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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진실추적

재미사업가 김씨와 전 국회의원 정한용과의 간통·명예훼손 공방

김씨 “내가 고소를 취하한 진짜 이유” VS 정한용 “이젠 그 사람들 실체를 밝힐 차례”

■ 글·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3.01.09 10:43:00

탤런트 출신의 전 국회의원 정한용과 재미사업가 부부가 1년 넘게 벌인 간통·명예훼손 공방이 드디어 결론이 지어졌다. 김씨가 간통고소를 취하한 데 이어 김씨의 아내 장씨가 제기한 명예훼손에 대해 정한용의 무죄가 선고된 것. 무거운 짐을 홀가분하게 벗은 정한용의 솔직한 심정과 김씨가 주장하는 “내가 고소를 취하한 진짜 이유”.
재미사업가 김씨와 전 국회의원 정한용과의 간통·명예훼손 공방

1년 넘게 끌어온 ‘정한용 간통혐의 고소사건’이 드디어 결말이 났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김씨(44)가 그의 부인 장씨(44)와 탤런트 출신의 전 국회의원 정한용(49)이 2001년 6월경 미국에서 간통을 했다며 같은 해 8월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되었다. 또한 정한용이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씨와 장씨가 돈을 받아내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이 기사화되자 장씨가 정한용을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그간 내가 겪은 일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
이에 정한용 역시 2002년 4월 김씨와 장씨를 사기와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는 등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자기주장만 하고 있을 뿐이어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었다.
1심 선고가 있은 지난해 12월17일 오전 10시, 법정에 들어선 정한용은 이전 공판 때에 비해 한결 얼굴이 밝아보였다. 판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시작된 재판에서 재판부는 “간통고소건은 김씨가 고소를 취하하였기에 자동 기각되었다. 또한 명예훼손건은 피고인(정한용)으로부터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한 고소인 장씨의 진술에 믿을 만한 근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간통 부분은 김씨가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장씨가 주장한 명예훼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정한용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무죄판결을 받고 재판정을 나오는 정한용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그동안 재판정에서 여러 차례 만나 얼굴을 익힌 기자를 보자 “그동안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에게서 지금 심정과 재판결과에 대해 들어보았다.
- 지금 심정이 어떤가?
“그동안 너무 마음고생을 해서 이젠 차라리 담담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긴 악몽을 꾼 것 같다. 난 지금까지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다. 우리 사회의 모범생으로, 착실한 남편으로, 좋은 아빠로 살아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조차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아 원망과 적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큰 누명을 벗게 되어 다행이다. 내 잘못의 여부와 상관없이 나를 사랑했던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정말 몸조심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이 일을 통해 공인으로 사는 게 정말 어렵구나 하는 걸 깊이 깨달았다.”
- 전에 기자에게 “아내가 칼로 찢은 부부 초상화를 밤새 다시 꿰매며 울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우리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과 시련은 다른 사람은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나를 믿고 그 어려운 시간을 잘 참고 견뎌준 가족들에게 너무 고맙다. 특히 아내에겐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법정을 나오면서 앞으로 가족들에게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 김씨가 고소를 취하했는데, 서로 합의를 한 것인가?
“아니다. 고소를 취하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 내가 지난 4월에 그 사람들을 사기와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그래서 그 사람들도 검찰조사를 받게 되니까 겁을 먹은 모양이다. 자기들이 고소를 취하하면 조사를 안 받을 것 같아서 그랬는지 무조건 고소를 취하했다.”

재미사업가 김씨와 전 국회의원 정한용과의 간통·명예훼손 공방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리는 정한용. 사람들이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아 적대감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 명예훼손은 무죄가 선고되었다.
“명예훼손 부분도 사실 따져보면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그 사람들이 명예가 훼손될 게 뭐가 있나.”
- 김씨가 고소취하를 했으니 맞고소를 취하할 생각은 없나?
“사기, 공갈협박으로 고소한 것은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취하가 안된다. 어떤 식으로든 판결이 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들을 혼내주겠다는 생각은 없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실체를 세상에 알릴 생각이다.”
- 김씨와 장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없다. 그 사람들이 사람을 잘못 찍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인 것 같은데 좋은 머리로 나쁜 짓 안하고 좀더 좋은 방법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번에 대통령선거에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남 앞에 나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떳떳하게 내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사업도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했던 일이 있다. 영화, 음반기획, 연극 극단을 아우르는 토털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시작할 생각이다. 이제 마음고생도 끝났으니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입장은, 이미 그쪽에선 떠났다고 생각한다.”
- 이제 홀가분해졌으니 가족과 여행이라도 가고 싶을 것 같다.
(웃으며) 여행갈 돈도 없다. 지난 2년 동안 재판 때문에 1원도 벌지 못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밖에서 밥 한번 못 사먹었는데 뭘 하며 돈을 벌 수 있었겠는가. 이제부터 열심히 돈도 벌어야 한다.
정한용은 “그들을 용서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이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 사람들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 미니시리즈로 찍어도 될 만큼 파란만장한, 내가 겪은 일들을 소상히 밝히고 싶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 목소리엔 여전히 분노가 서려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세 사람 모두 피해자란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오후 이번엔 고소를 취하한 김씨를 만났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서 하고 있는 사업인 ‘투자유치업’을 한국에서도 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사실 기자는 김씨가 고소를 취하한다는 걸 지난해 11월말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전화를 걸어 미리 이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처음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니까 발을 빼려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에게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당신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증거를 보여달라”고 요구,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당초 그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나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자료들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자료들을 기자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결국 그의 심경밖에는 들을 수 없었다.
- 명예훼손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그건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건 장씨이지 내가 아니다(그는 정한용과 아내 장씨를 간통으로 고소하며 장씨와는 2001년 9월 이혼했다).”

재미사업가 김씨와 전 국회의원 정한용과의 간통·명예훼손 공방

정한용을 간통으로 고소한 김씨가 선고를 앞두고 고소를 취하해 의구심을 자아냈다.


-정한용은 자신이 맞고소를 하니까 두 사람이 조사받는 게 두려워 일방적으로 고소를 취하한 것 같다고 주장한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아무 조건 없이 취하한 것이다. 내가 그에게 전화를 해서 고소취하를 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그가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내가 “남자끼리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난 떳떳하다.”
- 갑자기 고소를 취하한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사업적으로 잃은 게 너무 많았다. 재판 때문에 사업에 지장도 많았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정한용과 장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 3명 모두 피해자이고 패배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 조건 없이 내가 스스로 이 문제를 덮고 싶었다.”
- 강경하게 고소를 했는데 갑자기 취하한 게 납득할 수 없는데….
“처음엔 정말 화가 났다. 자기 아내가 외간 남자와 그런 것을 알았다면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상태에선 누구라도 심사숙고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냉정을 되찾으며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든, 서로 필요에 의해서였든 그런 관계를 가질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혼까지 한 상태에서 진실을 밝히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계속 재판을 하는 건 내 한풀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한용이 맞고소한 것은 취하가 안된다. 어떻게든 결말이 나야 한다. 정한용도 ‘두 사람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강하게 나왔다. 이제 고소인의 입장에서 피고소인의 입장이 되었는데?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나? 그 사람은 끝까지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또다시 지저분한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나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한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맞고소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충분히 검토를 했다. 무고 여부가 중요한데 우선 실제 간통사실이 있다면 무고가 될 수 없다. 설령 없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믿을만한 정황이 있으면 역시 해당이 안된다. 우리는 확실한 정황증거가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 사건을 덮은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두 사람을 용서한 것이다.”
- 당신은 간통고소를 취하했고, 법원은 정한용의 손을 들어줬다. 지금 당신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당신의 말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를 보여달라.
“나도 답답하다. 두 사람의 검찰 대질신문 조서를 지금이라도 기자에게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내가 다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정한용은 처음엔 모든 것을 부정하다가 그 다음엔 일부를 시인했고, 장씨와의 대질신문 때는 삽입 부분만 부정할 뿐 나머지는 대부분 시인했다. 나도 두 사람이 끝까지 갔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 정황에서 누가 끝까지 가지 않았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검찰도 그렇게 판단해서 기소를 한 것이다. 정한용도 자기 양심을 속일 순 없을 것이다.”
재판이 끝난 상황에서도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기회를 잃었다. 그의 주장대로 두 사람을 용서한 것인지, 아니면 정한용의 주장대로 억울했던 진실이 밝혀진 것인지는 여전히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여성동아 2003년 1월 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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