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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생과 형수의 사랑 그린 영화 '중독'의 히로인 이미연

■ 글·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사진: 조영철 기자 쭦

입력 2002.11.15 09:18:00

올가을 개봉하는 영화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영화 '중독'이다.
시동생과 형수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 극중에서 이미연은 의식불명 상태인 남편의 영혼이 옮겨 붙은 시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형수로 등장한다.
영화를 찍는 내내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연기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는 그의 내밀한 속내 인터뷰.
시동생과 형수의 사랑 그린 영화 '중독'의 히로인 이미연
올해도 어김없이 영화배우 이미연(31)은 영화 한편을 들고 우리 앞에 섰다. 95년 ‘모텔 선인장‘에 출연한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은 ‘넘버 3‘ ‘여고괴담‘ ‘내 마음의 풍금‘ ‘물고기 자리‘ ‘인디안 썸머‘ ‘흑수선‘. 그리고 이제 이병헌과 주연을 맡은 영화 ‘중독‘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이 맺혔던 거 같아요. 한마디로 영화에 목이 말랐죠. 영화가 너무 좋으면서도 맘껏 출연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어서 그랬는지 해도해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신예 박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중독‘은 시동생과 형수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인 형의 영혼이 동생에게 옮겨왔다고 해도 세인들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의 사랑은 어디까지나 형수와 시동생의 사랑일 뿐이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 붙는 현상을 빙의(憑依)라고 한대요. 물론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안되죠. 하지만 제가 맡은 은수라는 인물은 영혼의 존재를 믿을 만큼 맑은 여자예요. 시동생이 자신과 남편 단 두 사람만 알고 있는 비밀을 털어놓은 순간 그 사람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죠. 영화를 찍는 내내 저는 그 사랑을 이해했는데 관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얼과의 정사 장면 찍을 때 분위기 리드해
그는 새 영화를 찍을 때마다 이번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데 ‘중독‘도 예외는 아니다. 그 자신이 영화 속의 치명적인 사랑에 매혹된 데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도 컸기 때문. 87년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총 16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이번처럼 사람들로부터 “기대된다” “언제 개봉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극중에서 그는 남편 호진과 시동생 대진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사는 여자 은수. 결혼 3년째인 남편과는 매일 연애편지를 주고받을 만큼 사이가 좋다. 그런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카레이서인 대진의 시합이 열리던 날. 경주를 하던 대진과, 동생의 경기를 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던 호진이 동시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로부터 일년 뒤, 나란히 의식불명 상태이던 형제 가운데 동생 대진이 먼저 깨어난다. 며칠 동안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던 대진은 마침내 입을 열고 은수에게 자신은 대진이 아닌 호진이라고 말한다. 처음 그는 대진의 말을 애써 무시하지만 차츰 대진에게서 호진을 연상시키는 말투와 행동 등을 보게 된다.
“어떤 분들은 아무리 남편의 영혼이 들어갔다고 해도 시동생의 몸을 받아들일 수 있냐고 이의를 제기하실지 몰라요. 하지만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지 않아도 기운을 느끼잖아요. 저라도 은수와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요?”

시동생과 형수의 사랑 그린 영화 '중독'의 히로인 이미연

이미연은 (중독)을 끝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그는 극중에서 남편과 시동생을 상대로 두번의 베드신을 벌인다. 시동생과의 베드신을 찍을 때는 그보다 연기 경험이 많은 이병헌의 도움을 받은 반면 남편과의 정사 장면을 찍을 때는 상대 배우 이얼이 너무 쑥스러워 해 오히려 그가 ‘이러지 마라. 나도 쑥스럽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리드했다고.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사랑이 쉽지 않았기에 영화를 찍는 내내 힘들었다는 그는 ‘중독‘을 끝으로 당분간 휴식의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젠가 박완서가 쓴 ‘아주 오래된 농담‘의 작가 후기에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근데 그게 고통스럽다. 그걸 즐길 만큼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연기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연기를 하는 게 고통스럽지만 그걸 즐겨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데 지금은 그 상태를 넘어선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몸 어디가 아프다는 의미는 아니다. 몸 전체가 약해졌다는 게 정확한 표현. ‘중독‘의 촬영을 끝낸 요즘 그는 이와 장이 안 좋아 치과와 내과를 번갈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사람들은 제 겉 모습만 보고 화통한 여장부 같다고 하는데 사실 저 아주 예민해요. 이번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제 연기에 공감을 못하면 어쩌나 하고 고민하느라 잠을 잘 못 잤어요. 하지만 겉으로 그런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씩씩한 척하니까 사람들은 그런 줄로만 아세요.”
“승우와 함께한 세월이 8년, 보통 인연은 아니죠”
대신 이혼의 아픔은 많이 삭였다고 한다. 이혼한 뒤 가끔 혼자 사는 게 힘들어 ‘내가 연예인이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되었을까’ ‘이혼에 너무 겁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다시 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이혼했을 것 같다는 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한번 아니라고 판단하면 죽어도 타협을 못하는 성격 탓이다.
그래도 김승우와는 좋은 친구로 지낸다. 지난 7월 김승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 김승우의 초대를 받고 참석했을 정도. 하지만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의 취재 열기에 놀라 시사회장 입구에서 돌아갔다.
“승우와 보낸 시간이 8년이에요. 스물셋에 만나 서른에 깨졌죠.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보통 인연은 아니잖아요. 나중에 극장에서 ‘라이터를 켜라‘를 봤는데 승우 연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작품에 대해 의논도 하고 살아가는 얘기도 하고 그래요.”
그는 가끔은 외롭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결혼 계획이 없다고 한다.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하고 그간 일에만 몰두하느라 결혼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로 연기생활 15년째.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면 그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다. KBS 청소년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로 데뷔하던 15년전과 외모상으로 큰 변화가 없는 것. 이에 대해 그는 “웃음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얼굴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덕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울러 “여배우로서 외모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만큼 피부에 좋다는 음식을 즐겨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매니저가 가끔 농담처럼 어려 보이는데 나이를 스물일곱으로 하라고 그래요. 그럼 제가 그러죠. 미쳤냐, 어떻게 먹은 나이인데 거짓말을 하냐고요. 제가 지금까지 고민하면서 살아온 삶이 저한테 녹아있는 거에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이렇게 세상을 조금 알기 시작한 나이에도 왕성하게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감사하고요.”
그는 ‘중독‘을 끝으로 잠시 연기활동을 중단하지만 자신의 ‘목마름’이 채워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독‘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 잠시 쉬고 싶다는 것. 강한 여자, 이미연을 고통스럽게 했다는 영화 ‘중독‘이 궁금할 뿐이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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