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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주목받는 이 남자

스릴러 영화 주연 맡아 스크린 노크하는 탤런트 지진희

■ 글·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2003. 01. 14

<줄리엣의 남자> <네자매 이야기> 등을 통해 주목받은 탤런트 지진희가 국내 최초의 ‘지적인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 의 주인공을 맡아 화제다. 그동안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 역할을 주로 맡아온 그는 이 영화에서 터프한 모습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궁금한 이 남자를 만나본다.

스릴러 영화  주연 맡아 스크린 노크하는 탤런트 지진희

지진희는 영화 <H>에서 터프한 형사역할로 연기변신에 나섰다.


지적인 스릴러 영화를 표방,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되었던 영화 가 개봉됐다. 6명의 여성을 잔혹하게 살인하고 자수한 연쇄 살인마 신현(조승우)이 감옥에 갇혀있는 가운데, 1년 후 신현과 동일한 살해방식으로 연쇄살인이 이어진다. 피살자는 모두 여성. 그것도 낙태나 혼전 임신 등을 저지른 부정한 여인들이다. 이에 이지적이고 냉철한 형사 미연(염정아)과 머리보다는 주먹이 앞서 나가는 신참 강형사가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터프하고 거친 강형사 역할을 맡은 이는 탤런트 지진희(33). 2000년 데뷔하자마자 SBS <줄리엣의 남자> MBC <네자매 이야기> 등에서 연거푸 주연을 맡았던 ‘유망주’로, ‘김지호와 호흡을 맞춘 우체국 CF의 그 남자’다. 또한 송승헌, 송혜교와 함께 가수 김범수의 ‘하루’ 뮤직 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는 그의 스크린 데뷔작. 순박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어필해온 그는 데뷔 이후 착하고 자상한 남자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거칠고 터프한 이미지로 연기 변신을 한 영화 속의 모습은 사뭇 의외다. 그러나 짧게 잘라 거칠어 보이는 헤어스타일과 꺼칠한 듯 날렵해진 얼굴선, 그리고 매서운 눈빛이 형사 이미지에 썩 잘 어울린다.
“그 전까지 제겐 부드러움이라는 한가지 이미지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다소 거칠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봤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염정아씨가 저보고 ‘보기보다 훨씬 남성적이다’고 평가하던데, 실제로 저는 박격포를 담당했던 특공대 출신이에요.”
형사 역할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8월 방영된 한일 합작 드라마 <소나기, 비 갠 오후>에서도 형사 역할을 맡았다. 일본의 인기 탤런트 요네쿠라 교코와 호흡을 맞춘 이 드라마에서 그는 과묵하고 이지적인 홍형사로 분해 일본 후지 TV에 ‘지진희가 누구냐’ ‘지진희가 궁금하다’는 시청자의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제로도 남자답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말수가 많지는 않지만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곱상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지진희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보다 운동으로 푸는 ‘운동광’. 자신 있는 스포츠로 스킨스쿠버, 농구, 패러글라이딩 등을 꼽을 만큼 모험적이고 남성적인 스포츠를 좋아한다. 반면 종이와 나무를 이용해 모형 비행기와 배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정적인 면도 있다.
“집중해서 만들다 보면 머릿속에 잡념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프라모델은 이젠 너무 쉬워서 조립 안해요. 그 외에도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등도 즐깁니다.”

스릴러 영화  주연 맡아 스크린 노크하는 탤런트 지진희

영화 <H>에는 그 외에도 염정아, 조승우가 함께 출연했다.


지진희는 데뷔 전 포토그래퍼로 활동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유명 광고기획사에서 디자인 분야의 일을 했다. 그후에는 제품 광고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우연히 사석에서 만난 지금의 매니저로부터 연예인이 되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연기란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거절했다.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IMF가 터졌어요. 회사 내에 정리해고 바람이 불었고 누군가 한명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저만 빼고 다들 30대에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고 해서, 제가 나가겠다고 했어요. 선배는 ‘왜 네가 나가냐’고 만류했지만 그게 옳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사표를 내고 이십대 후반에 연기자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1년 이내에 연기가 네 천직임을 알게 해주겠다’고 공언한 매니저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데뷔한 지 3년째 된 지금? 그는 이제 연기가 자신의 천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일할 땐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기자는 좋은 직업 같아요. 대신 유혹이 참 많은 직업이죠. 주변에서는 다 좋은 말만 해주니 왕자병 걸리기 십상이고요(웃음). 사회 생활을 몇년 하고 나이 들어 이 일을 시작한 게 제겐 오히려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진희는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성격이다. 한번 결단을 내리면 뒤도 돌아보지 않지만, 결단을 내리기까지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매사 신중하게 구분한다. 영화 <이재수의 난>의 오디션을 볼 때 연기를 해보라는 심사위원들의 주문에 “못하겠다”고 버텼던 일화도 그의 성격의 일면을 보여준다.
“오디션인 줄도 모르고 매니저를 따라갔더니, 박광수 감독님과 심사위원들이 앉아 있는 거에요. 대본을 읽어보라는 말에 ‘한번도 연기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못한다’고 버텼어요. 정말 열심히 그 오디션을 준비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전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었거든요.”
그렇게 ‘불발된’ 박광수 감독과의 인연은 영화 <방아쇠>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다시 이어졌다. 박광수 감독의 신작 <방아쇠>는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지는 한 젊은 병사와 처녀귀신의 신비한 사랑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현재 시나리오가 수정에 들어가는 바람에 영화 촬영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지진희는 ‘의리를 지켜’ 박광수 감독의 단편 인권영화 <차별>에 출연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드라마에도 출연할 계획이라고.
“어떤 역이 주어지든 간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어떤 연기든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10년후에는 암실이 있는 작업실을 짓고 사진과 공예를 즐기며 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연기자 지진희.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카리스마를 겸비한 이 재주 많은 배우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좀더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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