고 만드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아 초보 주부가 만들기에 부담 없는 아이템.
우선 모양 좋은 단호박을 골라 물에 깨끗이 씻어 반을 갈랐다. 그리고 안에 있는 씨를 없앤 후 껍질을 벗겨 토막을 낸 다음 믹서에 곱게 간다. 체에 호박 간 것을 걸러 호박즙을 받아 내면 절반쯤은 완성한 셈.
“처음에는 호박즙은 버리고 호박 건더기를 주재료로 쓰는 줄 알았어요. 근데 이 걸쭉한 호박 건더기는 버리고 호박즙만 이용하지 뭐예요. 그래서 ‘단호박주스떡’이라고 부르는 거였어요.”
체에 곱게 내린 쌀가루에 분량의 호박즙을 넣어 단호박 특유의 맛깔스런 노란색이 돌 때까지 섞은 후 딤섬통에 넣어 찜통에 찌면 영양 많고 맛 좋은 단호박주스떡이 완성된다.
결혼은 김혜영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도 그 중 하나. 그러나 무엇보다 언제나 자신의 편에 서줄 믿음직한 파트너를 만났다는 안정감이 주는 든든함이 가장 크다. 그는 이런 남편의 후원에 힘입어 4년 동안 마음만 먹고 발표하지 못했던 앨범을 최근 발표했다.
“결혼 전에는 결혼이 일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빠한테 이런 제 마음을 말했더니 2004년까지 결혼을 조르지 않고 기다릴 테니 그동안 해보고 싶은 일을 모두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시집에서 서른이 넘은 늙은(?) 아들을 그대로 둘 리 없었다. 더구나 며느리감이 있는데 결혼을 미루는 것이 무의미하게 보였던 것. 그래서 본의 아니게 결혼을 서두르게 되었다고.
“오빠와 헤어질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깜짝 이벤트를 마련하고 프러포즈를 했어요. 공원 한 가운데에 하트 모양으로 수십개의 초를 켜놓고 사랑 고백을 한 거예요.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만을 모아 CD에 담아 선물로 주었는데 마치 우리 사랑을 노래하는 것 같더라고요.”
김혜영이 발표한 이번 앨범에는 트로트와 발라드의 중간쯤을 오가는 그녀의 목소리를 가장 매력적으로 살린 노래들이 실려 있다. 타이틀곡인 ‘거짓말 자꾸 하면’은 쉽고 대중적인 멜로디로 한번만 들으면 어느새 흥얼거리게 될 만큼 귀에 쏙 들어온다. 앨범을 발표하고 나니 좀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는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귀순 배우’라는 타이틀 대신 ‘배우 겸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혜영은 자신이 설 가장 중요한 자리는 한 남자의 사랑스런 아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앞으로 1년 4개월은 주말부부로 지내야 하기에 그 애틋함이 더하다.
“떨어져 있으니까 서로에게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매일 보면 싸울 일도 생길 텐데 저희는 얼굴을 못 보니까 싸움은커녕 잠깐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주게 돼요. 1년 넘게 연애하는 동안에도 주말에만 잠깐씩 얼굴을 봤는데…. 그래서인지 아직도 결혼했다는 느낌이 별로 없어요.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고 있죠.”

의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종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는 남편의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얼마전 홍삼과 꿀을 섞어 만든 환을 홍천에 있는 남편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남편과 만나는 주말에는 남편이 한 주일의 피로를 씻어내고 최대한 푹 쉴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찜통에서 맛있는 호박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단호박주스떡이 완성된 것. 커다란 접시에 딤섬통을 엎어 잘 쪄진 단호박주스떡을 담아냈다. 좀더 예쁘게 모양을 내고 싶다며 떡에 호박씨와 대추로 장식을 하는 김혜영을 보니 역시 음식은 만드는 이의 정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처음이라 손에 잘 익지 않아 제 맛이 안 난 것 같아요. 두번 세번 해보면 제대로 된 단호박주스떡을 만들 수 있겠죠. 떡이라고 하면 왜 좀 무거운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데 요리책을 보니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떡 종류가 많더라고요. 주말에 남편이 오면 몇 가지 떡을 더 만들어볼 거예요.”
결혼 후 처음 맞는 설날에 가족들에게 맛있는 떡을 선보일 생각에서인지 김혜영은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여성동아 2003년 2월 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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