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 ‘보톡스’ 는 안전한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이마에 파인 주름살을 감추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톡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보톡스는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주사를 맞는 것만으로 주름을 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미 비아그라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 국내에서도 많은 연예인들이 정기적으로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으며 이로인해 일부 연예인들은 얼굴에 표정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보톡스란 토양 속에 사는 미생물인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늄이 만들어내는 독소로 불량 통조림이나 썩은 고기에서 잘 번식한다. 운동신경에 관여하여 근육마비를 일으키는 이 독소는 1895년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1973년 미국의 안과 의사 앨런 스코트가 원숭이 실험에서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지나치게 수축된 것을 보톡스가 완화시킨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질병치료제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보톡스는 알려진 대로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킴으로써 잔주름을 펴거나 저작근을 퇴화시켜 갸름한 얼굴로 만들어준다. 성형수술과는 달리 주사 한대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시술이 간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그리고 시술 후 몇 개월이 지나면 마비된 근육이 다시 원상복귀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적다.
부작용은 없을까?
하지만 보톡스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누구나 흔히 먹는 아스피린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두드러기 같은 부작용이 생기듯, 보톡스 역시 잘못 맞으면 사무라이 눈썹처럼 눈썹이 치켜 올라가거나 혈관이 터져 주사 부위에 피멍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은 지난 11월 22일 “동물실험 결과 보톡스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차단하는 등 아직 확인되지 않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며 “부작용을 나타낸 환자 중에는 과다 주사로 인해 눈꺼풀이 붓고 입매가 경직되어 표정을 지을 수 없게 된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예일대학의 임상피부학 교수인 제프 도버 박사는 “보톡스 시술은 피부과 치료술 중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며 “지금까지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또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의 스튜워트 카플란 박사 역시 “그런 부작용은 숙련도가 낮은 의사가 시술했거나 보톡스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톡스 시술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름살 제거나 사각턱 교정 외에도 약 50여 가지 질환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그 중 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것은 주름살 제거, 안면근육 경련, 겨드랑이 다한증 등이며, 사각턱 보톡스는 우리나라에서만 개발된 독특한 치료법이다. 그러나 사지 근육 비틀림, 침 흘림, 안면 근육통 등에 대한 보톡스의 사용은 아직 공인되지 않은 치료법이라고 영국국립신경병원의 피터 미스러 박사는 말하고 있다. 공인되지 않은 치료법은 부작용 여부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마구잡이 시술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 또한 공인된 시술법이라고 몸의 여러 부위에 지나치게 장기간에 걸쳐 여러번 주사를 맞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보톡스의 시술 시간은 5~10분 정도이고 주사를 놓을 부분의 통증을 없애기 위해 냉찜질을 하거나 마취크림을 바르는 것이 시술의 전부. 시술은 간단한 반면 효과는 의외로 크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얼굴에 칼을 대지 않기 때문에 회복 기간이 따로 필요없는 것도 큰 장점.
● 주름 치료
눈가나 미간, 이마, 입, 목 등 주름살이 있는 부분의 표정근육에 주사를 놓게 된다. 주사를 맞을 때 통증은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 따끔한 정도. 시술 시간은 5~15분이면 충분하다. 시술 후 3일 정도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며 7~14일이 지났을 때 최고가 되고 14일 이후에는 점점 효과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러워진다.
보톡스에 의한 주름 치료는 안면 표정근육을 마비시키는 원리이므로 웃을 때 눈옆의 주름과 무의식적으로 찡그리는 습관 때문에 생기는 미간의 주름에 효과적이다. 생긴지 오래되어 이미 자리 잡은 주름이나 굵은 주름에는 효과가 없다.
● 사각턱 치료
한국에서 개발된 보톡스 사각턱 치료법은 주사를 맞는 것만으로 얼굴이 갸름해지기 때문에 각진 얼굴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시술법. 이를 꽉 물었을 때 볼에 딱딱한 근육이 많이 만져질수록 더욱 효과적이다.
음식을 씹거나 잘 때 이를 악물고 자는 습관 때문에 생긴 이 근육에 보톡스 주사를 놓으면 근육이 퇴화되어 없어지게 되므로 자연히 얼굴이 갸름해지는 것. 주사를 맞고 2달 후에 최대의 효과가 나타나며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후에는 다시 근육이 생기게 된다.
● 종아리 치료
종아리 근육에 보톡스를 맞아 알통을 없애주는 종아리 보톡스 시술법은 종아리 근육을 없애 날씬하고 매끈한 다리를 만들어준다. 아직 시술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 다한증 치료
국소다한증은 땀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의 흥분도가 증가되어 손, 발, 겨드랑이 등에서 땀이 유난히 많이 나는 증상이다. 다한증 수술은 전신마취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발의 땀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은 뱃속 깊이 있어서 수술이 불가능하다. 보톡스는 마취 없이 어느 부분이든 간단하게 주사만으로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다. 주사를 맞은 후 3일 정도 지나면 효과를 보기 시작하며 한달 후에 최고의 효과를 보게 되지만 5~6개월 후에는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 편두통 치료
편두통에 보톡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치료방법은 3개월에 한번씩 눈, 입, 한쪽 관자놀이와 머리근육에 주사하고 머리 전체에서 통증을 느낄 때는 목 뒤와 어깨 근육에도 주사한다. 4~5회 시술받으면 80% 정도는 증상이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톡스에 의한 편두통 치료는 약물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고 통증 자체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