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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미국생활 청산하고 귀국한 탤런트 최수지

“책임감있는 엄마로 산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김미선 ■ 사진·조영철 기자 ■ 헤어&메이크업·대구 송죽미용실

입력 2002.11.14 14:44:00

<토지> <사랑이 꽃피는 나무> 등으로 80년대 큰 사랑을 받았던 탤런트 최수지가 돌아왔다.
97년 결혼과 함께 한국을 떠났던 그가 5년 동안의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미국 군의관인 남편, 다섯살 난 예쁜 딸과 함께 귀국한 것. 기회가 된다면 연예활동을 재개하고 싶다는 그를 새로 보금자리를 꾸민 대구에서 만났다.
5년간의 미국생활 청산하고 귀국한 탤런트 최수지

최수지는 남편 백진씨의 설득으로 귀국을 결심했다.

청순한 이미지로 80년대 많은 사랑을 받았던 탤런트 최수지(34)가 돌아왔다. 97년 군의관인 남편 백진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던 그가 지난 8월 중순 귀국해 대구 캠프워커 관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 이번 귀국은 전문의 자격증을 딴 남편 백진씨(41)가 한국 근무를 희망하면서 이뤄졌다.
“대구에 와서 미장원과 백화점, 서문시장 등에 가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시장 아주머니들이 저를 알아보시고 ‘여긴 왜 왔느냐’ ‘TV에는 왜 안 나오느냐’ 면서 떡도 하나 더 주셨죠. 특히 우리 진아를 보고는 ‘이렇게 큰 애가 있냐’면서 놀라시더라고요. 다들 그동안 제가 미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잘 모르셨던 것 같아요. 참 한국에 와서 제일 좋은 건 대중목욕탕에 갈 수 있다는 거예요(웃음).”
인터뷰가 이뤄진 곳은 그가 머물고 있는 캠프워커 내 관사. 초록빛 잔디가 고운 뜰을 가로질러 단아한 1층 건물로 들어서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안주인의 센스가 돋보이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때문. 그는 결혼 6년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마침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인 ‘콜럼버스 데이’라 남편 백진씨, 딸 진아도 자리를 함께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생활 쉽지만은 않아
“너무 반갑고 고향에 온 느낌이에요. 그냥 ‘좋다’는 말밖에 못하겠어요. 사실 처음에는 아이 교육문제 때문에 한국에 오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 저를 보면서 남편이 어차피 2년 뒤에는 미국으로 돌아갈 거니까 이번 기회에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께 맘껏 효도를 하자며 설득했어요. 아이에게 한국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도 했죠. 귀국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막상 오니까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도 새로운 직장을 마음에 들어하고 아이한테도 좋은 것 같고요. 저 또한 가족들을 만나서 너무 좋아요. 오자마자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할머니와 가족들, 시댁 식구들 만나고 짬짬이 집안 정리하느라 아직 친구들도 못 만났어요.”
결혼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서는 이틀에 한번씩 러닝머신 위를 30분 정도 걷고 뛰면서 운동한 게 전부라고 한다.
“아이 가졌을 때 살이 많이 쪘었어요. 미국생활이 워낙 단조로운데다 집안에서만 생활하니까 게을러지더라고요. 대신 아이를 기르면서 힘이 들어 그랬는지 살이 저절로 빠졌어요. 하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지 얼굴 살은 점점 더 빠지고 쓸데없는 불필요한 살들이 붙더라고요. 다들 제 겉모습만 보고 말랐다고 하시는데 사실 결혼 전보다 체중이 5kg이나 불었어요.”
그는 결혼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신한 몸으로 남편의 근무지인 미국으로 떠났다. 남편이 먼저 3개월 코스의 훈련을 받기 위해 떠났고 그는 4개월 뒤에 합류했다. 남편이 곁에 있었지만 미국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결혼하자마자 임신을 한데다 친척 하나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생활이 쉬울 수는 없었던 것.
더욱이 치과의사였던 남편 백진씨가 전문의 과정을 밟느라 아침 일찍 집을 나가 밤늦게 돌아왔기 때문에 그의 외로움은 더 컸다. 그때를 생각하면 남편 백진씨는 지금도 미안하다고. 그나마 집에서 쉬는 날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잠만 잤기에 미안함이 더 크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도 슈퍼마켓 등에서 점원들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느껴 정식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5년간의 미국생활 청산하고 귀국한 탤런트 최수지

최수지 부부는 미국에서 시간이 날때마다 딸 진아를 데리고 자주 놀러 다녔다.

“미국에서는 학부모 회의를 많이 하는데, 미국인 부모들과 아이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영어가 서툴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유치원이 끝난 뒤에 가야 했기 때문에 항상 1시간씩 지각을 하면서도 2년 동안 랭귀지 스쿨을 다녔죠. 그리고 남편이 만나는 미국인 친구들의 부인들과 함께 요리를 하면서 영어를 많이 배웠고요. 그렇지만 지금도 영어를 잘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의 미국생활은 한마디로 평범한 가정주부의 삶이었다고 한다. 한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로 열심히 산 덕분에 요리솜씨도 부쩍 늘었다고. 이 말에 남편 백진씨도 동의했다. 한마디로 깔끔하고 살림 잘하고 내조 잘하는 아내라는 것. 무엇보다 그는 아무리 늦게 귀가해도 저녁상이 차려져 있어 감동했다고 한다.
5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 6년째를 맞는 그의 결혼생활은 여느 부부들처럼 편안함 그 자체라고 한다. 연애시절과 결혼생활을 합쳐 10년된 부부라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최수지가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 남편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미군부대에 근무하던 그 사람과 남편 백씨가 잘 아는 사이였던 데다 그 부부와 같은 치과계통에 있는 부부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기회를 가진 것.
“처음에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인지 좋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러다 자주 만나서 대화하다 보니까 친근감도 생기고 느낌이 통했죠. 남편은 고등학교 1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해 제가 연예인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 나서 약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프러포즈는 사귄 지 2년 반 정도 지났을 때 결혼하자고 쓴 카드를 주며 하더라고요. 남편이 직접 만든 카드였어요. 가끔은 마찰이 있기도 했지만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서로 익숙해져서 결혼에 이른 것 같아요.”
결혼후 그는 한국에 일년에 한번씩, 남편의 휴가가 있는 6월에 다녀갔다. 보통 열흘 정도 머물면서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가는 게 고작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남편의 눈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정도로 편안해졌다는 그의 모습은 집안 살림과 육아에 신경쓰는 여느 주부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가 청소할 때 옆에서 빨래 개주는 남편 보며 행복 느껴
“결혼은 생활이잖아요. 그냥 같이 밥 먹고 자고 심지어 화장실 문도 열어놓고 일을 볼 정도로 편한 것이잖아요. 가족은 그런 편안함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남편은 가정적이고 꼼꼼한 성격이에요. 늘 저를 마음으로 생각해주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줘요. 행복은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보다는 제가 청소하고 있을 때 한쪽에서 빨래를 개주는 남편을 볼 때처럼 일상생활을 하면서 순간순간 느껴요.”
98년 미국에서 4.5kg의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 다섯살이 된 딸 진아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하다. 모진 산고 끝에 얻은 소중한 아이일 뿐만 아니라 힘든 미국생활을 버티게 해준 버팀목이자, 자신의 삶을 좀더 성실하게 가꿀 수 있게 해준 존재이기 때문. 그렇지만 그는 엄한 엄마에 속한다. 예의 없고 제멋대로인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대신 너무 화가 나서 매를 들고 싶을 때면 일단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한다고.
“책임감 있는 엄마로 산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는 방법 내에서 아이를 도와주고 싶은 것은 물론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죠. 한국에서는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가르치고 싶어요. 미국에 있을 때도 집에서는 한국말로 대화해 어느 정도 한국말을 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확실히 더 잘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아빠를 닮아서 심성이 착해요.”
그는 만약 아이가 커서 연기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이왕이면 열심히 공부해서 전문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둘째 계획은 없는 상태. 딸 진아가 동생을 바라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남편 백진씨가 볼 때 그는 헌신적인 엄마. 늦은 나이에 낳은 아이라서 그런지 정성이 지극하다는 것이다. 가끔 자신이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신경을 많이 쓴다고.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온 그에게 연기는 잠시 미뤄둔 일일 뿐이다. 그간 결혼생활에 충실했을 뿐 일 자체를 포기한 적은 없으며 늘 마음속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연기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아니에요. 전 결혼해서 제 일을 포기했다든가 일 때문에 결혼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물론 가정과 연기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단 한 작품이라도 성실하게 하고 싶어요. 사실 예전에는 일 자체를 즐기지도 못했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요. 그런 아쉬운 마음 때문에 그동안 아껴주신 팬들이나 도와주신 분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거죠.”
그는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다른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오히려 미국에 머물면서 비디오를 통해 연기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연기자가 성실하게 연기하고 있는지, 대충 하는지 보이더라는 것. 그 덕분에 연기할 때 성실한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결혼식 날 부케를 받았던 영화배우 강수연이 한 인터뷰에서 선배의 말을 인용해 ‘삶을 충실히 살다 보면 연기도 성실해진다’고 말한 내용을 보고 정말 좋은 연기자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삶이 성실하지 못하면 TV에 나와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가식적인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5년간의 미국생활 청산하고 귀국한 탤런트 최수지

최수지는 기회가 된다면 연기활동을 재개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까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동료 연예인으로 진아를 임신했을 때 대구까지 찾아가 칼국수를 얻어먹었던 박순애, 미국에 올 때면 항상 빠뜨리지 않고 전화를 하던 황신혜, 늘 다정한 최명길, 어머니를 일찍 여읜 그를 위해 아버지의 음식까지 챙겨주던 이응경 등을 꼽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 가운데 를 가장 많이 기억하지만 본인 스스로 가장 재미있게 작업한 작품은 라고 한다. 미국에서 비디오로 본 작품 중에서 감동을 받은 작품은 KBS 드라마 와 영화 . 특히 는 짜릿한 감동을 느낀 작품이라고 한다.
“저는 북한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요. 사실 제 고향이 이북이거든요. 아버지는 함경도 분이시고 어머니는 평안도 분이시죠. 이북 여자로 나와 사투리를 쓰는 역할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그는 어떤 역할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는 좀더 성숙하고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올 기회를 굳이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작은 것 하나에도 성실한 자세로 임하고 싶다고.
“연기 외에 기회가 되면 토크쇼 진행을 해보고 싶어요.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되고 감각적인 토크쇼 있잖아요. 사실 아줌마로 불리는 시기가 뭘 모르던 어린 시절보다 멋을 더 느낄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해요. 요즘 너무 젊은 세대들만 TV에 나오는데 아줌마라고 해서 절대 뒤처지지 않거든요. 정말 연륜과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2년 예정으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연기자로 인정을 받는다면 그때 다시 앞날을 설계할 생각이라고 한다. 남편의 다음 근무지인 워싱턴으로 갈 것인지, 한국에서 2년 더 연장근무를 할 것인지, 아니면 워싱턴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할 것인지 결정하겠다는 것. 남편 백진씨는 그의 연예활동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결정짓고 싶지는 않아요. 제 스스로 ‘열심히 했구나, 잘했다’는 자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결실을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연기자는 나이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성급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지금 그저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5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최수지. 여전히 아름다우면서도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 더욱 단단하고 견고해진 그가 다시 연기의 날개를 펼칠 날을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2년 11월 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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