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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 펼치는 임기상·이경희 부부

“작은 참여가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에 힘든 줄 몰라요”

■ 글·박윤희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2.11.15 14:33:00

21년 된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봉고, 포니, 맵시나 등 중고차 수집에 열을 올리는 임기상, 이경희씨 부부. 남편은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대표로, 부인은 중고차 전문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며 새로운 자동차 문화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의 온라인 공간에는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 차계부 쓰기 운동, 자동차 리콜제 등 이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자동차 소비자 운동을 만날 수 있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 펼치는 임기상·이경희 부부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뒤에서 소방차와 119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저를 따라와요. 소방관 아저씨가 창문을 열더니 ‘그 차 어느 나라에서 수입한 차냐?’고 물어보더군요(웃음). 또 고속도로에서 졸음 운전하던 사람들도 제 차를 보면 잠이 퍼뜩 깨나봐요. 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손 흔들어주고 좋아해요.”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중고차 전문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이경희씨(38). 그녀가 모는 차는 태어난 지 21년 된 기아 브리사. 워낙 ‘고령차’인 탓에 이 차가 도로를 달리면 다른 차들이 군소리 없이 피해간다. 오래된 차라 희귀함에서 오는 가치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모셔가기’ 작전도 치열하다.
“영화 출연 제의가 자주 들어오는데요. 영화 에서 부산 영도다리 장면이 나올 때 남편이 이 차를 몰고 지나가는 장면이 나왔고요. 에도 출연했죠. 며칠씩 비 맞고 기다렸다가 수십번 촬영했는데 나온 것 보니까 겨우 2∼3초밖에 안되더라고요. 자동차 출연료로 5백만원 상당의 카메라를 받았어요.”
오래 탄 차의 이야기를 ‘가문의 영광’처럼 줄줄이 풀어놓는 이경희씨. 그녀의 남편 임기상씨(44)도 “고령차 마니아”다. 평소 타고 다니는 81년형 기아 브리사를 비롯해 현대자동차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코티나(68년)’ ‘봉고’ ‘포니’ ‘맵시나’까지 소유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삼성교통박물관에 그의 봉고차를 기증하고 최신형 에어컨을 선물로 받았다.
은행원이었던 이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기계치. 더구나 기계공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일 벌이기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그녀의 팔자가 하루아침에 정비업소 사장으로 둔갑했고, 자동차가 그녀의 일상을 점령해 버렸다.
98년 1월 남편 임기상씨는 10년 넘게 운영해온 자동차 정비업소를 부인에게 넘기고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www. carten.or.kr)’을 결성, 이 일에 푹 빠져버렸다.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며 얻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현장 전문가의 지식이 부의 축적 수단이 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공유되어야 이 사회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어요?”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사이트에는 자동차 정비 방법, 관련 법규, 리콜 등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수두룩하다. 특히 ‘시민의 소리’는 회원들의 참여가 가장 많은 최고 인기 콘텐츠. 소비자가 신차 결함이나 중고차 피해, 과잉 정비와 관련한 피해 사례를 온라인으로 접수한 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자동차 문화가 바뀌어야 선진국 된다”
지금 이 사이트의 가장 큰 이슈는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에어백’ 관련 피해사례.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은 에어백 피해자인 심소영씨와 함께 법원에 ‘에어백 미전개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 이 소송 진행 과정은 사이트에 계속 올라올 예정인데, 현재 에어백과 관련한 사고로 피해를 본 다른 운전자들의 피해사례를 온라인으로 접수받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은 자동차 관련 지식을 공유해 자동차 문화를 한 차원 높이는 ‘작은 권리 찾기’ 운동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저는 자동차 제조회사 사람들에게 ‘빈 라덴’ 같은 존재예요. 그동안 EF소나타, 카니발, 레조 등 자동차 리콜을 50만대나 실시하게 만들었거든요. 이 리콜제 실시로 저희 단체가 많이 알려지게 됐죠.”

2001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고차세 차등부가제’ 개정안도 바로 그의 작품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기 전에는 동종 동형의 차량이면 신차, 중고차에 상관없이 자동차세를 똑같이 냈다. 임씨는 “이런 법규가 새차 구입을 부추긴다”며 “오래된 중고차일수록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행정자치부에 이의신청 제기 및 국회 입법 청원을 했다. 그 결과 3년 된 중고차는 5%, 12년 된 중고차는 신차에 비해 50% 세금이 감액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고차세 차등부가제가 개정, 시행되고 있는 것.
“자동차 10년 타기 캠페인은 단순히 과소비를 줄이는 절약 운동이 아니예요. 자동차를 10년 이상 탄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무사고 운전자로 남을 배려하는 안전운전이 몸에 배어 있어요. 결국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은 올바른 교통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운동이기도 하죠.”
전체적인 비율로 봤을 때 우리나라 승용차 운전자 가운데 차 한대를 10년 이상 탄 사람은 고작 2%.
그렇다면 자동차 한대를 10년 이상 탄 사람들이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프랑스가 전체 운전자의 31%로 1위를 차지하고, 가까운 일본은 18%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 선진국형 국민일수록 한 대의 자동차를 15년 남짓 운전하는 예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나라 운전자의 시민의식, 검소함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자동차를 오래 타도 차가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다는 말도 되겠죠. 우리나라 국민은 차를 6∼7년 정도 타면 그냥 폐차시키는데 자꾸 그렇게 되면 앞으로 자동차 생산자 입장에서는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그 정도 수명만큼만 되는 아주 약한 차를 만들게 되겠죠. 국민이 자동차를 10년 이상 오래 타야 생산자들로 하여금 수명이 길고 튼튼한 차를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어요.”
임씨는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 사무실을 유지하는 데 한달 평균 4백만∼5백 만원의 운영비를 모두 개인 돈으로 지출한다. 사무실 임대료, 상근자 월급, 각종 공과금 등을 부인 이씨가 자동차 정비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충당하는 것. 이 대목에서 부인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상근자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나가는 돈이 많네요. 거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죠. 남편은 자동차의 구석구석까지 잘 아는 사람이고 또 엄청난 아이디어로 지금 하는 일을 계속 벌여나가니까 도저히 말릴 수가 없어요. 포기했어요(웃음).”
이렇게 말하면서도 이씨는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의 온갖 궂은 일을 혼자 도 맡아 한다.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는 틈틈이 회원들의 상담전화를 받는가 하면 회보 부치는 일에서 은행, 세무서 관련 업무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다.
“우리 부부의 작은 행동을 통해서 사람들의 의식이 차츰 바뀌어 나갈 때 보람을 느껴요.”
마음과 뜻이 통하는 이들 부부는 나름대로 질긴 인연줄에 얽혀 있다. 남편 임씨는 부인 이씨가 태어나서 기저귀 차고 돌아다니는 모습까지 봤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리 부부는 ‘본적’이 똑같아요. 양가 부모님들이 원래 친구 사이였고, 제 아내가 태어나기 전에 저희 집이 지금의 제 장인 어른 집에 세 들어 살았어요.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였죠. 또 제 막내 동생과 아내가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저는 처남이랑 초등학교 동창 사이고요. 어려서 저희 어머니, 장모님, 아내, 형제들이 한데 모여 공중 목욕탕에도 자주 갔었어요.”
워낙 한 핏줄 같은 사이였기 때문에 연애나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84년 어느 날,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이 동네 아줌마들 계모임에서 일어났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계모임을 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남편이 나타난 거예요. 친정 어머니가 성인으로 자란 남편을 보고 한눈에 반했고 동네 아줌마들이 저랑 둘이 결혼시키라고 아우성이었죠. 그 자리에서 이미 결혼할 운명으로 결정된 거예요.”
계모임 바로 다음날, 두 사람은 정식으로 맞선을 보았고 두달 만에 결혼에 골인, 슬하에 동구(16), 태량(9) 형제를 두고 있다. 어려서부터 바늘과 실, 빛과 그림자였던 임기상, 이경희 부부는 지금도 여전히 손과 발이 척척 맞는 환상의 콤비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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