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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한경 기자의 연예가파일

스타 혹은 스타의 부모로 산다는 것

■ 글·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2. 11. 15

요즘은 연예인 하면 으레 매니저를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전국을 다니며 공연을 하는 가수들은 일찍부터 매니저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서울에서 주로 촬영하는 연기자들은 굳이 없어도 됐던 것. 대신 그런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가 대신 나서서 운전도 해주고 보디가드의 역할을 하곤 했다.

90년대 초반은 어머니 매니저들의 전성시대. 당시 한창 떠오르던 채시라, 김혜수, 오연수, 이미연, 하희라, 고현정 모두 어머니가 매니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그때는 특별히 매니저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저 딸들을 대신해 어머니들이 스케줄을 관리하고 드라마나 영화, CF 출연 등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채시라는 부모 모두가 딸의 뒷바라지를 나선 케이스. 원래 택시 기사였던 채시라의 아버지는 딸이 바쁜 일정에 쫓기자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딸의 운전기사로 나섰고 채시라의 어머니는 집에서 딸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스케줄을 조정했다. 당시에는 호출기나 휴대폰이 없었으므로 이 또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김혜수는 85년 ‘마일로’ CF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이때부터 어머니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가 ‘마일로’ CF에 출연한 것은 순전히 우연. 미동초등학교에서 태권도를 배운 게 계기가 됐다. 태권도를 할 줄 아는 여학생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드라마로 활동영역을 넓혔고 90년대 중반까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오연수, 이미연, 고현정의 어머니는 직접 운전까지 해가며 딸들을 뒷바라지했다. 그중 오연수의 어머니는 내성적인 성격인 딸을 대신해 인터뷰까지 대신하곤 했다. 이들 세 어머니의 공통점은 딸들이 결혼하면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는 것. 특히 정용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과 결혼한 고현정의 어머니는 딸의 결혼 이후 언론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행여 딸에게 누가 될까 염려해서다.
톱스타 A의 간통설 알고 보면 어머니와 관련 있어
하지만 모든 연예인들이 이렇게 헌신적인 부모를 둔 것은 아니다. 최근 톱스타 A는 느닷없는 간통설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런 소문이 나돌 만한 이유는 있었다. A의 어머니가 15년 동안 ‘특별한’ 관계였던 남자 때문에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것. 마침 A의 어머니는 딸과 함께 경찰서를 찾았고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어머니가 아닌 A를 의심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기스타 B도 어머니로 인해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B는 집에서 나와 따로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알고 보니 B 어머니의 남자 관계가 복잡했던 것. 최근 B의 어머니는 한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데 진정서를 통해 ‘나로 인해 딸이 고통받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얼마전 딸이 오랫동안 사귀던 애인과 헤어졌는데 모든 게 나 때문인 것 같다”며 선처를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탤런트 C와 D도 가족들로 인해 남모르는 고통을 당한 경우. C는 몇년 전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자동차를 구입하고 대출금을 갚지 않아 경찰서에 출두해야 했고 D는 부모의 잘못된 재산관리로 인해 번 돈을 모두 날린 것은 물론 피해자들이 방송국까지 찾아와 소동을 피우는 바람에 심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스타 혹은 스타의 부모로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언론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최근 오랫동안 사기와 절도혐의로 도피 생활을 하던 축구선수 안정환의 어머니가 구속됐는데 아들에 대한 원망이 대단하다고 한다. 아들이 조금만 도와줬으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라고 오열했다는 말도 들린다. 누가 잘못을 했는지는 시시비비를 가리면 밝혀지겠지만 자식과 부모가 그런 상황까지 갔다는 게 그저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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