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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얽힌 뒷얘기

■ 기획·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글·김순희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청소년보호위원회 제공

2002. 11. 21

“17세 청소년에게 금품주고 성관계 가진 여성도 있어” 지난해 8월,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사례가 날로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 행태도 다양해지고, 공개 대상자에 교육자와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포함돼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얽힌 이모저모와 함께 실제 성매매 피해를 본 청소년들의 육성고백을 공개한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얽힌 뒷얘기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대상 성범죄자의 명단이 지난 9월24일 또다시 공개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이날 청소년대상 성범죄자 6백71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직업, 주소, 범죄사실 요지 등을 정부중앙청사와 16개 시·도청 게시판, 관보, 인터넷 홈페이지(www. youth.go.kr)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은 지난 2001년 7∼12월 중 청소년 성범죄를 저지른 1천2백44명 중에서 선정된 사람들로 1차(1백69명), 2차(4백43명)와 비교하면 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있다.
대상자 가운데는 16세 청소년 2명을 성매수한 서울소재 사립대의 전직 교수와 교사, 중소기업체 사장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영화사 회장, 영화감독, 미국인 2명, 우즈베키스탄인 1명을 비롯, 후배 의사와 함께 여자 청소년 두명을 불러내 집단 성관계를 한 의사 등도 포함되어 있다.
학습지 방문교사인 장모씨(34)는 자신이 가르치던 열살짜리 여자 어린이를 강제로 성추행해 5백만원의 벌금을 물었고, 보험설계사인 신모씨(35)와 회사원 박모씨(32), 원모씨(30)는 각각 14∼16세인 여학생 2명에게 돈을 주고 동시에 ‘2대1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신상공개제도 실시 이후 처음으로 성매수 행위를 한 여성도 포함됐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17세 남자 청소년에게 금품을 주고 8차례에 걸쳐 성매수한 30대 여성(유흥업소 접대부)이 그 주인공.
‘원조교제’가 변태 섹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신상공개 대상자를 범죄유형별로 분류하면 강간, 강제추행, 성매매 알선 등 성폭력·파렴치범이 4백93명(73.5%), 돈을 주고 성행위를 한 성매수범이 1백78명(26.5%)으로 나타났다. 피해 청소년은 1천88명(남녀 합산)으로 12세 이하가 2백72명(25%), 13∼15세가 3백27명(30%)이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성매수범 1백78명 중 청소년과 그룹섹스를 한 사람이 36명(20.2%)에 달했다는 점이다. 청소년 성매매(속칭 ‘원조교제’)가 단순히 청소년의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넘어 2대 1섹스, 그룹섹스 등 변태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음이 드러난 것.
서울 방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에 따르면 “소녀들은 돈을 ‘확실히’ 받아내기 위해, 성인들은 변태적인 성행위를 즐기기 위해 그룹섹스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 경찰관계자는 “종이를 돈 크기로 잘라 신문지에 돌돌 말아 ‘가짜 돈’을 건넨 남성이 검거된 적도 있다”고 한다. 또한 “섹스가 끝난 뒤 ‘샤워를 하라’고 한 후 약속한 돈을 주지 않은 채 도망가거나 오히려 청소년을 협박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그룹섹스’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1대1 섹스보다는 ‘그룹섹스’를 하고 받는 대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번 3차 공개대상자 중 1대1 성매수 대가 금액은 5만∼10만원(34.3%)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그룹섹스의 경우 성매매 대가가 1대1 섹스와 비교해 두배 정도 된다”는 게 경찰의 전언이다.
신상공개 발표 이틀 후인 지난 9월26일,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에서 ‘청소년 인권 지킴을 위한 대화의 장’이라는 이름으로 창원여성의 집 범숙학교(관장 조현순)의 재학생 5명과 한국여성의 집(관장 권순영) 학생 5명이 청소년 성매매의 심각성과 청소년대상 성범죄자들의 신상공개에 대한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아픈 기억을 사람들에게 토해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나를 더럽힌 그 사람을 7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찰서 조사에서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으면서도 “20세인 줄 알았다”라며 뻔뻔스럽게 말하는 가해자의 이야기, 돈을 준다고 말해놓고 주지 않았던 이야기 등 청소년 성매매로 상처받은 소녀들의 피해 사례들이 이어졌다.
이렇듯 청소년 성매매 피해 소녀 10명은 1시간 동안 자신들이 겪은 뼈아픈 경험을 생생하게 토해냈다. 이들이 청소년 성매매를 하는 성인들의 삐뚤어진 모습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가운데 한 목소리로 내세우는 주장은 청소년 성매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범죄자 신상공개가 꼭 이루어져야 하고 더 자세히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청소년 성매매에 희생된 소녀들의 상처는 생각보다 골이 깊었다. 이 자리에는 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과 일반 시민들이 참석하여, 어린 소녀들의 아픔을 같이하고자 했으며, 카메라 기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가면을 착용했다. 이는 자신의 아픈 상처를 이야기하는 소녀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10월13일 현재 청소년보호위원회(www.youth.go.kr)의 ‘신상공개 게시판’엔 명단 공개에 대한 찬성(1만7천여건)과 반대(2천3백여건) 의견이 각각 올라와 있었다. 찬성자는 대개 “어른들이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의 성을 돈으로 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로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인 반면 공개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다른 범죄와 형평성을 잃은 이중처벌”이라거나 “가해자 가족이 겪어야 할 또 다른 피해를 무시한 ‘법보다 감정에 의지한 보복’”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강간과 성매매의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고, 성매매는 해당 청소년도 함께 처벌하거나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용돈 쓰려고 어른들을 갖고 노는 애들도 있다. 청소년이라고 무조건 보호만 할 것인가? 열일곱살 정도 되면 판단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어른만 처벌하면 그 애들은 계속 그런 짓 하고 다닌다. 돈을 벌려고 어른 속이고 성매매한 애들도 공개하라.”(청소년보호위원회 게시판 아이디 ‘의견’)
청소년 성매매의 대부분은 인터넷 채팅 통해 이루어져
“열살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나 강간은 더 엄하게 처벌하고, 성매매는 피해자가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양쪽 다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보호받을 권리에 앞서 스스로 준법의 의무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아이디 ‘형평성’)
성범죄자도 우리 사회 도착적 성문화의 피해자라는 견해도 있다. “성범죄자도 희생양이다. 휘발유를 한껏 넣어주고 과속했다며 운전자를 벌주는 것과 같다. 그런 인화물질을 산더미로 공급한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아이디 ‘포르노중독’)
명단 공개로 인한 가해자 가족의 인권 침해와 피해가 과연 피해자 가족의 고통에 비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견도 많았다. 명단 공개 찬성론자들도 현행 방법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 공개내용이 너무 빈약해 실질적인 효과가 적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가해자들의 상세한 주소와 얼굴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로 9월25일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의 구체적 주소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서 제출(bumorights. ymca.or.kr)에는 6백72명이 참여했다.
한편 청소년 성매매의 대부분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전체 성매매 수단의 53.8%를 차지했던 인터넷 채팅을 통한 성매매는 지난해 12월 67.3%로, 올해 7월에는 78.8%로 급증한 것.
청소년보호위원회 이승희 위원장은 신상공개 이후의 반응에 대해 “이번 3차 공개를 하고보니 2차와는 다르게 ‘이걸로는 부족하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신상공개가 위헌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국민 전체로 보면 더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보공개청구서 제출에 관해서는 “신상정보를 전국적으로 공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범죄자들을 정확히 모르겠고, 학부모로서 안심할 수 없기에 상세 신상정보를 공개해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요지의 요구서였으나, 법적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더 이상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이것이 한계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성추행, 성매수, 강간 등을 저지른 1천2백83명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신상공개제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지만 청소년 상대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자는 의견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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