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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꼬마 요리사

한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한 11세 ‘요리신동’ 김물결

■ 기획·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글·장옥경 ■ 사진·지재만 기자

입력 2003.01.14 16:13:00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어른들도 취득하기 어렵다는 한식· 양식 부분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연이어 따내서 화제다. ‘국내 최연소 합격’이라는기록을 세운 경기도 용인시 역북초등학교 김물결이 그 주인공. 어린 나이에 요리사의 꿈을 키우게 된 남다른 사연과 함께 야무진 요리솜씨까지 구경해보자.
한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한 11세 ‘요리신동’ 김물결

저녁 6시 무렵, 경기도 용인시의 용인요리학원을 찾았을 때 김물결(11)은 가열대 앞에서 야채를 볶고 있었다. 메뉴는 오징어볶음. 볶아둔 야채 위로 오징어와 양념장을 넣은 후 양손에 든 나무주걱을 휘저어가며 재빨리 볶아내는 솜씨가 10년차 이상 된 여느 주부들 손길 못지않다.
“오징어볶음은요, 너무 오래 하면 질겨져요. 매운맛을 약간 날려주기 위해 풋고추, 홍고추, 양파 순으로 한번 볶다가 오징어를 넣고 파·마늘·생강 다진 것, 설탕, 고추장을 넣은 양념장을 넣어주면 돼요. 고추장의 양은 오징어가 두마리면 두 스푼, 한 마리면 한 스푼이면 되고요. 아차, 그전에 오징어는 0.3cm로 칼집을 넣어줘야 해요. 볶다가 오징어가 꼬이면 접시에 담으면 돼요.”
흰 가운을 입고 머릿수건을 얌전히 맨 채, 앳된 얼굴로 오징어볶음의 비결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오징어볶음이 다 됐는지 프라이팬에서 접시로 옮겨 담던 물결이의 팔이 잠시 후들후들 떨린다. 하긴 프라이팬이 꽤 두꺼워서 다루기에 버겁겠구나 싶다. 작은 목소리로 “무거워요” 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물결이가 이제 겨우 11세 소녀라는 사실은 영영 떠올리지 못할 법했다. 그만큼 물결이는 제 나이로 믿어지지 않는 노련한 요리솜씨를 갖고 있었다.
물결이는 지난 12월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한식 조리기능사 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까지 따냈다. 온갖 매스컴이 이 ‘초등학생 요리사’에게 주목한 것은 당연했다. 덕분에 요즘 물결이는 방송사와 잡지사의 요청으로 인터뷰 하랴 요리 만들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요즘 질리도록 만들고 있는 요리가 오징어볶음. 간편하고 맛내기도 자신 있어서 18번이 되었다며 생긋 웃는다.
“얼마전 MBC 에 출연했을 때는요, 샌드위치를 20개나 만들었어요. 오이, 당근, 고구마, 양배추 등을 넣고 만든 샌드위치를 철가방에 넣어 배달했는데요. 친구들이 집에서 엄마가 해준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해서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며칠 후에는 KBS 에 출연한다고 종알거림이 이어진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방송국엘 가야 한대요. 친구들하고 같이 가고 싶은데 너무 일찍이라서 다 힘들대요. 그래도 저랑 제일 친한 미애는 우리집에서 자고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오빠의 죽음 겪고 나서 입은 마음의 상처, 요리 배우면서 달래
“여섯살 때부터 가족들에게 떡볶이나 호박전, 파전을 만들어주는 등 요리에 재주가 많았어요.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요리의 재료를 묻곤 했지요.”
어머니 박봉순씨(39)의 말이다. 그러나 그는 어린 딸이 요리를 하면 ‘무엇 하러 그런 것을 하느냐’며 말렸다. 음악학원 원장인 그는 딸이 요리보다는 음악 쪽으로 소양을 키우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가 마치 밭처럼 펼쳐져 있는 꿈을 태몽으로 꾸고 낳은 딸이었다. 게다가 엄마의 음악학원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같은 악기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큰 탓인지, 네살 때부터 음악에도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딸이 유명 음악가가 되어주리라는 부모의 희망은 현실이 될 듯 보였다.
그러던 중 집안에 불행이 닥쳤다. 지난 2000년 10월. 두 살 위의 오빠가 밤에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 응급실을 찾는 일이 발생했다. 하필이면 의약분업과 관련해 병원들이 일제히 파업할 당시였다. 결국 오빠는 병원 몇군데를 전전하다가 숨지고 말았고 가족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온 집안이 울음바다였고 아빠는 아예 병석에 누워 버렸다. 오빠의 죽음은 물결이에게도 큰 타격이었다. 붙임성 있고 명랑하던 아이가 눈에 띄게 말수가 줄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한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한 11세 ‘요리신동’ 김물결

엄마 박봉성씨는 물결이가 여섯살 때부터 요리에 재주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물결이의 눈에 TV의 한 장면이 들어왔다. 어렵게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밝게 웃는 모습은 물결이에게 ‘나도 크면 불쌍한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면서 그 사람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엄마에게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무기력하던 물결이가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던 엄마는 그 길로 딸의 손을 이끌고 인근 요리학원을 찾아갔다. 그때가 2001년 8월 20일이었다.
처음에는 요리학원에서도 물결이가 과연 요리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긴가민가했다고. 수강생 대부분이 언니이거나 엄마 뻘 되는 이들이었다. 어른 키에 맞춰진 높은 실습대에서 까치발을 들고 요리 실습을 따라 하는 물결이를 보면서 요리학원에서는 ‘저러다 그만두겠지’ 하는 예측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하물며 어른들도 수강증을 끊어놓고 안 나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제풀에 포기하려니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애가 감기 때문에 열이 펄펄 나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학원에 나오는 거예요. 가서 쉬라고 그랬더니 학원에 와서 요리를 하고 나면 기운이 난대요. 이론과 실기에 임하는 자세가 어찌나 진지하고 차분한지 어른 수강생들도 따라가기 쉽지 않을 거예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동안 1시간 30분씩 하는 요리 실습에 꼬박꼬박 참여했던 물결이를 떠올리며 요리학원의 김복순 원장(49)은 “요리에 타고난 재주가 있는 것은 물론 열의가 대단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실습을 끝낸 요리는 반드시 접시나 랩에 싸 가지고 가서, 식구들과 시식을 하고 재료와 만드는 법에 대해 복습하는 걸 빼먹지 않았다고 귀띔한다.
“집에서는 눈치보면서 요리를 했는데 학원에 가니까 마음껏 요리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저 요리가 너무나 좋다는 물결이. 요리하는 그 자체가 좋아서 처음엔 굳이 자격증에 도전하자는 욕심도 없었다. 그러던 중에 주변의 권유로 자격증 시험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결이가 의욕을 보이자 김원장도 한번에 통과하는 건 힘들 테니, 세번까지는 도전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이쯤 되니 엄마 박씨 역시 딸이 가지고 있는 요리에 대한 남다른 감각과 열의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가 보다.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피아노 관련 국제박람회에 가면서 박씨는 딸을 데리고 갔다. 다양한 미국 요리 문화를 접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이런 지원과 주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물결이는 긴장을 한 탓인지 첫 시험에 이어 두번째 시험까지 미끄러졌고 세번째 도전인 올해에야 바라던 한식기능사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요리학원에서 요리를 배운 지 1년 3개월 만의 일이었다.
김원장은 “수년간 요리경험을 가진 주부들도 전문요리학원에서 이론과 기술을 배운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에요. 52개 종류의 한식 요리를 다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격증 취득은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에요”라면서 물결이가 이뤄낸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게다가 물결이는 한식에 이어 양식조리사 자격증까지도 취득했다. 하루 두 타임 총 3시간 강의를 들으며 한달 동안 실습한 끝에 ‘속성’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합격 여부를 알기 전까지 너무 떨렸거든요. 나중에 전화로 합격을 확인하고 기뻐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날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기쁜 날이었던 것 같아요. 오빠도 하늘나라에서 같이 기뻐해줬을 거예요.”
물결이는 한식과 양식조리사 자격증에 이어 중식, 일식, 그리고 가장 어렵다는 복어 시험에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요리를 기본으로 세계 각국 요리의 장점을 접목한 퓨전요리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요리사가 될 때까지 계속 재능을 갈고 닦을 생각이다. 다이아몬드가 밭처럼 펼쳐져 반짝거렸다는 태몽을 현실로 만들며 말이다.

치즈 하트 스테이크
한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한 11세 ‘요리신동’ 김물결

■ 재료쇠고기 300g, 양파 1개, 셀러리 20g, 빵가루 2큰술, 슬라이스치즈 3장, 소금·후추·물엿 약간씩, 당근 ¼개, 브로콜리 15g, 버터·식용유 1큰술씩, 크림소스(우유 1컵, 녹말물 ½컵, 물 ½컵, 버터 1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 만드는 법① 쇠고기는 곱게 다진다. 양파와 셀러리도 곱게 다져 물기를 제거한다.② ①의 재료에 빵가루, 소금, 후추를 넣어 끈기 있게 치댄다.③ 당근은 모양 있게 다듬어 끓는 물에 데친 후 버터, 물엿에 윤기나게 조린다.④ 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소금 약간과 식용유 1큰술을 넣어 데쳐낸다.⑤ 슬라이스치즈를 반으로 잘라 ②의 반죽에 넣고 잘 주무른다. 납작한 하트 모양으로 빚어 팬에 넣고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⑥ 냄비에 물 ½컵과 우유 1컵, 녹말물 ½컵을 넣어 끓이다가 버터 1큰술과 소금, 후추를 넣어 간한다. 걸쭉할 때까지 뭉근히 끓여 크림소스를 완성한다.⑦ 접시에 스테이크를 담고 당근, 브로콜리로 장식한 다음 크림소스를 살짝 끼얹어낸다.

조개찜
한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한 11세 ‘요리신동’ 김물결

■ 재료개조개 3개, 달걀 2개, 쇠고기 100g, 표고버섯 2개, 통조림 옥수수와 홍피망 ½컵씩, 양파 ¼개, 대파 ¼대, 두부 30g, 소금·후추·참기름·밀가루·치커리 약간씩
■ 만드는 법① 개조개는 깨끗이 씻은 후 끓는 물에 양파와 대파를 통으로 썬 것을 같이 넣어 삶는다. 조개 입이 벌어지면 속살만 빼내 내장을 제거한 후 조갯살은 다져놓는다. 조개껍질도 버리지 말고 씻어둔다.② 쇠고기는 곱게 다지고 표고버섯, 양파, 옥수수, 대파도 다진다. 두부 역시 물기를 제거한 후 곱게 으깬다.
쨕 준비한 재료에 소금, 후추, 참기름을 넣어 섞는다.③ 씻어둔 조개껍질의 물기를 잘 닦아낸 다음 껍질 안에 참기름을 살짝 바르고 밀가루를 솔솔 뿌린다. 양념한 재료를 조개껍질에 수평이 되도록 담아서 찜통에 넣고 찐다.④ 달걀은 삶아서 노른자와 흰자로 나눠 체에 내려 가루로 만들어놓는다. 홍피망은 곱게 다져 물기를 꼭 짜놓는다.⑤ 쪄낸 조개 위에 다진 홍피망과 달걀 노른자·흰자 가루를 이용해 장식한다.⑥ 큰 접시에 소금을 깔고 조개를 둥글게 돌려 담고 군데군데 치커리로 장식한다. 접시 중앙에 먹다 남은 양주를 촉촉하게 뿌리고 식탁에 옮겨놓은 후 양주에 불을 붙이면 화려함을 더해 신년요리로 제격이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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