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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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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카라’CF로 주목 받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

“서른살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늦깎이, 최고가 되기보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김미선 ■ 사진·최문갑 기자

2002. 12. 18

순수했던 어린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011 ‘카라’ CF ‘만화’편이 화제다. 노메이크업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친근하게 다가온 CF 속 주인공은 뮤지컬 배우 김선경. 그리 많이 알려진 얼굴은 아니지만 뮤지컬계에서는 주목받는 차세대 주자다. 최근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몽유도원도>에서도 열연중인 그와의 유쾌한 데이트.

011 ‘카라’CF로 주목 받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
<은하철도 999> <플란다스의 개> <요술공주 세리> 등 추억의 만화들이 살아 움직이는 011 ‘카라’ CF. 어린시절 소중한 친구였던 파트라슈와의 만남을 통해 소녀처럼 순수한 여자의 하루를 스케치한 이 광고에는 낯익은 듯 낯선 얼굴이 등장한다. 뮤지컬 배우 김선경(35)이 바로 그 주인공. 화장기 없는 순수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가슴 한켠에 접어두었던 추억들을 되새기게 한다.
환한 미소와 소탈한 성격으로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그는 반듯한 이목구비를 지닌 미인. 거기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까지 다방면에서 활동중인 재주꾼이다.
대학교 1학년 때인 86년 쇼 프로그램의 MC를 맡으며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89년 KBS 드라마 <비극은 없다>에 출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또한 같은 해 인기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전격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대학교 때 학비를 버느라 이것저것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언니 친구가 저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비극은 없다> 신인배우 공모전에 원서를 냈어요. 오디션장에서 저를 본 감독님께서 “너구나!”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연기에 ‘연’자도 모르던 제가 탤런트로 데뷔하게 된 거죠.”
3년 동안 12편의 작품에 출연한 뮤지컬계의 스타
총신대 종교음악과에 재학중이던 그는 <비극은 없다>에 출연하며 드라마 주제가를 부르기도 했는데, 이 주제가가 히트하면서 92년 가스펠 음반을 냈다. 그러자 뮤지컬 쪽에서 그에게 손짓을 해왔고 자연스럽게 뮤지컬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다.
그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98년 뮤지컬 <드라큘라>를 통해서다. 서른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활동을 재개한 그는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동안 <드라큘라> <로마의 휴일> <록키 호러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틱틱붐> <카바레> <갬블러> <몽유도원도>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도 3편. 특히 김승우, 차승원 주연의 코미디 영화 <라이터를 켜라>에는 차승원의 부인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뮤지컬 배우이길 고집한다. 그저 무대가 좋다는 그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12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드라큘라>와 2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로마의 휴일>.
“배우는 행복한 직업인 것 같아요. 여러모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주가 됐다가 창녀가 되기도 하고 지고지순한 여자도 될 수 있고…. 희망과 꿈을 주기 때문에 너무 좋아요. 또 음악과 춤과 연기가 접목된 뮤지컬은 배울 게 많아서 좋고요. 말을 노래로, 노래를 몸동작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죠. 앞으로 나이가 더 들어도 뮤지컬을 계속하고 싶어요.”
그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는 외부로 많이 드러나지 않아서라고 한다. 아무래도 얼굴이 알려지면 활동이 부자연스럽기 때문. 그래서 그는 CF도 011 ‘카라’ 하나만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분위기를 밝게 주도하지만 의외로 드러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011 ‘카라’CF로 주목 받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

그를 모델로 내세운 ‘만화’ 편은 문희, 유지인, 김희애 같은 유명 스타들의 결혼사진을 등장시켰던 ‘결혼’의 후속편이다.


“저는 상대방에게 뭔가를 해줘야 마음이 편해요. 그래서 소탈하다는 말을 많이 듣죠. 무대에서는 ‘저 배우가 이번엔 어떻게 변할까’ 하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배우이고 싶고, 인간적으로는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기쁠 때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고 싶어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연극 <홀스또메르>를 통해 인연을 맺은 중견 탤런트 유인촌, 뮤지컬계의 스타인 주원성 전수경 부부, 최정원, 탤런트 허준호와 친하며 그밖에도 많은 뮤지컬 동료 및 선후배들과 가깝게 지낸다.
올초 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네티즌 인기상을 수상한 그는 올해까지 세번 연속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다들 이번에는 수상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정작 본인은 별 관심이 없었다.
“상은 신인상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밟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10년 이상 하신 분들도 많은데 저는 이제 정식으로 시작한 지 5년밖에 안됐잖아요. 그래도 가장 좋은 상을 받은 것 같아요. 네티즌이 뽑은 것이니까 최고의 상이잖아요. 만약 좋은 기회가 있어 어떤 상을 받게 된다면 너무 감사할 일이고 양보해주신 선배님들과 후배들에게 고마워할 일이죠.”
서른다섯의 나이에도 20대 못지않은 피부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그만의 비결은 운동이다. ‘배우에게 몸은 악기’라고 말하는 그는 직업상 두꺼운 화장을 많이 하기 때문에 클렌징을 철저히 하고 평상시엔 거의 화장을 하지 않는다. 그는 미셸 파이퍼처럼 나이가 들어서 더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또 중견 탤런트 김혜자의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빛을 닮고 싶고, 굳이 나서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작을 한다고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신명나게 일했지만 이제는 무리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몽유도원도>가 끝나면 몇달간 쉴 생각이에요. 이젠 젊은 친구들을 뒷받침해주고 밀어주어야 할 시기 같아요. 앞으로는 1년에 2~3편 정도만 할 거예요. 고전무용이나 재즈 댄스 등을 정식으로 배워서 좀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중독> 같은 스타일의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고요.”
언젠가 직접 작품을 기획하거나 제작하고 싶다는 그는 현재 경희대학교 대학원 홍보마케팅학과에 재학중이다. “전공이 연기와 전혀 관련이 없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지만 홍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좀더 멀리 내다본 그의 안목이다.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에 “결혼 계획은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는 명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항상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서 외로울 틈이 없다는 그는 사랑을 굳이 동성과 이성으로 나누지 않는다고. 사랑이란 남녀 모두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한다.
“저는 ‘최고가 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이가 되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또 뭔가를 배운다는 건 참 중요한 것 같고요. 꿈이 생기거든요.”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 011 ‘카라’ CF를 통해 우리와 좀더 친숙해진 그가 돋보이는 진짜 이유는 외모가 아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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