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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부부가 함께 보세요│이근덕의 부부 클리닉

일에 중독된 남편, 가사에 소홀한 아내

갈등 해소하고 사랑 키워주는 부부 노하우

■ 글·최희정 ■ 사진·동아일보 DB파트

입력 2002.10.15 09:23:00

자기 일에만 빠져 있는 남편, 살림은 나 몰라라 하는 아내가 점점 늘고 있다.
일 중독 남편이나 집안 일을 소홀히 여기는 아내의 경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건 쉽지 않은 일. 그 해결방법을 찾아본다.
남편과는 대학시절에 만나 연애 결혼을 했다. 결혼한 지 이제 9년째. 요즘 들어 남편이 그저 남 같이만 느껴진다. 명색이 부부인데 얼굴 마주 보고 밥 한끼 먹는 날이 일주일에 한번 있을까 말까? 초등학교 다니는 딸아이는 일주일 동안 아빠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 정도다.
남편은 현재 잘 나가는 벤처기업에 다닌다. 대기업에 다니다 IMF 이후 이직했는데,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이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 것에 매우 만족하는 눈치다. 남편의 아이디어는 종종 히트를 쳐 작년에는 꿈에 그리던 33평 아파트를 장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 장만의 기쁨도 잠시, 요즘 들어 자꾸만 회의가 든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 해도 가족이 모여 밥 한끼 먹지 못하고 휴일에 아이와 뒷동산 한번 가지 않으니 돈이 무슨 소용일까 싶다. 여름휴가 때도 자신은 바쁘다며 아이와 단둘이 가라고 나를 떠미는 남편. 친정에 가서 사나흘 머물다 왔는데, 아내 대접, 아이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 것 같아 친정부모 보기가 민망했다.
남편은 일 밖에 모른다. 아침 6시에 나가 허구헌날 새벽 2~3시에 들어온다. 집은 그저 잠시 눈 붙이고 옷만 갈아입고 나가는 곳일 뿐. 아예 회사에서 밤을 새우는 날도 허다하다. 휴일이면 잠만 자다가 오후 2시쯤 일할 게 남았다면서 회사로 직행…. 이런저런 일로 불평이라도 하면, ‘내가 이렇게 하니까 우리 식구 다 잘사는 거다’ 라며 역성만 내는 남편. 나라고 남편이 고생하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휴일까지 반납하면서 안절부절 일밖에 모르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쓰러운 반면, ‘저 사람 젊었을 적에는 저렇지 않았는데…’ 하는 실망감이 밀려온다. 온 가족이 모여 단란한 저녁식사를 하는 것은 그저 내 꿈에 지나지 않는 걸까?
상담실에서
지나친 일 중독은 건강에도 좋지 않고 화목한 가정생활을 꾸려 나가는데도 장애가 됩니다. 최근 사회가 치열한 경쟁시대로 치달으면서 남편처럼 일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일 중독증이 심해지면 스트레스로 인한 편두통이나 성기능 장애 등의 신체적인 문제가 생기고 일이 없어진 후에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아내는 남편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시간을 요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먼저 아내는 남편이 왜 그렇게 일에 집착하는지 원인을 살펴보세요. 정말 회사 업무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회사의 일 대부분을 혼자 처리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정말로 일의 양이 너무 많다면 남편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힘들겠다고 위로해주세요. 그러면서 남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예를 들어 아빠 얼굴 보기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자녀에게는 아빠가 하는 일의 특성을 이해시키고 힘든 점을 말해줍니다. 비록 아빠가 놀이동산에 함께 가지는 못하지만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도 깨우쳐 주세요. 되도록 아이 앞에서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지 않는 게 좋습니다.
또 아이에게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쓰게 한 다음 그것을 남편에게 보여주면서 회사 일만큼 가족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같이 있어주지 않는다고 짜증만 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그러나 습관적인 일 중독자라면, 본인 스스로가 일 중독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합니다.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겠지요.

결혼한 지 꼬박 3년째를 맞고 있는 우리 부부는 줄곧 맞벌이를 해왔다. 빠른 시일내에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고 싶기도 했고 아내 역시 자신의 일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해서 아이 갖는 것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결혼하고 1, 2년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이제는 슬슬 이런 생활에 회의가 든다. 디자이너인 아내는 일의 특성상 야근이 잦고 휴일에도 출근하는 날이 많다. 어떨 땐 나보다도 늦게 퇴근해 오자마자 바로 자버리기 일쑤다. 아침에는 내가 먼저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부부이면서도 서로 얼굴 보기조차 힘들 정도다.
이런 상황이니 집안 살림은 말이 아니다. 설거지는 일주일째 싱크대에 쌓여있어 주방에서 음식 썩는 내가 진동하고 빨랫감이 밀려 아침에 입고 나갈 와이셔츠는 물론 양말조차 없을 때가 허다하다. 음식은 대부분 인스턴트뿐이어서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더 많다.
가끔 보다 못해 나라도 하자 싶어 집안일을 하지만, 하다보면 짜증이 나고 나 역시 직장 일이 많아 집안일을 자주 할 수도 없다. 이제는 일찍 들어와봤자 따뜻한 밥상은커녕 반겨주는 아내도 없는 집에 들어가기가 싫을 정도다. 요즘에는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 같아 아내가 밉기까지 하다. 회사일은 그토록 열성으로 하면서, 집안일엔 왜 그 반의 반도 하지 않는 걸까? 남편인 나에게도 소홀한 것만 같아 여러모로 섭섭하다.
상담실에서
아내는 자아성취 욕구가 강한 여성으로 보입니다. 주로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가사보다는 회사 일을 열성적으로 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아내가 회사 일에 바빠 집안일과 남편에게 소홀한 데 불만을 가지고 계신데, 먼저 아내의 상황을 이해해 보세요. 아내 직업의 특성을 한번 정도는 이해하려고 한 적이 있나요? 물론 일에 파묻혀 남편과 가사를 전혀 돌보지 않는 아내 역시 책임이 큽니다. 그렇다고 지금껏 쌓아온 일과 명성을 아내더러 포기하라고 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남편이 먼저 아내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맞벌이 부부는 남들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편이니, 집안 일은 아내나 남편이 어느 한쪽이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아예 파출부에게 부탁해 가사를 해결하면 어떨까요? 두 사람 모두 집안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다른 이에게 가사를 맡기는 편이 갈등을 줄일 수 있지요.
집안 일에 대한 불만보다는 남편이 아내에게 섭섭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 더 문제로 보입니다. 혼자 속으로 앓지만 말고 아내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상태를 말해보세요. 차분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서로의 입장을 다시금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아내가 가사의 부담이 줄어든 상태에서도 집안일에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동아 2002년 10월 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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