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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것이 궁금하다

연예인이 자주 찾는사주카페·점집

‘노래제목, 연출자와의 궁합, 성형수술, 애인과의 궁합까지 시시콜콜 자문 구해’

■ 기획·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글·조희수 ■ 사진·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02. 12. 18

”언제쯤 뜰까요?” 흔히 인기로 먹고 산다는 연예인들에게 이것만큼 절실한 문제가 또 있을까. 스캔들이나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더 좋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 혹은 지금 열애중인 파트너와의 ‘궁합’을 알아보기 위해 끊임없이 점술인을 찾아나서는 연예인들. 그들이 자주 찾는 점집과 사주까페는 어디일까.

연예인이 자주 찾는사주카페·점집

인기와 시류에 민감한 연예인들은 점술인들의 예지력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강할 수밖에 없다.

사주를 바꾸는 개운(開運)을 한 후로 왕 역할에 연속 캐스팅되었다는 탤런트 A씨. 데뷔 후 변변한 역할 한번 못 맡다가 역술인이 지어준 예명으로 이름을 바꾼 후 스타급 연기자로 떠오른 탤런트 B양. 현대물로 히트작을 내지 못하다 친분 있는 무속인의 조언으로 사극을 연출한 후부터 사극전문 연출자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송국 PD C씨….
방송, 연예계 종사자들과 전문역술인 사이의 긴밀한 관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용한 점술가들은 연예인들에게 누구 못지않게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는가 하면, 인기와 시류에 민감한 연예인들은 점술인의 ‘예지력’에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영화제작자들이 감독과 주연배우와의 궁합이나 개봉날짜를 점술가와 상의하는 것은 흔한 일. 심지어 TV 드라마 연출자들 중에는 극중 주인공 이름까지 점술인에게 물어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연예인 중 여자 탤런트나 가수들은 주로 매니저와의 궁합, 드라마 출연 여부, 새 앨범 출시 시기를 두고 점술인과 진지하게 상의한다. 최근 신세대 여자 연예인들 사이의 새로운 점 풍속도라면 성형수술에 관한 상담이 늘어났다는 것. 이들은 주로 성형수술의 성공여부뿐 아니라 사주를 좋게 하려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극성스러운 연예인들 중에는 그날의 의상이나 소품의 컨셉트에서부터 운전을 해도 되는지 여부를 묻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점술인을 찾았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한다. 이는 상담을 해주는 점술인도 마찬가지. ‘남들이 알아서 좋을 것 없다’는 연예인과 ‘고객의 비밀보장 차원’에서 연예인과 점술인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비밀에 붙이는 것이 상례다. 그럼에도 유명 연예인의 경우, ‘누가 점을 봤다’는 이야기는 방송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올해초 최고의 드라마로 인기를 모았던 KBS <겨울연가>에서 극중 배용준을 사랑하는 여자로 출연했던 탤런트 박솔미. 그녀가 이름을 바꾼 후 확실한 스타로 떠올랐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한때 선배 탤런트 변우민과의 결별설에 휩싸여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던 그녀는 98년 MBC 공채출신. 우수한 성적으로 데뷔했음에도 몇년 동안 단역에 그치는 부진함을 면치 못했던 그녀는 이름이 좋지 않다는 역술인의 말대로 ‘박혜정’이라는 본명을 버리고 예명 ‘박솔미’로 바꾸었다. 마치 이름값을 하기라도 하는 듯 박솔미는 드라마 <겨울연가>에 캐스팅되는 등 지금은 주연급 연기자로 대접받고 있다.
한류열풍의 주역인 가수겸 탤런트 안재욱은 중국 진출여부를 놓고 들른 한 사주카페에서 ‘잘될 것이다’라는 격려를 받은 후 자신감을 얻었고 실제 한류 열풍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각종 오락 프로그램의 스타진행자로 대접받는 방송인 박경림이 지난 연말 한 시상식장에서 수상소감으로 감사를 전했던 ‘대치동 K’가 남자가 아닌 역술인으로 밝혀져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톱 탤런트 황신혜 역시 결혼을 하기 전에 남편 박민서씨와 평소 단골로 들른 점집에서 궁합을 보았다고 털어놓은 것처럼 연예인들은 미래의 출세운뿐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까지 점술가와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 자주 찾는사주카페·점집

점집을 찾는 연예인들은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무척 꺼린다.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대표적 점집으로 서울 잠원동 김민정철학원을 들 수 있다. 한국역술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민정 원장은 연예계뿐 아니라 정·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김원장을 찾는 방송인들은 톱 탤런트, 국민가수, TV 연출가, 심지어 미스코리아 지망생까지 다양하다. 그는 찾아온 미스코리아 지망생들에게 ‘입으면 당선될 의상’의 색깔까지 꼼꼼하게 일러주기도 했는데, 대부분 우수한 성적으로 당선되었다고 자랑한다.
남자 탤런트 A씨는 코를 성형하고 싶다며 그를 찾아와 성형수술 여부를 묻기도 했다. 코보다는 각진 턱을 교정하라는 김원장의 조언에 따른 A씨는 수술후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가 하면, 국민가수라 불리는 톱 가수 B씨는 앨범 발표 시기를 두고 김원장과 진지한 상담을 하곤 했다고 한다.
27년간 연예계 상담을 해온 김원장의 고객 중에는 20년 넘는 단골들이 대부분이다. 과거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치에 뜻을 두기도 했던 중견 탤런트 A씨. 다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A씨는 “운이 다했으니 그만두라”는 김원장의 충고대로 정치의 뜻을 접고 현재 연기자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연예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언제까지 연예인 생활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에요. 새로 드라마를 시작하는 탤런트들은 드라마의 연출자와 호흡이 잘 맞는지 알고 싶어하고, 가수들의 경우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름이나 노래 제목이 ‘뜰’ 수 있는지 많이 물어오죠.”
기문둔갑술의 권위자로 알려진 이유종씨(이유종철학관)도 연예계에서 이름난 역술인 중 한 명이다. 수 배열 원리를 이용하여 길흉을 점치는 그의 오랜 단골인 인기가수 A씨는 본업인 가수보다 부업으로 어떤 것을 하면 좋은지 같은 사업 상담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반포동 민강기문명리원 손혜림 원장도 연예계에 소문난 역술가로 꼽힌다. 손원장은 주로 스포츠계 스타들이나 법조계 인사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은 대부분 직접 오지 않고 측근을 통해 점을 보러 오는 것이 특징이라고. 올해 초 측근을 통해 그해 운세를 보러 온 한 스포츠 스타의 경우 유난히 부상운이 많을 것이라는 점괘가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스포츠 신문에는 그의 부상 소식이 심심치않게 실렸다고 손원장은 전한다.
“연예인들이나 유명 스포츠 스타들 중에는 직접 오는 사람들보다 측근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을 통해 자신의 운세를 상담해오더라도 풀이를 하다보면 그가 누구인지는 대략 알 수 있죠. 직접 오지 않는 것은 아직도 점술이나 역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죠.”
아무리 사주가 좋은 사람이라도 언제나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손원장의 설명. 그는 태어난 생년월일, 즉 사주가 똑같아도 사는 모습이 다른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운이 좋다는 때에도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의 운이란 것은 우주의 기운과 주변 환경,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잘 맞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죠.”
점집을 선호하는 연예인이 있는 반면, 신세대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점집보다는 사주카페를 즐겨찾는 이들이 많다.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서울 압구정동 일대의 일명 ‘사주밸리’라 불리는 사주카페촌. 연예인의 단골 미용실이나 옷가게, 연예 기획사들이 강남 일대에 몰려있어 매니저나 영화 기획자, 스타를 꿈꾸는 예비스타들이 압구정동 사주카페의 주요 단골들이다.

연예인이 자주 찾는사주카페·점집

신세대 스타들은 점집보다는 사주카페를 즐겨 찾는다.

압구정동 사주카페 중 원조격인 ‘점술왕국’은 월드스타 강수연이 찾았다고 알려져 유명세를 탄 곳이다. SBS 드라마 <여인천하>와 KBS 드라마 <명성황후>로부터 동시 출연 제의를 받은 강수연은 어떤 드라마에 출연할지를 두고 고민하다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끼가 넘치는 이름의 <여인천하>가 어울린다는 점술인의 조언으로 <여인천하>를 선택한 강수연은 ‘정난정’으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이곳은 이정재 등 영화배우들이 단골로 찾는 사주카페로도 유명한데, 이혼 경력이 있는 여배우 A씨가 7세 연하의 남자와 궁합을 보기 위해 찾기도 했다는 게 이곳 관계자의 이야기. 최근 들어 연예인 커플끼리 궁합을 보러 들르는 경우도 많아 스캔들이 나지 않은 예비커플들이 조심스럽게 결혼여부를 점치는 곳이 바로 점술왕국이다.
압구정동의 한 사주카페인 ‘사주공간’은 톱 탤런트 채시라·김태욱 부부가 결혼 전 궁합을 보기 위해 다녀간 것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압구정동에서는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경력 10년 이상의 역술인 6명이 상담자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청담동 사주카페 ‘점’은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 선수가 다녀갔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찾아오는 연예인이 유난히 많아 최고의 연예인 소식통이라 불리는데, 소문답게 정선경 소유진 김미화 최진실 이영자 정다빈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이곳을 거쳐갔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최근 젊은 연예인들 사이에 떠오르는 점집으로는 논현동 도깨비신령집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부산 출신 무속인 윤종천씨가 몇년 전부터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스타들의 사주상담을 맡고 있다.
톱 탤런트 A양, 방송인 B양, DJ겸 인기가수 C군 등이 이곳에 자주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단 윤씨에게 점을 본 스타들은 다음에는 친분 있는 연예들과 함께 오기 때문에 단체로 사주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중에는 한때 마약설에 연루되었던 탤런트 D양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A양이 지금처럼 인기를 얻기 전에 찾아왔었어요. 사주를 보니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성공할 상이었죠. 그리고 탤런트 B양은 성형수술을 물으러왔길래 하지 말라고 했어요. 결국 제 말을 안 듣고 수술을 하더니 구설수에 오르는 낭패를 봤죠.”
처음 방송 연출자들과 인연을 맺었던 윤씨는 내로라하는 방송국 PD나 감독들도 자주 찾아온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좋지 않은 일로 구설수에 오른 영화감독 A씨는 몇해 전 윤씨를 찾아와 영화제목을 지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윤씨가 지어준 영화 제목으로 A씨는 그해 최고의 흥행작을 만들어낸 감독이 되기도 했다고.
윤씨의 단골 중 드라마 연출가 B씨는 그로부터 드라마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들은 경우에 속한다. 평소 아름다운 영상을 브라운관에 옮기기로 유명한 B씨는 “깨끗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해보라”는 윤씨의 권유대로 한 결과 연이어 드라마가 대히트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이밖에 연극배우와 연출가 등 연극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대학로의 ‘점&예언’, 신세대 아나운서와 방송작가 등 방송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는 ‘남덕역학연구소’, 서양식 상담과 동양식 예언을 펼치는 곳으로 유명해 20∼30대 젊은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신세대연구소’, 중년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명학역림원’. 유명 탤런트 부부와 유명 모델의 아이 등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의 아이 이름을 짓기로 유명한 ‘한국역학연구소’ 등이 연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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