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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미혼모와 20대 청년의 사랑 그린 드라마 <고독>의 실제 주인공들

“가슴앓이 하며 키워나간 사랑이라 더 소중하고 절실해요”

■ 글·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1.14 16:03:00

15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연상의 미혼모와 연하의 미혼남이 애틋한 사랑을 펼쳐 나가는 드라마 <고독>. 얼마전 그와 비슷한 러브스토리 사연이 <고독>의 외주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사연을 공모한 <고독> 홈페이지에는 저마다 말 못할
다양한 러브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들이 겪은 <고독>보다 더 애틋한 사랑이야기.
40대 미혼모와 20대 청년의 사랑 그린 드라마 의 실제 주인공들

15세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으며 애틋한 사랑을 펼쳐나간 드라마 <고독>의 한 장면.


2002년 초에 방영됐던 여선생과 제자의 사랑을 그린 , 최근 전도연이 출연하는 여섯살 차이의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 , 이영애, 유지태가 이혼녀와 연하의 남자로 분해 사랑을 펼쳐보인 영화 …. 요즘 연상의 여인, 연하의 남자 커플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내용이 심심찮게 선보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유행어까지 돌고 있다.
그 가운데 40대 미혼모와 20대 청년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은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으며 조건 없는 아름다운 사랑이니, 옳지 못한 일이니 하면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 과 너무나 흡사한 입장에서 1년 6개월 동안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가슴앓이를 하다 드라마 내용에 힘입어 연상의 여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며 의 제작진에게 감사의 편지를 띄운 남자가 있어 잔잔한 화제가 되었다.
‘부산싸나이’라는 ID를 지닌 그는 부산 동래구에 사는 28세의 미혼남. 그가 사랑한 사람은 남편을 잃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키우는 37세의 여인. 사회적인 편견이 두려워 오래도록 자신의 사랑을 가슴에 묻어두었던 그가 밝힌 사연은 이렇다.
“저는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후 부산의 모 대형할인마트 마케팅부에 취직을 했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열심히 근무하면서 제 미래에 대한 설계를 해 나갈 때쯤 한 여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여인은 저희 마트 여성의류매장에서 근무하는 판매직원이었고,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만남을 갖게 된 저는 그날부터 내 가슴 속에 들어온 그녀의 존재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서른일곱살에 아들 둘을 둔 과부였고, 그런 그녀는 제 마음을 부담스러워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쉽사리 마음의 정리도 못한 채 서로 가슴 아픈 사랑만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낸 게 1년 반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부모님과 친구들의 반대, 그리고 사회의 편견에 맞서 내 사랑을 얻겠다는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아 이렇다 할 표현도 못한 채 그저 가슴 아프게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제 사랑의 감정은 너무나 확실했고 그거 하나만은 저 스스로도 자신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 처지와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고민하는 상황에서 어떤 해답의 실마리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첫회부터 지금까지 단 한회도 빠뜨리지 않고 보았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의 영우라는 남자와 같은 입장에 있는 남자로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초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드라마상이긴 하지만 나보다도 어린, 그리고 나와 나의 그녀보다도 더 많은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자기 사랑에 너무나도 당당하고 그 사랑에 저돌적이리만큼 다가서는 영우를 보면서, 전 그동안 저의 우유부단했던 행동들이 후회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전 마음을 다잡고 그녀에게 정식으로 결혼해줄 것을 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갑작스런 저의 청혼에 당황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무미건조한 청혼을 하고 싶지 않은 생각에 전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작은 감동이라도 줄 수 있을까….
사실, 남편을 잃고 자식 둘을 키우며 근근이 살아가는 30대 후반의 여자에게 사랑에 대한 감동은 식은 지 오래일 수도 있기에 많이 망설인 것도 사실이지만, 용기를 내어 프러포즈 전날 그녀에게 음악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배경음악은 당연히 그녀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선연씨가 부른 의 주제가였고 전 그 음악을 배경으로 ‘나에게 사랑이란 당신을 고독하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라는 글귀를 빌려 그녀에게 우리의 사랑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고 마땅히 축복받아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사랑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그 작은 이벤트(?) 다음날… 전 준비한 반지를 들고 그녀를 만났고, 하룻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는 그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했습니다. 음악과 메시지를 받은 후 밤새 많은 생각들로 눈물을 흘렸다는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많이 힘들지도 몰라요’ 라는 말로 제 청혼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고… 정말 그녀를 이 생이 끝날 때까지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아직 우리의 사랑이 완벽한 결말을 이룬 건 아닙니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산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사람 마음이란 게 한번 마음먹기가 힘들지 일단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까 세상에 무서운 게 없더군요.
어쨌든 그동안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해준 드라마 과 그녀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흔들어준 정선연씨, 그리고 작가님… 너무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 우리 두 사람의 결혼이 확정되는 날… 게시판에 청첩장 올리겠습니다. 행복 빌어주세요….”
‘부산싸나이’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애절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듯한 의 주제가 음반은 최근 20, 30대 성인 3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겨울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음반’ 1위를 차지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40대 미혼모와 20대 청년의 사랑 그린 드라마 의 실제 주인공들

여선생과 제자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로망스>.


“전 올해 29세,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21세. 우린 2001년 10월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되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엔 그저 귀여운 후배려니 누나려니 하면서 지냈어요. 저보다 나이는 꽤 어렸지만 처음부터 따뜻하고 자상하게 대해주는 그와 함께 가끔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보통 직장동료들처럼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에게 메시지 한통이 왔습니다. ‘누나, 나 누나 좋아하면 어떻게 해요….’ 전 무척 놀랐죠. 그 메시지를 듣고 가슴이 너무 떨려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닌가 싶어 걱정도 되었죠. 그래서 모르는 척 바로 메시지를 보냈어요. ‘당연히 좋아해도 되지. 나도 널 좋아하거든 이쁜 동생아…’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서 ‘난 결혼했던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장난치면 누나 화낸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어요.
하지만 왠지 그다음부터 그가 어린 후배가 아닌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왠지 기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그의 말 하나 행동 하나를 예사롭게 흘려버릴 수가 없었어요. 따스함, 포근함… 이런 느낌이 제 가슴에 와 닿기 시작하더라고요.
같은 직장에 근무하면서 우린 서로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사람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서로 장난치는 듯, 눈싸움이라도 하는 듯 아슬아슬하게 그 위기를 넘겼죠. 하지만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더는 가까이 다가서지 않고 거리를 두었어요.일부러 ‘너와 나는 누나 동생일 뿐이야’라며 의식적으로 말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저도 그에게 빠지게 되었거든요. 티를 많이 내진 못했지만 그의 구애를 받아주고 저도 그에게 사랑을 주기 시작했어요. 회사에서 늘 같이 있었지만 우린 그 시간이 너무나 짧았습니다. 사람들 눈을 피해 잠깐 만나 이야기를 하다 헤어지곤 하였습니다. 그 애틋함, 지금 생각해보면 가슴이 저려오네요.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가 저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점점 불안해지고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헤어질 기회를 여러번 만들어 그에게 ‘이제 그만 만나자’는 얘기를 했습니다. 다른 남자가 생긴 척 속이기도 하면서 그를 무던히도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선 항상 마음이 아파 울곤 했지요. 하지만 그는 제가 일부러 그를 떼어내기 위해 그러는 줄 다 알고 있었기에 그런 모욕과 행동을 참고 견뎌주며 저에게 변함없이 따뜻하게 대해줬습니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제게 전화를 해서 ‘그러지 말라’고, ‘널 아주 많이 사랑하고 절대 널 혼자 두지 않겠다’며 울었습니다.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행복하기도 하고 그가 너무 고맙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이 겹쳐지더군요. 그는 아무런 확답도 주지 않은 저를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시키곤 했습니다. 그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까 하는 생각에 두렵고 걱정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의 친구들은 오히려 부러운 눈치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그를 받아들이면서도 전 자꾸만 그의 미래, 사람들에 대한 질책이 두려웠고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은 안 그러면서도 그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말도 함부로 하고 일부러 그를 피하기도 하고…. 그는 밤잠도 못 자고 우리집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고 추운 날 새벽에 택시를 타고 먼길을 오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그는 제 마음에 쌓였던 짐들을 하나씩 벗겨주기 시작했습니다. 미안함, 두려움, 자신감의 상실, 죄책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소리 없이 꺼내 사라지게 해주더군요. 따뜻함과 든든함, 편안함… 그와 마주하고 있을 때면 정말 세상이 내것 같았습니다. 결국 전 못 이기는 척 그에게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 전 아주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남자와 10개월째 같이 살고 있답니다.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가족들 중 아는 이도 몇 있고요. 이제 조금씩 더 알리려고 합니다. 떳떳하게… 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그 남자와 이젠 결혼도 할 거고요, 아이도 낳아 예쁘게 키울 겁니다. 전 지금 누구보다 행복하답니다.”

40대 미혼모와 20대 청년의 사랑 그린 드라마 의 실제 주인공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리고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제 이야기를 조심스레 해볼까 합니다. 현재 30대 초반의 내 나이. 드라마 을 보면서 20대 중반으로 되돌아가 봅니다.
군대 제대하고 오래지 않아… 제게 14세 연상녀와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이었고 저는 학생이었습니다. 서로의 처지는 상반되었지만 그녀의 아픔을 제 가슴으로 받아낼 때조차도 행복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모르게 몰래 사랑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짧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미혼남과 이혼녀의 만남이란 얼마나 승산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서로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못함에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전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고 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랑을 몰래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것이 떳떳하지 못하거나 그릇되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것에 대해 서로 고민하고 극복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어요.
언젠가 농담조로 14세 연상의 여자와 사귄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냉담과 무관심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죠. 또래의 많은 이성을 두고 굳이 그런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중년 여인의 포근함 속에는 20대 여자들이 만들어내기 힘든 강한 신뢰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20대 젊은 청년의 열정은 무미건조하고 생동감 없는 일상에 묻혀 있던 중년 여인에겐 더없는 에너지원이 되었을 겁니다. 갈증날 때 물 한모금의 가치란 말로 표현할 수 없듯이 저의 열정과 그녀의 포근함이란 서로의 갈증을 채워주는 오아시스가 되고 있었음을 사랑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늘 저에게 열정에 대해 궁금해했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열기가 뿜어져 나오느냐’고 묻곤 했지요. 그럴 때마다 전 ‘당신의 포근함이 숨겨져 있던 나의 열정을 끌어낸다’고 답해왔습니다.
저 역시 그녀와 가까워지면서 스스로 놀랄 만큼 저돌적이었고 그녀도 처음엔 저의 그런 태도에 놀란 것 같았죠. 그런데 나중에는 그런 제 모습이 참 예뻐보였다고 하더군요. 저는 나이답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항상 그녀에게 힘이 되고 싶어했습니다.
이 넓은 세상을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그녀는 저에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야단치듯, 훈계하듯 강한 어조로 얘기했지요. 지금도 생생하군요. ‘네가 세상을 얼마나 알아?’라고 말하던…. 하지만 그녀는 내심 제 자신감이 그녀의 암담한 현실을 행복으로 바꾸어주길 꿈꾸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녀의 희망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와 헤어진 지금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군요. 헤어진 지 벌써 4년이나 되었네요. 헤어진 이유를 밝히고 싶진 않지만 나이 차이나 미혼남, 이혼녀가 가지는 한계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녀와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픔의 시간이 지난 뒤 저는 그 어느때보다 많이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투적인 말을 해야 할 듯한데… 그녀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말하고 나니 후련하기보단 가슴이 미어지네요. 하지만 후회는 안하려고 합니다. 제가 했던 사랑은 충분히 자랑스럽고 행복했으며 아름다운 것이었으니까요.”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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