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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당당하게 벗는다

누드사진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 일으킨 이색모임 ‘자연주의 동호회’

■ 기획·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글·최숙영 ■ 사진제공·자연주의 동호회, 연합뉴스

입력 2002.11.15 11:00:00

“우리는 변태성욕자 모임이 아니라 해방감을 맛보려는 취미 동호회일 뿐”
얼마 전 젊은 남녀의 단체 누드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파문이 일었다.
문제가 된 이 사진은 다음의 인터넷 카페 ‘자연주의 동호회’에서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도 누드동호회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연주의 동호회’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체주의를 즐기는 이 동호회는 어떤 모임일까?
누드사진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 일으킨 이색모임 ‘자연주의 동호회’
젊은 남녀가 벌거벗은 채 계곡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아무 스스럼이 없어 보인다. 또 한장의 사진은 몇명의 남자들이 모여서 무슨 놀이 같은 것을 하고 있다. 이들 역시 모두 알몸이다.
사람들은 이 사진들을 보고 경악할지 모르겠지만, 사진 속의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 다음 카페의 ‘자연주의 동호회’(cafe.daum.net/naturist) 회원들이다. 지난해 1월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현재 4만여명이 가입해 있다. 하지만 실제 누드 모임에 참가하는 회원수는 부부 8쌍을 포함해서 미혼인 남자 20명과 여자 6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주의 동호회’ 사이트 운영자인 강씨(27)는 명문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평범한 직장인으로 우연히 외국의 나체주의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자연주의 동호회’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외국의 나체주의 사이트에 들어가니까 누드 비치가 나왔어요. 남자, 여자들이 모두 벗고 있는 사진들이 실려 있는데 남자들이 한명도 발기가 안된 것을 보고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뒤로 얼마 있지 않아 여자친구가 생겼고 우리는 주말마다 같이 지냈어요. 같이 있을 때마다 옷을 다 벗고 지냈는데, 오히려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벗고 있을 때 더 흥분이 안되더라고요. 외국의 누드 비치에서 발기가 안된 남자들이 이해가 됐죠.”
자연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는 ‘자연주의 동호회’를 만든 뒤 외국의 나체주의 모임 자료 등을 번역해서 인터넷 카페에 올려놓았다. 누드사진 때문인지 회원수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모임’을 갖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을까, 우연히 다른 누드동호회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게 됐다. 그는 거기서 누드모임이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다시 오프라인 모임 만들기에 나섰으나 역시 남자 회원들밖에 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상황은 급반전됐다. 다른 누드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류모씨가 ‘자연주의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그의 부인을 데려왔던 것이다. 이후 안심한 여자회원들이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면서 동호회는 활기를 띠었다.
“첫 누드모임은 그분(류모씨) 집에서 가졌어요. 그분의 부인하고 남자회원이 7명 참가했는데 부인은 옷을 안 벗고 남자들만 벗었어요. 누드모임을 가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자들보다 오히려 남자들이 더 옷을 안 벗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옷을 벗으라고 하면 괜히 쭈뼛거리고 여자들 눈치를 봐요. 옷을 벗을 때 발기가 될까 봐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런 소심한 사람들은 절대 발기가 안돼요.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회원들의 연령층은 남자가 24∼44세, 여자가 22∼37세 정도. 직업은 대부분 대학생이나 직장인이며 개중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다. 강씨는 처음 동호회를 만들 때 모험심이 있거나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주로 회원으로 가입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가입해서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들이 가진 누드모임의 횟수는 지금까지 20회로 주로 두메산골 같은 인적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모임이 이루어졌다. 누드모임을 갖는 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옷을 벗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몇번의 헛걸음을 한 후에야 겨우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곤 했다고.
민박을 얻을 때도 주인이 너무 친절한 곳이나 주인이 거주하는 방과 숙소가 가까운 집은 피했다. 때에 따라서는 실내에서 누드모임을 가질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민박집 주인이 너무 친절한 나머지 “뭐 불편한 것 없냐?”면서 뻔질나게 드나들면 모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되도록 주인이 불친절하고, 숙소가 주인집과 멀리 떨어진 곳을 선호했다는 것.
“누드모임을 가질 때는 일단 서울에서 한차례 만나요. 호프집 같은 데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면서 자연주의에 대해 토론을 하고 서로를 알게 되는 시간을 갖죠. 그런 다음 누드모임을 갖는데, 그때도 민박집에서 2∼3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다가 어느 정도 분위기가 됐다 싶을 때 옷을 벗어요.”

이들은 누드모임을 ‘유니폼’ 모임이라고 부른다. 알몸이 이들의 유니폼이기 때문인데 누드모임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남녀가 신체 접촉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남녀가 따로 시간을 갖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처럼 원칙을 세운 이유는 “모임의 성격이 자칫 성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옷을 벗고 누드로 모임을 가져도 성적인 흥분이나 감정이 없어요. 민망하지도 않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건 직접 경험해 봐야지, 아무리 말로 얘기해도 모를 겁니다. 우리 동호회에서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싱글모임’과 ‘부부모임’을 따로 갖는데 공통적으로 누드모임 때 회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먹는 얘기와 성에 관한 얘기예요. 어디를 가나 그 얘기가 재미있잖아요. 더구나 옷을 벗고 만나면 사람들이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요. 첫경험은 언제 했는지, 성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그런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고요. 남자친구나 부부문제에 대한 고민도 말해요. 남자회원들 중엔 간혹 누드를 즐기는 이도 있지만 여자들은 누드보다는 사람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걸 더 즐기는 것 같아요.”
‘나체모임=퇴폐모임’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부수기 위해 강씨는 모임사진을 찍어 게시판에 올렸다.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되고 말았다. 누군가 그 사진을 외부로 유출시켰고 그후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는 바람에 큰 파문이 일어났다.
문제가 된 사진은 젊은 남녀 3명이 벌거벗은 채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사진이었다. 바닥에 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알몸이었다. 탁자 위에는 술병과 안주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이 사진을 본 대다수 사람들은 경악했다. ‘말세의 징후’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었다. 이로 인해 ‘자연주의 동호회’ 카페 게시판에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고 운영자인 강씨는 네티즌들로부터 사이버 테러를 당했다.
“그게 큰 에피소드일 겁니다. 그 일이 터진 후에 저는 여자회원들을 많이 걱정했어요. 인터넷에 얼굴이 알려졌으니 얼마나 상처가 컸겠어요. 혼자서 울기도 많이 울었을 거예요. 저는 ‘그 여자회원들이 상처를 받아서 동호회를 탈퇴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탈퇴 안하고 모임에는 계속 나오더라고요. 제 잘못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하죠.”
또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한 남자가 결혼을 했으면서 ‘미혼’이라고 속이고 ‘싱글모임’에 회원으로 가입한 일이 있었다. 무슨 이유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누드모임 때 나와서는 자기 얘기를 막 하더니 나중에는 아파트 시세가 어떻다는 둥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파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결혼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총각이 아파트 시세에 큰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상하다 싶어서 “혹시 결혼하지 않았냐?”고 추궁했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그 남자는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뒤 동호회에서는 회원으로 가입할 때 자격조건을 엄격하게 했다. 즉, 30세 이상은 호적등본을 떼오라고 해서 미혼인지, 기혼인지를 확실하게 가렸다. 기혼인 경우 ‘부부모임’에 참가할 때도 부부동반을 원칙으로 했다. 그래야 이상한 생각을 안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부부모임에 참가하는 회원들을 보면 정말 부부금슬이 좋아요. 하긴 아내와 남편이 모두 서로를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이런 동호회 활동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개중에 보면 남편들은 모임에 나오고 싶어하는데 부인들이 반대해서 못 나오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아요. 게시판에 이런 하소연들이 많이 올라와요. ‘우리 부인은 보수적이다’ ‘뚱뚱하고 나이도 많아서 젊은 친구들 앞에서 옷을 벗을 수 없다’고요. ‘이 모임을 취미로 하고 싶은데 부인이 꼼짝 안하니, 아, 미치겠네, 아, 미치겠네’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도 계세요.”
남녀 신체 접촉은 절대 삼가, 따로 만나는 것도 금물
하지만 ‘싱글모임’의 남자회원들은 반대다. 여자친구를 누드모임에 데리고 나오는 경우는 한명도 없다. 이들은 “여자친구의 누드는 나 혼자만 봐야 한다, 절대 남한테 보여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 미혼인 여자회원들 중에 남자친구한테 숨기고 이 모임에 참석하는 회원이 한명 있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이상한 오해를 할까 봐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싱글모임’에서 남자회원과 여자회원이 커플이 된 적은 한번도 없어요. 오히려 옷을 다 벗고 만나니까 편해서 그런지 연애감정이 안 생기나 봐요. 서로가 서로를 동성보다도 편한 이성 친구로 생각하는 눈치예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제발 우리 동호회를 사람들이 이상한 모임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누드동호회를 이슈화해서 정정당당하게 취미로 인정을 받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성범죄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나체주의는 몸에 대한 오해를 풀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주의는 변태성욕자의 모임도, 환란도, 파라다이스도 아닌 단지 해방감을 맛보는 취미 동호회일 뿐”이라고 말했다.
“제 여자친구도 조만간 모임에 데리고 나올 생각이에요. 여자친구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아직은 머뭇거리고 있는데,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누드동호회가 더 많이 생기고 왕성한 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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