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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남편 VS 아내

학력 차이로 인해 갈등 겪는 부부들 & 해법찾기

“길고 짧은 가방 끈 차이가 도대체 뭐길래…”

■ 글·최희정 ■ 일러스트·정지연

입력 2003.02.05 15:55:00

학력 차이로 고민하는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결혼 전에는 장밋빛 꿈으로 모든 게 이해되리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학력 차이로 인해 알게 모르게 갈등을 겪는 부부들의 속 타는 이야기와 학력 차이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학력 차이로 인해 갈등 겪는 부부들 & 해법찾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지방에서 전문대를 졸업한 후 서울에 올라와 직장을 다니던 나는 남자 동료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당시 남편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면서 야간 대학원에 진학해 직장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엘리트였다.
이런 까닭에 남편을 소개받기가 왠지 부담스러웠다. 나는 지방 전문대를 나와 조그만 중소업체에 다니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았고, 나와는 전혀 다르게 살아온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 번 거절을 한 끝에 조심스레 남편을 소개받았다.
남편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의외로 소탈했고 참 편안했다. 명문대학을 나온 티가 전혀 안 났고 오래 전부터 만난 사람인 것 같은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1년 정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나의 학벌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 시부모에게 남편이 “학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다” 며 꾸준히 설득하는 데도 몇 개월이 걸렸다. 시부모를 설득하는 남편이 고마웠고 ‘저 사람이면 믿고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믿음직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깨소금맛 나는 신혼 시기를 지나 결혼 2년차로 접어들면서 슬슬 남편과 나의 학벌문제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내심 남편의 학벌 때문에 주눅들어 하는 나를 남편은 어느 순간부터 무시하기 시작했다.
요즘 한창 떠들썩하게 거론되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해 내가 관심을 보이면 “네가 알면 뭐 달라지는 게 있냐? 설명해준다고 알아들을 수 있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뉴스를 보다가 내가 잘 몰라하면 “ 너는 그것도 모르냐?” 하면서 “ 정말 아이가 엄마 머리 닮을까 걱정된다”고 짜증을 내면서 말한다.
이럴 때마다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왜소해지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 결혼 전에 학력 차이로 인한 갈등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래도 남편을 믿고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그게 꼭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결혼 4년차·30세·주부 S씨·영등포구 신도림동).
남편과 나의 보이지 않는 벽과 벽 사이
남편과 내가 결혼을 발표했을 때 부모님은 물론 내 친구들까지 나서서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대학을 졸업했는데 남편은 고졸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다가 만났다. 다른 동호회에 비해 사진 동호회는 회원끼리 이론 수업도 같이 받고 야외로 사진 촬영을 하러 다니면서 서로 부딪치는 기회가 많았다. 남편은 인물 사진을 아주 잘 찍어서 우리 동호회에서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나도 남편에게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남편은 비록 가방 끈은 나보다 짧지만 그 이외에는 흠 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늘 성실하고 싹싹했다. 또 사진에 대한 열정은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우리 둘 다 서로 관심 이상의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 벙어리 냉가슴 앓듯’ 4개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내가 먼저 프러포즈를 했다.
처음에 남편의 반응은 무척 좋아하면서도 “나는 고졸이다. 학력 차이가 있으니 잠시 생각해보자”고 했고, 나는 보름 동안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서로의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보름 후 남편은 나를 찾아와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고 1년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결혼한 지 3년째 접어들면서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내 마음의 변화가 문제였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내 친구들의 남편과 내 남편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내 친구들 남편은 대부분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이나 잘 나가는 벤처회사에 다니고 있다. 연봉이 많다 보니 생활도 그만큼 윤택했는데, 우리 살림은 늘 빠듯했다. 친구 남편의 월급과 남편 월급은 거의 3분의 1이상 차이가 났고 진급도 더뎠다.
내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부터 예전에는 그냥 무난하게 지나쳤던 것들이 다 ‘눈엣가시’로 보여졌다. 급기야 나를 매료시켰던 남편의 사진 기술도 ‘ 밥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예술은 무슨 예술’ 하면서 비웃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남편 말에 반쯤 비웃는 투로 대답하는 횟수가 늘어나자 남편도 참지 못하고 “그래서 내가 잘 생각해보라고 그러지 않았냐? 내 능력은 이것밖에 안된다”면서 큰소리로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결혼 전에는 부부의 학력차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랑만 있으면 될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결혼 6년차·37세·주부·고양시 화정동).

학력 차이로 인해 갈등 겪는 부부들 & 해법찾기

아내의 끝없는 학구열, 누가 좀 말려줘요!
아내는 나보다 세살 연상이고 지금 국문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나는 전문대 졸업생이고 유통업에 종사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원이다.
처음에 아내를 만났을 때 지적이고 생각이 깊은 점에 이끌렸다. 나는 거의 공부하고는 담 쌓고 살았는데, 아내는 공부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사랑에 눈이 멀면 모든 게 예쁘게만 보인다’고 나는 아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결혼할 생각도, 취직을 할 생각도 없이 공부만 파고드는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결혼 전에 아내는 나에게 “나는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 나를 뒷바라지 해 줄 자신이 있느냐?” 고 물었고, 나는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학비를 대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결혼하고 애 낳고 살면 아내도 곧 현실을 인정하겠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처가에서는 마치 ‘밑지는 장사’ 하는 것 같은 찜찜한 기분으로 결혼을 허락했고, 우리 부모 역시 아내가 나보다 나이도 많고 내가 계속 뒷바라지를 해야 할 일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이처럼 양가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결혼했다. 아내는 생각대로 아이까지 미루고 공부에만 매달렸다. 매일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아내를 보고 “공부하고 원수 진 일 있냐? 좀 쉬어가면서 해라. 그리고 결혼한 지 1년이 다 돼가고 나이도 있는데 아기도 낳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 아내는 즉시 화를 내며 “내가 애 낳으려고 결혼했냐? 나 뒷바라지해준다고 그러지 않았냐?”고 말했고, 심하면 친정으로 가버렸다.
아내가 그러면 장인, 장모라도 나서서 아내를 토닥거려야 하는데 오히려 나에게 “내 딸은 교수가 되어야 할 사주를 타고났으니 막지 말라”고 했다. 아내와 처가 식구들이 나를 대하는 말투 속에는 ‘전문대밖에 안 나온 사람이 뭘 알겠느냐’는 빈정거림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결혼 전에는 내가 공부를 많이 못했으니 아내만이라도 공부를 실컷 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아내 학비를 내고 나면 겨우겨우 생활하는 정도이다 보니 어떨 땐 정말 화가 난다. 요즘 들어서는 ‘차라리 나와 비슷한 학력을 지닌 여자와 만나서 살았으면 지금보다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때도 종종 있다(결혼 2년차·31세·회사원·은평구 구산동).


학력 차이로 인해 갈등 겪는 부부들 & 해법찾기

배우면서 스트레스 푼다
남편과 나는 같은 직장에서 만난 사내 커플로 내가 영업부 경리사원이었을 때 남편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들어온 신입사원이었다.
남편의 첫인상은 그다지 호감을 주지 않았지만 회사 야유회나 체육대회 등을 같이 다니면서 친해질 기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갔다. 호탕한 성격에 깔끔한 매너까지, 게다가 남편은 남들이 모두 알아주는 명문대 출신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산업전선에 뛰어들어 오로지 직장일만 해온 나에게 그야말로 남편은 한마리 학(?)같은 존재였다.
남편과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우리는 결혼을 생각했지만 자꾸 나의 학력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남들보다 조금 더 배우고 못 배운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나를 위로했고 나는 남편의 한결같은 태도와 마음씨를 믿고 결혼을 결심했다.
올해로 결혼한 지 5년째에 접어들었고 아이도 둘 있지만 우리 부부는 별 탈 없이 잘 지낸다. 물론 결혼 초에는 무척 맘고생이 심했다. 시어머니는 나를 보고 “남편을 제대로 내조하려면 부인도 잘 배웠어야 하는데…” 하면서 노골적으로 무시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여겨지면서 마치 내가 남편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듯한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이런 마음은 고스란히 남편에게 짜증으로 되돌아갔다. 남편이 별 생각 없이 하는 말 하나에도 “내가 못 배웠다고 무시하는 거냐?” 하면서 화를 냈고 이런 대화가 계속되자 남편은 내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변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학력 차이가 있어도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예쁜 아이도 낳고 잘 살고 있는데, 괜히 내가 주눅들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운동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잠깐 배운 탁구를 치기로 마음먹고 탁구교실에 나가 친구를 사귀면서 열심히 운동을 했다. 게임에서 이길 때마다 “ 나도 잘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시부모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문화센터 강좌를 꼼꼼히 체크해 듣기 시작했다. 요즘 문화센터에는 실용적인 분야에서 예술분야까지 강좌 내용이 무척 다양하고 풍부해서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영어회화 강좌를 들었고 그 다음에는 회화반에 들어가 그림도 배웠다. 같은 또래 주부들과 만나 수다도 떨면서 이것저것 배우며 지내다 보니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요즘에는 D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보육교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남편은 “당신이 취미생활을 하고 배우면서 많이 좋아지는 것 같다” 고 하면서, 솔직히 내가 괜한 자격지심을 갖고 자기를 대할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들인데 상대방의 학벌에 주눅들 필요가 뭐 있겠는가?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꾸준히 계발해 나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결혼 5년차·주부 33세·동대문구 이문동).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학력 차이 별거 아니에요
남편과 나는 지방 소도시에 있는 중학교 동창생이다. 중학교 때 남편과 나는 학급친구 이상으로 몇달간 교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춘기 시절, 누구나 갖게 되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일 뿐 별다른 감정은 없었던 것 같다.
중학교 졸업 후 나는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남편은 그냥 그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곧 서로 잊혀졌다. 남편을 다시 만난 건 대학을 졸업하고나서였다.
외국인 회사에 취직해 근무하던 중 우연히 거래처에 갔는데 그곳에 그 동창생이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이런 곳에서 10 여년 전에 헤어졌던 옛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동창생은 애숭이 같던 모습을 벗고 늠름한 청년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었다.
그후 우리는 자주 만났다. 만나서 서로의 부모님이나 형제들 안부를 묻기도 하고 담임선생님 얘기도 하면서 고향에 대한 향수에 젖어들었다. 이렇게 만나 학창시절 얘기를 하다 보니 새록새록 정이 쌓여만 갔다. 그러나 한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했는데, 남편은 고등학교만 졸업했던 것.
집안의 반대에 못이겨 헤어져 보기도 하고, 남편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대학에 가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도저히 헤어질 수 없었던 우리는 우리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약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비록 결혼은 했지만 지금부터가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고 마음을 단단히 다져 먹었다. 연애 당시에는 사랑에 눈이 멀어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고 덤비지만 막상 결혼하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부부를 주위에서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학력 차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우리 부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아양을 떨며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너무 성실하고 믿음직스럽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남편에게는 취미생활을 같이할 것을 제안했다. 남편은 등산을, 나는 영화관람을 제안했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두 가지 모두 하기로 했다. 아이는 친정부모에게 맡기기로 했다.
일요일에는 남편과 가까운 산에 등산을 가고, 평일에는 2주일에 한번 영화관람을 했다. 서로 같은 취미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통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아졌다. 등산을 하고 나서 남편과 함께 도토리묵에다 막걸리를 마시는 기분이 얼마나 짜릿한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부부가 학력이 비슷하면 더 좋겠지만, 학력 차이가 많이 나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서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일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결혼 4년차·33세·마포구 신수동 맞벌이 주부).
나이 들어 하는 공부, 그 재미도 쏠쏠하네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내 학력을 속이고 만났다. 나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채 1년도 못 다니고 가정 형편상 그만두고 군대를 다녀온 뒤 바로 직장에 들어갔다. 나에 비해 아내는 4년제 대학을 나온, 제법 잘 나가는 학원강사였다.
친구 소개로 만났지만 아내 역시 당연히 내가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철썩같이 믿었기에 첫날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다 ‘아내가 마음에 들었는데 내 학력이 낮아서 채이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도 순순히 내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내를 계속 만나면서 좋아질수록 용기를 갖고 솔직히 고백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더 이상 아내를 속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내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아내의 대답을 기다렸다. 뺨이라도 한 대 맞을 것 같아 내심 겁을 내고 있었는데, 아내는 “지금이라도 가면 되지 않느냐? 결혼하고 서로 맞벌이해서 여유가 생기면 대학에 다시 들어가 공부하라” 고 말했다. 눈앞에 앉아있는 아내가 천사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자기를 속였다고 길길이 날뛸 것을 예상한 나는 뜻밖의 아내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갑자기 없던 학구열까지 솟아나는 것 같았다.
결혼하고 2년째에 접어들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진학공부를 했다.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사실 대학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참 많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나를 믿어준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태어날 아이한테도 떳떳한 아빠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아내는 학원 일을 마치고 밤늦게 와서도 나의 공부를 챙겨주고 간식거리를 만들어주면서 많은 힘을 보태주었다. 그렇게 힘겹게 1년여 공부한 끝에 H대 야간대학에 들어갔다.
10년 만에 다시 들어간 대학은 감회가 새로웠고 공부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나를 믿고 힘이 되어준 아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을 꼭 받고 싶다 (결혼 4년차·32세·회사원·서대문구 홍제동).


여성동아 2003년 2월 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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